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압둘라자크 구르나 장편소설)

바닷가에서 (압둘라자크 구르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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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1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문학 세계의 정수
역사의 풍랑에 떠도는 이방인들의 짓밟힌 이야기들을 함께 이어나갈, 환대의 장으로의 초대
202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탄자니아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장편소설 『바닷가에서』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번으로 출간된다. 동시대 아프리카문학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구르나는 기억과 이주, 소속의 문제, 식민주의 및 다른 문화권으로 편입되는 경험을 작품에서 주로 조명해왔다. 어린 나이에 영국으로 망명해야 했던 작가 본인의 경험이 직접적으로 투영된 이 소설에서는 역사의 파란 속 개인사의 비극들이 주요하게 서술된다. 원한과 악의로 얼룩진 두 가문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풀려가면서 오해를 넘어선 이해와 연대가 가능해지는 지점을 그린 완숙한 소설이다.

작품에는 번갈아가며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1인칭 서술자가 두 명 있다. 모두 난민이다. 예순다섯의 나이에 영국행 망명길에 오른 살레 오마르와 그보다 삼십여 년 앞서 십대 때 영국으로 건너온 라티프. 특히 시인 겸 문학교수로 소개되는 라티프는 작가의 이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물이다. 이들은 잔지바르 출신으로, 수십 년이 지나 머나먼 영국의 바닷가 마을에서 운명처럼 재회하게 된다. 영국에 가짜 신분으로 입국한 망명 신청자 살레 오마르는 영국행 티켓을 마련해준 업자의 영문 모를 조언에 따라 영어를 못 하는 척한다. 입국심사 때부터 밀입국자 수용소 생활에 이르기까지 그 연기는 순조롭지만, 결국에는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고 만다. 한편 영어를 모르는 동향 노인의 통역가가 될 뻔한 라티프는 노인이 사용한 샤아반이라는 이름을 전해듣고 내심 놀란다. 그건 다름 아닌 아버지의 이름이었고, 그 이름을 사칭한 사람의 정체를 짐작하면서도 그렇게 한 이유를 확인하고자 노인을 찾아간다. 그리하여 고향의 따뜻한 초록빛 바다와는 멀리 떨어진 곳, 창문 너머 한 조각 영국 바다가 보이는 곳에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마주앉게 된다. 때로는 어긋나고 때로는 합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공통의 과거를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수십 년 전 두 집안이 겪은 풍파의 전모가 드러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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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압둘라자크구르나

저자:압둘라자크구르나
2021년노벨문학상수상자.1948년12월20일영국보호령잔지바르섬에서케냐와예멘출신부모사이에서태어났다.
포르투갈식민지에서오만제국의속국을거쳐영국식민주의보호령이되었던잔지바르는1963년12월술탄을지도자로하는독립군주국이되었으나불과한달만인1964년1월잔지바르혁명이발발하며이슬람왕조가전복되었고,혁명을주도한흑인정권이탕가니카와의합병을주도해,같은해10월수립된새로운국가탄자니아의일부로편입된다.이혁명의여파로아랍계엘리트계층및이슬람에대한박해가거세지자구르나는1968년잔지바르를떠나학생비자로영국에도착한다.페르시아어로'검은해안'을뜻하는잔지바르는전통적으로아프리카와아라비아와인도를연결하는무역항이자세문화의교차점역할을해왔는데,이러한혼종성은구르나가잔지바르를떠나기전까지그의정체성을확립해나가는토양이되어주었으며,기독교와백인이중심인영국사회에서아프리카인이자이슬람으로살아가게된그가겹겹의억압과차별속에서역설적으로자신만의시각을갖추고문학과삶을대하는것을가능하게해주었다.
1968년캔터베리크라이스트처치칼리지에입학했으며,이듬해부터영어로소설습작을시작했다.1976년런던대학교에서교육학학사학위를받고(당시크라이스트처치칼리지는런던대학교에서학위를수여)1982년켄트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80년부터교수임용전까지나이지리아바예로대학교에서강의했으며,1983년켄트대학교영문학및탈식민주의문학교수로부임해2017년퇴임하기까지34년간재직했다.2006년영국왕립문학회펠로에추대되었고2016년에는부커상심사위원에위촉되었다.“식민주의의영향과대륙간문화간격차속에서난민이처한운명을타협없이,연민어린시선으로통찰했다”는평과함께2021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1987년장편소설『떠남의기억』을시작으로『순례자의길』『도티』『낙원』(부커상및휫브레드상최종후보/문학동네출간)『침묵을기리며』『바닷가에서』(부커상후보,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최종후보/문학동네출간)『배반』(커먼웰스상최종후보/문학동네근간예정)『마지막선물』『괴로운마음』『그후의삶』(월터스콧상후보,오웰상최종후보/문학동네출간)까지10편의장편소설을출간했다.이밖에7편의단편소설을발표하고다수의에세이와비평을집필했으며2편의에세이를편집했다.
영어를주집필언어로사용하면서도모국어인스와힐리어와아랍어,독일어등을작품에그대로노출시키는것을꺼리지않는다.작품대부분이동아프리카연안을배경으로하고있으며,잔지바르가원경으로등장하는경우가많다.노벨문학상수상이전에도부커상과휫브레드상최종후보에오르는등비평가들로부터좋은평가를받았다.
1984년아버지의임종을지키기위해17년만에잔지바르를다시찾았고,가족과친지들은여전히거주하고있는탄자니아에대해“나는그곳에서떠나왔지만,마음속에서는그곳에산다”고말한바있다.현재켄트대학교영문학및탈식민문학명예교수이며,캔터베리에거주하고있다.

