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향거리

오향거리

$17.17
Description
대체 불가능한 스타일로 인류의 감정사感情史를 엮는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의 선구자 찬쉐의 대표작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며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찬쉐의 첫번째 장편소설. 오향거리에 새로 이사온 자유분방하면서 비밀스러운 X여사를 둘러싸고 거리의 주민들은 저마다 그녀의 나이, 과거, 습관 등 모든 것에 대해 무수한 추측을 이어간다. 그녀가 오향거리의 여성들이 선망하는 Q선생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소문까지 퍼지자, 주민들은 더욱 열성적으로 X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파고들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정체는 오히려 묘연해지는데…… 사건의 본질을 두고 벌어지는 난장亂場 한바탕을 만난다.

작가 찬쉐는 1953년 지역 일간지 〈신호남보〉 사장의 딸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1957년 〈신호남보〉가‘우파반당조직’으로 지목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퇴직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그는 할머니 손에 맡겨진다. 무속신앙 신봉자였던 할머니와 보낸 시간은 작가의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66년 시작된 문화대혁명 때문에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부터 선반 조립과 수레 운반 일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경험하다 1985년 「더러운 물 위의 비눗방울」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1986년 「진흙거리」를 출간한 후 첫 장편소설 『오향거리』를 발표했고 이어 ‘욕망의 철학 3부작’이라 불리는 『마지막 연인』과 『신세기 러브스토리』를 출간했다.
저자

찬쉐

저자:찬쉐
본명덩샤오화鄧小華.
유력한노벨문학상후보로거론되며중국아방가르드문학을대표하는작가.
1953년후난성창사시에서태어났다.문화대혁명이일어나초등학교를끝으로학업을중단해야했다.생계를위해1970년부터선반조립과수레운반등다양한노동을경험하다1985년?더러운물위의비눗방울?을발표하며작가로서활동을시작했다.1986년?진흙거리?를발표한후첫장편소설『오향거리』(1990)와더불어‘욕망의철학3부작’인『마지막연인』(2005)과『신세기러브스토리』(2013)를출간했다.평범한인간들의삶을기이하고몽환적으로그려내는파격적이고실험적인스타일로‘중국의카프카’라고평가받는다.
대표작『오향거리』를비롯한여러작품이미국,일본,프랑스,독일,캐나다,이탈리아등에서번역출간되었다.2015년『마지막연인』의영문판이미국최우수번역도서상을수상했고,2019년『신세기러브스토리』는맨부커인터내셔널상1차후보에오른바있다.찬쉐의작품은미국과일본대학의문학강의에서교재로도쓰이고있다.

역자:문현선
이화여대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통번역대학원한중과를졸업했다.이화여대통번역대학원에서강의하며프리랜서번역가로중국어권도서를기획·번역하고있다.옮긴책으로『평원』『삼생삼세십리도화』『마술피리』『작렬지』『문학의선율,음악의서술』『열여섯밤의주방』『제7일』『경화연』『사서』『물처럼단단하게』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006
이야기를시작하기에앞서
1.X여사의나이와Q선생의외모에관해011
2.X여사의직업에관해035
3.X여사와과부의‘성’에대한이견073
4.Q선생과그의가정102
5.개조실패115
6.X여사가피상적으로밝힌남자에대한느낌125

본격적인이야기
1.이야기의발단에관한몇가지견해145
2.암시적요점들214
3.미행자의자백262
4.Q선생의성격274
5.진퇴양난에처한X여사295
6.공세주도권302
7.결말에대한해설342
8.과부의역사적공적과지위의합리성376
9.Q선생과X여사남편의애매한위치393
10.불리한요소를유리한요소로바꾸기위해X여사를대표로423
11.경쾌한발걸음으로오향거리대로에서내일로나아가는X여사442
해설찬쉐작품속자조의유토피아457
옮긴이의말477

출판사 서평

외계인,무녀巫女,존경하는우리의X여사……
관건은주민들의머릿속에서교묘하게일어난재현

소설은필자의시점으로서술된다.필자는간통사건의전말을밝히고기록하기위해사건의발단을추적하고마을사람들의다양한의견을듣는다.요컨대소설은생동적이고자유로운주인공X여사가과연Q선생과어떻게간통을저질렀는지를두고작가-필자-주민들의진술이삼중메타를이루는형식이다.X여사는강가에서볕을쬐며옷을벗어던지고,성에대해개방적이고독특한견해를가감없이드러내며어두운골방에서거울을들여다보는등기이한행동을일삼긴하지만,마을주민들에게이렇다할피해를끼치는것없이결국오향거리어귀에서작은견과류가게를운영할뿐인인물이다.하지만이런X여사는마을사람들의생각속에서외계인이되었다가,무녀가되었다가,존경하는인물이되기도한다.

지극히개성적인우리주민들눈에는누군가에게멧돼지로보이는게다른사람에게는비둘기로,또다른사람에게는빗자루로보이지요.191쪽

X여사의나이만두더라도22세에서50세까지로추정하는등주민들의의견은각자의입장에서제각각이다.작가찬쉐는이런군중의속성을서늘히관조하면서도―“우리는낭만적이지않고거론할가치가없는기괴한행동일수록거기에풍부하고아름다운의미와신비한색채를부여하며멋지게장식해살아가기위한정신적양식으로삼습니다.이것이바로우리모두의저열한근성이고요.”―그누구의편에도서지않고필자의입을빌려그모든진술들을긍정하기에이른다.

