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로 돌아갈까?

먼길로 돌아갈까?

$15.00
Description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일 콜드웰
『명랑한 은둔자』 『욕구들』의 작가 캐럴라인 냅
두 사람이 나눈 깊은 우정과 애도의 연대기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타임〉 선정 2010 올해의 논픽션 10
★ 〈워싱턴 포스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USA 투데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O: 오프라 매거진〉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2010 올해의 책

『먼길로 돌아갈까?』는 미국의 문학평론가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일 콜드웰이 『명랑한 은둔자』 『욕구들』의 작가 캐럴라인 냅을 만나 나눈 특별한 우정과, 그녀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떠나보낸 뒤 찾아온 애도의 시간을 그린 에세이다. “따로 있을 때는 겁에 질린 술꾼이자 야심찬 작가이며 애견인”이던 두 사람이 가족보다, 때로는 연인보다 가까운 관계를 맺고 특별한 마음을 나누었던 7년의 기억이, 예기치 못한 상실과 그 이후의 시간을 온몸으로 견뎌낸 기억이 담담하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저자

게일콜드웰

저자:게일콜드웰
미국의문학평론가.1951년텍사스팬핸들에서나고자랐고텍사스대학에입학해미국학을전공했다.1981년작가가되기위해동부로떠났고,지역문예평론지편집자와글쓰기강사로일하다1985년부터2009년까지<보스턴글로브>북섹션평론가로활동했다.<빌리지보이스><워싱턴포스트>를비롯한여러매체에글을실었고,2001년동시대의삶과문학에대한탁월한통찰력을인정받아퓰리처상(비평부문)을수상했다.
2010년발표한『먼길로돌아갈까?』는2002년42세의나이로갑작스레세상을뜬친구캐럴라인냅을추억하며두사람이나눈7년의우정을그린에세이다.“따로있을때는겁에질린술꾼이자야심찬작가이며애견인”이던두사람은각자가키우는개를매개로작은공동체를이루었고,서서히서로의삶에스며들어“자연스러운관계가주는따스함과홀로남겨지는자유로움”을마음껏누렸다.“먼길로돌아갈까?”는두사람의일과였던산책도중에헤어지는시간을좀더늦추고싶어캐럴라인이습관처럼하던말이다.
그밖에에세이『강한서풍AStrongWestWind』(2006),『새로운인생,법칙없음NewLife,NoInstructions』(2014),『반짝거리고소중한것들BrightPreciousThing』(2020)을썼다.현재매사추세츠주케임브리지에살고있다.

역자:이승민
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하고대학원에서문학과영화의학제간연구로석사학위를받았다.직설법과상상력이교차하는에세이를즐겁게읽고힘들게옮긴다.옮긴책으로,『뉴욕도서관으로온엉뚱한질문들』『지킬의정원』『런던을걷는게좋아,버지니아울프는말했다』『STORY시나리오어떻게쓸것인가』등이있다.

목차

한국의독자들에게…005
먼길로돌아갈까?…015
감사의말…275
옮긴이의말…277

출판사 서평

“우리는우리가만든우주,우리의작은독립국가의주인이었다.”
‘쾌활한우울증환자’와‘명랑한은둔자’의만남

두사람을이어준매개는개였다.첫만남은어느문인모임이었지만,<보스턴글로브>의베테랑평론가게일콜드웰과『드링킹,그치명적유혹』으로큰성공을거둔젊은작가캐럴라인냅은어색한인사만을나눈채스쳐지났다.인간관계에서극도로신중한두사람의성향때문이었다.몇년뒤산책길에우연히다시마주친둘은개와함께인서로에게호감을품고,그날을계기로게일의개‘클레먼타인’과캐럴라인의개‘루실’까지넷이서하는산책이그들의일과로자리잡았다.게일에게캐럴라인을만난것은“마치가상의친구를찾는구인광고를냈는데상상한것보다더재미있고멋진사람이우리집문앞에나타난상황”과비슷했다.책을읽거나글을쓰고반려견과단순한언어로소통하며온종일침묵에가까운시간을보내던“쾌활한우울증환자”게일과“명랑한은둔자”캐럴라인은이제숲속과들판,해변에서끝없이대화를하며걷고또걸었고,물이잔잔한날이면강으로나가노를저으며로잉Rowing을했다.

