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주

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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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광기어린 전쟁과 혼돈의 패주 끝에 파멸한
한 시대와 인간들의 슬픔으로 그린 피의 벽화
에밀 졸라의 담대한 문학적 쇄신을 입증하는 걸작
자연주의 거장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제19작 『패주』(1892)는 프로이센-프랑스전쟁(보불전쟁)과 파리코뮌을 배경으로 파멸하는 한 시대와 인간들의 격동과 고통을 압도적 내러티브로 구현한 작품으로, 제2제정 시대의 총체적 벽화라 할 수 있는 루공마카르총서 최대의 장편이자 실질적 완결편이다. 전쟁에서의 잇따른 패배와 후퇴, 타락한 제정 사회의 붕괴, 굴욕적 강화와 수도 파리 포위, 코뮌 방화와 ‘피의 일주일’까지 역사적 사건들과 허구의 서사를 교직한 대작 「패주」는 프랑스인의 집단의식 한복판에 존재하는 상처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도 같으며, “완전하고 위대하고 영웅적인 우정, 한 세계의 종말, 한 국가에 닥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재앙”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프랑스를 그린 “19세기 프랑스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상찬되었다.
저자

에밀졸라

저자;에밀졸라
1840년파리에서태어났다.일곱살때아버지가폐렴으로사망하면서극심한생활고를겪었다.엑상프로방스에서어린시절을보내고1858년파리로돌아와생루이고등중학교에입학했다.대학입학자격시험에두번낙방한뒤학업을포기하고출판사에취직했다.1865년자전적소설『클로드의고백』을출간한후전업작가의길로들어섰다.
1867년최초의자연주의소설『테레즈라캥』을출간했고,이후발자크의‘인간극’에영향을받아,제2제정기프랑스사회를총체적으로그린다는목표로‘루공마카르총서’를기획했다.총20권으로완결된‘루공마카르총서’는1871년『루공가의운명』에서1893년『파스칼박사』까지22년에걸쳐출간되었고,『목로주점』『나나』『제르미날』『인간짐승』등대표작대부분이포함된‘루공마카르총서’를통해그는자연주의문학대표작가로자리매김했다.
1898년반유대주의사상으로부당하게구속수감된드레퓌스의무죄를주장하는「나는고발한다」를발표해행동하는지성의상징이되었다.말년에도연작소설『풍요』『노동』등을발표하며왕성한작품활동을펼쳤다.1902년파리에서가스중독으로사망했고,1908년그의유해가팡테옹국립묘지로이장되었다.

역자:유기환
한국외국어대학교프랑스어과를졸업하고프랑스파리8대학교에서‘노동소설의미학’연구로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국외국어대학교프랑스어학부교수로재직하고있다.??알베르카뮈????조르주바타유????노동소설,혁명의요람인가예술의무덤인가????에밀졸라????프랑스지식인들과한국전쟁??(공저)등을썼고,카뮈의??이방인????반항인??,바르트의??문학은어디로가고있는가??,바타유의??에로스의눈물??,졸라의??나는고발한다????실험소설외????목로주점????돈??,외젠다비의??북호텔??,그레마스?퐁타뉴의??정념의기호학??(공역)등을번역했다.

목차

제1부…7
제2부…237
제3부…457

1870년스당전역도…707
해설|시대의증인에밀졸라의현장증언:프로이센-프랑스전쟁과파리코뮌…709
에밀졸라연보…723

출판사 서평

타락의불꽃을태우다재로사라진한시대
민중의공포와슬픔이어린서정적사실주의전쟁소설

국내에서처음번역소개되는『패주』는제2제정시기아델라이드푸크라는여성의후손다섯세대의이야기를통해프랑스사회와인간의다양한모습을기록한기념비적시리즈루공마카르총서중하나로,1870년8월6일프뢰슈빌러전투에서1871년5월28일파리코뮌이진압된‘피의일주일’까지를시간배경으로한다.자연주의문학의거장에밀졸라는“유전과환경이인간에게미치는영향을연구한다”는창작개념아래환경결정론적시각에서세계와인간의생태를그린작가였고,『마담보바리』에서시작된이흐름을후에‘저널리즘소설’로발전시켰다.
프로이센-프랑스전쟁패배,제2제정몰락,코뮌참극이라는실제사건에특유의현실적서사와강렬한문학적묘사로쌓아올린전쟁문학의백미『패주』를쓰기위해졸라는참혹했던스당전투현장을답사하고생존자들의육성과노트기록을모아후에“현대프랑스정신사연구에서빠뜨릴수없는특권적자료”로도회자되는방대한분량의이소설을완성했고,도스토옙스키나톨스토이같은걸출한작가들이활동한19세기,이른바‘소설의시대’대미를장식하는위용을드러냈다.


시대의증인에밀졸라의현장증언
프로이센-프랑스전쟁과파리코뮌
“고삐풀린본능,어리석은분노,
무자비한광기와함께인간이인간을삼키고있었다.”

