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해관계 (임현 소설)

그들의 이해관계 (임현 소설)

$14.00
Description
첨예한 문제의식과 밀도 높은 서사
더욱 깊어진 임현 세계의 두번째 챕터
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 대상과 2018년 제9회 젊은작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 임현의 두번째 소설집 『그들의 이해관계』가 출간되었다. “공감과 위로와 정당한 메시지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던지기 어려운 질문”을 펼쳐 보여 “신뢰”(이장욱 소설가, 시인)가 간다는 평을 받으며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그들의 이해관계」, “윤리와 논리를 둘러싼 딜레마를 다루”며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2020년 겨울)에 선정된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를 포함해 총 아홉 편이 수록되었다.

“이율배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위선적인 인간이라는 존재”를 “선명하게 부각”(남진우 시인, 문학평론가)시킴으로써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해온 임현은 이번 소설집에서 그러한 인간의 모습 이면에 드리운 상처와 나약함, 상황에 따른 순간순간의 선택과 그로 인한 감정의 파동을 세밀하게 좇아 종내에는 논리적으로 해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심층을 비춘다. 무엇도 함부로 단언하지 않는 특유의 문체, 일순 서늘한 반전을 펼쳐내는 내러티브 솜씨가 한껏 발휘된 『그들의 이해관계』는 그야말로 작가 임현의 새로운 도약이다.
저자

임현

2014년『현대문학』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개와같은말』,중편소설『당신과다른나』가있다.2017년젊은작가상대상,2018년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그들의이해관계…007
나쁜사마리안…039
해원…071
거의하나였던두세계…093
이해없이당분간…127
목견…139
예정…169
미래의내가과거의나를…179
고요한미래…209

해설|김녕(문학평론가)
맹점(盲點)237

작가의말256

출판사 서평

“임현의성공적인소설들은답할수없는질문을던진다.
‘쉽게답할수없는’질문말고‘끝까지답할수없는’질문말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도무지납득할수없는불행앞에서
이해하려는시도를내려놓음으로써
위안을얻는다는역설

임현의소설은대체로예기치않은사건사고로가까운누군가를여의거나곤경에빠진이가주인공으로등장한다.표제작「그들의이해관계」는버스사고로배우자‘해주’를잃은‘나’가우연히그사고를피한대신경로를이탈했다는이유로부당해고를당한버스기사를만나게되는이야기이다.삶이란“자꾸나쁘게만흘러가”(31쪽)고,누군가얻는것이있다면누군가는반드시잃는것이있다는무정한세상사이해(利害)의법칙.이구조에서‘나’는누구도선인도악인도아니라는걸깨닫고죽음을피한그버스기사를탓하려던마음을내려놓는다.자신처럼어려운국면을지나고있는버스기사가던지는“어느한쪽이자꾸좋아진다는것은누군가나쁜쪽을떠안게된다는것아니겠습니까”(27쪽)라는고통어린질문에다만귀기울일뿐이다.
「그들의이해관계」와연결된작품인「나쁜사마리안」은상실의상처를지닌두인물이얻는위로의순간을좀더선명하게보여준다.‘나’는댐을세우느라물속에잠긴“수몰지구”(44쪽)처럼여전히가슴한편에남은죽은해주에대한미련때문에함께살고있는‘도경’에게미안함과죄의식을느낀다.어느날‘나’는같은대학출신이면서무명배우로일하는‘오종구’가밤의번화가에서혼자울고있는모습을목격한다.시간이지난후우연히만난오종구와대화를나누게되면서,‘나’는어디서도받지못했던종류의위로를받는다.실은오종구또한그날‘나’를보고있었는데‘나’역시울고있었다는것을알아봐주었던것이다.

“무엇보다이토록많은사람중에아무도나를이해하지못할거라는생각에너무외로워졌습니다.그런데그순간누가나를지켜보고있다는게느껴졌습니다.”(67쪽)

임현은「나쁜사마리안」을통해타인에게서받는위로란어떠한목적이나의도없이다만뜻밖의상황에서스치듯전해지는것이라고말하는듯하다.이러한시선은「해원」에서보다분명하게드러난다.배우자‘윤재’를여의고홀로‘노아’를키우는‘해원’은죽은윤재가했던것처럼노아와공놀이를하려다그만공을잃어버리고말았다.배우자없이온힘을다해보살피던노아가교통사고로사경을헤매는지금,아이의수술이잘끝나기를바라는일말고는더할수있는일이없다는걸깨달은해원은공원에서잃어버린공이라도찾기위해안간힘을쓴다.그곳을지나던공원관리인이발길을멈추고그런해원을보게되는데,그시선은마치소설바깥의작가의시선과닮아있다.

