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의정치적윤리적실천의기틀을놓기위한버틀러의핵심메시지를갈무리한책
“이책에서나는상호의존성에대한정신분석적이해와사회적이해사이를오가면서비폭력실천의기틀을새로운평등주의적상상계안에놓아보고자한다…비폭력을힘과연결한다는것은,비폭력이약하고무익한수동성이라는관점을거부한다는것이다.거부하는것은아무일도하지않는것과는다르다.”_주디스버틀러
이책은2014~2019년여러대학및연구단체에서행한버틀러의강연과그간의관련연구를‘비폭력의힘’이라는화두로갈무리해2020년에펴낸책이다.자본주의-신자유주의및내셔널리즘의가속화로인한경제적사회적박탈과불평등,이민자?난민?인종?성소수자등에대한차별과배제,코로나로인한다방면의불평등과개인주의의만연등현재여러갈등과사회적삶이불안정한폭력장으로드러난세계에서어떻게너와나가아닌‘관계적존재’로서우리서로가공동체의정치적윤리적힘으로평등한세상을엮어나갈수있을지,버틀러는이책에서그기본적인토대를놓는필수불가결한힘으로서‘비폭력’을성찰한다.
대표작『젠더트러블』(1990)이후30년만에문학동네에서소개하는버틀러의신간『비폭력의힘』(2020)은,그간『젠더허물기』(2004),『위태로운삶』(2004),『윤리적폭력비판』(2005),『주디스버틀러,지상에서함께산다는것』(2012),『연대하는신체들과거리의정치』(2015)등에서다룬현실정치에서의약자(성소수자,테러나전쟁으로인한난민,시민권을박탈당한불법체류자,성차별및인종차별희생자들등)에게가해진폭력에관한다양한통찰을통해,정치적인것에서윤리적인것의몫을위한자리이자이둘을연결하는힘으로서‘비폭력’을상정한다.그간개진해온젠더규범의행위주체성과연결되는‘수행성’개념과생명정치권력이작동하는투쟁의장에서파괴와멸실의힘에맞서상호의존적존재이자몸을지닌주체로서의‘취약성’을접합해,버틀러는비폭력을통해모든생명이살아나갈수있는세계의자유와평등의이상을실현하기위한새로운평등주의상상계를꿈꾼다.이로써비폭력을단순히평화를요구하는고요하고수동적인힘이아닌,사랑과미움의괴로운양가감정속에서살아나가는주체로부터터져나오는분노와공격과울분의공격적인힘을윤리적으로실천할수있는정치적저항의힘으로서성찰한다.또한어떻게국가권력이폭력을도구화하고정당화하는지그도식의맹점을비판하면서,생명에서의애도가치의평등을필수불가결한요소로상정한다.
다시말해부제‘정치학-윤리학잇기’에서보듯,『비폭력의힘』은어떻게비폭력의윤리가사회적평등을향한정치적투쟁으로연결되는지를보여주는책이다.버틀러는그간의실천적연구주제와사유를집약적으로아우르며,모든생명의애도가치에서의평등을문제삼으면서폭력과파괴의정치적역장안에서비폭력을폭력의연쇄고리를끊어내는힘으로논하며또하나의해방의길을제시한다.즉버틀러에따르면,비폭력은“폭력을가하는것이당연해보이는바로그순간…가능한선택지로서주어진저항적실천”이자“평등과자유의이상을긍정하기위한지속적참여”인동시에“공격성의경로를바꾸는방식”인것이다.(43쪽)
모든생명의평등한애도가치를보살피기위한비폭력의저항과관련의제들
:이책의각챕터에서다루는성찰적개요
버틀러는「서론」에서비폭력이수동적이고개인적인입장이라는편견과이에깃든폭력옹호론자들의회의를깨부수며시작한다.무엇이폭력인지누가이를정의하는지에대한문제,자기에반하는세력을폭력적이라고명명하는관행에의해폭력을전도함으로써독점하는국가권력의자기정당화,사회적경제적삶의기원에등장하는자급자족하는성인(남성)과자연상태가설에앞서타자성의절멸이있는건국판타지의폭력성등을짚으면서,왜비폭력이관계적존재로서의우리모두에게정치적사회적역장에서윤리적힘의문제로이어지는지를숙고하며앞으로펼쳐나갈논지의장을스케치한다.먼저1장「비폭력,애도가치,개인주의비판」에서는비폭력논의에서왜개인주의비판이중요한지를이야기한다.즉우리모두가불안정하고취약한몸의존재로서상호의존적인사회적유대관계에묶여있는관계적존재이기에,이를인정하는것이비폭력실천을위한토대가될수있다는것이다.무엇보다모두가살만한삶을영위하기위해서는생명가치뿐만아니라‘애도가치’의인정이필수불가결하며,비폭력의정치적에토스에서핵심은바로이애도가치의‘평등’한분배임을강조한다.2장「다른누군가의생명을지킨다는것」에서왜누군가의생명을지켜야하는가라는문제에서파생하는도덕철학적도덕심리학적질문을던지면서,이를사회이론및정치철학으로이어지는성찰적차원의비폭력실천의문제와연관시켜살핀다.