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 힙합 (집밖의 세계를 일구는 둘째의 탄생)

차녀 힙합 (집밖의 세계를 일구는 둘째의 탄생)

$16.00
Description
가정이라는 정치적 장소에서
처음 사랑하고 최초로 상처받으며 만들어지는 차녀의 세계
사람들은 모두 개별적이고 고유하지만,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놀라울 만큼 비슷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 체계에 따라 개인은 저마다의 역할과 권한을 부여받는다. 자신의 역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또는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가에 따라서 그 권한은 크거나 작으며, 짊어져야 하는 부담의 모양도 비슷비슷하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종종 ‘내가 겪은 일이랑 똑같네!’ 공감하게 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공고한 만큼, 태어나자마자 ‘또 딸’이자 아들이 아닌 ‘꽝’으로 집안에서 소외당했던 둘째 딸의 이야기는 어느 한 개인만의 특수한 삶이 아니다. 딸은 출가외인으로 여겨지던 전통이 아직 유효하던 때부터 현재의 ‘딸 바보’ 열풍까지, 그사이에 태어나고 자란 무수한 딸들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으로 『차녀 힙합』은 쓰였다.

1부 ‘차녀의 세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에겐 돌 사진이 있습니까?” 형제자매 중 가운데 순서인 아이(middle child)는 집에서 사진도 가장 적고 양육자가 그들의 특성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둘째에게는 첫 생일이지만, 양육자의 입장에서 보면 첫아이의 첫돌만큼 감동적인 날은 아니다. 둘째는 서서히 자신의 모든 ‘처음’이 부모에게는 앙코르 공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관심과 애정, 하물며 새 옷과 같은 물건마저도 첫째처럼 당연하게 제 몫이 보장되지 않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인정받고 싶어한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언니에게 지지 않으려고 말로 몸으로 거칠게 싸워대다 혼나곤 했던 시트콤 같은 어린 시절 에피소드에서 아들이 아니라서 엄마에게 더 나은 지위와 인정을 가져다주지 못해 느껴야 했던 죄책감, 그리고 같은 이유로 할머니에게 받은 차별과 편애의 기억까지, 가족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사랑과 가족 내부의 정치 역학에 대해 펼쳐놓는다.

2부 ‘살아남은 차녀들’에서는 딸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살핀다. 아들이 아닌 딸이라서 짊어져야 했던 부담과 부당함을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보다 넓고 깊게 파헤친다. ‘호랑이, 용, 말띠 여자는 기가 세다’는 민속학적 신앙이 퍼져 있던 때, 여성의 몸을 재생산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듯한 정부의 인구 조절 정책이 시행되던 때, 초음파 기계가 도입되며 자녀의 성별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등 새로운 국면에 맞닥뜨릴 때마다 펼쳐진 씁쓸한 현상들과 그 아래에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여러 갈래의 문제들을 톺아본다. 3부 ‘차녀들에게 MIC를’에서는 이제껏 듣지 못했던 다양한 차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둘째 딸로 살아온 시간을 복기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서글픈 웃음과 함께 다른 딸들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진솔한 한마디는 또다른 상처 입은 딸들에게 진심어린 위로가 되어 가닿는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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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진송

전국둘째연합회장.3녀1남중둘째.연년생언니를둔둘째딸이자막내로살다가열다섯살때동생이태어나며세자매중둘째가된다.뒤이어막내이자장남인동생까지태어나면서사남매중둘째로가족내위치가재조정되었다.
차녀를새로울것없는‘또딸’이자아들이아닌‘꽝’으로취급하는세상에서늘불안했다.후에되돌아보니나만의것이라고생각했던설움에는가족주의와가부장제,유교문화,산아제한정책,여아선별임신중단등여러갈래가복잡하게뒤엉켜있었다.온전한애정을향한갈망과우선순위에서끊임없이밀리는주변부의경험을한데뭉쳐‘차녀성’이라이름지었다.이책은둘째딸의입장에서가족역학관계와사회적맥락을살펴보는작업이자‘너로는충분하지않다’고말하는세상에맞서는노래다.

독립잡지『계간홀로』와미루는사람들을위한팟캐스트〈밀림의왕〉을만들고있다.『오늘은운동하러가야하는데』『하지않아도나는여자입니다』『연애하지않을자유』등을썼다.공저로는『미운청년새끼』『하고싶으면하는거지비혼』『미루리미루리라』가있다.

목차

추천의글
프롤로그여기여기다붙어라

1부차녀의세계가만들어지기까지

잃어버린돌사진을찾아서
왜차녀인가
스트릿자매파이터
자매라는서바이벌
달콤한편애의맛
둘째처럼키우라고?
내MBTI는SDCN

2부살아남은차녀들

그많던여아들은다어디로갔을까
주문하진않으셨지만딸입니다
첫째라는필터링
당근이있기전부터나는당근이었네
수많은‘단지’들
아들노릇딸노릇
딸이라는로망
혹시……둘째세요?