“관리인은자리를떠나지않았다.적극적으로돕는것도아니었다.해원이지금무엇을찾고있는지그는알수없었다.다만그녀가움직이는방향으로손전등빛을따라옮겨줄뿐이었다.”(92쪽)

애써상대를이해하려들거나섣불리이유를묻지않고한발짝거리를둔채조심스럽게지켜봐주는이러한태도를임현은주목한다.「이해없이당분간」에서이별을치른‘나’가한때애인과함께자주시간을보냈던시내버스에올라탔다가,문득버스기사가이유를알수없이울음을터뜨리며“아무도가보지못한노선으로”(138쪽)달리는것을말리지못하고그저“무엇이우리를이토록슬프게만드는가.(…)우리는각자의이유로따로또함께울”(같은쪽)고말았다고말하는아름답고환상적인장면처럼,이러한태도는그자체로묘한울림을준다.


불편한것을외면하려는
인간의식의맹점을걷어내
내면의어둠을직시하는이야기

수록작중에서가장최근에쓰인「거의하나였던두세계」에서임현은공정과불의,잘잘못의비율을산정하기어려운윤리적모순과그구조를더욱치열하게파고든다.재임용계약을앞둔국문학과시간강사인‘나’는최근학교에서일어난법적분쟁사태를“만약그자리에내가있었으면어땠을까”(121쪽)라고생각하며남일같지않게지켜본다.한역사학과교수가강의도중한학생에게인권차별적인발언을했고,학생회소속이던오명조가그교수에게책임을묻다가폭행을당한일이었다.오명조는그사건에서는피해자이지만한편으로는자신의고백을받아주지않은학과선배에게“모멸감이나수치심”(115쪽)을주는말로그선배를휴학하게한가해자이기도하다.그리고오명조가그선배에게내뱉은말은,놀랍게도‘나’가오명조와어느수업뒤풀이에서오명조에게스치듯한말에영향을받은것이다.‘나’는사실그때문에이사건을외면할수없었던것인지도모른다.
화자의시점에서들려주는이야기가모든전말이드러난후에다르게읽히도록한겹씩비밀을풀어내며읽는이의선입견을끊임없이건드리는임현의능수능란한플롯은「목견」「미래의내가과거의나를」에서도반복,변주된다.아파트경비원으로일하던아버지가주민들에게억울하게도둑으로몰려목숨을끊은데대한상처를토로하는마트물류직원이실은현재모종의사건을일으켜사측의조사를받는중이었다는설정(「목견」),투자에실패한후주차장관리원으로밀려난노인이어떤사건의용의자로의심받을만한사람이었다는설정(「미래의내가과거의나를」)이그렇다.
임현소설은옳고그름을구별하는것이중요하다고주장하거나쉽게답할수없는윤리적난제의어려움을항변하지않는다.오히려“어떤일에대한입장과관점,그일의의미를좌우하는것은각자가놓인‘상황’일수밖에없다”(해설,245쪽)는것,따라서“자신도모르게이해(利害)를좇고마는것,언행불일치와자기모순,저좋을대로기억을편집하고,남의말을곡해하며,단것은삼키고쓴것은뱉으며,자신만이옳다고강변하는것”이“모두눈앞의상황을견디는‘상황주의자’의방어기제에다름아니”(해설,249쪽)며,그것이바로인간이면에도사리고있는어두운진실이라고말하는듯하다.그진실을직시하는눈을가질때만이우리사회곳곳에붙은“윤리강령”(117쪽)처럼현실에서실체적인의미로기능하지못할뿐아니라되레악덕을포장하는구실이되곤하는‘윤리’라는말의허상을깨우칠수있는것이아닐까?

“나를설명하기위해서나는자주다른사람을내세우곤했다.그럴수록어쩐지더많은나를말할수있었는데소설을쓰는일도크게다르지않았다.나는늘나하나만으로는부족해서누군가를통해이야기될수밖에없는동시에,나역시다른누군가를위한이야기가되어주어야만했으니까.무엇보다최초로말을시작하는사람은아닐지라도,최초로듣는사람은내가될수있지않을까.”_‘작가의말’에서

겉으로는쉽사리드러나지않는관계의비의와상처,우리를둘러싼해명하기어려운구조적인모순에더욱귀기울여나갈이작가를신뢰하지않을도리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