칸트에서프로이트와멜라니클라인까지아우르며생명을지키는문제와관련된윤리적딜레마속에서로간에작동되는도덕적망상이있음을,서로간의대입가능성및동일시판타지에서새로운통찰가능성은없는지를되묻는다.3장「비폭력의윤리학-정치학」에서는최근의인종차별과사회정책을예시로들면서모두의생명이가치있다는것에서있어야한다는이행의중요성을강조하는동시에,모두의생명에평등을부여하는속성으로서애도가치가불평등하게분배되는현실을성찰한다.이로써푸코와파농을통해생명정치윤리학의바탕에인구군적인종차별적망상이있음을비판하고,늘잠재적파괴성을지닌사회적갈등관계속에서폭력의연쇄를끊어내고어떻게비폭력으로나아갈수있는지를발터벤야민의폭력비판론에서참조한‘시민사회의합의도출기술’을하나의테제로내세운다.4장「프로이트의정치철학:전쟁,파괴성,열광,비판력」에서는일차대전을겪으며프로이트가사회적결속을끊는인간의파괴성과공격성을살피면서죽음충동에서나온공격충동안에에로스와타나토스라는양가감정이공존하는것과,파괴를억제하는힘과관련해자기보존과연관된사랑말고도파괴성의외화를억제하는자기파괴처럼공격성을지닌초자아와연결된비판력이있음을,초자아가자기파괴로몰아가는그자아에게조증(열광)이파괴에맞설수있는유기체의저항이된다는힘분석을통해,정신분석적이해에서사회학적이해로나아가는정치철학의가능성을제시한다.「후기:다시생각하는취약성,폭력,저항」에서는오늘날구조적으로폭력의대상이되고있는현실(1000만명에이를정도의방치된무국적난민들,라틴아메리카에서여성및트랜스여성을상대로한연간3000명에가까운살해피해자들,지중해횡단중에사망한약5400명의사망자들,시리아봉기8년만인2019년3월까지22만1161명의민간인사망자들등)을뼈아프게직시하면서혐오와박탈과차별의폭력앞에노출된피해자들과더불어취약성이어떻게저항(100만명의라틴아메리카여성들이거리로뛰쳐나와마초폭력에맞선‘단한명도더잃을수없다’운동,2012년과2017년에각각독일과프랑스난민들의입봉합시위,2013년터키의권위주의에항의하는스탠딩맨등)과연결될수있는지를의제화한다.
현실인식과그저변을변혁하기위한여러질문과논쟁을담은이책의장점
이책의장점은제사에서간디(‘영혼의힘’),마틴루서킹주니어(“비폭력아니면소멸”),앤절라데이비스(“비폭력은개인의유산이아니라…한사회의유산”)의말을인용하고있듯,‘비폭력’과관련된이문제를보다첨예하게인식할수있게끔학술적이론적서술보다는실제사건과운동에서필수불가결한질문을계속해서던져보게한다는점이다.즉자유와평등의이상을향한투쟁인‘흑인의생명도소중하다’운동이어째서국가안보에대한폭력적위협으로탈바꿈되는가,젠더가가족을위협하는핵무기처럼그려지는현실의저변에는어떤이데올로기가작동하고있는가,터키에서의평화청원이어떻게전쟁행위처럼조작되는가등아주구체적인질문에서부터,우리는왜누군가의생명을지키려하는가,이말에는지키는쪽과지킴을받는쪽이따로있다는말인가,이런‘취약군’을상정하는담론이온정주의권력을재생산하고있지는않은가,자기방어에서그‘자기’는어디까지를이야기하는가등정치적도덕적사회심리학적질문도있다.버틀러는피해망상과혐오로방어논리를펼치는살인적인환등상이작동하는정치적장에서어떻게폭력이재생산되는지를끊임없이되물으며,이로써우리모두가왜비폭력의길로나아가야하는지,그럴수밖에없는지그길로이끈다.자신이말하는이새로운평등주의적상상계를꿈꾸는것이비현실적이고반현실적으로보일지언정,우리에게당면한정치적윤리적요구로서비폭력을정치적유산으로필연적으로가져가야한다고강조한다.공권력앞에오직자신의신체로써시민불복종-파업농성-단식투쟁등으로취약성을입증-시위하고있는이들의비폭력저항에서상호의존적삶의속성인취약성이곧“사회관계들을연결하는흐름이자사회관계들을지지하는조건”이라는통찰까지나아갈것을촉구한다.
또한푸코?파농?벤야민?커버?발리바르?프로이트?클라인등에서핵심논제를아주간명히끌어와매챕터에서주제별로자신의의제를치밀히뒷받침하고있다는점이다.특히‘비폭력의힘’을입체적이고역동적으로들여다보기위해프로이트와멜라니클라인등의정신분석적이해를사회학적분석과접목시키는대목은굉장히설득력있고감동적이다.버틀러는이힘에덧씌워진오해와풀어야할과제,또이힘으로써설계해나가야할세계에대한자신의견해를열정적인어조로설파해나간다.그리하여‘비폭력’을저항의실천이자서로의평등한애도가치를보살피기위한윤리적공격성을지닌‘힘’으로재인식시킨다.서로가취약하고상호의존적인평등한생명임을인정하는데서시작하는정치적힘,이책은세상을함께지속적으로살아나갈수있게하기위한그힘을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