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없는 소리

마음에 없는 소리

$14.50
Description
소설가 윤성희, 최진영 추천!
문학동네신인상 만장일치의 주인공, 올해의 신인 김지연 첫 소설집
수백 편의 응모작 가운데 단 하나의 작품을 가려 뽑는 문학동네신인상은 다양한 안목을 지닌 심사위원들이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각자의 선택을 밀어붙이는 열기의 현장이다. 매년 치열하게 의견들이 경합하며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있어온 가운데 2018년에 당선작으로 결정된 작품은, “문학적 기준과 취향이 다른 일곱 명의 심사위원(소설가 김금희, 윤이형, 정용준, 조해진, 문학평론가 백지은, 신형철, 황종연) 모두에게서 잘 쓴 소설”이라는 평을 이끌어내며 “근래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 심사에서도 특별한 경우”(‘심사 경위’에서)라고 할 만한 이례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소설의 구조가 응모자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했다”(김금희) “어떤 실험적 작위 없이도 새로움을 성취했다”(백지은) “필요한 문장을 정확히 제자리에 놓을 줄 알고 그 문장들로 상황을 내면화하는 데 어김없이 성공한다”(신형철)라는 평을 받으며 기대 속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신예 작가의 이름은 김지연, 등단작은 「작정기」이다. 이후 작가가 사 년 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아홉 편을 선별해 내놓는 첫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는 겹이 많은 페이스트리처럼 자신 안에 아주 많은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을 그리며 누군가를 되새기거나 지난날을 곱씹는 동안 일어나는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한다. 서정적이며 터프하고, 유머러스하면서 여운이 짙은, 모순적인 수식어의 조합을 가능케 하는 이번 소설집은 사 년 전 신인 작가를 향해 쏟아졌던 기대를 확실한 믿음으로 바꾸어낼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문학동네 신인상
2022 젊은작가상 수상작 「공원에서」,
2021 젊은작가상 수상작 「사랑하는 일」 수록
저자

김지연

2018년단편소설「작정기」로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12회,제13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소설집『마음에없는소리』가있다.

목차

우리가해변에서주운쓸모없는것들007
굴드라이브039
결로071
작정기097
그런나약한말들125
마음에없는소리159
내가울기시작할때195
사랑하는일223
공원에서255

