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개정판) (양장)

바이올렛 (개정판) (양장)

$15.05
Description
이십 년의 시간을 넘어 풀잎처럼 되살아난 ‘그녀’들의 목소리
한국문학을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성취를 이루어낸 작가 신경숙의 네번째 장편소설 『바이올렛』이 영어판 출간과 발맞추어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온다. 작가의 소설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한국문학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알려나가는 중이다. 영어판 『바이올렛』 또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어야 하는 작품” “미묘하고 깊고 독특한, 진정한 문학작품”, “고립된 젊은 여성을 바라보는 충격적이고 훌륭한 시각”으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절박함을 능숙하게 포착”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서 2001년 여름 초판 발행된 『바이올렛』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신경숙 소설 특유의 처연한 슬픔과 은은하게 서린 정염이 어우러지다 끝내 폭발적인 전율을 일으킨다. 소설은 그 제목이 함축하듯 야생화처럼 가녀리지만 끝없는 생명력을 지닌 여성들의 마음속에 감춰진 욕망과 그 주변을 둘러싼 위험을 관통한다. 자기 자신을 있는 힘껏 파괴하는 것 말고는 욕망을 표현할 방법을 부여받지 못해 사그라져야 했던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 작품은 한국 현대 여성소설의 주요한 자산이 되었다.
『바이올렛』 개정판 출간은 그 미약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되살려내려는 신경숙의 소설쓰기와 궤를 같이한다. 이십 년의 시차를 좁히고자 단어와 문장을 살뜰히 손질하고 새로운 표지를 입힌 이 개정판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여성들의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는 폭력의 공고함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세상에 홀로 버려졌다고 느끼는, 작은 풀꽃처럼 눈에 띄지 않는 존재들에게도 생을 추동하는 고유한 욕망이 있음을 힘주어 말한다.
저자

신경숙

인간내면을향한깊은시선,상징과은유가다채롭게박혀빛을발하는문체,정교하고감동적인서사를통해평단과독자의관심을지속적으로받아온한국의대표작가다.1963년1월전라북도정읍에서태어났다.초등학교6학년때야겨우전기가들어올정도의시골에서농부의딸로태어난그녀는열다섯살에서울로올라와구로공단근처에서전기회사에다니며서른일곱가구가다닥다닥붙어사는'닭장집'에서...

목차

1.미나리군락지…007
2.꽃을돌볼아르바이트생구함…032
3.낡은셔츠에대한기억…058
4.수애…082
5.생일…097
6.이게바이올렛이란말이오?…133
7.사무친눈…146
8.당신을처음보았을때…176
9.그가그녀의몸속에서…193
10.지난여름동안아무일도없었다…214
11.귀를기울이면…227
12.쉿!…252
13.수녀…269
14.바닷가에갔었어…294
15.어두워지기전에…325
해설|신수정(문학평론가,명지대교수)
다시,또,다시,쓰여지는이야기…337

초판작가의말…369
개정판작가의말…372

출판사 서평

바이올렛은아주작은식물이죠.자세히보지않으면그냥잡초로여길수있는꽃입니다.바이올렛이라고이소설제목을정한이유이기도합니다.우리주변에조용히존재하는한여성,어디서나볼수있는별특징없는익명의존재,그녀는나일수도있고당신일수도있죠.관심을갖지않으면아무도들어주지않을그여성의목소리를귀기울여듣고부활시키고싶었던내욕망이담긴소설이이『바이올렛』입니다.(…)작가로서내가이여성에게할수있는일은그고통속에서도노트를꺼내글을쓰게하는것이었습니다.그렇게해야만다시이여성의서사가다른뜻을품고우리곁으로돌아올수있다고생각했기때문에.
_신경숙,‘개정판작가의말’에서

『바이올렛』은슬픔과그리움에대한애절한소설이다.작가는어린시절을벗어나여성으로성장하며정체성을찾는한인물의삶에드리운폭력을능숙하게탐구한다.(…)당장이책을읽어라!
_크리스털하나김,『당신이나를떠난다면IfYouLeaveme』의저자