3부차녀들에게MIC를

‘카인동맹’과‘장녀닷컴’
차녀들의살풀이
치사하고서운한음식차별
파리의똥차컬렉터빈언니
함께가로지른세계홍칼리
어마어마하게괜찮은어른신예희
오빠동생언니삼각형쏘냐
차녀의굴레곽민지

4부집밖의세계를일굴거야

글쓰는차녀들
금쪽같은나새끼
장녀다운게뭔데?
낀딸께딸
딸들의세계
가족관계새로고침
증명하지않을자유

에필로그가족들의입장

출판사 서평

“차녀들이여,이제우리가MIC를쥘차례다.소외된차녀들왼발을한보앞으로.”
김겨울작가,김희경전여성가족부차관추천!

가정이라는정치적장소에서
처음사랑하고최초로상처받으며만들어지는차녀의세계

마음한구석에켜켜이쌓인사소하고미묘한서러움과
결코채워지지않는결핍의근원에대하여

내성격이이상한걸까?우리집이유별난걸까?너무사소하고미묘해서,치사하고유치해서,차마말하지못했던그모든서러움의뿌리를찾아과거를되짚어보는『차녀힙합』은둘째딸의입장에서가족역학관계와사회적맥락을살펴보는작업이다.‘둘째’라는존재에꾸준히관심을갖고온전한애정을향한갈망과우선순위에서끊임없이밀리는주변부의경험을한데합쳐‘차녀성’이라이름붙인전국둘째연합회장이진송이썼다.
사람들은모두개별적이고고유하지만,처한위치나상황에따라놀라울만큼비슷한경험을하며살아가기도한다.한사회에서통용되는보편적인가치체계에따라개인은저마다의역할과권한을부여받는다.자신의역할이속한공동체안에서,또는사회적으로얼마나중요하게여겨지는가에따라서그권한은크거나작으며,짊어져야하는부담의모양도비슷비슷하다.타인의이야기를들으면서종종‘내가겪은일이랑똑같네!’공감하게되는이유도그래서다.정상가족이데올로기가여전히공고한만큼,태어나자마자‘또딸’이자아들이아닌‘꽝’으로집안에서소외당했던둘째딸의이야기는어느한개인만의특수한삶이아니다.딸은출가외인으로여겨지던전통이아직유효하던때부터현재의‘딸바보’열풍까지,그사이에태어나고자란무수한딸들의이야기에대한궁금증으로이책은쓰였다.

강한인정욕구와애정결핍,어디를가든빠르게눈치를살피는버릇,소외된사람들을세심히챙기면서도정작자신을위한일앞에서는머뭇거리는것,갈등상황이생기면중간에서조율하고중재하는역할을도맡는것……이모든게바로보통의차녀들에게서공통적으로발견되는특성들이다.작가는흔히‘장녀라서’‘장남이라서’등으로이야기되는기질처럼,‘차녀라서’지니게되는성격적특성을자신의삶의궤적을토대로면밀히살핀다.성별과출생순서가개인의성격형성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지금의나를이루는경험과감정과기억이어떤경로로왔는지탐색한다.기억을거슬러올라가유년시절부터지금에이르기까지,가정이라는“치열한정치적장소(24쪽)”를다시금들여다보며발견한진실이란,“내가피해의식에찌든이상한애가아니라,그럴수밖에없는구조와환경속에있었다는사실(31쪽)”이다.

“당신에겐돌사진이있습니까?”
둘째의조금특별하고치열한세계

둘째딸인차녀는가족구성에따라다시세갈래로나뉜다.딸이둘인집의막내,밑에여동생이있는둘째,그리고위로는언니아래로는남동생이있는낀딸.이진송은3녀1남중둘째다.연년생언니를둔둘째딸이자막내로살다가열다섯살때동생이태어나며세자매중둘째가되었고,뒤이어막내이자장남인동생까지태어나면서사남매중둘째로가족내위치가재조정되었다.언니는첫아이라특별하고셋째는늦둥이라온집안사람들의귀여움을독차지하고막내는무려장남의월계관을쓰고태어났다.순서로도성별로도특별할것없어보이는둘째는자신의욕구와의사가그다지중요하게받아들여지지않는경험을거듭하며자라게된다.그렇다보니자신만을향한온전한애정과관심에대한갈망은사그라들줄모른다.
1부‘차녀의세계가만들어지기까지’는한가지질문으로시작한다.“당신에겐돌사진이있습니까?”형제자매중가운데순서인아이(middlechild)는집에서사진도가장적고양육자가그들의특성을잘기억하지못한다고한다.둘째에게는첫생일이지만,양육자의입장에서보면첫아이의첫돌만큼감동적인날은아니다.둘째는서서히자신의모든‘처음’이부모에게는앙코르공연에불과하다는사실을깨달아간다.관심과애정,하물며새옷과같은물건마저도첫째처럼당연하게제몫이보장되지않기에끊임없이자신의존재를증명해인정받고싶어한다.
나이차이가얼마나지않는언니에게지지않으려고말로몸으로거칠게싸워대다혼나곤했던시트콤같은어린시절에피소드에서아들이아니라서엄마에게더나은지위와인정을가져다주지못해느껴야했던죄책감,그리고같은이유로할머니에게받은차별과편애의기억까지,가족이데올로기를기반으로한사랑과가족내부의정치역학에대해펼쳐놓는다.

