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 (매슈 베이커 소설)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 (매슈 베이커 소설)

$17.78
Description
모험, 사랑, 코미디, 범죄, 미스터리…
열세 개의 평행 우주를 종횡무진하는
짜릿하고 기상천외한 SF 멀티버스!
나이가 들어 노동할 수 없는 나이가 되면 인구 조절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권장하는 세상이 온다면?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로 전환하여 육체 없이 컴퓨터 서버상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면? 범죄자들을 감옥에 구금하는 대신 범죄의 형량에 따라 기억의 일부를, 혹은 전부를 삭제하는 형벌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후기자본주의, 애국주의, 빈부격차, 인구 증가, 이민자 문제 등 현대사회의 가장 첨예한 이슈들을 SF적인 설정을 통해 기발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매슈 베이커의 소설집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가 출간되었다. 〈버라이어티〉 선정 ‘주목해야 할 스토리텔러 10인’에 이름을 올린 미국의 젊은 소설가 매슈 베이커는 2015년 에드거상 후보에 오른 아동소설 『이걸 찾는다면If You Find This』으로 데뷔한 이후, 관습적인 소설의 문법과 틀을 벗어난 독창적인 작품들을 다수의 문학잡지와 온라인 플랫폼에 기고하며 주목받아왔다. 2020년에 출간된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에도 역시나 설정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열세 편이 알차게 담겨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 과학기술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작동 방식을 때로는 위트 있고 익살스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풍자해낸 이 책은 영국의 유명 SF 옴니버스 시리즈 〈블랙 미러〉에 비견되며 출간 즉시 다수의 제작사와 영상화 판권 계약을 맺었다.

매슈 베이커는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시대정신이나 이념을 기묘하고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변주하고 확장해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게다가 코믹한 소동극부터 가족 드라마, 스릴러, 추리물, 그리고 안내책자 형식의 소개글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제각기 다른 문체와 장르를 활용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게 탄생한 매슈 베이커의 세계는 대체로 현실을 뒤집고 비틀어 만들어낸 ‘비현실’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현실 세계의 가장 적나라한 맨얼굴을 마주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계속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거울상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끝나고 소설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다시 익숙한 세계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실존하지 않는 그들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지나치게 닮아 있다는 서늘한 기시감이다. 하지만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의 가장 큰 미덕은 비판하되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풍자하되 냉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정말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점점 더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동시에 그 삐걱거리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한 각각의 사람들을 이해와 연민의 눈길로 바라본다. 자신이 창조한 혼란한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과 그 혼란 속에 함께 존재한다. 그의 자리는 언제나 소설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저자

매슈베이커

MatthewBaker
〈버라이어티〉선정‘주목해야할스토리텔러10인’에이름을올린미국소설가.미시간주오대호지역에서태어났다.소설집『하이브리드생물들HybridCreatures』과에드거상후보에오른아동소설『이걸찾는다면IfYouFindThis』을발표했으며,〈뉴욕타임스매거진〉에서기획한팬데믹앤솔러지『데카메론프로젝트』에참여했다.〈파리리뷰〉〈아메리칸쇼트픽션〉〈원스토리〉〈일렉트릭리터러처〉〈컨정크션스〉〈베스트오브더넷〉등에소설을기고해왔다.2020년SF소설집『아메리카에어서오세요』를발표했다.자본주의,여성,노인,이민자,인구문제등현대사회의가장첨예한이슈들을SF적인설정을통해기발하고예리하게풍자한열세편의다채로운이야기가담긴이단편집은출간즉시다수의제작사에영상화판권이팔리며화제를모았다.

목차

싸우는단어들_009
의식_043
전환_071
평생형_103
유토피아의어느운나쁜날_147
마마의증언_165
스폰서_223
행복한대가족_247
출현_295
사라진영혼들_313
투어_375
아메리카에어서오세요_439
거꾸로읽는다면_495

