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개들

도시와 개들

$19.01
Description
내가 처음으로 쓰는 소설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다룬 글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_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첫 장편소설 『도시와 개들』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2번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다. 라틴아메리카의 ‘붐 소설’을 유럽에 본격적으로 알린 소설이라 평가되는 작품으로,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학교에 입학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페루 사회의 문제를 고발한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 소설의 배경인 레온시오 프라도에서 이 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조국 페루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혹한 곳인지를 깨달았고, 그 사실을 고발하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고 결심했다.
저자

마리오바르가스요사

저자:마리오바르가스요사MarioVargasLlosa
1936년페루에서태어났다.1952년레온시도프라도군사학교를중퇴한후신문과잡지에글을썼다.1963년군사학교시절의경험을바탕으로쓴첫장편소설『도시와개들』을발표하며주목받는작가로떠올랐고,『녹색의집』으로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1990년페루대통령선거에출마했다낙선했으나,그후로도사회활동에적극적으로참여하고있다.대표작으로『새엄마찬양』『나쁜소녀의짓궂음』『판탈레온과특별봉사대』등이있다.로물로가예고스상,세르반테스상등다수의문학상을받았으며2010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역자: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스페인어과를졸업하고,콜롬비아의카로이쿠에르보연구소에서석사학위를,하베리아나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지은책으로『영화속의문학읽기』『보르헤스의미로에빠지기』『‘붐소설’을넘어서』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거미여인의키스』『콜레라시대의사랑』『염소의축제』『판탈레온과특별봉사대』『마크롤가비에로의모험』『맘브루』『이글을읽는사람에게영원한저주를』등이있다.

목차

서문
제1부
제2부
에필로그

해설|바르가스요사의첫번째소설이매력적인이유
마리오바르가스요사연보

출판사 서평

‘붐소설’을알리는효시가된
마리오바르가스요사의첫장편소설

레온시오프라도는페루의전쟁영웅이다.리마에있는레온시오프라도는그의이름을딴군사학교로,1950년마리오바르가스요사는그학교에입학했다.다양한소년들이한데모인이곳에서,그는조국페루가인종이나출신지역,성별,재산등에서비롯된차별이만연한곳이라는사실을깨달았다.그가자란중산층가정에서는상상도못할거친환경에서자란이들도있었고,먹고살기어려울만큼가난한집에서온이들도있었다.서로다른생활환경에서생겨난편견을가진채폐쇄적인공간에갇힌소년들은계급과힘의차이를들어폭력을합리화했고,혼란과분노를약자에게분출했다.학교에서보낸이년은그에게거대한트라우마로남았다.
바르가스요사의첫장편소설『도시와개들』은이레온시오프라도군사학교를배경으로한다.학교라는공동체로대변되는페루의사회문제를비판한『도시와개들』은여러출판사에서출간을거절당했다.그러다문학연구자클로드쿠퐁이이소설을우연히읽게됐고,그는바르셀로나세익스바랄출판사의카를로스바랄에게출간을의뢰했다.당시정권의검열을피할방법을찾아낼유일한사람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바랄은바르가스요사에게출간되지않은혁신적인소설에수여하는비블리오테카브레베상에응모하게했고,기대한대로이소설은상을수상했다.이후출판사는정권의검열관들과협상을진행했다.군기관에대한비판으로보일여러표현을수정한끝에,『도시와개들』은탈고한지이년이지난1963년에야출간될수있었다.그리고그해스페인비평상을수상했다.이소설은전세계에바르가스요사의이름을알렸으며,“‘붐소설’이란굉음을터뜨리는데처음으로공헌한”작품이라평가받고있다.

