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오른손 (양장본 Hardcover)

죽음과 오른손 (양장본 Hardcover)

$16.19
Description
어둡고 불순한 존재의 탐구자’
신체 인류학의 선구자 로베르 에르츠의 대표작
뒤르켐학파의 일원으로 종교사회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천재 사회학자 로베르 에르츠의 대표작. 죽음의 불순함을 관리하고 해소하는 ‘장례식’과 왼쪽의 불순함에 맞서기 위해 고안된 ‘오른손의 우월성’에 주목한 인류학 분야의 역작이다. 죽음과 오른손에는 사회의 기초가 되는 인간의 집합적 사고와 행위, 감정의 복합체가 응축되어 있으며, 사회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담겨 있다.
저자

로베르에르츠

RobertHertz
프랑스사회학자.1881년6월22일파리외곽의생클루에서태어났다.1900년파리고등사범학교에진학해베르그송의강의를들었고괴테와니체의사상에심취했다.1902년에밀뒤르켐이소르본대학에개설한사회학강좌는학문적이력의분기점이되었다.1904년철학교사자격시험을통과하고같은해알리스바우어와결혼했다.이어뒤르켐의사회학연구팀에합류했으며,런던대영박물관에서방대한양의민족지자료를조사할기회를얻었다.이때보르네오의다약족과멜라네시아의마오리족에관한자료를수집했다.
영국에서돌아온에르츠는1906년고등학교철학교사직을그만두고고등연구원에들어가마르셀모스의종교사회학과민족학강의를들었고,뒤르켐이창간한『사회학연보』의종교사회학분야편집진으로참여했다.뒤르켐과모스의지적영향하에서죽음의표상,오른쪽과왼쪽의종교적양극성,죄와속죄에관한연구에몰두했다.1907년첫저작「죽음의집합표상연구를위한기고」를『사회학연보』에발표했고,1909년신체인류학의선구적업적인「오른손의우월성:종교적양극성에관한연구」를『철학논집』에발표했다.에르츠에대해모스는“인간정신의어둡고사악한측면”을강조한학자로평가했다.한편,에르츠는여러사회운동에적극참여하면서페이비언사회주의활동가가되었고모스가‘로베르에르츠그룹’이라고불렀던사회주의모임을결성했다.이모임에는모스를비롯해뤼시앵레비브륄,마르셀그라네,모리스알박스,프랑수아시미앙,위베르부르쟁같은뒤르켐학파다수가참여했다.
1912년,에르츠는이탈리아의발레다오스타지역에있는코녜마을에서성인숭배에관한현지조사를수행하고이듬해논문「베스성인,알프스산맥지역의숭배에관한연구」를『종교사논집』에발표했다.1914년1차대전이발발하자최전선전투부대에자원한그는부대를이끌면서도전쟁터를현장연구의장으로활용해,병사들출신지역의설화와속담을수집해정리했다.하지만에르츠는1915년4월13일프랑스북동부전장에서독일군과맞서다만33세의나이로사망했다.
너무나짧은생을살았던에르츠는제대로된저서를남기지못했다.그의원고를다시정리해출간하는일은모스가맡았다.모스는1922년에르츠의미완성박사학위논문원고를정리해「미개사회에서의죄와속죄」라는제목으로『종교사논집』에발표했으며,알리스에르츠의도움으로에르츠의대표적논문네편을모아1928년『종교사회학과민속학논문집』을출간했다.

목차

죽음과이중장례식7
1.중간단계기간11
2.최종의식36
3.결론60

오른손의우월성:종교적양극성에관한연구71
1.유기체의비대칭성73
2.종교적양극성77
3.오른쪽과왼쪽의특성들83
4.두손의기능에대하여88
결론95

주99
해설:로베르에르츠,어둡고불순한존재의탐구자153

출판사 서평

“에르츠는이미대가중의대가였다.”
_마르셀모스

“에르츠와함께위대한정신적가치가사라졌다.”
_에밀뒤르켐

“에르츠의저술은프랑스에서두세기에걸쳐축적된사회학적사유의정점을대표한다.”
_에드워드에번스프리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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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에르츠,어둡고불순한존재의탐구자

