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1 Идиот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5

백치 1 Идиот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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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소설의 가장 주된 의도는 진실로 아름다운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이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특히 지금은. _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백치』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5, 206번으로 출간된다. 『백치』는 『죄와 벌』에 이어 도스토옙스키가 두번째로 집필한 장편소설로,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진실로 아름다운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주인공 므이쉬킨 공작은 작가가 만들어낸 이상에 가까운 인물이다. 사회의 규범이 아닌 선한 인간성을 따르기에, 속물적인 사회에서 그는 ‘백치’일 수밖에 없다. 도덕적인 힘을 지닌 므이쉬킨 공작은 모든 인물의 가슴속에 사랑과 연대를 불러일으키며, 이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알료샤로 이어져 진실된 선(善)과 구원을 완성한다.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아끼고 사랑한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

도스토옙스키

저자:표도르도스토옙스키ФёдорДостоевский
1821년러시아모스크바에서영락한시골귀족이자빈민병원의사의둘째아들로태어났다.1846년『가난한사람들』을발표해‘새로운고골’이라는문명을얻었다.1849년사상죄목으로체포되어사형을선고받으나처형직전감형되어시베리아에서사년간혹독한수형생활을하며수차례심각한뇌전증발작을겪었다.이후사년간의병역의무형을마친뒤1859년페테르부르크로돌아와창작활동에매진해『죄와벌』『백치』『악령』등을꾸준히출간했고,『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을마지막으로1881년사망했다.

역자:김희숙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뮌헨대학교슬라브어문학과학부및동대학원을졸업했다.서울대학교노어노문학과교수를역임하였으며,현재는서울대학교명예교수로있다.지은책으로『보리스필냐크의장식체소설연구』가있고,옮긴책으로『죄와벌』『러시아의밤』『스페이드여왕』『줄』『마야코프스키의삶과예술』및공역으로『고대러시아문학의시학』『러시아기호학의이해』『말의미학』『러시아현대소설선집1』등이있다.

목차

제1부
제2부

출판사 서평

도스토옙스키가가장아끼고사랑한작품
진실된선(善)과구원의형상

1849년,도스토옙스키의인생을바꾼일이일어났다.사상범으로체포되어사형선고를받았다가형이집행되기직전특별사면된사건이다.그는한때이성과논리로세상을바꿔야한다고믿은젊은사상가였으나,팔년에걸친시베리아유형생활은그의세계를완전히바꿔놓았다.이성과관념이아닌신앙과사랑만이세상을바꿀수있다믿게된것이다.첫장편소설『죄와벌』은이러한변화의결과물로,이념과사상에얽매인나머지넘어서는안되는선을넘은라스콜니코프에게신앙과사랑을품은소냐는구원의길을열어준다.첫소설에서진리와거짓을나누는척도를세운도스토옙스키는뒤이어지상에서구현가능한가장이상적인존재를창조하고자했다.그렇게두번째장편소설『백치』가탄생했다.
도스토옙스키는친구마이코프와조카소피야에게보낸편지에서이소설의주된의도는‘진실로아름다운인간’을묘사하는데있다고썼다.그에게완전히아름다운존재는오직한사람,그리스도뿐이었다.지고의도덕과선한의지,바로그아름다움이세상을구할수있는힘이라여긴것이다.그가『백치』의초안에서주인공므이쉬킨에게붙여준이름은‘그리스도공작’이었다.

