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세계 (위수정 소설)

은의 세계 (위수정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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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기꺼이 불청객이 되고야 마는 여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위수정의 소설에서
가장 매혹적인 인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_최은미(소설가)
일견 안온해 보이는 삶의 커튼을 들추고 그 아래 드리운 그늘을 들여다보는 신예 작가 위수정의 첫 소설집 『은의 세계』가 출간되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으로 “천천히 죽어가는 인생과 그 사이에 출몰하는 사랑의 숙명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고통스럽지만 차분하게 그려낸다”(심사위원 구효서, 은희경)는 평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사 년 동안 부지런히 써온 여덟 편의 작품이 묶였다. 특히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당찬 기백”(문학평론가 조효원)을 지녔다는 평과 함께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된 「은의 세계」와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후보작에 연달아 오르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풍경과 사랑」 등의 작품이 새로운 작가가 펼쳐 보일 세계에 대해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진행된 담당 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 “가르치려 들지 않”는,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음 어딘가를 움직이는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한 그는 그와 꼭 닮은 소설을 선보이며 확고하고 고정된 사실의 세계가 아닌 불분명하고 유동적인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섣불리 정의 내릴 수 없으나 한번 들으면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낯설지만 선명한 목소리로.
저자

위수정

2017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소설「무덤이조금씩」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은의세계…007
안개는두명…041
풍경과사랑…073
무덤이조금씩…107
마르케스를잊어서…175
TakeMeSomewhereNice…207
화양…235
음악의도움없이…269

해설│백지은(문학평론가)
부정도탐색도없이…303

작가의말…323

출판사 서평

“기꺼이불청객이되고야마는여자들을본적이있는가?
그렇다면우리는위수정의소설에서
가장매혹적인인물들을만나게될것이다.”
_최은미(소설가)

일견안온해보이는삶의커튼을들추고그아래드리운그늘을들여다보는신예작가위수정의첫소설집『은의세계』가출간되었다.2017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소설「무덤이조금씩」으로“천천히죽어가는인생과그사이에출몰하는사랑의숙명을섬세하고도날카롭게,고통스럽지만차분하게그려낸다”(심사위원구효서,은희경)는평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후사년동안부지런히써온여덟편의작품이묶였다.특히“시대의분위기에휩쓸리지않는당찬기백”(문학평론가조효원)을지녔다는평과함께‘이계절의소설’에선정된「은의세계」와현대문학상,김유정문학상후보작에연달아오르며평단의주목을받은「풍경과사랑」등의작품이새로운작가가펼쳐보일세계에대해더욱기대감을갖게한다.소설집출간을앞두고진행된담당편집자와의인터뷰에서“가르치려들지않”는,“뭔지정확히설명할수는없지만,마음어딘가를움직이는작품”을좋아한다고말한그는그와꼭닮은소설을선보이며확고하고고정된사실의세계가아닌불분명하고유동적인세계로우리를이끈다.섣불리정의내릴수없으나한번들으면마음을빼앗길수밖에없는,낯설지만선명한목소리로.


“저래도봄이되면또난리나겠지.
나는앙상한나무들을향해혼잣말을했다.
그말이마음에들었다.
또난리나겠지.우르르살아나서……또아름답겠지.”

