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선의

최소한의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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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류가 공유해온 타협의 기술이다”

저마다의 가치관이 부딪히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는,
누가, ‘모두의 약속’을 위반하는지 따져보면 된다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작가가 말하는 ‘법치주의’라는 타협의 기술
극심한 갈등과 날 선 증오에 상처받고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

인터넷 포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건사고 소식이 올라온다. SNS나 유튜브에서는 저마다의 비판과 성토가 쏟아지고 찬반 여론은 극렬하게 부딪히지만 어느새 사건은 금세 잊히고 서로에 대한 분노의 앙금만 남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익숙해진 풍경이다. 각자의 옳음과 그름이 상충하고, 이해관계가 다층적으로 얽힌 만큼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세울 필요를 느끼지만, 단정하기란 쉽지 않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만큼 나눌 수 있는 파이는 점점 작아지는데 장기화하는 코로나 팬데믹마저 우리가 지켜온 가치들에 심각한 교란을 일으켜 서로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건강한 가치 판단과 공존을 위한 타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최소한의 선의』는 『개인주의자 선언』으로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를 통쾌하게 비판한 문유석 작가가, 한 사회의 개인들이 공유해야 할 가치들은 무엇일지 법학적 관점에서 경쾌하고도 예리하게 짚어보는 책이다. 인류가 발전시켜온 공통의 권리선언이자 모두의 약속인 인간 존엄성과 자유,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무색해지는 상황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시대. 급속한 과학기술 발전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경기 침체로 너나없이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시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오징어 게임’이 아닌, 지혜로운 공존을 위한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

문유석

저자:문유석
소년시절,좋아하는책과음반을쌓아놓고홀로섬에서살고싶다고바랐을정도로책읽기와음악을좋아했다.1997년부터판사로일했으며2020년법복을벗고사임했다.책벌레기질탓인지글쓰기도좋아해법관으로서,한시민으로서,느끼고생각한것들을틈나는대로기록해왔다.
칼럼「전국의부장님들께감히드리는글」로전국민적공감을불러일으킨바있으며,자신의원작을바탕으로한JTBC드라마<미스함무라비>의대본을직접맡아다시한번화제를모으기도했다.지은책으로『개인주의자선언』『미스함무라비』『쾌락독서』『판사유감』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인간은존엄하긴한가
_대체로무엇이엄청나게중요하게강조된다는것은그것이엄청나게위협받고무시당해왔다는반증일때가많다.

왜헌법인가
법도위아래가있다
모든인간은존엄하다는약속
이제질문을바꿔야한다―사형제
사람답게산다는것
인간의존엄성은감수성이다

2부유별날자유,비루할자유,불온할자유
_우리는서로를볼때흐린눈을뜨고볼필요가있다.

법치주의라는사고방식
‘자유’의연대기
유별날자유,비루할자유,불온할자유
나는나를파괴할권리가있나
인간이라는이름의공해

3부선의만으로충분치않다
_세상의갈등중많은경우가선의와선의의부딪힘이다.

정의vs.자유
도대체왜법은범죄자들에게관대할까
법치주의시스템이놓치고있는것들
성폭력은자유에대한죄
과잉금지의원칙
아름다운판결과냉정한판결

4부공정도공존을위한것이다
_세상에서제일꼴보기싫은게뭘까?다양하겠지만가장보편적인답을찾자면‘날로먹는꼴’아닐까?

정의란무엇인가
우리가바라는공정한지옥
언더도그마와약자혐오
인공지능시대의평등

에필로그_공존을위한최소한의선의

출판사 서평

극심한갈등과날선증오에상처받고지친우리에게필요한‘최소한의선의’

