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을 가리는 손 (서희원 평론집)

얼룩을 가리는 손 (서희원 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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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비평을 통해, 그리고 인간을 향해”
서희원의 첫 평론집. 현대문학상 수상작 수록
2009년 문화일보에 「역사의 폐허를 재현하는 실재의 시선-편혜영과 백가흠의 소설」이, 같은 해 세계일보에 「근대 세계 체제의 알레고리 혹은 가능성의 비극-강영숙의 『리나』를 읽는다」가 평론 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한 서희원의 첫번째 평론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이래 꾸준히 한국 현대문학의 최전선에서 비평가로 활동해온 그가, 몇 권의 책으로 묶일 수많은 원고들 속에서 가려내어 12년 만에 내어놓는 첫 단행본이다. 문학과 사회에 대한 폭넓고도 조밀한 관심을 바탕으로 힘있고 섬세한 문장을 써내려가는 서희원. 그의 ‘가리는 손’이 머무르는 곳은 비단 한국문학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와 사회현상, 나아가 음악과 세계문학에 이르기까지 광대무변하다. 『얼룩을 가리는 손』은 문학과 삶-문학과 사회가 간단없이 순환하는 살아 있는 광장이자, 보편과 특수가 교유하며 하나되는 문학의 본질 그 자체를 증명하는 도저한 글로 가득하다.
저자

서희원

1973년서울에서태어났다.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공부했고,동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2009년문화일보와세계일보에평론이당선되어본격적으로비평을쓰기시작했다.현재동국대학교다르마칼리지에서강의하고있으며,월간『현대문학』의편집자문위원이다.2019년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

1부꿈꾸기위해서는눈을감을것이아니라읽어야한다
소설의얼룩-김애란의『바깥은여름』
도서관의미친소설가들
노인을위한문학은아직젊다
헤테로토피아의설계자들혹은희망적괴물-오한기와정지돈의단편소설에대하여
'괴물'과공모한인간들의불안-나홍진의〈추격자〉를읽는다

2부한낱의인간
유랑하는인간,세계의개인-김영하의『검은꽃』
근대세계체제의알레고리혹은가능성의비극-강영숙의『리나』를읽는다
역사의폐허를재현하는실재의시선-편혜영과백가흠의소설
페스트시대의소설-김애란,윤이형,강영숙의소설에대하여
키치적구원과구원없는삶
누구에게는모든것인우연또는시적상상력의소설-조현론

3부DiesIrae
분노의날
폭력의미래혹은문학의진화
죽음이말하지못한것,문학이말하는것-박성원과김유진의소설
비평을통해,그리고인간을향해-서영채,류보선의비평에대하여
‘여성’의두얼굴,메두사와바우보-김민정론
아마도아프니까-이제니시의실렙시스와윤리에대한시론(試論)

4부이왕이면책을읽는꿈으로
죽는것은잠드는것,아마꿈을꾸겠지-최제훈의『퀴르발남작의성』『일곱개의고양이눈』
우아하고감상적인살인의리듬-김언수의『설계자들』
한없이투명에가까운자아-임영태의『아홉번째집두번째대문』
InColdWater-정유정의『7년의밤』
싱크홀-정아은의『잠실동사람들』
인간은항상자기가사랑하는것에대해말하는데실패한다-『내가태어나서가장먼저배운말』

출판사 서평

제목‘얼룩을가리는손’은“세목또는디테일이라고표현하는세세한것들”다시말해문학의다른모습인‘얼룩’과가공의흔적이없는듯위장-은폐하는창작자의손/얼룩이품은흔적을짚어분별-조사하는비평가의‘가리는손’에서연유했다.‘얼룩을가리는손’은읽은것을쓰는‘비평’을상징하는말이자,한평론가의문학관을넉넉히짐작하게하는단하나의문장에다름아닐것이다.“손과손이무수히뒤엉키는과정”(‘책머리에’)에서또하나의문학은탄생한다.