관건은사건의본질이아니라주민들머릿속에서교묘하게일어난재현입니다.그토록왕성하고아름다운창조,그토록거침없고호방한상상,그토록심오하게저변을파고드는탐구,그토록세심하고포기를모르는집요한감지력.이모든것이바로우리의광활한세계를구성하는풍부한보고寶庫입니다.우리는언젠가늙겠지만이생명의나무에맺힌기이한열매는자유롭게내달렸던우리의감정을영원히상징할것입니다.193쪽

마을주민모두가자신의생각을주장하고,이를담아내는소설의내용과형식은실은제목에서부터예견됐다고볼수있다.오향거리五香街.‘오향’은오향장육이나오향닭과같이중국요리에서풍미를더하는팔각,계피,회향등의다섯가지향신료를일컫는말이다.중국의독자들은분명제목을보자마자후각이먼저자극됐을테다.어느하나가묻히는일없이각자의향을끝까지유지하면서복잡미묘하게뒤엉켜후두부를강타하는느낌.그러한향이온거리에가득한이곳,오향거리에서주민들의목소리들이이야기,나아가소설그자체가되는것은필연적이라할수있겠다.이러한주민들의이야기가터무니없다거나비루할지라도이들을굽어봐달라강조하듯,작가찬쉐는한국의독자들에게오향거리의보잘것없는소시민들을사랑해달라고촉구한다.

사회최하층의보잘것없는사람이느닷없이철학적진리를막힘없이늘어놓을때반감을품지말아주시기바랍니다.제가생각하는‘본질적삶’이바로그렇거든요.늘철학이란그런소소한사람들에게속해야한다고믿고있습니다.넓고심오한이론은우리의물질생활깊숙이들어와세례를받아야합니다.그러니오향거리의소시민을사랑해주세요.그들은뛰어난통찰력과결단력을지녔기에이상을좇기시작하면중간에멈추는법이없습니다.
한국어판서문에서

거침없고호방하게뻗어나가는상상력,멈추지않고자신의생각을말하는오향거리주민들의목소리를담아낸잘차려진한상,『오향거리』를만나볼때다.

주류에서벗어난삶의궤적이빚어낸진정한이단작품
‘욕망의철학3부작’서막을올리다

1953년에태어난작가찬쉐는지역일간지<신호남보>사장의딸로유복한어린시절을보냈다.그러나1957년정부의‘반우파운동’으로<신호남보>가우파조직으로지목되면서가세가기울었고,이후아버지의갑작스러운퇴직과경제적인어려움으로찬쉐는할머니손에맡겨진다.1966년시작된문화대혁명때문에초등학교를끝으로학업을중단해야만했고,생계를해결하기위해1970년부터선반조립과수레운반등다양한형태의노동을경험하다1985년「더러운물위의비눗방울」을발표하며작가로서의활동을시작했다.1986년「진흙거리」를출간한후첫장편소설『오향거리』를발표하게된다.
작가찬쉐는중국현대사를관통한굵직한사건들속에서주류작가가아닌주변부의이단작가로서게됐다.공교육을받지못하고무속신앙신봉자였던할머니손에서자라신비롭고불가사의한일들을거리낌없이받아들이며외부의간섭없이자신만의독특한세계관을정립했고,십년의문화대혁명동안생계를위해궂은일을하며‘보잘것없는이들’의눈으로세상을볼수있는토대를마련했다.1976년막을내린문화대혁명이후에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한것도작가에게는득이됐다.그간정치적영향권아래,사상의도구로간주되던문학에자유로운서사와서술을담아낼수있게된것이다.평범한사람들의삶을기이하고몽환적으로그려내는생명력넘치는날것의작풍은이렇게형성되었고,그독특한스타일은첫장편소설『오향거리』에고스란히담긴다.특히『오향거리』에서외부세계와타협하지않는X여사의캐릭터는찬쉐의독특한세계관과시선이응축된작가의페르소나로보인다.

X여사는주변사람들에게그다지민감하지않았지만,각종경로를통해자신을향한남들의분노를감지했고이성적으로도세상의적의를눈치챘다.오랜시간에걸쳐그녀는특별한경험,사람들에게진짜느낌을털어놓으면웃음거리가된다는경험을했다.사물을보는방식이모든사람과완전히달랐기때문이다.가장일반적이고가장세밀한감각까지도사람들은그녀와완전히다르고어긋났다.이미오래전에몸에배었기에X여사는자기습관을바꿀수도없고남한테적응할수도없었다.그렇다면대체누구에게문제가있는걸까?X여사는자신이아니라다른모든사람이라고고집스럽게믿었다.128쪽

찬쉐의대체불가능한스타일은『오향거리』와함께‘욕망의철학3부작’이라불리는장편소설『마지막연인』『신세기러브스토리』를비롯해이후의작품들까지일관되게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