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호텔 (로라 밴덴버그 장편소설)

세번째 호텔 (로라 밴덴버그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아바나에서 뭘 하고 있어?”
낯선 여행지에서 남편이 물었다.
몇 주 전, 차에 치여 죽은 남편이.

보르헤스, 볼라뇨, 카프카와 코르타사르의 계보를 잇는
환상문학의 신세계
“로라 밴덴버그의 글이 지닌 기이함과 우아함을 사랑한다. 밴덴버그의 이야기는 살짝 뒤틀린 베틀로 짜여 있어서 늘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세번째 호텔』은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분열된, 영리하고 탁월한 작품이다. 이 책에는 노래와 같은 울림이 있다. 하지만 그 노래의 기저에 줄기차게 흐르는 기묘한 긴장감은 청각이 아닌 촉각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_로런 그로프(소설가, 『운명과 분노』)

보르헤스, 볼라뇨, 카프카와 코르타사르의 계보를 이어 탁월한 환상문학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젊은 작가 로라 밴덴버그의 장편소설 『세번째 호텔』(2018)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이자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 소개되는 밴덴버그의 작품이다. 갑작스럽게 뺑소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주인공이 쿠바 아바나에 갔다가 죽은 남편과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이 소설은 공포영화와 여행소설의 문법을 전복적으로 사용해 삶과 죽음, 자아와 정체성, 결혼과 사랑, 젠더와 여성에 대한 밀도 높은 탐구와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낡고 빚바랜 구시가지와 매끈하고 화려한 신시가지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쿠바 아바나의 풍경은,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 위에 불쑥 침입한 초현실적인 사건의 밑그림으로서 더없이 적절하다. 작가는 계속되는 혼란 속에서 인지 부조화와 정신적 탈진을 겪는 주인공의 심리를 건조한 듯 담담한 문체로 묘사하며 기이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이야기의 미로 속에서 유령인지 환상인지 모를 남편의 뒤를 쫓는 주인공의 여정은 불가해한 공백과 반전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서사적, 심리적 공백을 메우는 일은 철저히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세번째 호텔』은 한 여성이 겪는 불가사의한 사건의 이면을 더듬어가는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 베일 뒤에 감춰진 것은 사건의 전말이 아니라 이야기의 공백 속에서 당신이 발견하게 될, 어쩌면 당신이 마주하고 싶지 않을 무언가이다.
저자

로라밴덴버그

LauravandenBerg
보르헤스,볼라뇨,카프카와코르타사르의계보를이어탁월한환상문학의세계를보여준다고평가받는작가.1983년플로리다올랜도에서태어나자랐다.롤린스칼리지를졸업한뒤보스턴으로건너가에머슨칼리지에서문예창작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2009년첫단편집『모든물이우리를떠난다면세상은어떻게될까WhattheWorldWillLookLikeWhenAlltheWaterLeavesUs』를,2013년두번째단편집『청춘의섬TheIsleofYouth』을발표했고,두작품이연이어프랭크오코너국제단편소설상최종후보에올랐다.2015년첫장편소설『나를찾아봐FindMe』를출간하며,기묘하고독창적인작품세계를구축한뛰어난신예작가라는평을얻었다.두번째장편소설인『세번째호텔』(2018)은갑작스럽게뺑소니사고로남편을잃은주인공이쿠바아바나에갔다가죽은남편과마주치게되면서벌어지는기이하고초현실적인이야기를다룬다.공포영화와여행소설의문법을전복적으로사용해삶과죽음,자아와정체성,결혼과사랑,젠더와여성에대한밀도높은탐구와날카로운통찰을보여주는이작품은영라이언스소설상(2019)최종후보에올랐고,〈보스턴글로브〉〈라이브러리저널〉,BBC,릿허브등다수의매체에서추천도서로선정되었다.2020년출간된단편집『늑대의귀를잡다IHoldaWolfbytheEars』는조이스캐럴오츠프라이즈후보에올랐다.컬럼비아대학교,워런윌슨칼리지,하버드대학교등에서문예창작을가르쳐왔으며,현재남편인폴윤작가와함께매사추세츠케임브리지에살고있다.