인터넷포털에는하루가멀다하고복잡하고혼란스러운사건사고소식이올라온다.SNS나유튜브에서는저마다의비판과성토가쏟아지고찬반여론은극렬하게부딪히지만어느새사건은금세잊히고서로에대한분노의앙금만남는다.언제부터인가우리에게익숙해진풍경이다.각자의옳음과그름이상충하고,이해관계가다층적으로얽힌만큼판단의기준을명확히세울필요를느끼지만,단정하기란쉽지않다.저성장시대에진입한만큼나눌수있는파이는점점작아지는데장기화하는코로나팬데믹마저우리가지켜온가치들에심각한교란을일으켜서로에대한공포와혐오를더욱부추기고있다.건강한가치판단과공존을위한타협이그어느때보다절실한이유다.
『최소한의선의』는『개인주의자선언』으로한국특유의집단주의문화를통쾌하게비판한문유석작가가,한사회의개인들이공유해야할가치들은무엇일지법학적관점에서경쾌하고도예리하게짚어보는책이다.인류가발전시켜온공통의권리선언이자모두의약속인인간존엄성과자유,평등이라는헌법적가치가무색해지는상황은아닌지우려스러운시대.급속한과학기술발전과나아질것같지않은경기침체로너나없이막연한불안감에시달리는시대.만인의만인에대한‘오징어게임’이아닌,지혜로운공존을위한전략은과연무엇일까.

차마함부로남에게해를가하지못하는마음,인간이존엄한이유

대한민국의모든법률은최고법인헌법에의거해만들어진다.그리고헌법은인간의존엄성을바탕으로체계화되어있다.어떤특정부류나계층이아닌‘모든인간’의존엄성이다.그러나우리는현실에서인간의존엄성이란것이무참하게훼손당하고모욕당하는모습을너무자주접한다.책의1부‘인간은존엄하긴한가’에서는인간존엄성개념이확립되어온역사를조목조목살피며이를중심으로한헌법적가치를망각한듯한한국사회를날카롭게지적한다.인간존엄성은감상적휴머니즘이아니다.현실적인필요에의해인류가오랜시간에걸쳐합의해온가치이자우리나라법체계의출발점이고헌법의핵심이다.만일그렇게느끼지못한다면,그것이우리삶속에체화되지않았거나위선적이고공허한소리일뿐이라고여겨지기때문이다.가진자부터소비자에이르는그모든‘갑질’과횡포와폭력이만연한나머지,서로를배려하고존중하는인간성을허상처럼취급하고있지는않은지,법이왜인간존엄성을최상위의가치로두는지,누군가반사이익을얻더라도왜‘모두의인격’이법으로써존중되어야하는지에관한글들로이루어진1부에서는23년간법관으로서법을공부하고실제에적용해온문유석작가의송곳같은논리가유려하게펼쳐진다.

헌법에서말하는인간의존엄성은‘모든인간’에게해당하는것이다.평소늘도덕적이고이성적으로행동하는사람만을골라서존엄하다는것이아니다.신이부여한특성이든진화의결과이든,모든인간에게는최소한이성과양심에따른결정을할수있는‘능력’이있기에존엄하다는것이고,그러한능력이있음에도법을어긴사람에게는벌을부과한다는것이다.따라서인간의존엄성은보편적인권의근거가된다.모든인간은존엄하기에그의인종·성별·종교·지능·재산등과관계없이,또한그가선한지악한지,성인군자인지범죄자인지에관계없이인간으로서의기본적인권리가보장되어야하는것이다._본문41~42쪽

인간이라는이름의공해속우리는
제각각달라도,불편해도,타협하며함께살아갈수밖에없다

우리는인터넷과SNS를통해지구상의인간군상과세상을쉽게접할수있는시대를산다.자신을전시하기도하고남들의삶을엿보기도하고,부러워하거나비판하기도한다.미처소화되지못한날것의감정이여과없이흘러넘치는공간에서사생활침해와인격살인은비일비재하다.게다가소셜미디어플랫폼기업은알고리즘을통해그러한무분별한비방과혐오를강화하기까지한다.그러나내가보기에못마땅하다는이유만으로타인의자유를침범할권리는애초부터그누구에게도없을뿐더러,인간에게는타인에게피해를주지않는한유별나고비루하고불온할‘천부인권적’자유가있다.지나치게자유분방해보이는누군가가눈엣가시처럼보일지라도함부로그를비난할권리는아무에게도없다.나의자유는타인의자유를침해하지않는곳에서멈추어야한다.

