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 (최승자 시집)

연인들 (최승자 시집)

$12.00
Description
“(혹) 잊을 순 있어도, 잃을 순 없는” 우리들의 시인(박연준), 그 폭발하는 언어로 “언제나 미래”가 된 시인(이원) 최승자의 시집 『연인들』을 문학동네포에지 41번으로 다시 펴낸다. 1979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그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1999년 홀연 11년간의 오랜 침묵 속으로, 저 너머의 세계로 떠나기 전 그가 삶의 자리에 매어두었던 약속 같은 시집이라 하겠다.
2010년 시로 돌아오며 그간 무소식의 사정을 조현병과의 씨름이라 밝힌 바, 그가 골몰했던 정신의 세계, 타로 카드와 음양오행과 신비주의의 세계로 향했던 출발점이며 분수령이 된 것이 이 시집이다. 후에 그 투병의 10여 년을 두고 시인은 “나를 병에 지치게 한” “어린아이 같은 짓”(『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난다, 2021, 이하 ‘산문집’)이라 소회하였으나, 23년 만에 되살아나는 이 시집을 앞에 둔 지금의 시인은 그토록 “무지막지한 고통 속을 달려왔던 시간,/무지막지한 고통 속을 헤매었던 시간”을 생각하며 “가히 참, 아름답다” 말한다.
저자

최승자

저자:최승자
1979년계간『문학과지성』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이시대의사랑』『즐거운일기』『기억의집』『내무덤,푸르고』『연인들』『쓸쓸해서머나먼』『물위에씌어진』『빈배처럼텅비어』가있다.대산문학상,지리산문학상,편운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마흔두번째의가을/심장론/상경/안부/아득한봄날/시간은/둥그런거미줄/1번국도/우라노스를위하여/빈공책/흔들지마/한사람이/더스트인더윈드,캔자스/번역해다오/천년지복/이시/하얀/위에/다시/하아얀/인터내셔널식탁/제주기(濟州記)/바오로흑염소/유카나방이/“그릇똥값”/생각은/월하(月下),이빵빵한/백합의선물/좌우지간/왕국/일점일순/나는용서한다/러스코의추억/구토/한생각으로서의인류사/버추얼리얼리티/돈벌레혹은hangedman/또다른,걸인의노래/눈이란무엇인가/?/연인들1/연인들2/연인들3

출판사 서평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책속에서>

누가펼쳐놓았나.
아무것도씌어져있지않은이빈공책.
그위에깊은눈이내려침묵조차,
침묵이걸어간발자국조차지워져버린
이태초의빈공책을.
아니그것은내가지워버린공책이다.
나는내가써왔던텍스트를모두지워버렸다.
이제나는더이상쓰지않을것이다,라고
그위에다나는쓰지않는다.
나는다만지워버렸고,
지워버렸다고말할뿐이다.
지워져버린공책위에쌓인눈은보이지않는다.
그러나나는그것을보고,그리고안다.
이제그위로소리없이바람이한차례지나가고,
그리고그공책은영원히닫혀질것임을.

─「빈공책」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