패싱(Passing) (반양장)

패싱(Passing) (반양장)

$12.00
Description
2021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
리베카 홀 감독 영화화 〈패싱〉 원작소설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흑인 여성 최초로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수상한 넬라 라슨의 『패싱』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번으로 출간된다. 1920년대 뉴욕 맨해튼의 할렘을 배경으로, 백인과 흑인 사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밝은 피부색을 지닌 흑인 여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인종뿐 아니라 젠더, 계급 등 다층적인 맥락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인물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소설로, 20세기 말 섹슈얼리티와 인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며 재조명받았다. 2021년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 〈패싱〉(리베카 홀 감독, 테사 톰프슨, 루스 네가 주연)의 원작소설이며,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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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넬라라슨

저자:넬라라슨NellaLarsen
1891년4월13일미국시카고에서태어났다.1928년첫장편소설『퀵샌드』를출간해평단의주목을받았다.이듬해두번째장편소설『패싱』을발표해작가로서뛰어난역량을인정받으며1930년흑인여성최초로구겐하임펠로우십을수상하고할렘르네상스를대표하는작가로자리매김한다.하지만이어발표한단편소설「안식처」가표절논쟁에휘말리고이혼등개인적고초를겪으며더이상작품활동을하지않고문학계에서물러나은둔하며남은생을살았다.1964년72세의나이로세상을떠났다.

역자:박경희
독일본대학에서번역학과동양미술사를공부하고,번역가로일하며한국문학을독일어로번역해해외에소개하는일도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헤르타뮐러의『숨그네』,귄터그라스의『고양이와쥐』,이언매큐언의『암스테르담』,닉혼비의『슬램』,존더스패서스의『맨해튼트랜스퍼』,루트암만외『내면의그림』등이있다.

목차

1부뜻밖의만남
2부재회
3부피날레

해설|사라진불꽃의잔상,표류하는영혼들의공감대
넬라라슨연보

출판사 서평

1920년대할렘르네상스의전성기에발표된관능적소설
흑인여성최초로구겐하임펠로우십을수상한넬라라슨의대표작

제1차세계대전이후,미국은사회문화전반에서급격한변화를겪는다.이시기에뉴욕맨해튼의할렘을중심으로아프리카계미국인들의문예부흥운동,즉할렘르네상스가꽃핀다.흑인중산층에속하는신사와신여성들은할렘을새로운유행의중심지로만들고상권을활성화시켰으며흑인문학등독자적인예술세계를구축해나가며문화산업을부흥시켰다.한편인종차별에맞서는비영리조직들이백인자산가들의지원을받아속속생겨난것도바로이때다.1929년,할렘르네상스의전성기에발표된장편소설『패싱』은이러한거대한변화의움직임속에서백인과흑인사회어디에도쉽게발을들여놓을수없었던밝은피부를지닌흑백혼혈인,곧물라토를이야기의중심으로끌고들어온다.아프리카적인것을절대적으로지지하는당시할렘의주류에서비껴난작품을쓰게된데는작가넬라라슨의자전적요소가큰영향을미친것으로보인다.실제로그는아프리카계미국인의토착어나풍습은물론흑인사이의연대를그리지않았다는이유로문학적백인행세(literarypassing)를한다는비난에직면하기도했다.
넬라라슨은1891년4월13일미국시카고에서서인도제도출신의아프리카계아버지와덴마크계이민자인백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이듬해어머니가덴마크계이민자와재혼하고곧동생이태어나면서라슨은백인가정에서유일하게다른자신의피부색을의식하며소외감을느낀다.시카고서부의백인노동자지역에서자라고어린시절3년간어머니,여동생과함께덴마크에가서지냈으며돌아와서는독일및스칸디나비아계이주민의자녀들이대다수인공립학교에다녔다.이후흑인학생들을위해설립된내슈빌의피스크대학으로진학하는데,백인으로둘러싸인환경에서성장한그로서는처음으로흑인공동체를가까이할기회가생긴셈이었다.그러나백인이민자가정의일원으로,또주로백인들과함께지내온그에게블루스나남부출신흑인들이공유하는문화는낯설었고그속에섞여들기란쉬운일이아니었다.그는결국교육과정을끝마치지못한채홀로덴마크로떠나코펜하겐대학교에서청강생으로지내다가미국에돌아와서는뉴욕에자리잡은뒤간호학교에등록해교육을받았다.졸업후1년간앨라배마주터스키기인스티튜트에서간호사로일하며학생들을가르쳤다.1919년물리학박사인아프리카계미국인엘머아임스와결혼하고그다음해에할렘으로이주한뒤흑인아이들을위한최초의월간잡지『더브라우니스북』에기사를썼으며컬럼비아대학교에서운영하는도서관학교를다녔다.이어사서로일하며제임스웰든존슨,제시포셋,랭스턴휴스등할렘르네상스의주요작가들과교류했다.1926년그는집필에전념하기로결심하고사서일을그만둔다.1928년자전적소설『퀵샌드』를출간해평단의긍정적인평가를받았다.1년뒤두번째장편소설『패싱』을발표하며작가로서뛰어난역량을인정받고할렘르네상스를대표하는작가중한명이자최고의소설가로자리매김하며1930년흑인여성최초로구겐하임펠로우십을수상한다.하지만뒤이어발표한단편소설「안식처」가표절논쟁에휘말리고이혼등개인적고초를겪으며라슨은더이상작품활동을하지않고지인들과의교류도끊은채문학계에서물러나은둔하며남은생을살았다.1964년3월30일,72세의나이로브루클린의자택에서세상을떠났다.