전체3부로구성된??패주??의중심인물은루공마카르총서제15작『대지』의주인공인무학의농민장마카르,파리에서변호사자격을취득했으나방탕했던자기삶에대한회의와함께전쟁에대한동경과이상을품고자원입대한이십대지식인청년모리스르바쇠르다.졸라는두대조적인인물과그주변인들의이야기를통해전쟁과혁명이야기한물질적,정신적붕괴를긴호흡으로그려낸다.소설은중년의장마카르하사가이끌고모리스를비롯해총여섯명으로이루어진분대가속한106연대가이동만거듭하면서적을만나지도못하고총도한방제대로쏴보지못한채알자스지방한도시에서후퇴하는장면에서시작한다.병사들의사기가땅에떨어지고,특히메츠로퇴각할때는최고수뇌부에대한불신이팽배한다.모리스는풍부한경험에서우러나는노련함으로언제나대원들의든든한버팀목이되어주는하사장에대한멸시를거두고점차그에게강한형제애를느낀다.병사들은참모부를거느리고유령처럼창백한얼굴로전장을떠도는나폴레옹3세의무기력한모습에낙담하고분노하면서,엄청난병력과치밀한작전으로압박해오는독일군에쫓겨프랑스와벨기에국경의도시스당으로이동한다.가중되는공포와혼란,지휘체계상실,식량과무기부족,아무것도제대로갖추지못한프랑스군은깊은패배의식에빠진채허기와굴욕에시달린다.

아!대패가확실한데도왕조의안녕을위해사지로급파되는이절망의군대여,이파멸의군대여!진격하라,진격하라,뒤도돌아보지말고,빗속으로,진창속으로,전멸을향해!(147쪽)

2부에서는스당전투의이십사시간을상세히묘사한다.프랑스군대는스당북쪽고지대로쫓기며포위되고,결국황제와전군全軍이스당에갇힌채천지를울리는포격과맹화아래서수많은전사자가속출하며도시는함락된다.나폴레옹3세가항복을선언하고,이후강화협상이개시된다.
3부전반은항복이후스당과그주변의전쟁여파,포로가된병사들의고난을그린다.악몽같은한주동안10만명이상의포로가음식도물도거의없는이주반도에갇혀풀과나무껍질,심지어시체와사체가떠다니는강의물을마실수밖에없는극도의비참한상황에내몰린다.3부후반은격동하는파리,피비린내나는정쟁이벌어진코뮌,그리고수많은고비를함께넘긴장과모리스의운명적이고도불행한마지막충격적에피소드를그린다.포로로잡힌병사들과함께이주반도에수용된장과모리스는가까스로탈출에성공하지만,이과정에서장이큰부상을입는다.독일군이파리로진군하고,파리에서는불평등한강화조건에반발한파리시민들이들고일어나코뮌이선포된다.모리스는조국애에불타파리로돌아가코뮌에가담하고,부상에서회복한장은군에복귀해코뮌을진압하는베르사유정부군에배속된다.장은거리의바리케이드에서마지막항전을치르던모리스를알아보지못하고총검으로그를찌르는형제의비극을저지르고,결국모리스는타오르는불길이자신이사랑하는파리를불로써정화해주길바라며눈을감는다.장은낡은세계의묵시록적파멸속에서새로운세계의부활과나은미래를꿈꾸며자신이있어야할땅으로돌아간다.


한세계의최종적해체와새로운피의상승
시대의정신사를기록한또하나의위대한서사시

졸라가『패주』를쓴1891년은스당패전과파리코뮌을겪은지이십년밖에지나지않은시점이었기에다행히생존자들의생생한육성을취재할수있었다.그는7군단의행군궤적을따라가며스당의전장곳곳을방문했고,극적인역사를겪은스당시민들을만났다.전쟁을통해모든인간,모든삶을조망한『전쟁과평화』와달리,『패주』는인간과삶을통해전쟁과시대를,그것의움직임과변화를조망한소설이다.졸라는『패주』를통해하나의왕조의몰락,하나의시대의붕괴를그리고자했고,이러한점에서소설의진정한주인공은장과모리스등수많은개인이아니라프랑스군대전체이며,이야기에사실감을불어넣는것은개인적에피소드라기보다스당과파리에서벌어진패전과코뮌의실제적참상이다.요컨대그가보여주려한것은개인의영웅담이아니라전쟁의현실이었다.

가차없는운명과감당하기힘든재앙속에서분명모든것이종말을맞이했다.프랑스는그처럼엄청난불행을겪어본적이없었다.잇따른패전,지방영토의상실,수십억프랑의배상금,피로물든참혹한내전,사방에널린시체와파괴의잔해물,돈도명예도없는궁핍,한마디로다시건설해야할하나의세계!그자신도찢기는가슴을거기에묻었다.(705쪽)

전쟁과정권붕괴,시대의종말을그린『패주』는졸라생전가장많이팔린소설로,강력한묘사와비극적내러티브로독자를처참했던전장의한가운데로,공포로가득했던역사의현장으로이끈다.거대하고덤불같은이소설을읽어갈수록자욱한피냄새와여기저기서터지는끊임없는신음소리를피할수없을것이며,인간의야망과희망이뿌리뽑히고프랑스역사상가장끔찍했던한시대의고통을,그러나그속에서꿈틀거리는쇄신에의희망,새로운사회를꿈꾸며다시뛰는맥박을생생히느끼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