바닥에털썩주저앉아얼기설기낡은울타리에등을기대고있으면,개들이어둠속을뛰어다니다사이사이달려와비스킷을찾느라우리주머니를뒤졌다.상식이있거나개가없는사람들이라면어디따뜻한식당에앉아있거나여행을갔을거야,(…)그런말을하며우리는깔깔웃곤했다.그렇지만내가원하는곳은다른어디도아닌,밤하늘아래딱딱한땅바닥에앉아개들을지켜보며얘기하던바로그자리였다.(49쪽)

그무렵둘의나이는각각사십대와삼십대중반이었다.“시야가분명하고도신랄해지는나이”,삶에서새로운친구를,그것도소울메이트를만나리라고기대하기는비교적늦은시기.성장배경과기질적차이도명확했다.게일은교회와농장이가득한보수적인텍사스의농부집안에서나고자란‘반항아’,캐럴라인은대학도시케임브리지에서저명한정신분석가아버지아래자란‘모범생’이었다.그런두사람이끝없는대화를통해알게된것은각자거쳐온삶의경로가크게다르지않다는사실이었다.아버지가드리운그림자에대한양가감정,삶을지탱하는동시에무너뜨렸던술,시련과위로를함께주었던파괴적인연애관계,각자가젊은시절어렵사리이겨낸소아마비와거식증……“그깊은질곡에서빠져나와혼자만의고요한삶에단단히발을딛”고만난두사람이서로를알아보고가까워진것은어쩌면필연적이었다.“가슴속빈방”을열어지난날의경험을나누고위로를주고받는시간은두사람에게자신을지키며누군가를사랑하는법을배우는시간이기도했다.그렇게자연속에서개와함께걷고노를저으며두사람은“자연스러운관계가주는따스함과홀로남겨지는자유로움”모두를누리며서로의삶에없어서는안될존재로서서히스며든다.둘만아는농담을하나둘씩쌓아가며,갈등의순간이오면성실하게맞서며.

낡은규범에따르면모름지기남자는운동,여자는수다였다.그러나캐럴라인과나는두가지모두를연마했고,물에서그리고뭍에서함께이동한거리가길어질수록우리가디딘내면의땅도단단히다져졌음을알았다.그렇다하더라도나는지금깊은유대와일상속에서피어난우정에대해글을쓴다는것이공기를붙잡으려는시도와모든면에서닮아있음을깨닫는다.우리의결합에는일상의묵묵함과종요로움이함께있었다.장미에게자리를내주는격자울타리처럼.(132쪽)


예기치못한죽음,남겨진이의삶
그리고이야기에깃든영원한우정

충격은예기치않게찾아왔다.캐럴라인의폐에서제거할수없는종양이발견된것이다.비소세포성선암4기.병의진행은가혹할정도로빨랐고남은시간은얼마없었지만,캐럴라인은“의사들은내가얼마나강한지모른다”며눈앞의현실에의연하게맞섰다.자신보다남겨질사람들을더걱정했고,유언장을작성하고오랜연인모렐리와의결혼식을준비하면서농담을던지는담대한그모습은게일이붙여준별명‘작은야수’에그야말로어울리는것이었다.그런캐럴라인도탈모가시작되자조금씩무너져내렸다.급기야뇌출혈로인해말을하는것조차불가능해지고,끝없이이어지던대화대신“침묵의안무”가두사람사이를메운다.해마다800킬로미터씩노를젓던강인한두손과팔이이제캐럴라인의목소리를대신했다.상대의물음에는그손을꼭쥐는것으로대답하고,혼자남겨질친구를걱정하는마음은찬찬히머리를쓰다듬는행위로표현된다.끝내캐럴라인은의식을잃고,게일이할수있는일은곁에앉아서기다리는것,산사람은누구도가보지못한어딘가에있을그녀의숨소리를하염없이세는것뿐이었다.2002년6월,결국캐럴라인은마흔둘의나이로세상을떠났다.진단을받은지7주,두사람이서로의삶에들어간지7년만의일이었다.