해설│강지희(문학평론가)
두번의농담과경이로운미래285

작가의말313

출판사 서평

아주많은마음을간직한사람들로이루어진작은정원
사랑과두려움사이에서,애착과나약함사이에서흔들리며
새롭게열리는아름답고터프한세계

김지연소설세계의출발점인「작정기」에는그의작품에서느낄수있는매력이압축적으로담겨있다.상대방을향해어떤강렬한감정을느끼면서도자신의결정적인마음을드러내기어려워하는인물의모습과,뒤늦게한시기를반복해떠올리며그전과는다른새로운시공간을열어내는장면은애틋하면서뜨거운에너지로소설을가득채워놓는다.「작정기」는친구‘원진’이이혼소식을알려온날,원진과‘나’가충동적으로일본행비행기표를끊으며시작된다.하지만원진의할아버지가갑작스레돌아가시면서‘나’는혼자여행을떠나게된다.일본에도착한첫날‘나’는우연히만난일본인여자‘유코’와대화를나누다가통역상의문제가있었기때문인지유코가자신의여행을죽은친구를대신해떠나온것으로이해한다는사실을알아차린다.그러나‘나’는오해를바로잡지않는다.언젠가원진이죽었으면하고바랐던적이있었기때문이다.그리고얼마지나지않아원진이갑작스레죽으면서‘나’는그때자신이오해를바로잡지않은것이원진의죽음을재촉한이유가되지는않았을까하는죄책감에빠진다.하지만‘나’의이감정은몇달뒤업무차한국에방문한유코와재회하면서다른파동을그려낸다.‘정원을만드는회사’에서일하는유코가친구가죽었다고한‘나’의말을마음속에깊이간직해‘나’에게자신이만든정원모형을건넨것이다.그제야‘나’는오래도록참았던눈물을흘리고이후다시일본여행을떠날수있게된다.그리고그여행에서“원진이나의행복을,그러니까내미래를축원하고있다고믿”(124쪽)는데에이른다.
소중히여겨온인물과헤어진뒤예상치못한방식으로그와함께하는미래를열어내는장면은「우리가해변에서주운쓸모없는것들」을통해서도확인할수있다.오래전여름,‘나’는당시사귀고있던여자친구‘진영’과함께남해의작은마을로여행을떠난다.나체로수영을하고싶다는‘나’의한가로운소망때문이다.‘나’와진영은남해에도착한날밤어두운길을조심조심걸어해변으로향하고,멀리떠있는작은배말고는온사방이숲과하늘뿐인그곳에서자유로움을느낀다.그곳에는그들을지켜보는시선같은건없다.그들이키스를했다는이유로때리는사람도없다.하지만예상과달리무척추운탓에수영은커녕겉옷하나도벗지못하고두사람은작은해변의양끝을천천히걸으며그곳에버려진것들을줍는다.그리고그짧은여행의시간동안두사람사이의좁혀지지않던마음의거리가서서히모습을드러낸다.하지만소설은두사람의격차를확인하는데서멈추지않는다.헤어진연인과함께했던어느날에대한회상으로시작해마치그연인으로여겨지기도하는인물과새로운시공간에서재회하는장면으로끝나는마지막장면은묘한방식으로시간을구부러뜨림으로써현재와과거,미래를한자리에모여들게한다.문학평론가강지희는이장면과「작정기」의마지막대목을아우르며이장면들이품고있는각별한의미에대해“소설은그렇게과거의사랑을부인하지않으면서도,미지의시간과사랑에대한믿음으로미래를열어낸다”(해설,305쪽)라고짚으며김지연의소설에서새로운방식으로열리는잠재적시공간에대한아름다운분석을도출해냈다.
「작정기」와「우리가해변에서주운쓸모없는것들」이‘지도에나타나지않는테두리’를짚어내듯이여백을따라가며읽을때그여운을크게느낄수있는작품이라면,「굴드라이브」와「마음에없는소리」는지방에내려가거나그곳에서살고있는여성인물이주변사람들과얽히며일어나는사건과그로인한변화를그려내며관계를바라보는김지연의시각을담백한톤으로보여준다.
「굴드라이브」의‘나’는지금버스를타고고향으로내려가는중이다.삼촌이월삼백짜리일자리가있다며한번내려오라고연락을줬기때문이다.고향에그런일자리가있을리없다고생각하면서도지난달계약이종료된‘나’는혹시나하는기대로고향으로향한다.하지만삼촌이말한일자리란바로선자리였다.선볼생각이없다는‘나’에게삼촌은그럼자기네공장에서하루만굴박스를배달해달라고제안한다.별달리할일이없던‘나’는용돈이나벌자는생각으로공장에갔다가우연히고등학교동창과마주친다.반갑게인사하며손을내미는동창의손을마주잡기는했지만‘나’는동창과친하지않았다.아니,오히려싫어하는쪽에가까웠다.그애가‘나’를싫어했으니까.그애는“쟤좀이상하지않나?”(63쪽)수군거리며낄낄댄적도있었다.그런데그애가‘나’에게뜻밖의말을건넨다.일끝나고술한잔하지않겠냐고.‘나’는그애에게미움을받았던기억이사라지지않았기에그애를만나는게꺼려지지만어쩐지제안을물리치지못한다.한번도‘나’를환영한적이없었던고향인데,이번에는다른기억을가져다줄까?
「마음에없는소리」속‘나’의사정역시이와비슷하다.만삼십오세가넘도록무엇하나제대로이룬게없는‘나’는고민끝에할머니의식당을이어받아김밥가게를연다.요리도못하고돈도없지만,요리는유튜브를보며따라하면되고재료는할머니의밭에서구해오면된다는생각으로재래시장에가게를연것이다.친구인‘민구’는‘나’의가게가다른식당과차별화되는점이없어서손님을끌기엔역부족이라고말하면서도종종찾아와김밥을포장해가고,‘화영’은손님이많지않은게안쓰러운지여기저기전화해손님을모은다.그리고‘승호’가있다.승호는‘나’가한때공무원시험을준비하던시기에좋아하던친구였지만당시승호는공부에집중하고싶다며거절했고‘나’도마음을접었다.그리고공무원이된승호는‘나’에게마음이있는지없는지알수없는채로무수한뉘앙스와분위기만풍기며‘나’의곁을맴돈다.식당을꾸려가느라매일매일녹초가되고좋은미래를기대하기가어려운와중에도‘나’는어린시절부터함께해온세친구와가끔만나시간을보내며,원하던모습은아니지만예상치않았던어떤미래가다가오리라는예감을한다.

