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대지

$19.85
Description
땅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애착과 잔혹한 욕망
모럴을 해체하는 노골적이고 야수적인 서사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에밀 졸라의 문제작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제15작 『대지』(1887)가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대지』는 발자크의 『농민』과 더불어 19세기 프랑스 농촌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땅을 부의 형태로 인식하기 시작한 농부들이 집요한 소유욕으로 난폭한 살인자로 변해가는 모습과 함께,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다시 돌아가는 양육자 땅, 관대하고 평화로운 위대한 어머니 땅에 대한 사랑을 그린” 대작이다. 인간을 지배하는 환경으로서의 땅, 그 피지배자 인간의 유기적인 삶을 반목가적 관점에서 그린 『대지』는 발표 직후 반도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작가가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자연의 순환리듬에 따라 살아가는 자연적 존재인 농부들을 관찰하면서도 고유의 상상력으로 인간 삶의 조건을 진실하게 성찰한 작품으로 재평가되었고, 프랑스 북부 탄광촌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총서 제13작 『제르미날』과 쌍을 이루는 걸작으로 널리 사랑받게 되었다.
저자

에밀졸라

저자:에밀졸라


역자:조성애
연세대학교불문과를졸업하고미국뉴욕주립대학교문학석사,프랑스파리3대학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연세대학교강사로재직했다.현재는연세대학교인문학연구원전임연구원으로있다.연구분야는19세기프랑스자연주의문학(에밀졸라),대중문화연구,축제문화연구등이며저서로는《공간,어떻게읽을것인가》,《자연주의미학과시학》,《사회비평과이데올로기분석》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사실주의문학의이해》,《상투어》,《소설분석》,《중세미술》,《유토피아》등이있다.

목차

제1부………7
제2부………113
제3부………245
제4부………359
제5부………505

해설|『대지』,잔혹한인간욕망의신화………655
에밀졸라연보………669

출판사 서평

땅이라는위대한젖줄에대한강렬한사랑과속박의대서사
“땅은기쁨이요,삶의유일한근원이었다.”

루공마카르총서는작가로갓데뷔한젊은졸라가19세기프랑스제2제정기인간과사회를총체적으로그린다는구상아래1870년『루공가의탄생』에서1893년『의사파스칼』까지22년에걸쳐20권으로완성한시리즈로,프랑스문화와풍속을담은사료와도같은문학적성취다.그중국내처음으로번역소개되는『대지』는1887년출간당시존속살해,근친상간,가족학대등금기와폭력이난무하는데다죽음,살인,출산장면등의묘사로사회에대단한충격을안겼다.제3공화정시대는안정된생활을누리던자산가층이노동자들의생존요구앞에불안을느끼던시대였으므로,상대적으로농부들에대해서는모범적이고안정된이미지를가지고싶어했다.졸라는이런보수적이념에반기를들고,밀레의<만종>과같이삼종기도종소리에일을멈추고기도를바치는이상적인이미지와는정반대로농부를난폭하고신앙심없는인물들로,땅을차지하기위해서라면살인도마다않는파렴치한인물들로그려냈다.졸라에게동조하던젊은작가들이‘5인선언’을발표하며반발했다는일화나,절친한작가아나톨프랑스가“방탕한농경시”라평했다는일화는특히유명하다.그러나시간이흘러문학적표현에대한인식과이해의폭이확장되며오늘날『대지』는광대한전망과심오한의미를지닌자연주의문학의대표작으로새로이인식되고있다.
소설의무대는프랑스의대표적곡창지대인보스평야의로뉴마을이다.이탈리아전쟁에참가한뒤제대하고이마을로흘러들어온장마카르는한농장에서일하며리즈와프랑수아즈자매와가까워진다.자매의백부인푸앙은나이가들어농사가힘에부치자,오랜세월일구고지켜온땅을세아들딸에게상속하는데,차남뷔토는자기몫이마음에들지않는다며상속을거부한다.노인이생전에자식들에게땅을분할해준이순간,양육자이자어머니라는땅의신화적이미지는사라지고탈신성화되면서땅은소유의대상이자부의형태,가장욕망하는것으로바뀐다.한편,뷔토의아이를임신한리즈는혼자아이를낳고동생프랑수아즈와함께키우는데,아버지가급사하자곤궁에처한다.이방인이던장은이런리즈와결혼해마을에정착하려고꿈꾸지만,뷔토에게미련이남은리즈는그에게좀처럼곁을주지않는다.그이년후,로뉴마을을통과하는간선도로가건설되고리즈와프랑수아즈가소유한땅의가격이치솟자뷔토는자기상속분도받아들이고자매의땅까지차지할속셈으로리즈와정식으로혼인한다.이후땅과돈에얽힌가족의갈등과싸움이끊이지않고,푸앙노인은아내마저세상을떠나자더비참한신세로전락해자식들집을전전한다.장은결국리즈의동생프랑수아즈와우여곡절끝에결혼하지만,뷔토부부의탐욕과간섭으로불행한나날을보낸다.세월이흘러푸앙노인은쓰러지고,프랑수아즈는가족의손에죽음을맞는다.그리고이비극은더끔찍한비극을낳고,장은아내와삶의터전이되어줄것같았던땅까지모두잃은채,땅에대한그들의무서운집착에몸서리치며보스평야를떠나다시전쟁터로향한다.주인공이자화자인그는소설첫머리와말미에반복해서그려지는‘씨뿌리는사람’을상징하는데,첫머리에서파종을하는주체였다면,말미에서는아내프랑수아를잃고푸앙집안에서도쫓겨나농촌생활에대한환멸을머금고전쟁터로떠나는,넓디넓은평야에서개미떼처럼부지런히일하는농부들을체념한채바라보는객체로그려진다.