역자:황유원
서강대학교종교학과와철학과를졸업했고동국대학교대학원인도철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3년『문학동네』신인상으로등단해시인이자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시집으로『세상의모든최대화』『이왕관이나는마음에드네』,옮긴책으로『모비딕』『슬픔은날개달린것』『래니』『올댓맨이즈』『짧은이야기들』『유리,아이러니그리고신』『소설의기술』『밥딜런:시가된노래들1961-2012』(공역)등이있다.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유물
라티프
침묵

해설|잃어버린인도양의시간을찾아서
압둘라자크구르나연보

출판사 서평

동아프리카해안에서영국의바닷가까지

2021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압둘라자크구르나는1948년동아프리카의잔지바르섬에서태어나1968년영국으로이주해현재까지살고있다.영국의식민지였던잔지바르가독립하고얼마안돼술탄을축출하고정권을탈취하려는혁명이일어나무슬림주민들에대한박해가심해지자,영국으로유학을떠나그길로정착하게되었다고한다.이러한배경을알고나면“나는난민이자망명신청자다.익히들어서별것아니게들릴수도있겠지만,이것은결코단순한말이아니다”라는??바닷가에서??속서술자의말을예사로들을수없다.“오래살던곳을떠나다른어딘가로살러가는일”의어려움을누구보다도잘아는사람의펜끝에서나온문장이기때문이다.
작품에는번갈아가며자기이야기를들려주는1인칭서술자가두명있다.모두난민이다.예순다섯의나이에영국행망명길에오른살레오마르와그보다삼십여년앞서십대때영국으로건너온라티프.특히시인겸문학교수로소개되는라티프는작가의이력을그대로옮겨놓은듯한인물이다.이들은잔지바르출신으로,수십년이지나머나먼영국의바닷가마을에서운명처럼재회하게된다.영국에가짜신분으로입국한망명신청자살레오마르는영국행티켓을마련해준업자의영문모를조언에따라영어를못하는척한다.입국심사때부터밀입국자수용소생활에이르기까지그연기는순조롭지만,결국에는스스로를구하기위해영어를쓸수밖에없는순간이오고만다.한편영어를모르는동향노인의통역가가될뻔한라티프는노인이사용한샤아반이라는이름을전해듣고내심놀란다.그건다름아닌아버지의이름이었고,그이름을사칭한사람의정체를짐작하면서도그렇게한이유를확인하고자노인을찾아간다.그리하여고향의따뜻한초록빛바다와는멀리떨어진곳,창문너머한조각영국바다가보이는곳에두사람은오랜만에마주앉게된다.때로는어긋나고때로는합쳐지는이야기를통해공통의과거를더듬어가는과정에서수십년전두집안이겪은풍파의전모가드러난다.




