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를 먹는 시간 : 제9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장)

웨하스를 먹는 시간 : 제9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장)

$11.50
Description
웨하스 포장을 뜯을 때는 마음부터 바스락거린다
포장지 붉은 줄을 떼어 내는 손끝에서 자그만 행복이 실눈을 뜬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은 조정인 시인의 『웨하스를 먹는 시간』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동시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는 2010년대를 통과해 2020년대를 시작하는 지금, 동시를 읽고 동시를 쓰는 사람들 앞에 도착한 이 작품을 열어 보는 일은 붉은 줄을 당겨 포장을 뜯는 일처럼 설렐 수밖에 없다. 20여 년의 시력詩歷을 지닌 조정인 시인만의 언어가 서른여섯 편의 작품 안에서 바스락거린다. 심사위원 유강희, 송찬호, 김개미 시인은 『웨하스를 먹는 시간』에 담긴 “감각의 세밀화를 완성시키는 겹눈의 시선” “새로운 층위의 동심을 일깨우는 자기만의 어법” “행간에 빽빽이 담긴 빛과 공기의 질감”을 발견하였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9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저자

조정인전미화

1998년『창작과비평』을통해등단했다.시집『사과얼마예요』『장미의내용』『그리움이라는짐승이사는움막』,동시집『새가되고싶은양파』를썼다.제2회평사리문학대상,제14회지리산문학상,제1회구지가문학상을수상했으며,『웨하스를먹는시간』으로제9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을받았다.

목차

1부나하고만눈맞추는
버찌14물구나무16피아노연주19
웨하스를먹는시간20일어서는바닥23발표24
초승달26새를기다리기로했다28열매들30

2부노래를가르쳐주던
쌀을오래들여다보았다34접시엔자두가한알36
여름이창유리에한일38뭉치40톰슨가젤은달린다42
달빛밟기45종소리를주웠다48선물50아기고양이의꽃씨52

3부얇디얇은흰
열한살의가을아침56빈방58어떤인사법60
이모네청송사과62여우비64오늘의거울속엔오늘내얼굴66
귀뚜라미별67이파리한닢이초록물고기처럼70
이벽보는제가뗄게요72

4부살래살래창가를떠다니는
자고가면안될까요?76사라지는비누80어항이된집82
태풍과장미86겨울아침89검정보드마커90
그동안고마웠습니다92벨이우는방향94
나는잎이야,작지만또렷한목소리를들었다96

해설_유강희98

출판사 서평

여름이수런대는잎사귀로바람을그린다
바람이쏟아진다

철저하고지극한관찰로그려낸세밀화

“벚나무무성한잎사귀사이?까만마침표같은/버찌하나”(「버찌」),“물그릇에서부리사이,수정이깨지는것처럼/부서져내리는/물방울.”(「새를기다리기로했다」),“여름의붓속에숨었던파도가/쏴아밀려갔다쏴아밀려온다./언뜻언뜻하늘이드러난다”(「여름이창유리에한일」),“한밤중잠에서깼어./방바닥에달빛이소복했어.손바닥으로쓸면/뽀얗게묻어날것같았어.”(「달빛밟기」).

동시집을펼치면서가장먼저독자의감각으로육박해들어오는것은마치그린듯한시각적이미지들이다.빽빽한잎사이작은검정이나하고만눈을마주치는또렷한기쁨의순간부터사나운바람이여름잎사귀를붓삼아창유리를때리며그리는격렬한감정까지,순식간에읽는사람의머릿속에그림을새겨넣는작품이여럿이다.
시인의대상을향한지극한관찰과,철저한탐색끝에선택된언어들은시라는형식안에서스스로의힘으로뛰쳐오르고솟구친다.
“시인의뛰어난회화적묘사는마치대상을시각이미지로탁본한듯한컷한컷생생한느낌을준다.그것은우리‘심장’에물빛무지개를아로새기듯강렬한인상을남긴다.그힘에의해우리는세계의심연속으로자맥질해들어갈수있다.”해설을쓴유강희시인의말처럼이독보적인능력에는로켓의발사체처럼우리를한달음에차원너머로보내는힘이있다.


접시는놀라서잠에서깼어요
휘둥그레둘레가생겼어요

이곳과저곳의경계가뒤집히는몰아의순간


냐아옹,하품하며앞다리를쭉뻗는다.

뒷다리를뻗고몸을길게늘여
바닥이되었다.

엎질러진흰우유처럼
바닥보다더바닥이되었다.

