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하지 말까? (열정적 덕질과 그 후의 일상 | 최지은 산문)

이런 얘기 하지 말까? (열정적 덕질과 그 후의 일상 | 최지은 산문)

$13.00
Description
“내가 사랑한 남자마다 모두 폐허다”
너무 쉽게 사랑했던 그 시절을 지나 던지는,
다음으로 가기 위한 질문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은 단연 〈성덕〉이었다. “어느 날 오빠가 범죄자가” 되어 ‘성공한 덕후’에서 “실패한 덕후”가 돼버린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는 그 시절 너무 쉽게 사랑했고 그 결과는 “너무 많은 엔딩이 사회면이었다.” 최지은 작가의 신작 산문 『이런 얘기 하지 말까?』는 여기서 시작하는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누구도 기꺼이 존경하지 않기로 했다. 더는 어떤 남자의 팬도 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널리 존경받는 남자에 대한 경계를 버리지 않기로 했다. 여성을 치어리더로 여기는 남성들, 자기반성 없는 남성들, 여성혐오적 언행을 지적받으면 발끈하고 비아냥대는 남성들은 그냥 버리기로 했다. 나 하나쯤 있든 없든 그들은 계속 인기인이고 유명인이겠지만 더는 상관없다. 너무 쉽게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해온 것으로 충분히 많은 실수를 했다.
_56쪽에서

대중문화 기자로 일했던 그가,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듣고 쓰고 전하는 그가 어쩌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활자중독자였던 작가는 자신에 관해 말하기가 늘 어려웠다. 다만 과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새로운 대상을, 그러니까 ‘오빠’들을 기꺼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돌, 운동선수, 정치인 덕질을 거쳐 마지막에 다다른 곳은 결국 “폐허”였다. 쉽게 매료되고 사랑에 빠졌던 그는 이제 “웃기 전에, 좋아하기 전에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고 만다. 작가의 어릴 적 덕질 경험에서 시작하는 책은 엄마와 딸의 관계로 나아가고, 대중문화 속 여성 연예인의 처지를 살펴보면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문제와 관련 범죄를 짚어낸다. 지금 우리 사회의 여성 관련 문제들과 주변 여성의 이야기를 때로는 1인칭 시점으로, 때로는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며 기록해나간다. 여전히 우리에겐 할 일이 남아 있음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홀로 분투하는 게 아님을 보여주면서, 여성과 여성이 이어져있다는 연대의 힘을 믿고 계속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저자

최지은

재미있는이야기와멋진사람들의세계에다가가고싶어한동안대중문화기자로일했다.『괜찮지않습니다』와『엄마는되지않기로했습니다』라는책을썼다.앞으로인생이어떻게흘러갈지는알수없지만,여성의이야기를읽고듣고쓰고전하는일만은계속하고싶다.본의아니게진심이되는편이다.

목차

프롤로그

01
남자들은자꾸나를후려치려든다
이제야그시절을떠올리며
방과후페미활동
그해여름은뜨거웠네
최애와함께타오르다
더이상의남자들
49등
처음의날들
다음의날들
독서실히어로는누구인가
당신의질문
왜여자는자책하는가
마르지않을자유
진리의삶
떠난뒤에도
〈세바시〉강연록:우리가여성연예인을더쉽게미워하는이유

02
어른여자들에게
그것은정당한고민입니다
다음으로가기위한질문
며느리라는신분
레이디버드,레이디버드!
보이는일,보이지않는일
피해자다움이라는말
북토크의손님
페미니즘의속도
맞는안경을쓴기분
악플에대처하는자세
엄마에게화내지않고카카오톡을가르친다는것
슬럼프에서기어나오기
우리는연대하기위해
우엉의친구들
그래서우리는거리로
예거마이스터가필요한날
RBG를좋아하세요?
분노의게이지가차오를때
마음의온도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대책은없지만재미는있습니다”
몰래떠들고싶은비밀,하지만가장하고싶은이야기

정확히언제부터덕질을했는지는기억하지못한다.“누군가에게푹빠져이성을잃는감각을사랑했고사소한일에함께흥분하거나열광하는친구가있다는게너무즐거”웠을뿐이다.(본문42쪽에서)덕질말고는제대로해본게없었던작가는대중문화기자가되었고,신입시절처음썼던기사는H.O.T.데뷔10주년을기념하는기획기사였다.‘오빠’였던사람들을인터뷰이로만나며새로운대상을기꺼이사랑했다.“좋은기자가되고싶었”고그런기자일거라고믿었다.그러나기자로일한지10년째되던해,한팟캐스트의여성혐오논란을마주하며대중문화에관한즐거운이야기만으로는충분하지않다는것을깨닫는다.

어쩌다보니글쓰는일을하게된것은그설렘을잊지못해서인지도모르겠다.나는오랫동안사람들을웃기고싶었고시선을끌고클릭을부르고싶었다.내가가리킨방향을향해독자들이함께열광하고폭소하는순간의짜릿함은중독적이었다.
_233쪽에서

이제그는대중문화와관련해여성혐오와불평등,성역할편견을짚어내며,유독여성연예인들을쉽게비난하는사회분위기를지적한다.떠난뒤에도자신이할수있는일을했던두명의이십대여성,구하라와설리를떠올리며“더는어떤여성도함부로끌어내려져선안된다”라고말한다.더불어젊은시절작가에게“새로운곳에데려가고좋은것을보여주”었던어른여자들과여자아이에게빼놓고말할수없는엄마라는존재에관해이야기한다.결혼을하면피해갈수없는며느리라는신분과엄마가되는문제,여성에게만강요되는꾸밈노동그리고성폭력을비롯해,여성이살아가면서겪는문제들에관해자신의경험담과함께풀어나간다.무엇보다이모든이야기는여성들이마음편히함께웃고울수있기를,서로연결될수있기를바라면서써내려간것이라말한다.

내가싸우고있지않은순간에도누군가싸울수있도록지원하고있다는사실은,내가그문제로부터고개를돌릴수없게만들어준다.그것은‘남을돕는다’가아니라‘우리가함께있다’는감각이다.그래서우리가사는이세상이바로지옥이아닐까싶어지는날,나는‘우엉의친구들’을생각한다.더많은여성,여성주의자들이그렇게연결되기를바라면서.
_204쪽에서

“페미니즘의속도는사람마다다를수밖에없지만
우리는결국같은방향을향해가고있다”

기존에각종매체에써왔던칼럼을다듬고새로운글을더해완성한이책은“어떤여자아이가작은방에서나와이리저리헤매며길을찾고간신히작은방을가진어른이되기까지의시간에관한조각들이다.”(「프로롤그」에서)동시에나이들어가는여성으로서,뒤에올여성들을위해오래오래할수있는일을하겠다는다짐을담은책이기도하다.이사회에는여전히여성관련범죄가끊이지않고페미니즘에관한수많은논의가오간다.그러나누군가에겐새로울것없는페미니즘관련이슈가지방소도시의누군가에게는꿈도꾸지못할이야기처럼여겨지는것이현실이다.
언제고또거리로나가여성들을위해목소리를내야하는날이,고통당하는여성을지켜보며신경안정제를먹어야잠들수있는날이올지모른다.그러나이세상이지옥처럼느껴질때사람들은떠올릴것이다,페미니즘의속도는저마다다를수밖에없지만우리는한방향을바라보고있다는것을.그렇게우리는“다정함이세계를구원하지는못할지라도우리자신을,어떤날엔서로를구할수있다는”가능성을믿고하루를또살아낼것이다.부채감이아닌연대감을느끼며함께걷는우리를보고싶다.그길에이책이작은힘하나더할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