흙은불타없어지지않는다.대지는언제나젖어미처럼거기있을테고,씨뿌리는사람들을먹여살릴것이다.대지는영원히그곳에그렇게존재하고사람들은땅에서더많이얻길바라며여전히밀을키워낸다.(651쪽)

봄부터겨울까지사계의순환이펼쳐지는광대한곡창지대에서살아가는소박하지만교활하고,검소하지만인색한농부들은악착같이땅에집착하고,땅에지배당하고흔들리지만,졸라가그모습을통해구현하려한것은이러한인간의욕망과시비에아랑곳없이영원히존재할땅에대한믿음과그위대한생명력이다.

19세기농촌과인간,사회의생태를통찰한
졸라의힘찬필치가응축된역동적걸작

『대지』는농촌사람들의성격과욕망,관습,삶의조건과실제생활,농부와도시노동자의상충되는이해관계나농산물무역정책등의광범위한사회적문제에섬세한자연묘사에이르기까지끊임없이태어나고죽어가는것들의모태인땅에대한신앙을지닌인간의이야기를담은역동적인소설이다.농촌르포르타주와도같은이힘찬소설에서무엇보다눈에띄는것은농민들의욕망과야심이고,그것을이루기위해스스로에게가하는가혹한노동으로흘리는그들의땀이다.풍요로운은혜의기쁨을주는동시에,일군열매를한순간에앗아가는슬픔을주는땅,욕망과열정을빨아들이는악녀처럼변덕스러운땅에영혼을사로잡힌농부들은아무리작은땅뙈기라도조금이라도더갖기위해안간힘을쓰고,한번손에넣은이상조금도빼앗기지않으려고악다구니를쓴다.영혼을깎는듯한가혹한노동끝에손에넣은땅은그들에게생명이나마찬가지이기때문에어떻게해서라도지켜야하는것이다.그러나땅은이러한인간의애달프고처절한구애와집착에무관심하고,모든생명을틔워내면서도그생명의피와땀과뼈를삼키며더젊고비옥해진다.

땅을해칠수있기나한가?어쨌거나굶어죽지않기위해누군가는땅을차지하고농사를짓게될것이다.수많은세월동안잡초만무성하다면,땅은쉬게될테고그덕분에다시젊어지고비옥해질것이다.땅은툭하면서로치고받는우리벌레들의싸움에개입하지않는다.땅은우리뿐만아니라개미들도먹여살린다.땅은끝없이일하는위대한일꾼이다.(652쪽)

소설이파종장면에서시작해파종장면으로끝나고,푸앙영감의시신이담긴관이씨앗에비유되는것처럼,『대지』의이야기는자연의질서가삶과죽음의순환이듯,죽음또한새로운생명의탄생을위한것이라는삶과죽음의영원한순환신화를그려내면서인간조건에대한깊은성찰을보여준다.『대지』는생생한성과탐욕의숨결이가득한소설이지만,원대한구상과단단한주제의식으로끝까지옹골차게달려가는빼어난농촌문학이자소설가졸라의매력이응축된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