어디에나속할수있기에아무데도속할수없는,
경계에선이들의욕망과불안에대한매혹적탐구

『패싱』은흑인사회와백인사회모두에서자신의자리를찾는데어려움을겪고어디에서나타자로존재할수밖에없었던넬라라슨이자신의삶을반영해완성도높게구축해낸“겪어내고분투하는세계”를담은소설이자그자체로“인종의본질에대한흥미로운탐구”다.소설속에서‘패싱’은대개백인행세(Whitepassing)를뜻하지만,타인이선호하지않을것으로예상되는정체성을숨기는커버링의문제와함께여러소속규정과그경계를아우르며폭넓게논의되는개념이다.
인종패싱은남북전쟁이후많은흑인작가가관심을가진문학적소재로‘패싱소설’이라는별도의장르를형성할정도로미국문학내에서주요하게다루어져왔다.라슨은이전까지의패싱소설에서흔히보였던결론,다시말해자신의정체성에대한고민끝에결국흑인공동체로귀환하며마무리되는식으로작품을끝맺지않았을뿐아니라,물질적욕망으로추동된패싱을개인의도덕적파국과연결짓기를경계했다.그는섬세한심리묘사와적절한사회문화적요소의배치를통해인종문제뿐아니라당대아프리카계미국여성들이처한다양한층위의문제점을복합적으로그려내고자했다.
아이린과클레어,백인으로받아들여질만큼피부색이밝은두사람은어린시절친구로뉴욕의백인전용호텔의스카이라운지에서십이년만에우연히마주친다.아이린은클레어가자신과는너무나도다른삶을살고있음을알게된다.아이린이패싱이불가능한짙은피부색의흑인남성와결혼해흑인복지연맹에서일하고있는반면,클레어는흑인정체성을숨기고극심한인종주의자인백인남성과결혼해살아가고있다.둘의만남이거듭될수록클레어는아이린에게흑인공동체에대한그리움을내비친다.그러나언제나완벽하게평온한삶을이어가고싶은아이린은자신의일상이깨질까두려워클레어를자신의삶에서밀어내려하지만마음처럼되지않는다.클레어의아름답고매력적인얼굴과묘하게어루만지는듯한저항할수없는미소앞에서그녀를밀어내려던굳은의지는속수무책으로꺾여버리고,그렇게클레어는점차아이린의삶속으로스며든다.남편에게자신의인종을속이고아슬아슬한삶을이어가는클레어의모습은아이린이기억하는“언제나위험의극단에”서고“오로지눈앞의자기욕망에만충실할뿐”인클레어의기질과합쳐지며갈수록더견디기힘든불안을불러일으킨다.소설은두인물의욕망과,욕망하기에필연적으로따르는불안을좇으며시종긴장을잃지않는다.
아이린과클레어를비롯해소설에등장하는흑인과물라토들은모두중산층으로남편은대개전문직에종사하고아내는자녀교육에열을올리며사교를즐긴다.흑인의지위가향상되고물질적으로도풍요로워졌지만클레어의남편이흑인에대해스스럼없이드러내는적의에서알수있듯차별과폭력의위험이여전히도사리고있는일상에서패싱은그것이가능한사람들에게는공포스러운죽음의위협을피하고백인의혜택을나눠갖는편리한수단이될수있었다.인종과젠더에대한정의가변화하고그경계의모호함과허구성이밝혀짐에따라,그틈에서아이린과클레어처럼어디에나속할수있기에역설적으로아무데도속할수없는사람들은사회적규범과개인의자유사이에서불안하게표류할수밖에없었다.극도의안정성을추구하며결코위험을감수하고싶어하지않는인물이아이린이라면,규범과의무,관습에얽매이지않고사회가만들어놓은경계를마음대로넘나들며주체적으로욕망을해소해나가는인물이클레어다.
20세기말앨리스워커등의작가들에의해재발굴되고아프리카계미국인및여성문학연구가활발해지며새로이그가치를인정받은『패싱』은자신의정체성을탐구하고삶의수단을탐색하는인물들의모습을통해인종문제를넘어계급,젠더,성정체성에이르는복합적인문제를환기시킨다.개인의정체성은시대를막론하고다층적인맥락속에서여러경계를넘나들며복잡하게역동한다.“겉모습이란이따금실제와들어맞지않”고사람들은늘수많은경계지대에서새로운삶의기회를찾아표류하고있기에,라슨이이소설을통해던진실존적질문은백여년의시간이흐른지금까지도변함없이유효하다.

“실은다들가면을쓰고살아가잖아요.스위치를껐다켜는것처럼썼다벗었다하면서요.정말이지기초적인생존수단같기도해요.”_루스네가(배우,영화<패싱>의클레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