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3

루시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3

$12.00
Description
카리브해 문학의 강렬한 목소리 저메이카 킨케이드가 그린
차가운 분노와 맹렬한 갈망으로 내디딘 홀로서기의 첫걸음
피식민자, 여성, 흑인, 이주민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반영해 소설과 논픽션을 아우르며 다수의 작품에서 식민주의, 탈식민주의, 흑인 페미니즘, 계급과 인종, 젠더와 섹슈얼리티,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다루어온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대표작 『루시』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3번으로 출간된다. 서인도제도의 앤티가섬에서 태어나 자란 뒤 열일곱 살에 외국인 입주 보모로 미국 뉴욕에 가 생활한 자전적 경험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품은 서인도제도 출신 소녀 루시가 영국 지배하에 있는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추정되는 대도시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후 일 년간의 삶을 그린다.

저자

저메이카킨케이드

저자:저메이카킨케이드JamaicaKincaid
1949년5월25일카리브해동쪽에있는영국연방내독립국인앤티가섬의수도세인트존스에서태어났다.본명은일레인포터리처드슨.1966년뉴욕주의스카스데일로건너가외국인입주보모로일하기시작한다.삼년후에는일을관두고뉴햄프셔의프랜코니아대학에서사진관련수업을수강했다.1983년소설집『강바닥에서』를출간했다.이년뒤첫장편소설『애니존』을,뒤이어『루시』를발표했다.에세이,회고록,논픽션등다양한장르를아우르며다수의작품을썼고,2004년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되었다.현재미국버몬트주에거주하며하버드대학에서강의하고있다.

역자:정소영
번역가.영문학자.용인대영어과교수로재직했으며,옮긴책으로『어떻게지내요』『책읽기를정말좋아하는사람들아닌가』『대사들』『실크스타킹한켤레』『유도라웰티』『권력의문제』『진리스』등이있다.

목차

불쌍한방문객
머라이어

차가운가슴
루시

해설|피식민소녀의착종된성장기
저메이카킨케이드연보

출판사 서평

매년노벨문학상유력후보로거명되는
현대카리브해문학의가장주목할만한작가,저메이카킨케이드

자신과세계에대해냉철하게인식하며억압에대항하는인물들의내면을솔직한필치로써내려가는작가저메이카킨케이드.강렬한여운을남기는작품들로현대카리브해문학의가장주목할만한작가로꼽히며매년유력한노벨문학상후보로거명되는그는1949년5월25일카리브해동쪽에있는영국연방내독립국인앤티가섬의수도세인트존스에서태어났다.본명은일레인포터리처드슨으로,식민지배하인고향에서영국식교육을받으며성장했다.아홉살되던해부터오년간남동생셋이연이어태어나면서엄마의관심과사랑이남동생들에게로기울자배신감과더불어애정과증오가뒤섞인복합적인감정을경험한다.엄마와의이러한관계는이후킨케이드의소설에서피식민지와지배국의관계로확장되어다루어지며빼놓을수없는소설적근간이자주제가된다.독서를즐기고학업능력이뛰어났으나학교에서는곤욕스러운학생으로통했고(“나는뚱한아이였다.말대꾸를하고예의없이군다고혼나기일쑤였다.느려터진데다가지말라는데에가있곤했다.그때까지만해도화가나서그런건아니었다.나는그저못견디게불행했다”),가정형편이어려워지자미국으로보내진다.뉴욕주의스카스데일에서열일곱살부터오페어(aupair.숙식을제공받는외국인입주보모)로일하기시작한다.그후가족들에게서오는편지를읽지않고버는돈도집으로부치지않으면서의식적으로가족과고향으로부터스스로를멀찍이떼어놓으려애쓰며이십여년뒤앤티가섬을다시방문할때까지가족과단절된삶을산다.
오페어로일하며야간학교에등록해학업을잇다가뉴햄프셔의프랭코니아대학에입학해사진을공부한다.이듬해자퇴하고뉴욕으로돌아와서는여러단기직업을전전하다1973년부터본격적으로글을쓰는작업에몰두한다.이때부터자신에게새로운정체성을주고자‘저메이카킨케이드’라는필명을사용하기시작하는데,‘저메이카’는콜럼버스가서인도제도를발견했을당시‘Xaymaca’라는섬의이름을영어식으로발음한것에서가져온식민지성을나타내는이름이며,‘킨케이드’는저메이카와잘어울리는것으로직접고른이름이다.이필명으로『파리리뷰』『뉴요커』등여러매체에단편소설과글을기고하고,뉴욕의문학계인사들과교유했다.그러던중『뉴요커』의편집장윌리엄숀을소개받아,이후이십년동안『뉴요커』의전속작가로글을썼다.숀은킨케이드의글쓰기를독려하고,그의글이보다많은독자에게가닿을수있도록실질적인도움을아끼지않았다.1983년앤티가섬에서의어린시절을담은단편소설을엮어『강바닥에서』를출간하며문단의주목을받았다.이년뒤에는앤티가섬을배경으로한애니의성장담을그린첫장편소설『애니존』을출간했고,뒤이어『루시』를발표했다.그외에도백인관광객과타락한앤티가정부를비판하는내용을담은산문『카리브해의어느작은섬』,정원을가꾸는일을정복과지배의관점에서살펴본에세이『내정원』을비롯해소설과논픽션을아우르며활발한작품활동을해왔다.모녀관계를탐구하는동시에식민주의와탈식민주의,인종과계급,섹슈얼리티,디아스포라정체성을톺아보는작품들로이산문학의새로운목소리로평가받으며모턴다우언제이블상,구겐하임펠로십,미국도서상등을수상했고2004년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되었다.