목차

1부손톱_011
2부병적인욕구_123
3부미지의법칙_239

참고자료와감사의말_321
옮긴이의말_325

출판사 서평

죽음에서돌아온것들과사투하는
‘최후의여자’클레어의기기묘묘쿠바여행기

“당신은죽었어,클레어는생각했다.어떻게그걸잊은거야?”_본문150쪽

12월의어느날,클레어는혼자서쿠바아바나에도착한다.공포영화연구자였던남편을대신해아바나에서열리는영화제에참석하기위해서다.원래는부부가함께올예정이었으나그러지못했다.클레어의남편리처드가오주전에뺑소니사고로죽었기때문이다.클레어는공항에서택시를탔지만주소를잘못말하는바람에두번이나엉뚱한호텔에갔다가세번째시도에겨우예약한호텔에도착한다.그래서그곳을‘세번째호텔’이라부르기로한다.그녀는남편이고대했던좀비영화〈레볼루시온좀비〉의개막상영에갈생각이었지만,영화관앞에다가서자이상한일이벌어진다.클레어와영화관사이에투명한벽이솟아오른것처럼한발짝도더다가갈수가없는것이다.클레어는결국관람을포기하고아바나의거리를헤매기시작한다.승강기회사의영업사원으로서평소에출장을수없이다녔지만목적없이혼자여행을해본적은거의없어서모든것이낯설고불안하게느껴진다.그러나진정한공포는익숙한것으로부터온다.어느박물관앞에서발견한,소름끼치도록낯익은남편의얼굴로부터.거리위에서죽은남편과마주친순간,그와함께땅속에묻혀있던과거의유령들이일제히깨어나섬뜩한눈빛으로클레어를돌아본다.남편과의사이에해결되지못한채남겨진갈등과의문들,그리고애써억눌렀던후회와죄책감.이제클레어는남편을찾아생경한도시를헤매며죽음에서살아돌아온온갖공포스러운것들과사투해야한다.남편의공포영화논문에자주등장했던‘최후의여자(FinalGirl)’,목숨을건결전을벌이고끝내살아남는마지막여성생존자가되기위해서.

삶과죽음이전복된곳,
끝없는불확실의심연속으로

『세번째호텔』은공포물과여행소설의토대위에서두장르의규칙과문법을전복하는방식으로쓰인작품이다.먼저이소설을지배하는정서는‘공포’다.낯선장소에서논리적으로는설명할수없는기이한현상을경험하게되는여성의이야기라는설정은공포물에서흔히볼수있는서사적구조를차용한것이다.그러나묘하게도『세번째호텔』에서공포를불러일으키는것은‘죽음’,즉중단된삶이아니라‘삶’,즉중단된죽음이다.죽은것이아니라죽지않은것(theundead)이다.오히려남편이비극적으로죽음을맞이한세상은슬픔의영역일지언정공포의영역은아니다.그러나죽음이지닌확실성이파괴되어버린곳,규칙과관습이작동하지않는낯선세상에서주인공은끝을알수없는불확실의공포속으로추락한다.

공포에서벗어나기위해,클레어는자신이목격한불가해한현상의답을찾아아바나의거리를돌아다닌다.그러다우연히‘양자물리학과내세’라는세미나를강연하는교수를만나죽음에대해,죽음후의세계에대해묻는다.교수는삶과죽음을바라보는클레어의편협한시각을지적하며이렇게대답한다.“우주의모든가능성은동시에발생하지만우리인간들은너무제한적이어서,너무나도제한된존재라서,우리의의식이그모든가능성을단하나의가능성으로납작하게눌러버리는데,그게이른바생(生)이라는겁니다.”클레어는교수의말을듣고어쩌면자신이이곳에서목격한남편은그녀가알던그리처드가아니라‘어떤다른’리처드,수많은가능태중하나일지도모른다는생각을한다.그렇다면이곳에존재하는그녀역시그러한가능성중하나가아닐까?그순간단일하고고정된주체로서의자아는무너져내린다.이지점에서소설은긴여정끝에진정한자아를찾아집으로돌아가는여행소설의문법또한완전히전복시킨다.이제주체로서의지위를상실한클레어는되살아난남편에게묻고싶었던단하나의질문을고스란히돌려받는다.“아바나에서뭘하고있어?”그리고그녀는그질문에답하지못한다.

흰상자속중첩된가능성의세계,
치밀한사고실험으로서의문학

클레어는아바나로오기전,병원에서보낸남편의유품에서작은흰색상자를하나발견한다.모서리가테이프로봉해진그상자를그녀는끝내열어보지못하고아바나까지들고와서호텔방의금고안에넣어둔다.‘슈뢰딩거의고양이’실험을연상시키는그밀폐된상자는삶과죽음이중첩된가능성의세계에대한은유로서소설전체의축소판처럼보이기도한다.결국『세번째호텔』은독자를위해치밀하게설계된일종의사고실험이다.작가는섬세하고능수능란한솜씨로,철저히계산된혼란을빚어낸다.그리고소설속에서어느영화감독이공포영화의진정한목표라고말했던것,“현실세계에서길을안내하는도구를빼앗고,그것을다른종류의진실을알려줄나침반으로대체하는”일을완벽하게수행한다.로라밴덴버그의뒤틀린우주에서,일반적인서사의문법은모두힘을잃지만당신이공포물속에있다면명심해야할규칙한가지는여전히유효하다.한순간도방심하지말것,가장안전하다고생각한순간에위험은당신의등뒤에바짝다가와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