어둡고아름다운이작품은세상으로부터버림받은한젊은여성의끊임없는소외를탐구한다.(…)작가는사회적박탈의잔혹성과위험,그리고그에따른절망의소용돌이에대해말한다.
_프랜시스차,『내가너의얼굴을가졌더라면IfIHadYourFace』의저자

신경숙의시선은사회적외양이라는매끄러운표면을관통하여그아래에있는연약하고모호한심리적공간까지다다른다.그안에서작가의인물들은내면에대한깊은통찰을겪으며아파한다.자신의욕망을추구하는절박함을이토록능숙하게포착한책을내가읽은적이있었던가.
_알렉산드라클리먼,『태양아래새로운것SomethingNewUndertheSun』의저자

미묘하고깊고독특한,진정한문학작품.
_데프네수먼,『셰에라자드의침묵TheSilenceofScheherazade』의저자

맨아시아문학상수상자인작가는고립된젊은여성을바라보는충격적이고훌륭한시각을보여준다.소설은타인과연결되고자했던주인공의비극적인실패를선명하게포착한다.손에서놓을수없는작품._퍼블리셔스위클리

마음을단단히먹고읽어야하는작품이다.작가는이소설을통해위기에처한고립된젊은여성에대한또하나의정교하고잊지못할인물화를그린다._북리스트


<본문중에서>

이런인생이낯선것인가?아니다.수세대에걸쳐이유도없이존엄성을무시당한여인들이떳떳지못한대우로고통받다가낯선방에서죽어가는일은허다했다.(11쪽)

남애는곧울듯한어린그녀를끌어안는다.햇살에따스해진살갗들이닿는자리에지금산이라지칭된그녀가평생을지녀야하는고독이끼어든다.말랑한입술들이맞닿고작은손가락들이엉키다가풀어진다.(25쪽)

슬픔인것같기도하고고독인것같기도한그무엇.
그것은그녀만의표정은아니다.한낮에에스컬레이터를타고있는젊은여자,이력서를들고빌딩과빌딩사이를헤치고묵묵히걷고있는청년,새벽지하철속에앉아있는샐러리맨의얼굴에일순어렸다가사라지곤하는표정이방금밤거리를내다보고있는그녀의얼굴에도어렸다가지워진다.(70쪽)

사이사이수많은나무들이햇볕을받고있다.비닐하우스주변은천변이다.풀이우거진천변을향해잘자란판다고무나무와가지마루가윤기나는푸른잎을햇볕아래드러내놓고찰랑찰랑거리고있다.수애는바람이일렁일때마다일제히흔들리는푸른잎들을눈부시게쳐다본다.푸른잎사귀들이아아,소리를지르고있는것같다.(150쪽)

그남자는조금씩가까이오더니,다와서는창쪽을향해앉아있는그녀를물끄러미내려다보더니,그녀속으로쏙들어와버렸다.아무도보는사람이없는데그녀는확열이올라얼굴이붉어진다.창피해서눈물까지글썽여진다.열이가라앉으라고붉어진얼굴을찬손바닥으로문지르는데열은오히려이마까지확퍼진다.그래서그녀는방금,그남자를어떻게해서든그녀밖으로내몰아보려고몸을기울어지게해보았던것이다.(194~195쪽)

그날,소매가없는자주색실크블라우스아래좁쌀만한소름이돋은채로얌전하게놓여있던그녀의팔은,추운가보군,무심한그남자의한마디로,무심한그남자의쓰다듬음으로,그랬다,욕망을품게된것이다.야릇한건그날현실속의그녀는분명자줏빛실크블라우스가아니라농원에서일을마치고나온터라팔을걷어올린흰색셔츠차림이었는데도그녀는한사코자신이그날자줏빛실크블라우스를입고있었다고기억하는것이다.(249쪽)

슬픔때문에죽을수도있다고생각한또렷한기억이그녀에겐있다.나를사랑하느냐고묻기도전에다가온그애의돌연한멸시를갚아주기위해서는,죽을수밖에없다,내죽음만이그애의마음을돌이켜놓을것이다,(…)너의마음을돌이켜놓기위해서라면,돌이켜놓을수만있다면난죽으리라,매일매일을그생각으로버티었다.(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