_「일어서는바닥」부분

바닥보다더바닥이된고양이는어떻게하면바닥보다더바닥이될수있는것인지물을틈도주지않고물풀이나물고기가되어종아리사이를스치고간다.할머니가일어물에담그고주무시러들어간사이,물에잠긴한바닥쌀은감쪽같이잠잠한표정이라그아래흰물새알이라도감춘것같다(「쌀을오래들여다보았다」).존재와존재가몸을뒤바꾸는순간,모습을감춘존재앞에서시간의흐름을잊은듯아득해지는순간,작은새한마리날아앉자깜짝놀라잠에서깬접시에휘둥그레둘레가생겨나는(「접시엔자두가한알」),각성과다시태어남의순간을활자를매개로통과해보는일은우리가시를통해할수있는가장가치있는경험이아닐까.
“눈을반짝이며동시집책장을넘길어린당신들을상상한다.시집읽는당신들을상상하는일만으로도가슴이설레고입가에미소가번진다.시한편읽고창가로가서작은한숨을쉬는건아닐지.문득당신들을둘러싼이세계가얼마나경이로운곳인지를천천히둘러보는건아닐지.무심히지나치던것들이나주변의일들을다르게보고새롭게보는마음의눈을갖게되면참좋겠다.”_작가의말중에서


오늘은열한살내생일
이마가환하고키가큰아침이지나갔다

세계와나의처음나눈인사,살갗으로느끼는환대의감각

시인은1998년『창작과비평』을통해등단한이후시집『그리움이라는짐승이사는움막』『장미의내용』『사과얼마예요』등을펴냈고평사리문학대상,지리산문학상,2021년에는제1회구지가문학상을수상하며자신만의시세계를축조하고있다.동시를향해서보여온부단한사랑도굳건하여,2007년출간된동시집『새가되고싶은양파』의수록작「목련그늘아래에서는」이초등6학년교과서에실리기도하였다.동시를다루는문예지와매체에꾸준히동시를발표해왔고,학교현장에서아이들을직접만나는일도계속해왔다.그런그에게『웨하스를먹는시간』으로제9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을수상한일은뜻깊었다.
“독립된장르로서동시를생각할때,시와동시의경계에서아슬아슬한외줄타기를하는나의고민은시작됩니다.어떻게아이에게다가갈것인가?여기서나는,동그랗게눈뜨고기다리는‘내가지나온내안의아이들’을불러마주앉습니다.갓지은시를아이들에게읽어줍니다.중간중간아이들의생각을묻습니다.아이들이고개를끄덕여주고때때로킥킥웃어주고손뼉을쳐줍니다.갈쌍갈쌍눈물이맺히기도합니다.”_제9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수상소감중에서(『문학동네』2021년봄호)
어린이를향한이같은시인의태도는고스란히『웨하스를먹는시간』안에놓여독자를환영한다.고유한하나의우주로존중받는감각,자신과세계의첫만남에건네지는축하를한아름받아들고만끽할수있기를바라며.

태양이불쑥내민주먹같다.
불쑥불쑥,이모네사과들은

바람과이슬을넉넉하게마시고햇살따가운여름을
양껏베어먹고자라서맛이억수로달단다.

제일잘생긴놈으로이모가따준사과한알.
수돗가에가서뽀득뽀득씻어서
껍질째깨물었다.

이슬이바람이햇살이한입에다들어왔다.

_「이모네청송사과」부분

억수로달고단단한시편들이새로이독자들에게찾아갈준비를마치고도도록하게담겼다.『달려라오토바이』『너였구나』『그러던어느날』등의그림책을통해박력있는서사를지어왔던화가전미화는『웨하스를먹는시간』의세계를신나게걸어탐험했다.물기많은색조와유쾌한묘사들을섞어감정의셈여림을리듬감있게표현한전미화의그림이시와의만남을한층즐겁게할것이다.




심사평

그의겹눈의시선은대상에곧바로진입하지않고최대한천천히내밀하게다가가감각의세밀화를완성시킨다._유강희(시인)

세계와나의끊임없는대화,심연을대하는침착하고부드러운시선을신뢰하지않을수없다.행간에빽빽한빛과공기의질감을느끼다보면그림책한권을읽는듯하다._김개미(시인)

동시에서일상적으로보이는고만고만한비유와말하기에그치지않고,자기만의어법으로새로운층위의동심을일깨우고있다._송찬호(시인)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