“나는여전히삶에대해기대하는것이있었다”

모욕을견디지않으면서삶을향해나아가는법

그래서일까.김지연의소설을읽어나가는일은“살아가는일이충분히고됐기때문이었다”(17쪽)라는문장에서시작해“나는여전히삶에대해기대하는것이있었다”(221쪽)라는문장에다다르는과정처럼느껴지기도한다.꽤오랜시간방밖으로나오지않는동생에게선물할물건을사기위해낯선동네에갔다가우연히세명의할머니와대화를나눈끝에,앞으로의시간을단순히견디고버텨야할시간이아니라무언가를새롭게해볼수있는가능성의시간으로전환해내는「결로」,소중한사람이죽은뒤그가자신에게보여줬던다정함과다른친구를통해듣게된,그가자신을한심하게여겼다는말사이에서혼란스러워하면서도‘사람의몸을머리,가슴,배로명확하게구분할수없듯’그를향한그모든감정을선명하게나누지않은채그에대한생각을그만두지않기로마음먹는「그런나약한말들」은김지연의소설속인물들이자신을둘러싼난처하고때로는무자비한상황속에서도끝내는삶을향해각도를트는모습을막연한환상이나비약없이그려낸다.
소설집의끝에놓인「사랑하는일」과「공원에서」가이뤄낸성취도이와무관하지않은것같다.「사랑하는일」의‘은호’가여자친구가있다며커밍아웃을했을때엄마는그얘기를듣지못했다는듯이무시해버리고,아빠는여자친구와의관계를소문낼필요는없지않으냐고은근히말하며,어릴때자신을아껴주었던할머니는욕과저주를퍼붓는다.하지만은호는생기롭고유연하게이상황을통과해나가며“나에게는나중심의서사”(249쪽)가있다고,자신의사랑을가꾸어나가겠다고선언하듯다짐한다.
「공원에서」는좀더복잡한상황속으로인물을데려다놓는다.‘나’는키가크고머리가짧은데다화장도하지않는탓에종종남자로오해받는다.그럴때‘나’가느끼는감정은불쾌함보다는안전함이다.여자로살아가는일의만만찮음은‘나’가겪은몇가지에피소드를통해강렬하게드러나는데,어린시절에는버스에서추행을당하지만자신에게무슨일이일어난것인지파악하지못한채혼란스러워하다가뒤늦게비명을지른적이있다.그리고얼마전에는공원에갔다가모르는남자로부터무차별적인폭행을당했다.보호받아야마땅한‘나’의상황은그러나‘나’가유부남과불륜관계라는사실이드러나면서독자를어떤난처함속으로밀어넣는다.‘나’는마땅히보호받아야할피해자가맞는가?‘나’가도덕적으로올바르지못한사람이기때문에그런일이벌어진것은아닌가?이런질문들을뚫고터져나오는것은‘나’의비명그자체이다.완전무결한피해자가맞느냐는일련의점검들속에서‘나’가내뱉을수있는것은오직비명밖에없기때문이다.비명은그런논리적이고합리적인듯보이는말들을흩뜨려놓으며‘나’에게서쏟아져나오는언어화되지못한말을직시하게한다.그리고‘나’는한때자신이좋아하는장소였지만폭행을당한트라우마를상기시키는‘공원’을새롭게의미화하는데까지나아간다.사람들이한가롭게시간을보내는모습을바라보며문득“뜻대로된적은별로없지만나는사는게좋았다.내가겪은모든모욕들을무슨수를써서라도극복해내고싶을만큼좋아한다.그렇게해서라도사는건좋다”(281쪽)라고깨닫는것이다.공원에는불쑥나타나‘나’를위협하는사람도있지만,마찬가지로아무렇지않게다가와‘개가지닌활력과온기’를느끼게해주는어린아이도있다.때문에“나는내가사는걸무척이나좋아한다는것을깨달았다”(같은쪽)는‘나’의담담한고백은‘나’가내지르는비명만큼이나우리를어떤감정속에오래머무르게하는것같다.“한바탕울고난다음에도완전히용해되지못한어떤것들이천천히가라앉아앙금이된다”(「내가울기시작할때」,215~216쪽)는소설의표현을빌리자면,모욕과추행과폭력이지나간자리에도여전히삶을향한애정이빛을발하며남아있는것이다.김지연의인물들에게라면‘남아있다’는표현보다는‘지켜냈다’는표현이어울릴법한이애정은우리로하여금휘청이게도하고덜컹하게도하면서놀라운방식으로앞으로나아가게하는듯하다.“매일다른사람이되고매일사랑하는일”(「사랑하는일,253쪽)을해나가는일상의반복을통해.그리고그렇게함으로써새롭게펼쳐지는내일을통해.