감사의말_533
옮긴이의말_537

출판사 서평

유토피아?디스토피아?어쩌면우리의현재!
입구는있지만출구는없는
매슈베이커의SF유니버스에어서오세요

첫단편인「싸우는단어들」은작가의자조적이면서도온기어린세계관이집약되어있는작품이다.이이야기의화자는사전편찬자로일하는중년의남자다.그는다른출판사에서사전을그대로베껴서출간할경우적발할수있도록실제로는존재하지않는가짜단어를만들어내실재하는단어들사이에슬쩍끼워넣는일을한다.그에게는더이상아무도사용하지않는사멸한언어를연구하는남동생이있다.두남자는어린조카를끔찍하게괴롭히는열네살짜리소년에게복수하기로결심하고매일같이소년을미행하기시작한다.문제는그러는과정에서점점그아이에게고통스러운연민을느끼게되었다는것이다.화자는그감정을자신이만들어낸‘아더리(othery)’라는가짜단어로묘사한다.“다른이의고통에공감하여경험하는고통으로,원래의고통보다더괴롭다”고정의된이감정으로인해자신이복수할수없을것임을깨달은화자는자조하듯내뱉는다.“우리는세상의악으로부터조카를지킬수없다.심지어그악을다른악으로부터지킬수도없다.”이대사는정확히매슈베이커가세상을바라보는태도처럼느껴진다.작가는이사회의추함과부조리를절감하지만그러면서도자신이속한세상에대해극심한연민을느낀다.이세상을악에서구하는것은불가능하다.대신그는그저‘작가’로서자신이할수있는일을한다.그건바로이단편의주인공이존재하지않는단어로소년을이해해보려했던것처럼,언어로빚어낸가상의세계를통해현실을이해하는일이다.때로우리는존재하지않는것을통해존재하는것을이해할수있다.심지어우리가미워하는것들까지도.

뒤집힌사회와그적들,
그리고꿈꾸는자에게만허락된악몽

“그냥그렇게,사회에공헌하는것도없이자원을소모하고쓰레기를만들면서계속살순없어요.이행성엔인간만백십억명이살아요.(…)아저씨는늑장을부려서모두를해치고계신거예요.저희세대를해치고,아이들세대를해치고,아이들의아이들세대를해치고있다고요.”_「의식」에서

『아메리카에어서오세요』에서가장큰비중을차지하는것은지금과는다른사회적제도와문화아래에서세상의질서가어떻게뒤집힐지를상상한작품들이다.「의식」에는전세계인구가백십억명을초과하면서칠십세가넘으면스스로목숨을끊는것이미덕이된사회가등장한다.주인공가족은권장연령이훨씬넘었는데도의식을치르지않겠다고고집하는집안의한어른때문에골머리를앓는다.성별권력의역전을다룬「유토피아의어느운나쁜날」은극단적인모권사회의모습을그린작품이다.국가의엄격한통제하에시설에갇힌채살아가는남성들은자유를꿈꾸고,주인공여성은“모권사회에서겪은최악의날이라해도부권사회에서겪은최고의날보다더낫다”는할머니의말을되새긴다.「마마의증언」에서는빈부의인식에대한역전이일어난다.개인당소유물의수가낮을수록바람직하다는인식이강박적으로퍼진사회에서,주인공소녀는가족들이모두소유욕에시달리는아주부유한집안에서태어나학교에서따돌림을당한다.검소함과‘자발적’기부를통한평등이라는이상이강압적이데올로기가될때어떤일이벌어질수있는지흥미롭게고찰한작품이다.「행복한대가족」은‘선의’로만들어진시스템이낳을수있는또다른부작용을다룬다.수사극의형식을취하고있는이작품은모든아이들이부모개개인의양육환경에영향을받지않고평등하게성장할수있도록개인양육이전면금지된사회를배경으로한다.한여성이자기자신의아이를‘훔쳐’달아나고,부모의잘못된신념으로어린시절죽음의고비를넘긴형사는남다른사명감으로여자를뒤쫓는다.

“그에게는사랑에빠진기억이없다.지금느끼는감정을끼워넣을스펙트럼이없다.감정의한계가무엇인지알지못한다.그는아내를좋아하나,아니면정말좋아하나,아니면정말정말좋아하나,아니면정말정말정말좋아하나?”_「평생형」에서