“난민은어디에나있다.아프리카에서만오는것이아니다”

작가구르나가어느강연회에서했던말이다.그의작품에서도같은생각을엿볼수있는데,주인공두사람이외에도??바닷가에서??속수많은등장인물들이본인혹은조상중누군가가이주한경험을증언한다.살레오마르가개트윅공항에서마주한유럽의문지기케빈에덜먼에서부터난민기구의활동가레이철,라티프가동독에서만난엘레케와잠깐대화를나누었을뿐인플리머스항구의경찰관까지,이주하는삶은도처에널려있다.당연한이야기지만,난민은별종이아니다.또이주가생활화된현대사회에서는누구나넓은의미에서난민이라고할수있다.
‘난민=아프리카인’이라는도식을깬것과마찬가지로,도식화된관계를해체하는장면은소설여러곳에서관찰된다.예를들어앞서서술한고향과새이주지사이의관계가그렇다.상실한고향,아프리카가파라다이스로묘사되는것도아니고새로터를잡고살게된유럽,영국이부정적으로만그려지지도않는다.라티프가영국길거리에서마주하는적대감,‘블랙어무어’라는말로상징되는그차별과혐오를살레오마르는고향에서겪어이미알고있다.친구의구자라트인가족에게멸시를당한적도있고,반대로케냐에서놀라운환대를경험한적도있다.라티프가동독의펜팔친구엘레케의집에서받은환대가이에비견할만하다.이처럼세상이이분법적인구도로설명되지않는다는점은오마르와라티프모두알고있는듯하고,그렇기에번갈아서술자를자처하는그들의이야기또한놀랄만큼공정하다.오마르는자신을돕는난민기구활동가레이철을정확하게관찰한다.자선적인태도에비아냥이드는것을감추지못하지만그가보여주는호의에는충분히감사할줄안다.엘레케가족을바라보는라티프의시선또한냉철하다.모자母子의환대에무조건적인호의로응하는대신그들이보여주는자신감에는응당의의문을표하면서,어쩌면일정한경험에바탕하지않고는확보할수없었을비판적거리감에근거해세상을바라본다.소설의두주인공은세상의중심에선자들이결코가지지못한관점을내재화하고있다고볼수있다.그렇기에그들의시선에서써내려간이야기에더욱귀기울일필요가생긴다.


탈식민주의를넘어,인간보편의이야기로

??바닷가에서??가식민주의를비판적으로조명하는소설임은분명하다.식민지배자들이아프리카사람들에가한차별,식민지교육의비합리성이계속해서이야기되기때문이다.식민지배하에영국식교육을받은주인공들이영국의문학전통에는익숙하면서도그교육에서배제된다른모든것들에무지함을자각하는대목이그예시다.

슬프게도이크발에대해서는한번도들어본적이없었는데,식민지배하에있는우리의무지를보여주는너무나도전형적인예가아닐수없다._본문에서

그렇지만이소설이모든것을식민주의혹은탈식민주의로치환하려들지않는다는점도분명하다.이작품에서는특히상호텍스트성이두드러지는데,이야기행위에탐닉하는인물의욕구를상징적으로보여주듯??천일야화??가거듭언급되고모험에관한텍스트로??오디세이아??가환기되는한편?필경사바틀비?이야기가중요하게등장한다.“안하는편을택하고싶습니다”라는말에서함께바틀비를떠올리는오마르와라티프가같은취향을공유하고있음을확인하는장면이무엇보다인상적이다.미국작가허먼멜빌의작품이영국인레이철은알아듣지못하는둘만의암호가되는것이다.페르시아상인후세인과고급가구점을운영하던젊은날의오마르가영어라는공통의언어를통해서로의접점을확인하는것과도겹쳐지는장면이다.
켄트대학과의인터뷰에서노벨문학상선정이유에관한생각을질문받은구르나는자기가난민의운명을그리는것이상을하고있다고말했다.물론난민에관해쓴것은맞고,시상하는측이그점을부각시키는것도이해하지만그게전부는아니라고언급한것이다.그에게있어탈식민주의는문화교차성이두드러진현대사회를설명하기에유용하고,문화가교차하는방식을이해하는데도움을주는유용한수단이된다.비슷한맥락에서스위스의<노이에취리허차이퉁>은다음과같은취지의논평을내놓은바있다.“아프리카에관해쓴다고하면보통손쉽게탈식민주의문학으로분류되고마는데,작가구르나를그렇게평가하는것은부당하다.구르나의진가는‘정처없음’이라는현대사회의보편적인경험을그리고있다는점에있으며그렇기때문에그의작품을읽어야한다.”난민이된상황에서느껴지는감정이어떤지전달하고싶었고이문제를자신이어떻게이해하고있는지보여주고싶었다는구르나의설명또한그의관심사가특정한문제에국한되어있지않다는것을잘보여준다.결국자기가할수있고하고싶은말을이야기의형태로구현하는데에서문학은힘을갖고,구르나의문학과구르나의등장인물은이를능숙하게잘해내는전통적인이야기꾼들인것이다.세상을보는관점을새롭게해줄,고유한값을가진좋은이야기를만나고싶은마음만으로도지금구르나를읽을이유는충분하다.