차별과폭력으로얼룩진야만의사회

『도시와개들』은레온시오프라도군사학교에입학한소년들의이야기다.‘재규어’는신입생들이강제로거쳐야하는선배들의신고식을유일하게피한학생이다.그는‘왕뱀’‘곱슬머리’‘산골촌놈’세사람과함께‘왕초그룹’을만든다.어느날이들은시험지를훔칠계획을세운다.보초를서던‘노예’리카르도는산골촌놈카바가건물로몰래숨어드는모습을목격한다.이사건으로생도전원에게외출금지처벌이내려지고,오래이어지는외출금지를견디지못한리카르도는장교들에게범인이카바라고고발한다.얼마후군사훈련도중에총기사고가일어난다.학교당국은학교의명예가실추될까봐조사도없이급히사건을묻으며학생의죽음은안타까운사고였다고발표한다.
군사학교는소년을훌륭한성인으로키워내사회에진출시키기위한교육기관이다.그러나학교에갓입학한소년들이가장먼저맞닥뜨리는것은상급생의폭행과그것을묵인하는장교들이다.레온시오프라도는약육강식의법칙이지배하는곳이고,그곳에서소년들은상부의폭력에복종하며살아가는법을익혀야만한다.상급생은하급생을재미로괴롭힌다.장교들은처벌이라는명목으로학생들에게폭언을퍼붓고발길질을한다.학교안에서폭력으로만들어진계급이소년들의새로운세계가되고,그들은자연스레약자를착취하며살아간다.처음에는상급생의폭력에대항하기위해만들어졌던‘왕초그룹’역시곧새로운억압자로변한다.힘이있는재규어는모두에게명령하는자리에서며,재규어의한마디에리카르도는학년전체의‘노예’가된다.
학생들이폭력에시달리는내내학교는그들을보호하지않는다.그뿐만아니라총기사고가일어나자,학교당국은오히려거대한가해자가된다.학교의명성과자신의출셋길을위해장교들은사건을조작한다.총에맞은학생의부모가자식과만나지못하게막는가하면,학생들을협박해입막음하기까지한다.절차와규범을지키려던유일한장교는결국체제에서밀려나고만다.

계급과물리적힘이지배하는‘개들’의‘도시’,그통렬한고발의기록

바르가스요사가이소설에처음붙인제목은‘영웅의거처’였다.이후다시임시로‘사기꾼들’이라고바꾸었지만만족스러운제목을찾지는못했다.책을출간하기전문학비평가호세미겔오비에도와제목을상의하는자리에서,오비에도는학교가있는지역이항상안개에덮여있고작품에안개가자주언급된다는점을들어‘도시와안개’라는제목을제안했다.그러나반응이탐탁지않자다시‘도시와개들’이라는제목을추천했다.바르가스요사는기뻐하며그게바로자신이찾던제목이라외쳤다고한다.
‘개’는레온시오프라도군사학교의신입생을가리키는은어이다.상급생들은신입생을‘개’라고부르며물건을빼앗고때리고성적으로학대한다.교사인장교들은그사실을알면서도묵인하고때로는동참한다.‘도시’는레온시오프라도군사학교가위치한리마이다.리마는페루전체의문제가응축되어있는공간이다.사회에서는원주민이나흑인의혼혈은백인에게멸시당하고,특정지역출신사람들은불이익을받으며,생활수준이비슷한사람들끼리공동체를이뤄서계급이낮은공동체를착취한다.가정에서는남자가여자를학대하며다른가족구성원에게희생을강요한다.
학교는사회의이념을교육이라는형태로재생산하는역할을한다.사회는학교에서교육받은사람들을구성원으로받아들여계급질서를다시견고하게다진다.학교에갇혀있던‘개’들은졸업후‘도시’로돌아온다.‘도시’는‘개’들이사람으로돌아갈수있는곳이다.그러나가정과사회공동체역시편견과다양한이해관계에서생겨난악습이지배하고있다.학교에서폭력적인체제에길들여지고짓눌린소년들은도시로나와다시기성사회에통합된다.이는레온시오프라도군사학교가유달리비틀린곳이아니며리마,그리고페루의다른도시역시폭력으로점철되지않은곳이없다는사실을보여준다.

