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추억들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잠자는 추억들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작품!
작품세계의 정점에서 운명처럼 다시 돌아보는 그해 여름 파리의 미스터리
“이건 나쁜 꿈이야. 그저 나쁜 꿈일 뿐이라고……”

잊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 모디아노 소설의 미덕으로 가득한 작품.
_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잠자는 추억들』은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트릭 모디아노가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작품이자, 청년기에 스치듯 만난 사람들과 그 시절의 바스러져가는 기억, 그리고 우연히 연루된 사망 사건을 되짚어가는 자전적 소설이다. 모디아노는 젊은 날의 추억들이 훗날 자신과 함께 영원히 묻혀버릴까봐 염려하듯 잠자는 추억들을 하나씩 흔들어 깨우고, 망각의 층을 뚫고 떠오른 새로운 이름들과 얼굴들에 숨을 불어넣으며, 한없이 불안하고 유약했던 젊은 날 파리 곳곳에서 만난 매혹적인 여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전체 스물한 개의 짧은 장(章)으로 이루어진 소설 속에 섬세하게 기록해나간다. 작은 퍼즐조각처럼 흩어져 빈틈이 많은 기억을 그러모으고 머릿속에 뒤죽박죽으로 되살아나는 단편들을 꿰맞춰가면서 독자는 화자인 장 D.의 기억의 탐정이 되어 수수께끼 같은 과거를 추적하고 완성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모디아노는 언론 인터뷰도 거절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고, 한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상 삼 년 만인 2017년, 가장 모디아노다운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잠자는 추억들』을 발표했다. 작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세계의 정점에 선 그가 꽤 길었던 침묵을 깨고 또다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모디아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결정적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도 떨칠 수 없는, 운명처럼 돌아보게 되는 뤼도 F.라는 남자의 미스터리한 사망과 탈주의 기억을 마침내 마주한다.

나는 마침내 그녀에게 혹시 그 안에 뤼도 F.의 시신을 넣은 건 아닌지 물었다. 그녀는 그저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농담을 그다지 좋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다. 농담이라고? 가끔씩 나는 꿈속에서, 그리고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지금은 다 아물었지만 겨울철이나 비 오는 날이면 옛 흉터가 욱신거리듯이 내 오른손에 그 트렁크의 무게감이 생생하다. 오래된 회한일까? (105~106쪽)
저자

파트릭모디아노

PatrickModiano

바스러지는과거,잃어버린삶의흔적으로대표되는생의근원적모호함을신비로운언어로탐색해온프랑스현대문학의거장.1945년불로뉴비양쿠르에서태어났다.열여덟살때부터글쓰기를시작해1968년소설『에투알광장』으로로제니미에상,페네옹상을받으며화려하게데뷔했다.『외곽순환도로』로1972년아카데미프랑세즈소설대상을,『슬픈빌라』로1976년리브레리상을,1978년에는『어두운상점들의거리』로프랑스의가장권위있는문학상인공쿠르상을수상했다.발표한전작품을대상으로2000년폴모랑문학대상,2014년노벨문학상을받았다.주요작품으로『추억을완성하기위하여』『청춘시절』『잃어버린거리』『팔월의일요일들』『신혼여행』『도라브루더』『신원미상여자』『작은보석』『한밤의사고』『혈통』『잃어버린젊음의카페에서』『지평』『네가길을잃어버리지않게』등이있다.

