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송재학 시집)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송재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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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자아와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데칼코마니의 언어

“빛의 시인” 송재학이 새로이 덧칠한
사물의 또다른 얼굴, 또다른 이름들
올해로 등단 36년, 역동하는 사물의 인상을 다채로운 감각 언어로 표현하며 자아와 세계를 직관하고 그 본질을 탐구해온 송재학의 열한번째 시집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을 문학동네시인선 169번으로 출간한다. “평야와 같은 광대함으로 시를 열어 보인”(소월시문학상 심사평) 빼어난 시편들로 소월시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목월문학상 등 굴지의 시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연물과 예술품을 빼어난 색채 언어로 관조하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론적 사유와 그 외연의 확장을 보여준다.

아찔한 것과 서늘한 것들을 자꾸 끄집어내는 저녁놀, 석양의 질감은 장면전환의 페이드아웃처럼, 생각을 오래해야 할 문답처럼, 오래 반복되고도 늘 새것인 저녁의 이유가 방금 도착했다
_「일몰의 구름은 무엇의 일부였을까」에서
저자

송재학

1955년경북영천에서태어나포항과금호강인근에서유년시절을보냈고1982년경북대학교를졸업한이래대구에서생활하고있다.1986년계간『세계의문학』을통해등단했으며소월시문학상과목월문학상등을수상했다.『얼음시집』『살레시오네집』『푸른빛과싸우다』『그가내얼굴을만지네』『기억들』『진흙얼굴』『내간체內簡體를얻다』『날짜들』『검은색』『슬프다풀끗혜이슬』등의시집과산문집『풍경의비밀』『삶과꿈의길,실크로드』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아침을담는항아리
일출이라는눈동자/애면글면/일몰의구름은무엇의일부였을까/수선을위해속을뜯어낸서쪽노을에정념의벌레가도착했다/붉은아가미/노을이라는얼굴/노을이라는내부-내부3/노을혹은목판화제작소-내부2/유화-내부5/지하실-내부6/너라는조문/얼음일까거울일까/방파제저녁/인면어/신체와콘트라베이스/아침이부탁했다,결혼식을/사람의노을,노을의사람

2부물망(勿忘)의연두색이계속돋았다
르베르디를읽는르베르디/결핵문학/이장(移葬)/풍자/그랑저테/신기루의사전/장마/시처럼북처럼/입이수평선이되기까지/정(情)/강/마네킹실종사건/위와헛묘/옹이/그림자/가지가둥치에서벋어나온것이아니라둥치에가지가박힌나무가있다/고라니울음/구기다와굽다

3부이름대신슬프고아름다운계면(界面)을얻었다
작년/달이야기/쇠백로근경/내가모르는또다른이야기/시월/1월15일맑음/어린연잎의다채로운색깔들/달맞이꽃/동경(銅鏡)/황비창천명경/용수전각문경/살구와그들의세계/숲이없어도쓸쓸한희망-섬1/두사람이기에가능한-섬2/지척지간모란체(牧丹?)/물푸레나무/그냥이라는고양이/비로자나엽

출판사 서평

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이병철은송재학시인을“빛의시인”이라호명한바있다.“감각이야말로사물의본질에가장가까이다가가는방식”이라말해왔던송재학은일찍이검은색을죽음의색에서모든색의혼합이자포용의상징으로끌어올리는시적실험을선보였으며,묘사의여백이자무채색의영역으로여겨지는허공에까지색채의가능성을이야기해왔다.그간흰색과분홍색을거쳐검은색으로대표되었던시인의색채는이번시집에서더욱무한한영역으로뻗어나간다.그의시선에서새로이조색된세계는천개의다양한색으로분화하고,시인은여명의시간부터하늘이노을로붉게물드는순간까지의장려한색의향연을직관적이고단단한시어로펼쳐낸다.

아침을담는항아리는
천개의색을모으는중이다
무채색주둥이까지포함하니까
구부리고번지는밀물까지돌과함께물렁해져서
어딘가스며들어야하는해안선이되었다
_「아침이부탁했다,결혼식을」에서

숨쉴때마다꾸역꾸역붉어지는서쪽의비위가싫지않은것은이미내몸이비애와바뀌었기때문이다몸속의모든것을피로뱉어내며내가흥건해졌다나와섞이기위해저렇게붉어졌다
_「붉은아가미」에서


시인의이전시집『검은색』(문학과지성사,2015)에서문학평론가신형철은송재학시의시적화자가세계의풍경을자기외부의무언가로인식하지않고자기내부의연속이라여긴다고해설했다.즉송재학의시에서내부와외부는나뉘지않으며,자아와세계는경계없이연속된다.이는외부물질과의관계에서도마찬가지인데,한자아가다른물체에서무언가를발견한다면그것은이미내안에‘잠재태’로존재하는것을재발견한것이된다.이와같은시선으로볼때,이번시집에서시인이‘황비창천명경’과같은옛예술품과‘노을’과같은자연물을시의언어로재구성함에있어화자는이들의아름다움을포착함과더불어마치거울에반사된자신의얼굴을들여다보듯자아내부에서도한쌍의“데칼코마니”와같은미적발견을이루어냈음을미루어짐작할수있다.

이건껴묻거리,죽은자의눈물이라비탄이며원한까지산화락공양으로함께묻는고려의풍속이다우리모두몇겹의윤회인채흘러가고있는장단이다
_「용수전각문경」에서


“사물과서사에는일물다어설(一物多語說)이존재한다고생각해요.”송재학이김지율시인과의인터뷰에서한이말은동일한사물과서사를사람마다각기다른언어로표현하여다양한결과물을만들어낼수있다는,즉기의가같더라도기표는다양할수있다는의미로해석할수있다.‘시인의말’에서그가영감을받았다고소개한이상,김소운,제임스터럴,르베르디,페소아의작품들은모두각자의개성이뚜렷하지만,외부와내부의경계를뛰어넘고자하거나이명(異名)을활용해다분화된자아로세계를설명하고자했다는점에서그동안송재학이시로써행한시도들과교차한다.이들의작품을재해석한「유화─내부5」,「르베르디를읽는르베르디」등의시에서이들과송재학의사유들은시속에서갈마들며하나의얼굴로또렷해진다.미시적으로는각기다른주체가만들어낸작품들이거시적으로는동일한시적주체로갈무리될수있음을송재학시는보여준다.

너무많은눈물로시작하는부식
모든얼굴을기억하는얼굴
귀와입이서로섞이면서
얼굴은거울안에서앙금이되었다
훗날눈물이번진것을알게끔푸른색이번졌다
두손으로얼굴을문지르니
너무많은녹이묻어나온다
_「동경」에서

『아침이부탁했다,결혼식을』은이처럼색채묘사에의몰입을통해세계를섬세하고도직관적으로조탁하고자시도함과동시에주체와객체,내부와외부의경계를허물며인간내면과우주의섭리를탐구하는시적자세를보여준다.30여년이넘는시간동안끊임없이새로운시도를행하는시인,송재학의시가이후어떤단계에도달하게될지를이번시집은더욱기대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