레온시오프라도에서,나는내조국이아주폭력적이고고통으로가득차있으며,사회·문화·인종에따라생겨난세력이극단적으로대립하면서때로는서로잔인한싸움을벌이는곳이라는사실을재발견했다._마리오바르가스요사

이소설에서비판하는페루사회의병폐는1960년대의페루에국한된것이아니다.폐쇄적인사회의부패와위선,인종과사회계층간에존재하는권력차이,힘을선망하는그릇된남성주의와만연한폭력.거의육십년이흐른오늘날,지구반대편에있는우리나라에서도흔히볼수있는모습이다.레온시오프라도의비극은지금도우리삶의공간어디에서나일어나는일들이기에,『도시와개들』은여전히통렬한사회고발소설로서존재한다.


<관련서평>

나는이론적으로소설이라는장르는죽었다고확신했으나,지금이토록예외적인작품을마주하고있다는분명한진실앞에서그생각을접어야만했다.이작품은『돈세군도솜브라』이후스페인어권최고의소설이다._호세마리아발베르데(문학평론가)

마리오바르가스요사의책은우리시대에쓰인글대부분을추레하고얄팍하게보이게끔만들어버린다.그의작품은거대한서사뿐아니라세밀한부분마저도능숙하게조율한다._앨리스터리드(시인)

『도시와개들』은놀라우리만큼이미완성되어있는작품,더없이가혹하면서도솔직한소설이다._버나드버곤지(시인)

어린시절바르가스요사는군사정권이토해낸끔찍한사회,수십년동안이어진끝없는고통의시절과폭력의세계를마주했다.그리고그는호기심많은관중이었던그소년의입장에서독자들을당시의분위기로끌어들인다._디아리우드노티시아스


<책속에서>

“그래서네가괴롭힘을당하는거야.”알베르토가말한다.“모든사람이네가겁쟁이라는걸아니까.가끔씩주먹으로때려야다른사람이널존중해.그러지않으면그놈들이계속널깔아뭉갤거라고.”
“난군인이되지않을거야.”
“나도마찬가지야.하지만여기서넌네가원하지않더라도군인이야.”_36쪽

재규어는서서무릎을꿇은생도를경멸하듯이쳐다보았고,그멍든얼굴위로다시내려칠것처럼여전히주먹을높이들고있었다.나머지생도들은입을다물고있었다.“널보면토할것같아.”재규어가말했다.“배알도없는놈.넌노예야.”_92쪽

“군사학교생활은조금힘들거든요.”알베르토가말했다.“그런삶에익숙해지는건쉽지않아요.처음에는아무도만족스러워하지않죠.”
“하지만그것이그애를바람직하게만들었어.”남자는열의에차서말했다.“그애를변화시켰고,그애를다른사람으로만들었다고.그건그누구도부정할수없어,그누구도.넌그애가어땠는지모를거야.이곳군사학교가용기와배짱을갖게만들어줬어.더욱남자답고,더욱개성있는사람,그게바로내가원했던거야.게다가그애는이학교를그만두고싶었다면내게말했을거야.나는그애한테이학교에입학하라고권했고,그애는그걸받아들였어.내잘못이아니야.나는모든걸아이의미래를생각하면서했을뿐이라고.”_312쪽

“5학년대대생도들은몹시충격을받은상태입니다.”
“뭐라고?”대령은이렇게물으면서놀란표정으로감보아를바라보았다.“왜지?”
“생도들은아주젊습니다,대령님.”감보아가말했다.“고학년이라고해봤자고작열여섯살입니다.단지몇명만열일곱살입니다.죽은생도와거의삼년을함께생활했습니다.그러니그들이충격을받는것은당연합니다.”
“어째서지?”대령이다시물었다._367쪽
이제아침은그의앞에화사하고안전한현실로펼쳐져있었다.그리고그의불행한기억은황금빛햇살을받으면순식간에녹아버릴눈과같았다.
하지만이건거짓말이었다.군사학교에대한기억은아직도피하려야피할수없는어둡고불쾌한느낌을불러일으켰고,그느낌이엄습하면그의가슴은인간의피부와접촉한미모사처럼움츠러들었다._5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