홀로서기를향한당찬발걸음을내디디며
날카로운눈으로감각한새로운세계와성난얼굴로되돌아본상실의기억들

주로자신의삶을바탕으로한자전적색채가짙은작품을써온킨케이드는1990년발표한『루시』에서1960년대후반에서1970년대초의기억을불러낸다.가족과고향으로부터멀리떨어져미국에서홀로생활해야했던자신의모습을거울처럼비춘‘루시’라는인물을빚어내고,그의눈에비친세계를생생하게그려보인다.
소설은서인도제도를떠나미국뉴욕으로추정되는대도시에도착하는것으로시작된다.1월의추운날씨와엘리베이터,냉장고에서막꺼낸묵은음식모두이제막그곳에발을디딘루시로서는생전처음경험하는것들이다.백인상류층가정에서입주보모로네아이를돌보면서차츰새로운보금자리에적응해가지만,한편으로는마주하는모든풍경에서고향과엄마를떠올린다.떠나온곳과남겨두고온사람들이설핏스치며그리워지려할때마다루시는그로부터간절히벗어나고싶어했던당시의마음을상기한다.다정하고사려깊은네아이의엄마머라이어는루시가살면서누려보지못했을것들을경험하게해주려노력한다.하지만사이가가까워질수록루시는결코같아질수없는머라이어와자신의처지를자각하고,나아가자신의출신과인종,그리고계급을의식하게된다.기차창밖으로보이는흙을막갈아엎은너른밭풍경에머라이어가감탄할때,루시는흑인노예들의고된노동만을떠올린다.활짝핀수선화를보고기뻐하는머라이어곁에서도,영국식교육을받던학창시절을떠올릴뿐이다.그리고마침내실제로그노란꽃을보게되자,무슨꽃인지알기도전에거대한낫으로땅속뿌리까지모조리파내버리고싶은욕구를느낀다.

“그녀가아름다운꽃을보는그곳에서나는비통함과원한만을본다는사실은어떻게해도달라질수없었다.우리가그장면을똑같이보고함께눈물을흘릴수도있겠지만그눈물의맛은다를것이었다.”_29쪽

루시는날카로운시선으로자신의눈앞에펼쳐진세계아래의본질을꿰뚫는다.매순간희망과절망,사랑과증오사이를오가며그내면의역동을고스란히간직한채성난얼굴로지나온시간들을되짚어본다.빼앗긴것들과기꺼이상실한것들의긴목록,그중심에는‘엄마’가있다.루시는남동생들과달리자신에게는거창한미래에대한기대를품지않는엄마에게격분한다.같은여자인데다누구보다‘나’를잘알고,‘나’와똑닮은엄마가어떻게그럴수있는지아연해한다.자신을향한엄마의사랑과관심이남동생에게로옮겨가는것을목도하면서견딜수없는배신감과상실감을겪고,그로부터피어오른분노를동력으로멀리떠나“내삶의목덜미에맷돌처럼매달린”가족이라는존재를영영잊고살아가리라결심한다.하지만먼곳으로떠나온뒤에도고향과엄마의잔상은좀처럼사라지지않는다.
루시는엄마로부터벗어나는것이야말로진정한자유를쟁취하고독립에이르는길이라여긴다.그러나엄마와의관계는다른어떤관계보다도여러맥락에서복잡하게얽혀있다.태어나기전부터자식의생사여탈권을쥐고있을뿐아니라태어난후에도자신이원하는방식대로먹이고입히며자신이바라는모습으로자식을키우고자하는엄마는영원히벗어날수없는막강한존재처럼보인다.루시는이러한‘나’와엄마와의관계를피식민지와지배국의관계로확장해바라본다.엄마는‘나’의기원이면서,때로불가항력적인권력을행사해‘나’의권리를박탈하고억압하기때문이다.루시는엄마의사랑을마음깊이갈구하지만,이는또다른배제와굴종의기억을불러올뿐이다.딸을자신의반영처럼키우려는엄마로부터떨어져나와진짜자기자신을찾기위해서,그리하여독립적인한개인으로자신의삶을재정의하기위해서,루시는비로소차가운분노와맹렬한갈망으로홀로서기의첫걸음을내디딘다.

킨케이드는자신의삶에서실제일어난굵직하고소소한사건들을다듬어소설에녹여냈다.곧장가슴에박히는분명하고도아름다운문장들로잊지못할인상을남기는그의작품들은대부분사랑을잃어버리거나거부당한경험,개인의독립과정체성확립을다룬다.『루시』는맹랑하고도통찰력있으며“정말화가많은”독보적캐릭터‘루시’를통해킨케이드가보여주는또하나의세상을바라보는시각이다.루시의눈으로세상을보고나면어떤식으로든이전과달라질수밖에없다.어쩌면책을읽기전보다조금은불행해질지도모른다.

“모든사람을조금덜행복하게만드는게내임무같아요..”_저메이카킨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