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 문학동네 청소년 57

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 문학동네 청소년 57

$12.77
저자

문경민

제17회중앙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곰씨의동굴」이당선되어등단했다.제2회다새쓰방정환문학공모전에서『우투리하나린』으로대상을,장편소설『훌훌』로제12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과제14회권정생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화이트타운』으로2021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2023년제13회혼불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훌훌…5
작가의말…252

출판사 서평

“과거를싹둑끊어내면,나의내일은가뿐할텐데.”
제12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수상작『훌훌』

제12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수상작.과거와의단절을선언하며독립을꿈꾸던열여덟살유리가곁의사람들과연결되어가는과정을그렸다.주인공유리의한계절을함께하면서우리는자연히어떤‘사이’를떠올리게된다.식탁에마주앉아스팸을같이먹는사이.추운날아침에옷을충분히따뜻하게입었는지확인하는사이.내가처음으로직접요리한음식을먹던상대방의표정을기억하는사이.혈연이든비혈연이든마음의한토막을기꺼이내어주게되는그사이의이름이바로‘가족’임을『훌훌』은상기시킨다.묻어두었던감정과외면해왔던과거를직시함으로써홀가분해지는마음,또누군가와이어지고맞닿을수록가붓해지는어떤마음에대한이야기가빈틈없이단단한문장으로들어찬소설이다.
오늘의청소년들에게자신있게건네고싶은읽을거리를발굴하고자시작된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은지난10여년동안꾸준히수상작을내왔다.『세계를건너너에게갈게』『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독고솜에게반하면』에이르기까지독자들은가히폭발적인반응으로응답했으니,수상작이없었던지난해의애석함과아쉬움도그만큼컸을테다.제12회수상작『훌훌』은2년의기다림에부응할뿐만아니라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의문학적성취를또한단계끌어올렸다고평가받을수작이다.이번심사평에많이언급된단어중하나는‘믿음’이었다.“인물과사건을대하는작가의태도에믿음이가는작품”(송수연),“작가가세상을바라보는시선에신뢰가갔다”(이선주),“폭력에대해쉽게판단하지않고끝까지따라가지켜보는작가의시선이믿음직스럽다”(진형민).『훌훌』은입양을소재로한작품이고,인간에게내재된폭력성을응시하는장면이곳곳에포진해있다.결코가볍지않은질료를가지고글을짓는과정에서작가는스스로에게끊임없이질문을던졌다.혹여나누군가의고통을소비하고있는것은아닌지,대상화하고있지는않은지,과연한아이와평생을함께하기로결심한입양가족들의마음에깊숙이가닿을작품을쓰고있는것인지.“최대한인물의자리에서쓰려고노력한작가의고투를작품곳곳에서읽을수있었다”는심사평처럼,작가의조심스러움은작품에정직하게배어있다.변화하는감정의마디마디를놓치지않는세심하고도반듯한문장,설득력있는인물한명한명의입체적서사는우리로하여금“겪어보지않으면알수없는마음”(253쪽)을헤아려보게한다.고립을자처하던인물들이조금씩누군가와의거리를좁혀가는장면들은그래서더욱뭉클하다.다섯심사위원의마음을붙든것이결국“인간에대한깊은애정”이었음에고개를끄덕이게된다.믿어도좋을소설,믿음직한소설이다.

버거운덴각자의이유가있지만
마음이가붓해지는방법은어쩌면단하나

학기초자기소개서를쓰는시간.서유리는텅빈종이를마주하고잠시생각한다.무슨말을어디까지적어야하는걸까.어째서할아버지와단둘이살고있는지?할아버지와피가전혀섞이지않은건왜인지?늘그래왔듯유리는적지않는다.자신을입양한사람과낳은사람의행방을모두알지못하는처지에대해서도.설명하기어려운가정사는감추면그만이고,유리에게감추는일은너무도익숙하다.어느지점에서입술을얇게다물어야하는지,어디에서시선을돌리거나화제를바꿔야할지를자연스레터득한지오래다.그러나움찔거리는수치심,원망,분노같은것들은꾹꾹누른다고사라지지않아서유리는거듭되뇐다.딱2년만더.스무살이되면이집을훌훌털고떠나자.징글징글한과거는모두없던일로치워버리고뒤도돌아보지않을거야.유리는대학진학을빌미로오롯이혼자살생각이었다.연우를만나기전까지는.
시작은엄마서정희씨의갑작스러운죽음이었다.자신을입양했다가버린사람의부고를듣고,장례식을치르고,피가섞이지않은동생연우와함께살게되면서,유리는외면해왔던감정의덩어리들이세차게달려드는것을느낀다.개중엔이제껏한번도지녀본적없는감정들이섞여있었다.연우를향한애틋함이슬며시피어오르는것을시작으로,거리를두고남남처럼지내온할아버지를걱정하는마음,내내미워하기만했던엄마를애잔하게여기는마음이유리의일상에번져간다.스스로의변화를마주하는건유리만이아니다.어쩌다같은공간에서살아가게되었을뿐이라는듯외따로살아가던연우와할아버지또한조심스레받아들이기시작한다.두껍게세워두었던마음의벽에금이가고있다는사실을.저도모르는새상대에게무언가를바라게되었음을.때로는치솟는화를쏟아내는자신의모습에당혹스러워하기도하면서,세사람은조금씩서로에게당연한존재가되어간다.
『훌훌』의인물들은각기다른사연으로버거운짐을떠안고있다.소문에시달리며교실의악의와폭력을마주하는고향숙선생님도,유리의곁을든든히지키는미희도,유리와비슷한듯다른처지의세윤도쉬이헤아릴수없는저마다의속사정을지녔다.제몫의아픔을고요히감당하던그들이단절의영역에서연결의영역으로더디지만분명히나아갈때이야기는뭉근한온기를띠기시작한다.서로에게짐이되지않는무게는어느정도인지,그무게에기대고의지하는관계도있을수있는지,어쩌면이런고민을끊임없이맞닥뜨리며함께만들어가는관계는그자체로위로가되는것이아닌지.질문들을던지며결국『훌훌』은말하는듯하다.버거운덴각자의이유가있을지라도,가뿐해지는방법은하나뿐일지모른다고.마음과마음은연결될수록가벼워지기도하는것이라고.그러니서로의온기를쬘만큼은거리를좁혀도괜찮다고.

『훌훌』을쓸때나는손을생각하곤했다.
친절하게내미는손,당겨주고토닥이는손의이미지를떠올렸다.
촉촉하고따스한손이백마디의말,천개의눈빛이되어퍼져나가기를바랐다.
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