<추천사>

「내가울기시작할때」를읽다나는잔잔한호수에작은돌을던지고그파문을오래들여다보는게소설이라는생각을오랜만에다시하게되었다.데뷔작인「작정기」를읽을때도들었던생각이지만,이작가가만들어내는‘겹’은아름답다.문장의겹.시간의겹.인물의겹.이아름다움은어디에서올까?이글을쓰기위해김지연의소설들을다시읽다보니,과거와미래가현재에합쳐지는순간을몇번이나만났다.그곳,그시간의틈에서감정이나오는것은아닐까?그것은이상한슬픔이어서정작소설을읽을때는슬픈줄모르고있다가한참뒤에야슬픔이밀려온다._윤성희(소설가)

김지연의소설은세상과사람에대한못마땅한점을짐작과는다르게,넘치지않게,그러므로충분하게채워준다.혐오와모욕,폭력속에서도‘인간으로서인간적이고싶은’다양한인물들은‘지도의바깥’에서그안으로들어가려고애쓰는대신지금자기가서있는곳의지도를새로그려나간다.작가의섬세하고정확한시선을따라가며그윽한위로를받다가‘사는건좋다’라는문장을만났을때는고마운마음이우주의시작처럼폭발해버렸다.삶에대한뭉근한사랑을포기할수없는우리들의이야기를이책에서만날수있을것이다._최진영(소설가)

현실에서일어날수있었지만일어나지않은순간들에깊이몰입함으로써잠재적인시간을끌어올때,소설은붙잡을수없는과거의순간을붙들어영원으로만들고존재들을망각으로부터지켜낸다.기적은그런시간자체가아니라,표면에맺힌물기가증발하듯그런시간을발생시키는아주사소한물질의이동인것같다.그리고이끝에서우리는김지연에게소설이무엇인지알게된다.그것은충격적인물리적세계의사건들앞에서약간의거리를유지하는일,각도를살짝기울여환상에침투해들어가는일이다.현실과어딘가조금어긋나있는엉뚱한농담이만들어내는시간의운동성속에서우리의삶은조금은부드럽고유연하게풀리며넓어지는듯하다._강지희(문학평론가)

<책속에서>

나는지나가지않은것에대해말하는게늘두려웠다.말하는순간다른것이되어버릴것만같았고나로서는변화를감당할수없을것만같았고그변화에대해누군가에게다시설명해야하는것도자신이없었다.나는내가다겪은것,감당한것,견뎌낸것에대해서만다른사람과공유할용기가났다.(「우리가해변에서주운쓸모없는것들」,25쪽)

