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김현 시집)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김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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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생이 그토록 허술한 것이라면
우리에게 왜 용기가 필요하겠어요”
일상 언어와 시적 언어의 경계를 무화하는 문법으로 자아내는 지독한 위트와 페이소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시인 김현 신작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62번 시집으로 김현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을 펴낸다. 2009년 시단에 등장해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등 네 권의 시집을 발표하고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온 김현. 첫 시집 『글로리홀』에서는 서브컬처와 혼합장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소수자의 욕망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입술을 열면』에서는 장면전환기법 등 영상문법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낯선 시적 감각을 전달한 그는 『호시절』을 통해서는 지속되는 혐오와 차별에도 커다란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수자의 기쁘고 슬픈 삶을 서정적 언어로 그려냈다. 소시집 『낮의 해변에서 혼자』를 지나 펴내는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는 그런 그가 구축해온 시세계의 방점을 찍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 언어와 시적 언어의 경계를 무화하는 독창적인 문법으로 구사하는 서늘한 풍자와 지독한 위트는 읽는 이에게 신선한 문학적 충격과 함께 짙은 페이소스를 전달한다.
저자

김현

2009년『작가세계』신인상으로등단했다.시집『글로리홀』『입술을열면』『호시절』『낮의해변에서혼자』『다먹을때쯤영원의머리가든매운탕이나온다』,산문집『걱정말고다녀와』『아무튼,스웨터』『질문있습니다』『당신의슬픔을훔칠게요』『어른이라는뜻밖의일』『당신의자리는비워둘게요』가있다.김준성문학상,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막눈물은여럿이찢어먹어야제맛
리얼한연기를위해불을피웠다/태초에이들판에한마리호랑이가있어/불멸이자기꼬리를물기위해돌았다돌았어/죽음을데리고다니는여인의입에서나온말/토종닭먹으러가서토종닭은먹지않고/오월의장미/근면한인생의고소미/사망추정/똥물따라돼지떠간다/삼나무숲에석삼너구리/걷잡을수없는곳을향해가는너의애마가/고스트듀엣/사랑의이목구비는어제오늘일이아니지/끝없이혼자서/혼자서끝없이/터치마이보디/시원시원한여자/이토록순결할수가/실존이똥칠하고서/꿀을주세요/잘가우리복희/가까운미래에우리는아날로그가됩니다/그흰빛강/오늘의시/이순정한마음을알리없으리

막간극자기야자기요즘정말
개독박멸

2막개의개같은삶과오리의오리같은삶
첫눈/전언/청첩/궁지/아멘/무덤/묘목/홍옥/호수/급훈/생일/혼니/서정/동계/춘양/뽕

3막신방에들어가표주박술을주고받고
형들의나라

출판사 서평

이시집에서가장먼저눈에띄는것은독특한구성이다.“연기를시작합니다”로시작하는‘시인의말’처럼시들은일반적인시집처럼부가아니라세개의막으로구성되어있다.
1막‘눈물은여럿이찢어먹어야제맛’은이시대를살아가는소수자들의실존적비애를자조적유머를통해그려내고있다.시집을여는첫시이기도한「리얼한연기를위해불을피웠다」에서는살아남기위해“자본주의의리얼”이된화자가“선생님/마음이우스워질수록/몸이무너져내립니다/사십년을몸에힘넣고살았으니/사십년은몸에힘빼며살아가도/의미가있겠죠”라고읊조린다.그런가하면이국에서일어난비극을되새기기도하고(「태초에이들판에한마리호랑이가있어」),사회적진보를외치는운동권청년들에게조용히희생당한여인들의목소리를들려주기도한다(「토종닭먹으러가서토종닭은먹지않고」).「사망추정」에서가정폭력을겪고다시자신의가정을만든화자가자신의자식을두고“엄마,엄마는어쩌다/살아도사는게아니다라는말대신에/죽어도죽는게아니다라는말을하게되었을까요/(……)/사평이는이제/화장실을찾아변을볼줄알고/말할줄압니다/엄마엄마가좋으면나도좋아/저아이도커갈수록/부모알기를개똥으로알겠죠/참다행이에요”라고하는대목에서느껴지는자조와뜻모를씁쓸한안도는읽는이의마음을저릿하게한다.막간극‘자기야요즘정말’을지나2막‘개의개같은삶과오리의오리같은삶’에이르면삶의여러비극의단면을그린시편들을만나게된다.그중세월호사건으로희생된학생영만이가엄마에게남기는전언을시로그려낸「☆생일-기쁨의두부고로케」는더이상말할수없는이의목소리를대신내주는시인의역할에대해새삼깊이숙고하게된다.

엄마,두부를먹으면새사람이된다는게……
생각해보면엄마,아빠형,친구들아
두부를먹을때마다새롭게태어나는우리는
아무래도미래를가진종족들인가봐

나?
나는
나에게도미래가오지요
엄마,나도이제는사람이에요
이런말을하면엄마는
너는어쩌면이렇게예쁘냐고하겠죠
봐요,나미래알아요

그러니까엄마
두부를먹을때는
내생각
_「☆생일-기쁨의두부고로케」부분

3막‘신방에들어가표주박술을주고받고’는「형들의나라」라는장시로이루어져있다.한편의소설같기도하고,서사시같기도한「형들의나라」는성소수자인두사람의사랑이야기를섬세하면서도거침없이,일상적이면서도시적으로,현실적이면서동시에환상적으로그려낸다.

이것이부모의사랑이야기이고
부모에게서만들어진이의사랑이야기이다
형우린짧을까요
길까요
두사람눈내리는강원도에가기로했다
겨울이지나갔다
형들은한집에서
이름에담긴의미를알게되고
혼령이깃든것들을귀히여기고
풀벌레울고
구름은가난한호시절을지나
전어를굽고
바지락삶는냄새
쌀과대추와밤
만물의축원속에서
두사람은신방에들어가표주박술을주고받고
이를첫날밤이라하였습니다
_「형들의나라」부분

시인은「서정」이라는시에이렇게썼다.“홍수보아라/어제네가보내준가을을잘받았노라/어디서이런가을을찾아서/보내을까/그가을에언뜻/푸른염소한마리를넣고싶더구나//그러나/넣지않았다”.이는일견평화로워보이는세상의풍경에섣부른서정을더하지않겠다는시인의다짐으로보이기도한다.『다먹을때쯤영원의머리가든매운탕이나온다』에담긴재기발랄하면서도다소날선시어들은이러한시인의마음가짐에서나온것일테다.그러나그렇기에이러한세계에서도그가기어이발견해낸서로를향한마음들이더큰위로로다가오기도한다.데뷔후수많은독자를사로잡은김현시의매력으로거침없는위트와탁월한언어감각도분명빼놓을수없겠지만결국가장주요한요소는삶을바라보는애틋한시선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때론잔혹한현실에냉소하고낙담하기도하지만,이윽고세계의다수를이루고있는소수자들삶의비애를감지해내는섬세하고사려깊은시선.김현의작품세계를확장시키는것은바로그러한시선을만들어내는그의마음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