더는아무것도모르는척잠들수없을때
고요한세계안쪽에서부터새어나오는
낯설고도선명한목소리

위수정소설이지닌독특함은표제작「은의세계」에서두드러진다.‘하나’와‘지환’부부는팬데믹으로처지가어려워진하나의사촌동생‘명은’을청소도우미로고용한다.명은은오빠‘경은’과함께하나의부모에게맡겨져자랐는데,하나는자신과그들이마치친남매같았다고말한다.하지만지환은하나가명은에대해말하지않은것들을하나둘발견할때마다그이야기의어딘가에빈틈이있다고느낀다.특히경은의죽음을둘러싸고그가도둑질을하다도망치려던중추락한것이라고말하는명은과달리그것이친구의집에서일어난사고였다고말하는하나를보며지환은서로다른진술을하는두사람의모습에혼란스러워진다.
이러한혼란은「안개는두명」에서‘거짓말게임’의형태로구체화된다.‘유리’와연인이라고도친구라고도하기어려운미묘한관계를이어나가는‘선주’는오랜만에옛친구‘화영’을만나게되고,세사람은화영의제안으로거짓말게임을시작한다.진실을말하지않으면된다는간단한규칙의게임이지만,선주는유리와화영이각각이야기하는자신의모습이온전한거짓임을믿을수없다.
이처럼위수정의인물들은각자말해야할순간에침묵하거나숨겨야할것을말함으로써,서로를이해하려하기보다는자신의세계안에들어가기를택한다.그세계속에서“거울은너덜너덜”(「안개는두명」,53쪽)하여진실과거짓말은뒤섞인채구분할수없어진다.
「무덤이조금씩」과「마르케스를잊어서」는나아가읽는이마저그혼란속으로발을들이게끔한다.「무덤이조금씩」에서‘인영’과‘진욱’부부는신혼여행중찾은무덤가에서잠들었다가사진작가‘헨리’가그모습을촬영한것을계기로그의집에초대받는다.소설은인영과진욱,그리고헨리의애인‘조슈아’의시점을오가며그들의저녁식사자리를담아내는데,그때마다사소하게는음식맛에대한평가에서부터심지어는인영과진욱의관계에관한내용까지모든진술이제각기엇갈림에따라독자는누구의말도믿을수없어진다.
아이의죽음이후이혼한‘준우’와‘홍’이아이의기일을즈음해떠난여행을그리는「마르케스를잊어서」또한서사를매끄럽게꿰맞추며읽어나가려는흐름에균열을냄으로써읽는내내긴장감을불러일으킨다.해변가의민박에서권태로운하루를보내고맞이한다음날,준우는전날과미묘하게달라져있는풍경에혼란을느낀다.더구나그는“아무의심도없이.마치완벽하게밀봉되어있던기억을꺼내보는듯”떠올렸던아이에관한기억조차사실은“자신의체험과무관한이야기”(187쪽)였다는것을깨닫는다.
「TakeMeSomewhereNice」의‘우진’도마찬가지이다.그는전여자친구의언니인‘해영’으로부터그녀가동생이내다버린고양이를찾아헤맸던일이나조수석에앉아로드킬당한고양이의사체를외면할수밖에없었던일에대해듣는다.그러나그모든진술은이후해영의입을통해다시금뒤집히며무엇이진실인지확신할수없어진다.이를통해우리는모든것을하나의일관된서사로통합하려는익숙한관습을점검하며,진실과거짓이뚜렷한각각의길이아니라그것들이서로교차하며만들어내는새로운길로향하게된다.


초대받지않은땅위를
맨발로가로지르는여자들

앞선작품들이정확히해명되지않는세계의혼란과그곳에서조금씩새어나오는낯선목소리를담아낸다고할수있다면,「풍경과사랑」「화양」「음악의도움없이」는그목소리를자신의것으로만든인물들이뿜어내는충동과열망에집중한다.
남편이출장을떠나고아들과둘이지내는집에아들의친구‘연호’가찾아오면서시작되는「풍경과사랑」은최근소설에서쉽게찾아볼수없었던섹슈얼한긴장감을자아낸다.아들보다한살이많은열아홉살의연호는하와이에서전학을와한국말이어눌한한편또래보다다부지고성숙한몸을가진탓에그저어리숙한소년으로도,한명의남자로도느껴진다.아들의친구에게적절치않은감정을느끼는데자책하던어느밤,‘나’와내밀한대화를나누다집으로돌아가려던연호가묻는다.“같이갈래요?(……)Onetoonecorrespondence.그걸한국말로뭐라고하죠?”(95쪽)반면출장에서돌아온‘나’의남편은“솔직하고싶은욕망”(102쪽)에따라사실을말하려는‘나’의손을들어자신의입을막아버리고,그‘일대일대응’이불가능한관계에말문이틀어막힌‘나’는밤거리로나선다.그리고그곳에서언젠가본적이있는듯한“창백한얼굴로허공을향해누군가와끊임없이대화하는사람”(103쪽)을만난다.