“캐럴라인에게아직못한말이있으면다해요.”그래서나는안도하며미소를지었다.“하나도없어요.”내가답했다.“이미전부다했어요.”다음날의료진이모든약물투여를중단했다.그녀가원한바였다.다끝났다는모렐리의전화를받고나는통곡하는짐승처럼부엌에서울음을토했다.(215~216쪽)

장례식을치르고도게일은캐럴라인을쉽사리떠나보내지못했다.몸을내리누르는비탄의물리적인통증이한동안계속되며“캐럴라인의항시부재라는현실”이숨통을조여왔고,참을수없는분노를이해하기위해닥치는대로글을읽어야했다.두사람이나눈우정의무게를부질없이과소평가하거나캐럴라인의단점을꼽아보기도했다.손바닥이가죽처럼뻣뻣해지고온몸이욱신거릴때까지강에서노를젓다가도시시때때로캐럴라인에게머릿속으로,입밖으로말을걸었다.캐럴라인에게전화를걸어그녀의죽음이어떤의미였는지,자신의삶이어떻게달라졌는지이야기하고싶은충동이일때도있었다.상실의고통은너무도생생했고,그아픔을이겨낼수있다는희망을품는다면캐럴라인을배신하는것처럼느껴지던시간이었다.

캐럴라인의죽음은심장에뚫린빈자리였다.나는그자리를채울수도없고채우기를바라지도않았다.그녀의부재는그자체로하나의실재이고,범죄현장처럼보존된기억이었으며,이현장보존선을제거하는것은무도한행위일터였다.(237쪽)

그로부터꼭6년뒤,클레먼타인도세상을떠난다.다시없을친구캐럴라인을만나게해주고게일의삶에서“가장감정이확장되고즐거웠던시절에없어서는안될존재였고,가장슬펐던순간의목격자”였던반려견.두존재의죽음을경험한뒤,게일은차츰생각하게된다.자신은그이별들을견뎠고,견딜수있을거라고믿지않았던시간을지나왔다고.중요한것은“인생의근본적인슬픔속으로곤두박질치지도말고,그것이나의남은나날을규정하리라지레짐작하지도말고그저그슬픔을포용하는것”이라고.그리고마침내게일은이책을쓰는것으로“이야기라는세계의영원한현재안에우정의시간들을되살”려내기로한다.

엄청난상실은결코극복되는일이아님을이제는안다.우리는상실을받아들이고,상실은우리를깎고다듬어이전과는다른,더다정한생명체로만든다.고통자체에서해답이나온다고나는이따금생각한다.상실의슬픔과기억은그나름의내러티브를만들어낸다.(…)죽음은이야기를요구하고이야기를탄생시킨다.고대부족들이망자의무덤에꽃을함께묻은것도그런이유다.그들을다시불러오기위해,눈밭에찍힌발걸음의흔적을찾기위해,우리는이야기를한다.(268~269쪽)


빛나는시절을함께한소중한존재에바치는헌사

이제게일은캐럴라인이남긴보트를타고강에서노를저으며그녀의영원한나이와자신의나이차이를헤아려본다.함께일때보다노의움직임은느려졌을지언정,눈을감고캐럴라인의모습을떠올리며자세를가다듬는다.로잉을마치면어디선가듣고있을캐럴라인에게소리내말한다.“아마내가꽤대견하겠지.”만일시간을돌려상실의슬픔을영영모르고살수있다해도게일은캐럴라인과함께하는삶을선택하지않았을까.삶에서깊이사랑할상대를만나는것은행운같은일이며,애도란그에따르는당연한일이라고믿는사람이기에.“삶은고되고때로가장치열한싸움은고독하게치러야하지만,두려움속으로걸어들어가상처를입고나올지라도여전히숨을쉴수있다는믿음”을캐럴라인과공유했기에.그리고지금은게일“혼자전장에서버티도록내몰렸지만,이제그녀가말없는호위병이되어”마음속에함께머무르고있기에.

개들과함께뛰노는풀밭과숲에서,로잉수업과토론과한가한전화통화에서매번그녀는온전하게살아있다.이즈음그녀의죽음은저만큼떨어진,닫혔으되잠기지않은어느문너머에있다.하지만지금이순간은강바람에그을린그녀가깔깔웃고있다.곧전화가울리고우리중하나가묻겠지.지금뭐해?그러면모든게다시시작될것이다.(185쪽)

좋은우정이란얼마나위대하고아름다운가.그리고우리의삶을얼마나풍요롭게가꿔주는가.빛나는한시절마음을나눈존재에바치는헌사『먼길로돌아갈까?』는‘우정’이라는지극히보편적인가치를다시금돌아보게한다.그리고상실후“더다정한생명체”로거듭난인간의연대를뜨겁게목도하게한다.책을다읽고나면소중한사람과오래도록이야기를나누며걷고싶어질것이다.그리고산책을할때마다게일과헤어지는시간을늦추려했던캐럴라인처럼,옆에서걷는그사람에게묻고싶어질것이다.
“먼길로돌아갈까?
시간이천천히흐르도록.지금이조금더길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