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아니 에르노 걸작선 (양장)

집착- 아니 에르노 걸작선 (양장)

$11.00
Description
질투에 점령당한 한 여자의 모놀로그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 대표작 『집착』 개정판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선언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이자, 사회·역사·문학과 개인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가공도 은유도 없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해온 아니 에르노. 2011년 선집 『삶을 쓰다』가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최근 들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문학동네에서는 『삶을 쓰다』에 실렸던 글들을 추려 재수록한 『카사노바 호텔』 출간과 함께, 대표작 『탐닉』과 『집착』의 개정판을 새로운 표지로 단장해 선보인다.

저자

아니에르노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목차

집착09

옮긴이의말질투의심연에서만난치열한글쓰기73
아니에르노연보81

출판사 서평

결코말하지않을유일한진실,
“당신과섹스하고싶고,그여자를잊게만들고싶어.”

“공기처럼가벼운사소한일이라도질투하는이에게는성서의증거처럼강력한확증이다.”
누구나느낄수있으면서도동시에철저히사적인감정,때로는사람을한없이치졸하게만들기도하고,때로는날선비수처럼누군가를죽일수도있는치명적인감정.아니에르노의『집착』은그질투라는감정에점령당한한여자의모놀로그다.

2001년여름,〈르몽드〉지의바캉스특집지면을통해선보인이작품은한땀한땀직조한듯한특유의응축된문체,존재의밑바닥까지내려가는치열한글쓰기등짧은분량임에도그안에서느껴지는무게감이대단하다.『단순한열정』『탐닉』에서이어지는작가의내면이고스란히투영된일기를보는듯한느낌에젖어그호흡을따라가는사이,독자들은질투의수렁에빠져버린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

나는그를다시소유하고싶다,
다시는그를보지않기로결심했다,나는……
내면의멈추지않는잔혹한회전목마

몇달전W를떠난사람은바로‘나’였다.그가원한동거와나의자유로운생활을맞바꾸기싫었던까닭도있었지만,그에게약간싫증이나서이기도했다.그러던어느저녁그가내게전화를걸어어떤여자와함께살게되었다고말한다.이제아무때나그의휴대폰으로전화해선안된다며.순간,내안에‘무언가가’자리잡는다.그녀가누구지?나이는?무슨일을하는여자일까?그를빼앗은그여자에대한궁금증은강박증처럼나를옥죄어오기시작한다.밤새인터넷으로그녀의신원을알아내려애쓰고,발신자가뜨지않게그녀의집일가능성이있는곳에일일이전화를걸어보는나.그녀의이름을아는것이뭐가그리중요하기에?그것은“내존재가텅비어버린지금그녀에게속한아주작은어떤것을빼앗아오는것”이기때문이다.

질투에사로잡힌나는지나치듯그가던진한마디말에필사적으로매달리기도한다.“소르본도서관에서작업했어”라는그의말이‘그들이함께소르본도서관에서작업했다’로들린다.‘언어가갖는소통의기능은뒷전으로밀려나고,내겐그의사랑이나에대한것인지그녀에대한것인지를구분하는언어’만이중요할뿐이다.그를잃었다는아픔은이렇듯그여자에대한집착으로변모되어나의일상을잠식한다.

질투를소재로한많은작품중에서『집착』은작가자신이감정의밑바닥까지내려가자신의추한모습까지도솔직하게드러냈다는점에서눈에띈다.또한자신을뒤흔들어놓는그파괴적인감정에온몸을맡기는데그치지않고,작가는‘바늘을심는듯한’치열한글쓰기를통해그러한강박증에서놓여나려는시도를감행한다.개인적이고내밀한질투라는‘감정’이느낄수있고알수있는‘실체’로변모되는이작업은결국작가자신이타는듯한고통과집착에서놓여나는출구가된다.

이성의극대점에있는질투라는감정과그것의표출양상을적나라하게다루고있지만,이적나라함이감정적인글쓰기를의미하는것은아니다.에르노는지극히이성적이며계산할줄아는작가다.끊임없이군더더기를떨어내고,치밀하게자르고다듬어완벽하게아귀를맞추어놓은문장들사이에는세워놓은바늘을바라보는듯한아슬아슬한균형이자리잡는다.옮긴이의말에서

스스로를고통이울려퍼지는공명상자로만들어버리는치열한글쓰기
사랑을하는우리의지독한자화상

사랑을하고있거나사랑을떠나보낸사람이라면이책에서자신의모습을발견하고얼굴이화끈거리는경험을할지도모른다.그가부주의하게흘린정보를이용해그의여자에게“당신의시원찮은오줌보는괜찮아졌어?”라고상스럽게내뱉고싶은욕구,그녀의인형을만들어바늘을꽂아저주하거나,그녀에게욕설을퍼부으며권총을들이대고싶은욕구에시달리기도하는주인공의모습은,유치하지만쉬이지나칠수없는우리의자화상이다.또그여자의이름을알아내려는욕구를차마누르지못하고밤에다시인터넷에들어가고야마는자신이,다이어트를하다가도밤만되면폭식을하고마는여자의모습같다고생각하는장면등은여자의눈으로만읽어낼수있는신선한대목이다.매일같이만나고전화로나의일상을속속들이묻던그가,내시시콜콜한이야기까지도재미있게들어주던그가더이상나를찾지않고,내일상의묘사가더이상그의관심을불러일으키지못할때느끼는고통,내가다른여자로대체되었다는그고통이공감할수밖에없는방식으로묘사된잘짜인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