여자는무엇을보고있는것일까?누구와대화를나누는것같은데.나는한동안그녀의말을들으며가만히앉아있었다.그녀의이야기를듣고있으니대화의맥락이조금이해될것같기도했다.나도말이하고싶어졌다.(104~105쪽)

마찬가지로기혼여성인「화양」의‘나’는무감한남편대신애인대행일을하는‘짐보’를통해욕망을충족시키며지낸다.그것은비단성적인욕망만이아니어서,‘나’는본명도,나이도,실제의삶도모르는그에게만“마음에담아둔말”을할수있다.

짐보는나와어떠한연결고리도없기에그에게는마치땅을파서비밀을이야기하고묻어버리는것처럼마음에담아둔말을할수있었다.그는대체로말이없는편인데다가그의멍한눈동자를보고있으면안전한기분이들었다.(241~242쪽)

이처럼이들의발화는“허공을향해”“땅을파서비밀을이야기하고묻어버리는것처럼”이루어지며,안에서부터새어나온이목소리는타인이아니라스스로를향한다.이해하고이해받기를택하는대신비틀리고뒤틀린거울속의스스로를응시하기로결심할때,더는아무것도모르는척잠들수없음을인정할때,“아무것도참지않고최선을다해불청객이되”(「음악의도움없이」,301쪽)기로결심한이들은비로소세계밖으로몸을내민다.
정답을가르쳐주지않는,판단하지않는,무엇하나온전히믿거나이해할수없게끔거리를두는위수정의소설은외려그거리감을통해읽는이의가장내밀한곳을건드린다.내것이아닌척숨겨두고만싶었던치부와욕망을들추는이야기는일상의매끄럽고섬세한표면에균열을내고마침내그것을깨뜨리며카타르시스를불러일으킨다.우리는위수정을따라그깨진파편으로가득한,초대받지않은땅위를맨발로가로지르게될것이다.



진짜가아니라는것을알아도그것을온몸으로느끼게될때가있다.누군가닫고간문소리가문득오래남을때.“마스크도휴대폰도”없이직진해버리고싶을때.눈앞의사람에게미쳤냐고묻고싶을때.솔직하고싶은욕망이다른모든것들을상관없이만들때.
위수정의소설은알듯하면서영영모를것도같은인물들의미묘한직설을통해마음의‘난리’들을곳곳에부려놓는다.그곳엔현재의재난과과거로부터의죽음이있고정상성에서비껴난관계와욕망들이있다.다말해지지않았기에체험되는인간과세계의불가해한틈들이있다.
눈을뜨고자는것처럼죽은채로살아본적이있는가?기꺼이불청객이되고야마는여자들을본적이있는가?그렇다면우리는위수정의소설에서가장매혹적인인물들을만나게될것이다.죽음과사랑사이에서,두려움과경이로움사이에서,그게어쩌면살아있다는착각일지라도.
어느밤에우리는이렇게말하게되는것이다.
“또난리나겠지.우르르살아나서……또아름답겠지.”_최은미(소설가)

주어진세계외부의무질서한길에서더똑바로보이고더정확하게이해되는것들,위수정소설은그곳으로우리를이끈다.미리알지못하는시나리오를연기하는듯한인물들을따라가며그들의말과몸짓을,그들의상상과지각을함께겪다보면문득“사람들의움직임이,그들의리듬이,모두이해되”는순간을맞는것이다.(……)이것이위수정소설을경험하며우리가느끼는해방감이다._백지은(문학평론가)



나는언제부턴가아무도없는허공에손을내밀고있었는데,누구의손을잡고싶었던건지도이제는잊었다.잊을것이다.그러나빛이있는쪽으로무한히향하는식물들처럼나역시손을거두지는못하리라.끝내닿지못할것을알면서도.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