매슈베이커작품의공통적인특징은현실에존재하지않는과학기술을중심소재로한이야기라해도,해당기술의공학적측면이나그로인해변화한사회의거시적인풍경을스케치하기보다는변화속에서개개인이겪는갈등과심리에관심을집중한다는것이다.「평생형」은범죄를저지르면징역을사는것이아니라형량에따라기억을삭제당하는사회에서,중범죄를저질러평생의기억을모두잃은남성이화자로등장한다.자신이기억하지못하는아내와아이들이있는집으로돌아와가족들과의관계를회복하기위해애쓰는그의모습은‘우리는기억을잃어도여전히이전과같은사람인가’에대한철학적인고민으로독자들을이끈다.「전환」은인간의의식을컴퓨터서버로옮기는‘마인드업로딩’이가능한세상을배경으로하여정체성문제를우회적으로다룬다.육신을버리고정신을데이터화하겠다고선언한막내아들과도무지그를이해할수없는어머니의갈등을중심으로전개되는이이야기에서,어머니는아들의결정에충격과거부감을느끼지만어린시절부터육체적쾌락에는전혀관심이없었던아들의모습을회상하며어쩌면아들에게타고난육체란자유가아니라억압일지도모른다는사실을서서히인정하게된다.

“할아버지는모르는것같지만나는안다.우리가그자들을어디에버리든그들의고향은아닐것임을.그들은여기에서환영받을수없다.존재가합법인곳에서도그들은여전히불청객이라불린다.”_「출현」에서

특정한기술이나제도가아닌초현실적이거나기이한‘현상’을주제로한단편들도있다.이민자와난민문제를직접적으로풍자한「출현」은어느날미국전역에난데없이정체불명의사람들이단체로출몰하면서벌어지는이야기를그린다.속이비쳐보일만큼창백한피부에머리도새하얀그들의정체가무엇인지아무도알지못하고,각주에서는이‘불청객’들을수용하느라곤란을겪는다.주인공소년은‘불청객’으로인해일자리를잃은할아버지와함께그들을잡아서주경계밖에버리고오는일을한다.어떤사람들은이들을외계인이나악마라고믿지만소년은사실알고있다.“그들이그저사람일뿐이라는진실을.”「거꾸로읽는다면」은시간의방향이역전된세상을그린가장실험적인작품이다.무덤속에서탄생해어머니의자궁속에서죽음에이르는이뒤집힌세상에서,미국은외국으로가장많은쓰레기를배출하는나라가아니라,가장많은쓰레기를들여옴으로써지구의환경개선에크게기여하는자랑스러운나라가된다.태어나면서부터극심한우울증에시달리는한남자의인생을(독자입장에서는)거꾸로따라가는이단편은그우울의원인이밝혀지는결말부클라이맥스에서강렬한여운을남기며오직SF만이줄수있는감동과위로를전한다.

잃어버린아메리칸드림을찾아서

“난우리가스스로에게물어야한다고생각해요.어떤나라가되고싶은지를요.과학과산업의선두에선현대적이고,선진적이고,혁신적인나라인가?아니면미합중국같은나라인가?”_「아메리카에어서오세요」에서

마지막으로표제작인「아메리카에어서오세요」는안내책자형식으로서술된,촌철살인의유머와풍자가돋보이는작품이다.미합중국의정치사회적부패를참다못한어느마을주민들이회의를통해분리독립을결정하고한국가의탄생을선언한다.그리고“이전에살던나라를추억하는뜻에서”나라이름을‘아메리카’라고명명한다.이후새나라의국민들은미합중국의적폐를뿌리뽑고새로운나라의기틀을잡기위해성별중립적인호칭(Mx.)을만들고,미터법을채택하고,초소형국가정상회담을개최하는등크고작은개혁과쇄신을도모한다.그러나여전히미국에대한애정과사랑을버리지못한어느주민이반란을일으키면서이작은나라에는전운이감돌기시작한다.

결국소설이말하는‘아메리카’가‘미합중국’이아니라는사실은이책의정체성을상징하는듯보인다.『아메리카에어서오세요』의세계는당신이알던그세계가아니다.어딘가조금삐딱한,어딘가조금어긋난,익숙한듯낯선평행우주다.폐기된이상과잃어버린‘아메리칸드림’을되찾으려는사람들을위한‘대안현실’이다.물론그대안이실제보다반드시더나은방향으로흘러가리라는보장은없지만.다만한가지확실한건,극중에서히치하이킹을하다가우연히‘아메리카’에흘러들어와이곳의국민이되어버린어느네덜란드인처럼,일단매슈베이커의매혹적인우주에발을들인다면조금은기이하고위험해보이는이세계에서영원히머물고싶어지리라는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