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멀지 않다 - 문학동네포에지 43

그곳이 멀지 않다 - 문학동네포에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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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희덕 시인의 세번째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를 문학동네포에지 43번으로 다시 펴낸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간명하고 절제된 언어”(김진수)로, 그러나 커져가는 세계의 균열을 결코 보아 넘기지 않는 강건함으로 달려온 그다. 오래 사랑받았고 여전히 생생한 이 시집을 다시 펴냄은 서정마저 불온하다 의심받는 지금의 시대에 ‘제 단단함의 사슬’로 지켜온 그의 엄격이 기실 안는 품임을, 잡는 손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일이다.
저자

나희덕

1966년충남논산에서태어나연세대국문과와동대학원박사과정을졸업했다.1989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뿌리에게」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현재서울과학기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김수영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현대문학상,이산문학상,소월시문학상,임화예술문학상,미당문학상등을수상했다.

시집으로『뿌리에게』,『그말이잎을물들였다』,『그곳이멀지않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그때나는괴로웠을까행복했을까
천장호에서/오분간/그곳이멀지않다/푸른밤/그때나는/탱자꽃잎보다도얇은/벗어놓은스타킹/구두가남겨졌다/칸나의시절/품/열대야/누에/시월/만삭의슬픔

2부빚도오래두고갚다보면빛이된다는걸
고통에게1/고통에게2/때늦은우수(雨水)/빚은빛이다/마음,그풀밭에/내속의여자들/밤길/웅덩이/어떤항아리/그러나흙은사라지지않는다/길속의길속의/밀물이내속으로/또하나의옥상/귀여리에는거미줄이많다/이끼

3부가장지독한부패는썩지않는것
속리산에서/뜨거운돌/계산에대하여/누에의방/마지막양식/그골목잃어버리고/황사속에서/부패의힘/가벼워지지않는가방/종점하나전/활주도없이/손의마지막기억/성공한인생

4부모든존재의소리는삐걱거림이라는것을
포도밭처럼/거리/쓰러진나무/복장리에서/나뭇잎들의극락/대동여지도는아니더라도/저자리들/왜/사랑/밥생각/소리들/사흘만/새떼가날아간하늘끝/발원을향해/그이불을덮고

출판사 서평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책속에서>

너에게로가지않으려고미친듯걸었던
그무수한길도
실은네게로향한것이었다

까마득한밤길을혼자걸어갈때에도
내응시에날아간별은
네머리위에서반짝였을것이고
내한숨과입김에꽃들은
네게로몸을기울여흔들렸을것이다

사랑에서치욕으로,
다시치욕에서사랑으로,
하루에도몇번씩네게로드리웠던두레박

그러나매양퍼올린것은
수만갈래의길이었을따름이다
은하수의한별이또하나의별을찾아가는
그수만의길을나는걷고있는것이다

나의생애는
모든지름길을돌아서
네게로난단하나의에움길이었다

─「푸른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