네시간정도면국내어디든닿을수있다는점이안심되기도했다.아무리멀어도한나절이면못갈곳이없는것이다.아침에마음을먹고정오에출발하면저녁에다른도시에도착해서아침에있었던곳을깡그리잊을수있다.하지만돌아가는길역시그만큼가깝다.멀리가도아주멀리가지는못한다.(「굴드라이브」,41~42쪽)

힘들고지칠때고향을찾아가마음의평안을얻는다는식의말을나는한번도믿은적이없었다.어떻게그런게가능할수가있을까.하지만이번의드라이브는내게평안비슷한것을주었다.내게도고향의어떤점들은좋은추억으로남아있다는걸일깨워주었던것이다.(「굴드라이브」,52쪽)

“아가씨는아직어려서잘모르겠지만.”
“안어린데요.”
“그래?몇살인데요?”
“스물아홉이에요.”
“아이고,스물아홉이면핏덩이지,핏덩이.”
경남씨는웃었다.내가정말핏덩이라는듯,귀엽다는듯이.(「결로」,87쪽)

상대에게무언가숨기고싶은게있을때면나는그얼굴을똑바로본다.거짓말을하는사람은눈을제대로마주치지못한다는것이오랜정설이니까그행위를해냄으로써나를변호하는것이다.나는내좌표가어디인지정확하게찍으려는사람들앞에서늘애매모호한사람이되어얼버무렸다.하지만그순간만큼은내가어디에서있는지를분명히말했어야했는지도모른다.큰것을무화시키는작은이름들.(「작정기」,114쪽)

나는더이상내곁에없는원진이나를보호하고있다고느꼈다.물론그것은불가능한일이고이세상에관해내가가장못마땅하게여기는점이기도하지만나는견딜것이필요하니까어쩔수가없다.나는원진의행복을빌고싶지만그것은불가능하므로원진이나의행복을,그러니까내미래를축원하고있다고믿고싶다.그속에서나는안전한것이다.비합리적인믿음속에서.(「작정기」,123~124쪽)

정은은선생님의그런나약한말들이좋았다.두사람은서로의추잡한감정까지도모두교환했다.어린학생들을욕하고,직장상사를욕했다.누구를얼마나미워하는지,그들이어떤식으로망해버렸으면좋겠는지마구떠들어댔다.어쩌면둘사이에교집합의세계가없었기때문에가능했는지도몰랐다.두사람은멀기때문에가까웠다.(「그런나약한말들」,142쪽)

죽는다는건어쩌면그냥마음이산산이흩어지는건지도모르지.(…)처음에기능을다하는건몸뿐이지만그렇게되면마음이머물곳이없어지니까마음은산산이흩어질수밖에없지.그러면너라고할만한것은완전히사라지고마는거야.너는여러마음들의집합체같은거라서.(「내가울기시작할때」,198쪽)

다울고나니번다한생각들이모두다용해된느낌이었다.그렇게까지울기위해서는엄청난열의와압력이필요했다.절대사라지지않을것만같았던악감정들을온몸으로울면서모두죽여버린기분이었다.때로울음이정화인것은어떤살해에성공했기때문인지도모르지.(「내가울기시작할때」,213쪽)

“고마워.”
하지만정말고맙기도했다.고맙다는말을하고나니더욱그랬다.곱씹을수록단맛이배어나는쌀알처럼그마음은점점진해졌다.진심이라는건형식에뒤따르기도하는법이니까.고마운마음이뒤늦게다시밀려왔다.(「사랑하는일」,235쪽)

문득나는내가사는걸무척이나좋아한다는것을깨달았다.그건처음에는너무뜬금없고이상한감정처럼느껴졌는데점점선명해졌다.뜻대로된적은별로없지만나는사는게좋았다.내가겪은모든모욕들을무슨수를써서라도극복해내고싶을만큼좋아한다.그렇게해서라도사는건좋다.살아서개같은것들을쓰다듬는것은특히나더좋다.(「공원에서」,2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