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이고 부탁인 말 (이현승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 (이현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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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이란/ 후회의 편에서 만들어지고
기도의 편에서 완성된다고 할까”
실패라는 삶의 형식 속 목마른 질문들을 통해 간절히 바라게 되는
대답이고 부탁인 말, 안녕
문학동네시인선 160번째 시집으로 이현승 시인의 네번째 시집을 펴낸다. 『생활이라는 생각』 이후 6년 만의 신작 시집이다. 2002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해 20년 가까이 시인으로 살아온 그, 난해하지 않은 시어와 현실에 공고히 발 디딘 문제의식을 통해 살아감과 살아짐의 문제에 천착해온 그의 새 시집에는 우리가 서로의 쓸쓸함과 씁쓸함을, 외로움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가, 그로써 어떻게 가까스로 인간일 수 있는가 골몰한 흔적이 가득하다. ‘그럴수록 되물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실패한 적이 있지만,’ ‘자두를 골라내면서’ ‘안녕이 되고 싶어’라는 부제목들에서 시집의 뉘앙스를 짐작할 수 있다. 총 4부로 나뉜 58편의 시편들은 “후회나 기도나 우리가 할 수 없었던 일 또는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것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아파하고 풀리지 않는 일을 간구하면서 우리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평론가 오연경, 해설에서)이 되는 게 아닐지 묻는다.
저자

이현승

1973년전남광양에서태어났다.2002년『문예중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아이스크림과늑대』『친애하는사물들』『생활이라는생각』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그럴수록되물을수밖에없다
가로등을끄는사람/BirdView3/리모컨이란무엇인가/호밀밭의파수꾼/돌멩이,질문으로서의은유/플랜B/부자는천국에들어가기어려워/사물의깊이를어떻게만들어낼것인가/자각증상/DEUSBENEDICATTIBICUNCTISDIEBUS/천국의문/아이러브사커/얼음잠을자고/물구경/꽃시절-민정에게

2부우리는모두실패한적이있지만,
호모사케르/외로운사람은외롭게하는사람이다/4월/펜뚜껑/살인광시대/스포일러/은유로서의질병/자서전엔있지만일상엔없는인생/미식가들/불운의달인/문득뿔은초식동물의것이라는생각/시인의죽음2/질문있는사람/죄인/정오

3부자두를골라내면서
거기서거기인토마토/질문자유의사항2/셋중하나/바닥이라는말/처용/처용2/슬리퍼/호두의힘/웃는꽃밭/노래하는딸기/까다로운주체2/김종삼생각/귀신도살고사람도살고/마이닝크래프트/BirdView/심봉사팥도너츠

4부안녕이되고싶어
영월혹은인제/지나친사람2/회복이라는말/BirdView2/고드름/일인칭극장/위험한독서/少年易老/텅빈악수/생일소원-생일을맞은이태민으로부터/다정다감/중요한일

해설_외로움으로무엇을할것인가
오연경(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말매미한마리가우화하지못하고죽어있다.
벌어진번데기등을반쯤빠져나오다멈췄다.
다른매미들의벌건울음을배경으로
결국이게다인가요?
오늘아침의마른하늘을쳐다보며
나는물었다.하늘은묵묵부답.
신은대답하지않는한에서신이었다.
정말이지모든것을안다면
말해줄수없을것이다.
스스로대답해본다.
불행을배경으로삶을보면
어떤일도견딜만해진다.
_「질문있는사람」에서

“신은대답하지않는한에서신”이고인간은끊임없이질문하고스스로답을구하는한에서인간이리라.그러나“불행을배경으로삶을보면”누군가의행운과나의불행,나의행운과누군가의불행이무관해보이지않고,그것이현실의작동원리일때우리는어찌해야할까갑갑해지기도하는것이다.

팔이부러진신(神)은
놀라서울고,아프고,잠들고,소스라친다.

아픔을보는것만으로
몇배는더아플수있지만
결국대신아플수는없으며
할수있는것이기도밖에없는사람들이란
자기를책망하고힐난하는것밖에없다.

불행을믿고,
불안에의지하며,
행운을간구할수밖에없는
쓸쓸한신앙인일수밖에없다.
팔에붕대를감은신이깨어나
롤리팝을핥으며
세상을다가진미소로화답하기까지는.
_「셋중하나」에서

아픈아이의얼굴에떠오른‘신’,대신아플수조차없는우리는“불행을믿고,/불안에의지하며,/행운을간구할수밖에없는/쓸쓸한신앙인”으로목마른질문을계속해갈수밖에없다.“패배의기원은/가늠할수없음에있는가/아니면거스를수없음에있는가”(「자서전엔있지만일상엔없는인생」)라고물을때의무력함이,“아무리밀어내도고여오는불안과우울을/어떤것도다가능해지는환멸을/어떻게극복할것인가?”(「얼음잠을자고」)라고물을때의안간힘이,“결국이게다인가요?”(「질문있는사람」)라고물을때의갈급함은“외로움과피곤과배고픔과살고싶음이집약된,/더는아무것도이룰수없는열정으로고양된새벽”다섯시에“저기어디가로등을끄는사람이있다”는것을,“고요히다섯시의눈을감기는사람이있다”는것을알아채게한다.“불꺼져깜깜한길을힘차게걸어가는암환자”를보고,“구석으로숨어든어둠의끄트머리를할퀴는고양이소리”(「가로등끄는사람」)를듣게한다.그런존재들이보인다는건얼핏안심이되기도한다.“무너진사람은아무것도안보이니까.”(「외로운사람은외롭게하는사람이다」)

우리는만나면안녕?하고묻고
헤어질땐안녕,하고말해요.
질문이고대답이고부탁인말이안녕이에요.
엄마가제소원을묻는다면저는부탁하고싶어요.
안녕해주세요.안녕이라고말하고
우리는안녕이되고싶어요
_「생일소원-생일을맞은이태민으로부터」에서

그러므로일상에서무감각적으로반복해사용하는인사“안녕”은“질문이고대답이고부탁인말”일수있다.삶의문제가무엇하나쉽지않고자주무너질것같을지라도,우리가서로의안녕이되고자할때,이토록사력을다해살아가는일이존엄함으로이어질수있지않을까믿고싶어진다.그마음은때로작은의지와용기로이어지기도할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