가장기본이되는자유는무엇일까.이동하고,직업을갖고,학문을추구하고,뭔가를표현하고등등멋진무엇을하기이전의원초적인자유.그것은그저홀로있는내공간안의자유,내머릿속생각의자유일것이다.뭘거창하게하기이전에,태어난내모습대로그저있을자유.드라마<미스터션샤인>에서구동매가슬프게되뇌던독백같은대사처럼말이다.“아무것도요.그저있습니다,애기씨.”(…)자유는가치판단을하지않는다.고결하고도덕적이고훌륭한생각만보호하지않는다.하늘을우러러한점부끄러움없는사생활만보호하지않는다.인간은타인에게피해를끼치지않는이상얼마든지유별나고,비루하고,불온할자유가있다._본문100~101쪽

도대체왜,법은피해자를외면하고범죄자들에게관대할까

모든사회적이슈마다여론은팽팽하게갈리지만,차마입에담지못할흉악범죄에대해서만큼은온국민이분노와슬픔에치를떤다.범죄자에게사형을구형해야한다는목소리가뉴스기사댓글에줄을잇는다.그러나최종판결은그러한정의로운분노를달래기에는터무니없이부족해보이는경우가많다.이런사태는대체왜일어나는것일까.문유석작가는우선우리헌법질서에내재한‘인본주의’와‘공리주의’가형벌에대해‘필요최소한’의관점으로접근할것을요구하고있기때문이라고말한다.법이인간사이에필요한‘최소한의선의’라면형벌은사회운영에필요한‘최소한의악의’라는것이다.따라서법치주의시스템은필연적으로국민의법감정과충돌할수밖에없다.작가는그렇다하더라도법이‘인간’그자체를놓치고있는것은아닌지,날카롭게되묻는다.법이인간의감정과편향을너무쉽게간과하는나머지,법적효능에대한시민의신뢰마저저버리는것은아닌가하는물음이다.

예전부터피고인의호소를잘경청하고선처를잘베푸는법관은‘생불’소리를듣곤했다.반면법정구속을칼같이하고높은형량을선고하는법관은모질다,모났다는소리를듣는다.왜일까.법관이접하게되는사람들의입장이한쪽으로치우쳐있기때문이다.검사는사무적인데반하여피고인과그가족,변호인들은목숨을걸고판사만쳐다본다.게다가판사의인간관계는협소하다.동료였던법관도선배였던법관도언젠가는변호사가된다.판사주변에는시간이갈수록변호사만가득해진다.그리고변호사는피고인의입장을대변하는사람들이다.선처잘하는판사를싫어할변호사는없다.‘인간을이해하는법관’‘생불’이라고칭송하며그재판장에게자기사건이배정되기를바랄것이다.칭송에는돈이들지않지만판사의선처는변호사에게돈이되기때문이다._본문155~156쪽

공정한경쟁은,‘사회적배려’때문에가능하다

현재우리사회최대의화두인공정성과정의의문제를평등이라는헌법의핵심가치와연결해풀어가는책의4부는이책의백미다.현대적평등의개념을체계적으로정립한존롤스의『정의론』부터최근까지전세계적화제를모은마이클샌델의『정의란무엇인가』에이르는논의를흥미진진하게풀어가기도하고,공정한경쟁을두고벌어지는우리사회의논의가지닌의미와문제점을예리하게진단해보기도한다.‘약자는무조건선하다는인식의오류’라는뜻으로통용되는‘언더도그’라는용어를동원하며차별시정조치에반발심을품는전세계적약자혐오현상에대한글,인간의노동력의많은부분이로봇으로대체될미래인공지능시대에서변화될평등개념을논하는글또한탁월한논리전개를따라읽는재미를선사한다.무엇보다,오래공유하고지켜온가치들을급변하는시대에어떻게새롭게적용하고변화시켜갈것인지에관한작가의질문과답은혼탁한우리시대에내리는또하나의명쾌한처방전이다.

헌법에있는평등에관한조항이무엇인지물으면거의대부분“모든국민은법앞에평등하다”고대답한다.정말그것만으로충분할까?‘법앞에’평등하기만하면?우리는거기에머물지말고“모든국민은인간다운생활을할권리를가진다”에서평등을찾아낼수있어야한다.‘모든국민’이다.모두가인간다운생활을할수있어야비로소그사회는평등하다고부를수있다.모두에게똑같은분배를하자는것도아니고,모두를부자로만들어야한다는것도아니다.최소한‘인간다운생활’을할수있어야한다는것이다.이를위해서는‘법앞의평등’만으로는부족하다.‘법에의한평등’이필요하다._본문232~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