‘얼룩’은대상과시선사이에존재하는기묘한흔적이다.얼룩은세목이놓인자리로시선을이끄는진실의이정표이며어떤경우세목그자체이기도하다.그것은대상또는대상을통과해바라보도록되어있는이상적인응시를방해하고시선을자신에게고정시킨다.얼룩은자신이믿는것을보고자하는맹목적인시선과대상의유착된관계에약간의틈을내며,자동화된사유를일시정지시킨다.상징적질서속에서얼룩은빠르게제거되어야할더러운잉여나불필요한세부에불과하지만종종그것은보이지않는실재에대해,감추어진삶의진실에대해,‘잠시’생각하게해준다.
_「소설의얼룩」에서(16쪽)

“책그리고삶이다.책또는삶이아니다.”
읽고,쓰고,사는길목에서발견한삶의세목들

“책그리고삶이다.책또는삶이아니다.먼저문학이삶에대해서알려주고,삶의시행착오를통해실습을하고,좀더세목을잘읽는능숙한독자가되어책으로돌아오고,좀더삶을잘읽는사람이되어살아간다”(「소설의얼룩」)는서희원의문장은『얼룩을가리는손』전체를관통한다.이각별하고도의미심장한문장의영향아래,한평론가의고유한비평세계가축성되는과정을함께따라가보자.
1부,‘꿈꾸기위해서는눈을감을것이아니라읽어야한다’에서는김애란,최제훈,김희선,정지돈,오한기의소설을통해읽기와쓰기의의미,책과삶의관계성,나아가서희원의문학적인장이라고볼수있을‘얼룩-세목’의의미를도출해내한국소설의‘지금’을조망한다.특히현대문학상수상작인「노인을위한문학은아직젊다」에서는세목이세계로확장하는경이로운순간과젊음과노화가뒤섞이는기이한변증의장을마주하게될것이다.
2부,‘한낱의인간’은세계속의한개인을파고드는동시에역사·사회와상호작용하는문학속인물들의인생유전을조명한다.김영하의『검은꽃』의에네켄농장속인물들,강영숙의『리나』속국경을넘나드는‘리나’,편혜영,백가흠,윤이형,김이설등의소설을통해상상을압도하는재난과실재의스펙터클을분석하며자본주의시스템의상흔역시낱낱이들추어낸다.
3부,‘DiesIrae’(라틴어로‘분노의날’)는“20세기가이데올로기적‘폭력의세기’였다면,21세기는탈정치적폭력으로과도하게충만한시대”(「폭력의미래혹은문학의진화」)임을최진영,박성원,김유진의소설을통해고찰한다.문학작품속분노,광기,폭력,죽음은비판되어야할부정성의한양상이아니라문학에부여된운명이자때로는문학적선택이라는사실이자못새롭다.
4부,‘이왕이면책을읽는꿈으로’는최제훈,김언수,정유정의단행본에바싹다가서서읽어낸‘클로즈리딩’의결과물로풍성하다.텍스트의정면과배면을넘나들며작가와작품의본질에성큼다가서는솜씨를부족함없이만끽할수있을것이다.

소설은어떤이에게는“누구에게나아무것도아닌”의미없는것들의나열이며,언어의낭비로이해될것이다.하지만밤하늘의별처럼흩뿌려진소설속무수한단어와문장들이우연처럼만나축적되는상상력의거대한흐름은,창작과독서와사유의과정을통해운명처럼조우하는개인들의만남은,누구에게는모든것인가능성의우주이다.조현의눈에빛나는별이순정만화에서가져온캔디의것이면어떻고,루카치의것이면어떤가.경도와위도에따라볼수있는별이다르듯이,한시대에는그시대의별이존재한다.하나의영혼이다른영혼에덧대어지고,애틋한연민과이해심,시적상상력이우연한마주침을끌어안는다.이렇게우주는조금씩사랑스러워진다.
_「누구에게는모든것인우연또는시적상상력의소설」에서(233쪽)

서희원은이이채로운여정의끝을“문학이가치있는것은그것이역사와는달리‘실패’를통해삶을말하고있기때문”(「인간은항상자기가사랑하는것에대해말하는데실패한다」)이라는문장으로마무리한다.이는또다른‘읽기’를우리에게요구하는문장이자,정확하게앞서말한‘책그리고삶’의순서를지시하는문장으로다시금이어진다.우리는“꿈꾸기위해서는눈을감을것이아니라읽어야”하며,그리할때비로소“지금과는다른,더많은삶을살아보는것은어렵지만문학을통해그렇게살아본사람처럼세상을읽어내는것은가능”(「소설의얼룩」)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