이책은프랑스사회학자로베르에르츠(1881~1915)의주요논문「죽음과이중장례식」(1907.원제는‘죽음의집합표상연구를위한기고’)과「오른손의우월성:종교적양극성에관한연구」(1909)를묶은것이다.이두논문은1960년『죽음과오른손』이라는제목으로영어판이출간되었다.에르츠는현대사회학의초석을놓은뒤르켐학파의젊고뛰어난연구자였다.에밀뒤르켐과『증여론』의마르셀모스가아끼던학자였던에르츠는1차대전시기에만33세의나이로전사했고,그가남긴글들은스승인모스가정리해책으로펴냈다.
『죽음과오른손』영어판서문을쓴영국의저명한인류학자에드워드에번스프리처드는에르츠의저술이“프랑스에서두세기동안축적되어왔던사회학적사유의정점을보여주는사례”라고극찬했다.또한모스는에르츠를“인간정신의어둡고사악한측면”을강조한학자라고평했다.
1881년생인에르츠는1900년파리고등사범학교에진학했고,1904년철학교사자격시험을통과한뒤뒤르켐의사회학연구팀에합류했다.이무렵런던대영박물관에서방대한양의민족지자료를조사할기회를얻었고보르네오의다약족과멜라네시아의마오리족에관한자료를수집했다.1906년에는고등연구원에들어가모스의강의를들었고,뒤르켐이창간한『사회학연보』의종교사회학분야편집진으로참여했다.종교는뒤르켐학파의가장중요한사회학연구대상이었다.이때부터에르츠는죽음과장례식,오른쪽과왼쪽의종교적양극성,죄와속죄에관한연구에몰두하기시작했다.그리하여1907년「죽음과이중장례식」을『사회학연보』에발표했고,1909년에는신체인류학의선구적업적인「오른손의우월성」을『철학논집』에발표했다.이두논문은젊은사회학자에르츠가품었던학문적주제와방향을가장명징하게드러내는글들이다.
죽음과오른손은사회학의주된연구대상과는거리가있어보인다.하지만에르츠는사회학의주변적사유대상으로여겨지는이죽음과오른손을통해사회적삶의심층을파고들어이원적분류체계에기초한집합적의식과도덕적권위의원천을탐구한다.

죽음과장례식

인간은장례를치르는유일한동물이다.고인의시신은동물의사체처럼취급되지않는다.시신은정해진절차에따라돌보고올바르게매장해야한다.이는위생적조치일뿐아니라도덕적의무이기도하다.죽음은살아있는자들에게도일정한의무를부과한다.일정기간슬픔을표현하는애도기간을가져야하며,이때평소와는다른색의옷으로갈아입고생활방식도바꿔야한다.또한생명의소멸을두고인간은특별한관념을만들어낸다.영혼이저세상(타계)으로떠나조상들을만난다는식이다.이는어느인간사회에서나나타나는보편적인현상이다.장례를치르면서죽음의가혹한현실은집단이꿈꾸는정교한상상의세계가된다.이로부터부활,윤회,환생등의관념도생겨난다.이렇듯죽음은“믿음,정서,행위의복합체”(9쪽),집합표상의대상이다.이집합표상은당연히종교의탄생과도밀접하게연관된다.
에르츠는죽음을집합표상의대상으로삼음으로써죽음의인류학적연구에기본토대를마련했다.그는장례식,죽은자에대한두려움,시체의불순함,애도등죽음을둘러싼다양한현상을‘이중장례식’이라는흥미로운분석틀로설명한다.
에르츠의분석모델은주로인도네시아보르네오섬에사는다약족의장례풍습이다.다약족은사망직후시신을최종적으로매장하지않는다.이들은시신을임시로특별한장소에보관하거나매장한다.그리고꽤오랜시간이지난후다시유해를수습해최종매장지로옮긴다.이처럼두차례매장사이에시신은‘살아있지는않지만아직최종적으로죽지도않은’상태에놓인다.이시기를‘중간단계기간’이라부른다.이기간은보통2년이지만10년까지걸리기도한다.
에르츠는이이중장례의원인을시체의부패와결부시킨다.중간단계기간은“시체가순전히뼈만남은상태에도달하는데필요한시간”(14쪽)이라는것이다.시체의살이사라지고마른뼈만남으면중간단계는완료된다.썩지않는뼈는중간단계를완전히통과한고인을상징한다.이후이루어지는최종매장,최종장례의목적은첫째,고인의유해를최종매장하고,둘째,영혼을타계로인도하며,셋째,산자들을애도의의무에서풀어주는것이다.
중간단계를거쳐남는하얀뼈는죽은자가세상에남긴불멸의요소이다.사람들은이를통해사회의영속성을상징적으로복원한다.죽은자의뼈가사회의불멸성을상징하는것이다.소멸하는살은개인의것이지만썩지않는뼈는사회에귀속된다.죽음의집합표상은썩지않는뼈를영속성의상징으로만들고그것에두번째생명(죽은자들의삶)을부여함으로써죽음을내쫓는다.이중매장과중간단계기간이라는복잡한장례과정을통해자연적사실인죽음은문화적대상으로재해석된다.이때시체의부패와영혼의운명,산자들의애도가긴밀하게맞물리며사회는공동체의결속을공고히한다.
하지만현대사회에서장례절차는생략되고간소화된다.“애도는산자가죽은자의현재상태에동참하고있음을나타내는것이아니라슬픔을의무적으로표현하는것으로바뀐다.……최종의식은고인에게경의를표하고그의죽음을기념하는것외에다른목적이없는단순한기념식으로축소된다.”(59쪽)
에르츠에따르면,죽음의집합의식은당사자를일시적으로사회로부터배제하고이배제는죽은자를조상들의비가시적세계로이행하는효과를낳는다.이는공동체의차원에서정신적분리와재통합의과정이다.하지만이러한죽음의집합표상이대부분사라진현대의죽음은사회의존속과거의무관하며간소화된의례로해결되는사적인사건으로축소된다.납골당은불멸의사회를재현하기보다는사적기억들로만채워진다.죽음의애도는집단적의례의틀에서벗어나개인의내밀한경험으로흡수되고만다.