궁극적인구원으로이어지는사랑

『백치』의주인공은므이쉬킨공작이다.발작을일으키는병을앓던므이쉬킨은몇년간외국에서요양하다러시아로돌아온다.병때문에교육을받지못해세상물정을모르는데다소박한성품탓에타인을의심하지않아,사람들은그를‘백치’라고부르곤한다.므이쉬킨은우연히한사업가의정부나스타시야의사진을보고그얼굴에서큰고통을느낀다.한편로고진은오래전부터나스타시야를격렬하게사랑해왔고,돈으로라도그녀를소유하려고한다.므이쉬킨은나스타시야를괴로움에서구해주고싶어하지만,자신의본모습을알아준므이쉬킨에게감동한나스타시야는공작의미래를위해그의제안을거절하고로고진의청혼을받아들인다.예판친장군의막내딸아글라야는가식으로가득찬상류사회에환멸을느끼는총명한소녀이다.그녀는세속에물들지않은므이쉬킨에게관심을갖고,그역시아글라야에게매료된다.그러나나스타시야가로고진과결혼하겠다는말을몇번이나번복하면서,네사람의관계는서서히뒤틀리기시작한다.
네사람의관계는사랑이라는감정으로엮여있다.그러나다른이들과달리므이쉬킨에게사랑이란개인에한하는애욕이아니다.그는인류전체를사랑하고연민하며,인간을수단이나장애물이아닌한사람의인간으로바라본다.므이쉬킨의사랑은사람들에게타고난선함을일깨운다.나스타시야는그의진실한말에흔들리며,로고진은질투로몸부림치면서도그를형제로여긴다.그와마주하고이야기를나눈사람들은하나같이그에게감화되어외친다.“그런데어째서아까나는당신을백치라고생각했을까요!”도스토옙스키의작품안에서언제나궁극적인구원은바로이런사랑과함께한다.사회적규범이나계산에얽매이지않고인간자체를사랑하는므이쉬킨공작은도스토옙스키가추구하는구원의형상인것이다.
그렇지만당시도스토옙스키에게러시아는어둡고부패한곳이었다.그렇기에『백치』의이야기는비극으로흘러간다.고대그리스어idiotes는‘사사로운자’,즉세상의삶에참여할자격이없다고여겨져배제되는사람을가리키는말이었다.순수한이상에가까운존재는타락한세상에뿌리박지못한다.공허한이념,돈을위해인간을상품으로여기는사태등은끝내사라지지않고,므이쉬킨은세속의규범에서배제된다.그는결국‘백치(идиот,idiot)’로남을수밖에없다.
그러나이세상이결코구원받을수없는곳은아니다.『백치』의등장인물들은허영과욕망에서벗어나지못하지만,그들사이에서도사랑과연대는나타난다.모든사람의안에는선이깃들어있으며,므이쉬킨과마주하는사람들은때때로악을이겨낸다.『백치』의이야기가비극으로흘러가면서도희망을잃지않는것은이때문이다.므이쉬킨의선량함은비록당장은세상을구원하는데실패한듯보일지모르나,그고결함은마침내『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의알료샤에게로이어진다.『백치』는도스토옙스키가평생에걸쳐추구한진실된아름다움의원형이자,그의작품세계를완성하는‘사랑과구원의길’인것이다.



관련서평

므이쉬킨이번뜩이는섬광속에서겪은것,도스토옙스키자신이비난에직면하고도선지적인관점을갖고서앞으로나아간순간겪은바로그무언가를우리역시삶에서한번은겪어봐야만한다._헤르만헤세

어느날내가작은서점에들어갔을때처음으로본것은금색의‘백치’라는단어였다.그단어가책장상단에서내게달려든것이다.그날이후나는매년이책을재독한다.이소설제1부의이야기전개는더없이뛰어나다._에릭호퍼

도스토옙스키를처음으로읽은날밤내인생에서가장중요한,심지어첫사랑보다도더중요한사건이일어났다.그독서가내세상의모든면을다바꿔버렸다._헨리밀러

누구도복잡한인간구조를도스토옙스키만큼분석해내지는못했다.그의심리적인감각은압도적이며,우리의잣대로는그의위대함을감히평가할수없다._크누트함순


본문발췌

하지만가장강하고으뜸가는고통은아마도상처에서느끼는고통이아니라,이제한시간뒤면,그다음엔십분뒤면,그다음엔삼십초뒤면,그다음엔이제,지금당장―영혼이육체에서날아가버리고자기는이미인간이길멈추게된다는사실을확실하게안다는점,이것이이미확실하다는점바로그것입니다._1권42쪽

아주어려운일에서도아이가더없이중요한조언을해줄수있다는점을어른들은몰라요.오,하느님!이어여쁜어린새가신뢰에찬눈으로행복하게여러분을바라보는데,이어린새를속인다는건부끄러운일아닌가요!_1권122쪽

“대단한힘이야!”언니의어깨너머로열심히사진을들여다보던아젤라이다가갑자기소리쳤다.
“어디에?무슨힘이?”리자베타프로코피예브나가날카롭게물었다.
“이런아름다움은―힘이에요.”아젤라이다가열광하며말했다.“이런아름다움이라면세상을뒤엎을수도있어!”_1권146쪽

가슴은있고머리가없는바보는머리가있고가슴은없는바보만큼이나불행한바보란다.이건만고의진리야._1권147쪽

지금당신이입폴리트를판단하듯그런식으로사람의영혼을바라보고판단하는건아주거칠고난폭한일이니까요.당신에겐섬세한배려라는게없어요.오로지진실밖에모르고,그래서―불공정한거예요._2권192~193쪽

우스꽝스럽다는것은때에따라선오히려좋은일이며,그편이오히려낫습니다.서로를더빨리용서하고더빨리화해할수있으니까요.한꺼번에모든것을이해할순없고,완전한상태로부터바로시작할수는없는노릇아닙니까!완전함에도달하기위해서는,그전에많은것을이해하지못한채있어야합니다!그리고너무빨리이해하면,제대로이해하지못할수가있습니다._2권4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