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송지현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송지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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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해의 끝에서 만나는 올해의 휴먼-청춘 소설집!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오늘날 이삼십대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작가 송지현의 두번째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이 출간되었다. “송지현의 소설들은 불안하고 유약한 마음을 치료해주는 가장 간편하고 신속한 레시피”라는 소설가 박상영의 말처럼, 손쉬운 낙관이나 무관심한 냉소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적절한 온도로 오늘날 청년 세대의 현실을 포착한 첫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문학과지성사, 2019) 이후 이 년 만에 펴내는 소설집이다. 9편의 수록작 대부분이 최근 이삼 년간 집중적으로 여러 지면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듯,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은 그를 향한 문단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자 송지현이라는 젊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열성적으로 가꾸어가는 과정이 담긴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수록작「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은 월간 『현대문학』이 신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 코너 ‘내가 기대하는 작가’에서 소설가 정이현이 “어떤 상황에서든 소소하고 다정한 농담을 사용하여 주변의 공기를 따듯하게 데우는 성정의 소유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라는 평과 함께 송지현을 추천한 것을 계기로 발표한 작품으로, 송지현이 펼쳐갈 작품세계에 대한 동료 작가들의 신뢰를 짐작하게 한다. 현대문학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들에게 널리 읽힌 표제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을 포함한 이번 소설집을 읽으며 우리는 ‘휴먼-청춘 소설’이라는 세계의 매력을 한껏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송지현

2013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이를테면에필로그의방식으로』,산문집『동해생활』이있다.제6회내일의한국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여름에우리가먹는것007
손바닥으로검지를감싸는039
오늘의가족065
명절전야097
진강이의엑센트123
삼십분속성플라멩코149
사진의미래175
나이트클럽연대기205
쓰지않을이야기231

해설|오은교(문학평론가)
취약한신체의감정지도그리기261

작가의말281

출판사 서평

“힘을빼.실이네손에서빠져나가도괜찮다는생각으로쥐어.
꼭쥐면오히려놓치는거야.대충해.”

엉킨매듭을풀어새롭게뜨개질을이어가듯이
실패와헤어짐속에서도예상치못한방향으로풍성해지는,
먹고싸우고사랑하며살아가는우리의현재

송지현소설의화자들은대개사진을찍거나글을쓰는등예술계통에서일하는젊은여성이다.미래가낙관적이라고할수만은없지만인물들은자신이처한상황을유연하게넘길줄안다.「여름에우리가먹는것」의‘나’는인디밴드활동을하다앨범이망하고고시원에서지내던중이모에게서연락을받는다.한달뒤에유럽여행을갈예정인데그동안자신이운영하는뜨개방을봐달라는이모의갑작스러운제안에‘나’는잠시망설이지만이내고시원생활을정리하고고향으로내려간다.할일없이동네를돌아다니던어느날,‘나’는한상가에자리한핫도그가게에들어선다.또래로보이는사장이튀겨준핫도그는그저그런맛이어서‘나’는가게가곧망하지않을까생각하지만바로그점때문에이상하게그가신경쓰인다.그리고그가뜨개질을배우고싶다고뜨개방을방문해오면서‘나’의귀향생활은예상치못한생기를머금고흘러간다.
「여름에우리가먹는것」의인물이인상적인점은스스로가망했다고생각할때조차자신의세계에갇히지않고다른누군가와관계를맺어나간다는것이다.특히직계가족이아닌이모나삼촌등과쌓아가는친밀한관계는송지현의소설을다른가족소설과구분짓게하는특징이다.「손바닥으로검지를감싸는」의‘나’는지금숙취에시달리며운전대를잡고외삼촌과동생과함께경주로향하는중이다.원래는동생과둘이가기로했는데,간밤에같이술을마신외삼촌이자신도여행에껴주면백만원을주겠다고해서함께가게된것.그렇게도착한불국사에서‘나’는검지를오른손으로감싸쥔비로자나불의모습을보고조용히눈물을흘린다.술에자주취하던엄마를견디며살아야했던지난날의‘나’의마음을‘진리의부처’라는비로나자불이묘하게건드린것이다.예약한숙소는인터넷에등록된것과영딴판이고계획했던바비큐파티도실패로돌아가지만,‘나’는외삼촌과동생과함께한이번여행이완전히실패한것만은아니라는생각이든다.
그렇다고송지현의소설이축소된가족의역할을부각하며가족간의유대를강조하는것은아니다.오히려우리가확인하게되는것은가족을둘러싼기존의의미와역할이깨어지는자리이다.「오늘의가족」의‘미주’는친구들과놀던중외할아버지가위독하다는엄마의연락을받는다.그간몇번비슷한일이있었지만그때마다별일은없었기에미주는이번에도대수롭지않게여기고새벽까지술을마시고취해집으로돌아가는데,엄마에게서할아버지가돌아가셨다는소식을듣는다.부랴부랴장례식장에도착한미주의눈에들어오는건괴상한복장을한가족의모습이다.이어지는상황도장례식장특유의엄숙함과는거리가멀다.가족들은곡소리를냈다가직원의주의를받기도하고,사촌오빠는“마귀를쫓는다는교회에심취”(76쪽)해있다는이유로빈소안에들어오지않는다.요란한슬픔과잊을수없는추억,그리고작은소동이함께하는장례식이미주의눈에는마치‘사이버펑크’처럼보이고,가족들은저마다슬픔에잠겨있으면서도할아버지와의추억을떠올리며점차활기를찾는다.
제대로된부모역할을하지않는엄마에게서벗어나기위해독립해살고있는‘나’가가족의존재를어느때보다상기시키는명절을하루앞두고보낸날을담은「명절전야」,부모가이혼한후엄마와살고있던‘나’가언니의이혼을계기로엄마와언니와함께아빠의집을방문하면서펼쳐지는한편의소동극과도같은이야기인「사진의미래」모두혈연으로서로를옭아매는가족이아닌“가족이라는것도시작과끝이있다”(「사진의미래」,203쪽)는사실을인정할때새로이확장될가능성을지닌가족의모습을보여준다.