책속에서

내가목격했고,배역도맡았으며그끝과시작이내게서뻗어나가는이사소한드라마에대한이야기를들려주고싶다.그것이고결한충동이라고는생각지않는다.그러니까내말은,내가전하고싶어안달할만큼위대한진실을깨달은것도아니고,그렇다고우리가처한상황과시대에빛을드리울만큼모범적인삶을살지도않았다는거다.나는살아왔지만,살아버린것이기도하다.이곳에서의삶은너무나도달라서,마치하나의삶을끝내고이제또다른삶을살고있는것만같다.12~13쪽

대체얼마나나이를먹어야목숨이아깝지않게되는거지?혹은언제가돼야두려움없이살기를바라지않게되는거지?내목숨이자신들이들여보내주는젊은이들의목숨보다덜위협받는지는어떻게아는가?그리고더안전하고나은삶을살고싶은것의어디가부도덕하단말인가?27쪽

지도가있기전에세상은무한했다.세상에형상을부여하고,그것을어떤영역처럼,단지파괴되고약탈당하는것이아닌소유할수있는무언가처럼보이게만든것은바로지도였다.지도는상상력의끄트머리에있던장소들을손으로쥘수있고특정자리에위치시킬수있는것으로보이게끔만들어주었다.64쪽

그로인해나는미움받고있다는기분,그러한연상에서오는일종의공포에갑자기나약해지는느낌이들었다.이곳이내가살고있는집이다,라고나는생각했다,모퉁이를세번돌면꼭한번은내뒤에서나를향해짖고나를멸시하는언어.124쪽

네가미래에우리에게로돌아오면,우리도너를알아볼수있겠지?209쪽

“삶은우리를그렇게끌고다니지.”한번은엘레케가말했다.“우리를이렇게끌고가다가,우리를뒤집어서는또저렇게끌고가지.”그녀가말하지않은것은,그모든과정을통해우리가합리적인무언가에매달리게된다는말이었다.222쪽

나에게는들려줘야할이야기가있었고,나의고해를들어줄사람으로그보다더적절한사람은있을수없었는데,왜냐하면그또한내가알던것을알필요가,이외딴삶의빈칸을완전히채우고그삶의침묵을이야기할필요가있었기때문이다.239쪽

해안으로돌아오니집에온듯한기분이,혹은그이상으로,세상에서내가속한자리가바로이곳이라는생각이들었습니다.내가캄팔라에서배운것의대부분은과거를짓밟아버리는것,내가얼마나무지한존재인지,우리가얼마나보잘것없는자신감속에살았는지를어렴풋이깨닫게해주는것이었어요.해안으로돌아오니내가결국에는너그럽고고귀한무언가의일부임을,나의일부였으며내가너무성급하게헛되고조잡한것으로치부해버린그삶의방식을느낄수있었어요.286쪽

그이야기를듣자우리가하는일에대해생각해보게되더군요.우리는사람들을기억하게하려고,그들이스스로를변호할수있게하려고애쓸때가정말많죠.그리고만일그들이기억해내지못하면우리끼리그것을지어내야만해요.사라진그이야기들을다른누군가가완성해준다고한번상상해보세요.마치부모가예전에당신이무슨일을하고무슨말을했는지알려주는데당신은그기억이전혀없는,그런아이같은존재가되는것이나마찬가지일거예요.331~332쪽

저는이모든세월이흐른뒤에그시절그장소에대해생각하느라녹초가된기분이에요.그리고적의와경멸과깔보는시선을겪으며제삶의모든이런저런일들을껴안고이곳에서살아가느라.336쪽

당신은명예니예의니용서니하는말들을너무많이하십니다.그것들은아무의미도없어요.그저말일뿐이죠.우리가기대할수있는것은기껏해야약간의친철함이전부라고,그것도운이좋을때나그렇다고,저는생각합니다.3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