우리는집이라는작은공간,가족이라는좁은인간관계에최초로뿌리내린다.가정과가족은지극히개인적인동시에지극히사회적이다.그공간안에서관계맺은경험과기억은평생나를따라다닌다.때로는족쇄같고때로는산소통같다.그안에서인간은처음사랑하고최초로상처받는다._27쪽

크고나서되돌아본지금의‘나’를이룬조각들
그리고그때그시절

어른이되어돌아보니‘나’의이야기라고만생각했던경험과감정들은그시절보통의둘째딸,나아가세상모든여성이보편적으로겪는삶이다.2부‘살아남은차녀들’에서는딸로산다는것의의미에대해살핀다.아들이아닌딸이라서짊어져야했던부담과부당함을개인적경험을넘어사회·구조적측면에서보다넓고깊게파헤친다.‘호랑이,용,말띠여자는기가세다’는민속학적신앙이퍼져있던때,여성의몸을재생산의수단으로만여기는듯한정부의인구조절정책이시행되던때,초음파기계가도입되며자녀의성별을예측할수있게되었을때등새로운국면에맞닥뜨릴때마다펼쳐진씁쓸한현상들과그아래에복잡하게뒤엉켜있는여러갈래의문제들을톺아본다.3부‘차녀들에게MIC를’에서는이제껏듣지못했던다양한차녀들의이야기에귀기울인다.둘째딸로살아온시간을복기하는이들의목소리에는서글픈웃음과함께다른딸들에대한애정이깃들어있다.어린시절자신에게건네고싶은진솔한한마디는또다른상처입은딸들에게진심어린위로가되어가닿는다.

나는‘차녀’를가족중우선순위가아니었던,덜중요한취급을받았던존재를부르는보통명사로쓰고자한다.그러니장녀라도‘소외되는’경험을했다면,차녀힙합의비트를함께흥얼거릴수있다._168쪽

아무것도증명하지않고누구의인정도갈구하지않고
온전한‘나’로서존재하기

4부‘집밖의세계를일굴거야’는내면의상처받은어린아이를보듬으면서어른이된나의삶을잘꾸려가는한편,가족들의입장을다층적인맥락속에서이해하고주변사람들을따뜻하게안아주는사람으로나아가기까지의이야기가담겼다.그냥‘나’인채로는인정받고사랑받기에충분하지않다고느꼈던이가서서히온전한‘나’로존재하게되는과정은뭉클하다.둘째는뛰어난공감능력과세심한배려로많은사람들에게사랑받으며자기만의세계를조금씩확장해나간다.무엇도증명하지않고누구의인정도갈구하지않으면서살아가는방법을배워간다.

“첫번째가아닌사랑도사랑이다.마음속에채워지지않는구멍이하나도없는사람은세상에존재하지않는다.나는가족뿐만아니라여러사람과소중한관계를맺고있기에다채롭게인정받고입체적으로사랑한다.”_243쪽

“각자의최선이사랑하는사람에게도반드시최선은아니(114쪽)”다.가까운사이일수록의도치않게서로에게섭섭함을안기기쉽고오래잊히지않는상처를남기기일쑤다.하물며가족이란,떼려야뗄수도없게끈끈하게엮여있는만큼서로에게괴로운존재가되곤한다.성격도가치관도저마다달라수시로갈등이불거진다.가족이아니었더라면절대말한번섞지않을스타일이라고서로에게눈을흘기곤하지만,사실타인이내마음에꼭들기만을바랄수는없고“상대도나를어느정도견디고있다고생각하면관용의눈금이조금더올라갈것같다(281쪽).”어떤관계든시간이흐르면서자연스레그성격이나밀도도달라지기마련이다.일방적인폭력처럼새로고침이불가능한관계속에있다면얼른도망치고,존중과애정으로맺어진관계라면서로의불완전한모습까지너그럽게감싸주면서함께천천히걸어가보는게어떨까.그러다보면마침내는“나를괴롭게하는존재를열렬히사랑할수있다는사실(50쪽)”을깨닫게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