목차

잠자는추억들007

해설|추억의지도속으로더듬어가는비탈길들121
파트릭모디아노연보145

출판사 서평

오래전파리에서만난미스터리하고매혹적인여인들과
불안하고유약했던젊은날의기억
수많은감각의편린들로짜인아름다운태피스트리

마르셀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속주인공이홍차와마들렌향기를맡고기억을되살려내듯,화자장D.는센강변헌책노점상에서우연히『만남의시간』이라는책을발견하고수십년전자신의‘만남의시간’을,1960년대파리의거리거리에서낯선이들과의만남과헤어짐을떠올린다.그시절그는사람들을만나함께있을때에도자주공허의두려움과근원을알수없는막연한불안을느꼈다.그런데그수많은기억의편린가운데마르틴헤이워드라는여성의집에서일요일저녁마다여러사람들과함께하던모임이그의머릿속에가장먼저되살아난다.하지만화자는떠올릴때마다“켕기고불안한마음이”드는,이후“나의젊은시절의한부분을마감하는,가장기억에남는날들”의기억앞에서주저하며,헤이워드의집에서만난인물들에대해당장언급하는대신시간을더거슬러올라가기숙학교에다니던자신의유년기를돌아본다.
열네살무렵기숙학교에다니던시절부터,모두가집에돌아가는휴일이면화자는혼자길거리를배회한다.가짜러시아인신분증을가지고알수없는사업을벌이던아버지와연극배우인어머니는집을비우는일이많았다.아무도없는집으로돌아가는대신혼자서파리의거리거리를돌아다니던화자는한번도본적없는또래의소녀를만나기위해그소녀가사는건물앞에버티고서서무작정기다리기도한다.이제는이름조차기억나지않는그소녀는아버지가사업차만나던스티오파씨의딸로,화자는자신과공통점을가진그소녀를통해늘곁에없었던아버지라는미지의인물을이해해보고자했다.하지만,결국스티오파씨의딸은한번도만나지못하고소식이끊긴다.
만남에관한화자의기억은열일곱살때로건너간다.어느날그는기숙학교를뛰쳐나와기차를타고어머니의아파트에도착하는데,거기서미레유우루소프라는여자를만난다.남편의성을따라러시아성씨를가진그녀는원래살던스페인으로돌아가기전,집에없는어머니를대신해빈집을지키고있다.화자와미레유우루소프는한동안한집에서같이지내고,함께자주외출하며여러사람과어울린다.식당이나카바레등에서그녀의남자친구인자크드바비에르를만나고,그녀의친구들을만나러전철을타고파리서쪽으로건너가던기억은여전히또렷이남아있다.자주만나던가게이름과그가게가위치한길이름등아주세세한사항까지도.화자는당시그녀와함께스페인으로떠나고싶은마음까지들었지만,지금은그녀의소식조차알수없다.
화자의기억은준비에브달람이라는여자를만난열아홉살때로다시건너뛴다.파리5구의오컬트전문서점에서처음만난이후두사람은이른새벽에문을여는카페에서서로자주교류했고,준비에브달람은화자에게자신의남동생과오컬트에정통한요가강사마들렌페로라는여자도소개해준다.그렇게만남이또다른만남으로이어지며화자의청춘은낯선이들과의만남으로채워진다.오십년도더지난오늘날에는이름만겨우남았을뿐인유령같은존재들이지만,그중몇몇은“다잊었다고생각했으나수십년이지난뒤뜻하지않은순간,어느길모퉁이에서,하루중어떤시간이면그기억들이익사자들처럼수면으로떠오른다”.

기억의퍼즐조각을이어붙일수록
마침내익사자처럼수면으로떠오르는그해여름의사건

“세월이흐르고사람들과사물들이연이어사라져버린다해도하나의고정점”처럼남아있는준비에브달람,진정제같은눈길과목소리로난생처음보호받는느낌느낌을주었던마들렌페로,그녀의손에이끌려간위베르센부인의집,위베르센부인이데려간어느발레애호가의집에서열린파티,그리고거기서만난무용수들……전광노선도의역과역사이에불을밝힌선이이어지듯,혹은비탈길을따라미끄러지듯하나의만남은수많은만남으로이어진다.그리고작가는니체의‘영원회귀’사상처럼세월이흘러같은장소에서아련한기억속의이들을다시만나게되는과정의노스탤지어를그려내며,전작『잃어버린거리』에도등장했던뤼도F.의사망사건을또다시소환한다.
우연하고덧없는수많은만남들을되새겨보다마침내화자의기억은소설초반에잠시언급되었던마르틴헤이워드와그녀의집에서의모임,그모임에서만난사람들에게로닿는다.“1965년6월밤늦은시간에”,헤이워드의집에서만난“이름을입밖에내기가망설여지는”한여자의전화를받고그집에찾아간장D.는양탄자위에뉘어있던뤼도F.라는남자의시신을발견한다.그녀는“권총을다루어보려다가사고로”뤼도F.를살해했다고말한다.그날밤무슨일이있었던것일까?그녀는왜뤼도F.와단둘이있었을까?그당시탈주가“일종의살아가는방식”이었던것처럼장D.는아무것도밝히지않은채그녀를데리고곧장헤이워드의아파트에서빠져나와몽마르트르의호텔에숨어든다.그리고혹시경찰에게쫓기지않을까불안해하며그무더운여름을보낸다.그사이그텅비어버린한여름파리라는공간은작가에게더없이인상적인시공간이되고,꿈과현실의경계마저모호해져간다.
65년여름의그사건이후이십년이지나장D.는“스티오파씨의딸을기다렸듯이”어떤건물의문앞에서무작정그녀를기다린다.그리고그녀를만나가방을받아든다.혹시안에뤼도F.의시신이들어있는것은아닌지농담처럼물어보았던예전그녀의트렁크보다훨씬가볍다.수십년이지나도잊히지않고자꾸만떠오르는기억을공유한그녀와재회하며화자는“등뒤에달고다니던모든무거운것들을,그리고모든회한들을마침내내려놓게된다.”이책의마지막에옮긴이김화영은“결국화자,그리고독자의역할은(…)실제경험과상상을결합하여과거를극복함으로써‘추억을완성하는’일”이라고말했다.소설속파리의거리를거닐며잠들어있는기억의조각을그러모으고아직미완성의태피스트리를완성하는일은이제독자의몫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