오른손잡이사회와종교적양극성

“우리의두손만큼완벽하게닮은것이어디있겠는가!그렇지만두손은또한얼마나불평등하던가!명예와돋보이는칭호,특권은오른손으로향한다.오른손은행위하고명령하고장악한다.반대로왼손은멸시받고비천한보조역할을맡는다.왼손은혼자서는아무것도할수없다.그것은거들고보좌하거나아니면잠자코있을따름이다.오른손은모든귀족의상징이자전형이며왼손은모든서민의상징이자전형이다.오른손에부여된작위는무엇인가?왼손이겪는예속은어디에서오는가?”(73쪽)

인간사회는오른손잡이가대다수를차지한다.오른손이가진특권은명확하다.교육자체도편향적이다.사회는오른손잡이가되라고사실상강요해왔다.에르츠는이문제에주목하고오른손이가진우월성의기원을추적한다.
해부학자브로카의유명한생리학적명제(“우리는오른손잡이다.왜냐하면우리의대뇌가왼편잡이이기때문이다”)를어느정도인정하면서도,에르츠는그것이오른손의우위에미치는영향은아주미비하다고밝힌다.오른손의특권은신체내부의문제가아니라,사회가개인에게강요하는데서기인하는사회학적문제라는것이다.오른손잡이는사회가따라야할이상으로,왼손잡이는하나의위반으로간주되는것이다.
에르츠는오른손과왼손의불평등한생리적발달에는세계를이원적으로구분하는사회적,종교적관념의총체,즉집합표상이존재한다고주장한다.그는종교의분류체계가성과속,순수와불순의이원적양극성에기초한다는사실에근거해오른손과왼손의비대칭성도종교적기원을갖는다고본다.
많은종교에서생명의원천인태양이떠오르는동쪽과정오의태양이비치는남쪽은성스러운방위이고,해가지고어둠이깃드는서쪽과북쪽은불길한방위로여긴다.기도할때도해가떠오르는동쪽을향하기에그오른쪽은남쪽이된다.자연스럽게오른쪽은빛과열기를,왼쪽은어둠과냉기를상징하게된다.인간은남성과여성의양성으로이루어지며,남성은오른쪽,여성은왼쪽이다.기독교도이상징성은별반다르지않다.기독교의신은이브를창조하기위해아담의왼쪽갈비뼈하나를떼어냈다.신체의왼쪽과여성은그본질이같다고보기때문이다.오른쪽과왼쪽,남성과여성,빛과어둠,뼈의건조함과살의축축함,천상과지상은종교의세계에서양극성의범주를구성하는요소들이다.
이런관념은언어에도스며들어있다.프랑스에서오른쪽을나타내는단어droit는본래‘곧바로’란뜻을가진다.여기서‘곧바로’란휘어지고비스듬하고서투른것과대비되는정상적이고확실한방식을뜻한다.
에르츠는만약인간의두손에비대칭성이존재하지않았더라도인간이이를창조해냈을것이라고단언한다.“수세기동안왼팔이체계적으로마비된것은……성스러움이속됨을지배하도록,집합의식이불러일으키는요구를위해개인의욕망과이익을희생하도록,그리고가치의대립과도덕적세계의현저한대조를신체에새겨넣어신체자체를정신적인것으로만들도록인간을부추겼던의지의표현이었다.이는인간이극도로분화된오른쪽과왼쪽을지닌이중적존재-호모두플렉스homoduplex-이기때문이다.”(97쪽)이렇게신체는사회가제시하는이원적가치의대립이새겨지는장소가된다.
물론오늘날에는오른손잡이로편향된사회를정상적으로보진않는다.왼손에대한차별도많이약화되었다.하지만양손의평등성이향상되었다고해서그것이세계의양극성을뒤흔들기는어렵다.에르츠가보기에세계가양극으로분류된다는점은불변하는인류학적사실에가깝다.에르츠는이원적대립체계가사회적사유의구조와긴밀한관계를맺고있다는점을밝힌최초의학자에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