“저는회사원이돼서퇴근하고시원한맥주를
매일한캔씩마시고자는게장래희망이에요.”

송지현식청춘소설의면모를살피기위해‘가족’에게서‘나’로다시방향을돌려보자.「진강이의엑센트」의‘나’는게이친구‘진강이’의제안으로진강이의바람난아버지를만나러고향에함께가게된다.이여정을따라가며우리는‘불륜현장을잡으러’온자식에게되레남은생을애인과함께하고싶다고뻔뻔하게말하는아버지의모습을확인하는한편,그런아버지를만나고온진강이가‘나’를향해웃음을지어보이는모습또한보게된다.이처럼소설은갈등이명확하게해결되지않은상황에서도웃음이고여들구멍을만들어낸다.이것이마냥대책없는낙관이나손쉬운체념으로보이지않는까닭은‘나’와진강이의이동행이자기존재를마주하는여정과겹쳐있기때문일것이다.고향에내려가는차안에서‘나’는“어떤사건에서든나를피해자의위치”(133쪽)에두며위악적으로굴었던지난날을몹시부끄러워하며되돌아보고,진강이는고향에서우연히마주친동창에게‘나’를여자친구로소개해야했다.그럼에도이여정이뜻밖의웃음기를띠고마무리될수있는건삶을대하는송지현의태도때문일것이다.
아르바이트로일하던회사에서더이상계약이연장되지않은‘나’의모습을비추며시작되는「삼십분속성플라멩코」는이를가장선명히보여주는작품이라고할수있다.‘나’는자신에게닥친상황에불안해할법도한데이상황을위기로받아들이기보다는‘긴휴식’으로여기며유럽여행을떠난다.여행의마지막도시인바르셀로나에도착한‘나’는“플라멩코의절정부분만삼십분분량으로압축해서보여주는”(157쪽)한공연을보며모두가감동받은듯보이는가운데자신만“이무대에서점점멀어지고있는듯한어떤이질감”(159쪽)을느낀다.자신에게는‘플라멩코의삼십분’으로압축되는어떤격정이부재하는게아닐까하는생각때문이다.하지만이러한‘나’를보며우리가문득깨닫게되는것은삶은하이라이트로만이루어있지않다는사실이다.친구와농담을나누고,별다른취미없이하루를보내고,장래희망이매일맥주를마시는회사원이되는것이라는,누군가에게는소박해보이거나미래가없는듯여겨지는삶이또다른누군가에게는삶그자체이리라는사실말이다.언젠가는절정을맞이할수있으리라고,지금의‘무난한’삶이그절정을위한예비과정이라고여기는것이아니라절정없이흘러가는삶도있다고받아들이는것이다.
자신의존재를걸고던지는유머는단순한웃음거리가아니라삶을대하는인물들의자세를반영하는것일테다.인물들의유머에마냥웃음을터뜨리다가도문득아득해지는것은이때문이아닐까.아무렇지않은듯내뱉는농담에는그들이감당해야했던지난날이압축돼있고,내일에대한뚜렷한계획없이지내는듯보이는인물의마음안에는전망없는미래를회피하지않고그와마주보려는안간힘이담겨있는것이다.쉽게포기하며끈기가없다고여겨지곤하는오늘날의세대가어떤방식으로자신의길을만들어가는지,그길에서만나게되는다른인물들과어떻게관계를쌓아가는지,그에대한솔직하고믿음직한시각을송지현은이번소설집을통해성공적으로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