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박수 소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

$15.00
Description
경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스토리텔러, 이길보라 감독의 코다 이야기
“피식피식 웃으며, 가끔은 속이 터져가며, 때로는 눈물 글썽이며 읽었다. 세상의 납작한 렌즈로는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어떤 이들이 이길보라의 시선 속에서는 놀라운 고유성을 지닌 채 살아 움직인다.”_김초엽 작가

한없이 고요하고 반짝이는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코다’ 이길보라 감독이 섬세하게 빚어낸
또다른 세상, 또다른 사람들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 농인과 청인 사이에서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감독 이길보라의 자전적 에세이다. 농인 부모에게서 자란 청인 자녀, 즉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로서의 섬세한 기록이자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균질한 정상성에 예리한 질문들을 던지는 책이기도 하다. 처음 출간된 지 7년 만에 새롭게 개정한 책임에도 신선한 충격과 가슴 아린 감동이 여전한 것은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는 사회에 우리가 여전히 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책의 제목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농인들의 박수갈채를 의미한다. 양팔을 들고 손바닥을 좌우로 돌리는 시각적인 박수 소리다.

나는 수많은 차이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것은 차별의 이유가 되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개를 갸우뚱하면 엄마는 “말 못하는 게 부끄러워?” 하고 말했다. 엄마는 태연한 표정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알기 전에 엄마를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는 것부터 먼저 배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엄마를, 엄마의 고요한 세계를 부끄러워했다.
_「프롤로그」에서
저자

이길보라

글을쓰고영화를찍는사람.농인부모이상국과길경희사이에서태어나고요의세계와소리의세계를오가며자랐다.그로부터다름과상실,고통이부정적인의미로만쓰이지않는다는것을배웠고,글을쓰고영화를만들며서로다른세계들을연결하면서살고있다.고등학교1학년재학중아시아8개국으로배낭여행을떠났고,여행에서돌아온후학교로돌아가지않고학교밖공동체에서글쓰기,여행,영상제작...

목차

개정판서문
프롤로그태초의,당신에게

1부손으로말하는사람들

나는코다입니다
사랑할까생각했어
들리지않는세상속에서태어나다
빵을구워내고하얀문장을만드는일
어른스러운아이

2부어린통역사

손으로말하는사람들의명절날
농인통신변천사
나는그냥‘보라’이고싶어

3부고요하고반짝이는세상들

할머니들의경고
아빠와함께한미국여행
농인의나라,갤러뎃대학
우리는네가들리지않아도상관없다고생각했어
씩씩한화자
‘나’와다른‘너’를그대로

4부나만이아니었어

우리는코다입니다
배리어프리
코다프라이드
사이에서세상을바라보는일

에필로그엄마의엄마에게

출판사 서평

입술대신손으로말하는사람들에관한‘반짝이는’이야기

전체4부로구성된이책은농인부모의자녀로서겪어온경험이보편적인‘코다’의경험임을자각하고부터새롭게바라보게된자신과세상,청각장애부모의삶과어린시절그속에서느낀혼란들,나를이해하기위해다큐멘터리를제작하기에이르는과정을진솔하고생생하게보여준다.
1부‘손으로말하는사람들’은농인부모가자라온어린시절,두사람이만나서결혼하게된과정과아이를낳고기르는이야기로부터시작된다.들리지않는다는것이극복할수없는‘결함’으로서만받아들여지던시절,부모와도형제와도아무런이야기를나눌수없고제대로교육도받지못하며자란아빠와엄마의이야기는담담하기에더먹먹할따름이다.그러나그들은좀달랐다.특유의낙천성과강인함으로세상의차가운시선을뒤로하고자신들만의삶을억척스럽게,유쾌하게꾸려나간다.갓난아기이길보라가부모가농인이라는이유로제대로보살핌을받지못할까봐그래서잘자라지못할까봐애태우는시간은있었을지언정,‘말못하는’건전혀부끄러워할일이아님을자식에게깨우쳐주는지혜로운이들이다.

나는내딸이청인이든농인이든상관없었어.잘낳고잘자라면되니까.어른들은걱정하지.네가만약농인이었으면어른들은실망했을지도몰라.그렇지만우리도문제없이잘살았잖아?네가농인이라면평생수어로자유롭게대화할수있으니행복하고즐거웠겠지.청인이면수어통역을부탁하고서로도와줄수있으니까좋고._본문35~36쪽

“우리부모님은청각장애인이에요.”코다이길보라의이야기

『반짝이는박수소리』는코다정체성을자각한작가가어린시절을되돌아짚어보며자신과세상의관계들을새롭게정립해가는코다의이야기이기도하다.2부‘어린통역사’는남들과다른부모가있다는것,그로인해어렸을때부터부모가해야할일의일부를감당하거나부모의통역사노릇을하며다른아이들보다일찍어른의세계를들여다보게된경험들에대해이야기한다.농인부모의자녀이기에‘착하게자라야한다’는주위어른들의말을듣고자란코다,부모대신은행에대출을문의해야하고,월세와보증금과전세의의미에대해알아야했던어린통역사로서느낀곤혹스러움이놀랄만큼섬세하고솔직하게전개된다.

나도그누구도아닌,농인길경희와농인이상국의첫째딸이아닌,‘보라’이고싶었다.언제어디서나부모님이듣지못한다는걸가장먼저말해야하는일.주눅들지않고밝고씩씩한표정으로지내야하는일.혹시라도누군가부정과연민의시선으로바라보면부모보다먼저알아채는일.누군가기분나쁜말을하면통역하지않고내선에서걸러내는일.절대로화를내거나울음을터뜨리지않는일.부모에게는세상의부정적인소리와나쁜말을전달하지않는일.그모든것에서벗어나고싶었다.부모의세상을사랑했지만홀로짊어지기에는무거웠다.장애,선입견,고정관념,그모든것과는상관없이그저‘나’이고싶었다._본문94쪽

배리어프리,존중과배려가세상의중심이될때

3부‘고요하고반짝이는세상들’에는농문화의천국이라불리는미국에서열린‘데프네이션월드엑스포’에아빠와함께참가한경험,농인교육의첨단에있는갤러뎃대학교에서받은문화충격,그리고부모와자신의이야기를담은다큐멘터리영화<반짝이는박수소리>를만드는과정에서부딪힌예상치못한‘장벽’들에관한이야기가담겼다.4부‘나만이아니었어’에는일련의활동속에서만나게되는또다른코다들과의만남,그리고특수한개인의경험이아닌보편적고통경험을공유하는기쁨과연대감,경계에서세상을바라보는일의복잡함과특별함에대한이야기가들어있다.‘나’가아닌‘너’의상황과입장을생각해보고타자에대한경계를허물고환대하는일이어째서중요한지,이길보라감독의가만하면서도당찬이야기들속에서절로생각해보게된다.장애를가진이들에게둘러쳐진물리적제도적장벽을허무는‘배리어프리’가비장애인들에게도어째서중요한일인지깨닫게된다.

갤러뎃대학에서는음성언어를사용하지않는것이암묵적인룰이다.농인이모인공간에서모든대화는수어로해야하고피치못한사정으로전화를받거나걸때는농인이없는공간에서해야한다.청인으로부터차별받고소외되며살아온농인이이곳에서만큼은자유롭게소통할수있도록하기위해서다.일종의대항공간이자대안공간인셈이다._본문161쪽
우리는모두다르다,그래서상처받고또사랑한다

『반짝이는박수소리』는농인부모와코다의이야기이면서장애를둘러싼사회의시선에관한이야기이기도하고,‘다름’에대한중요한통찰을던지는이야기이기도하다.무엇을어떻게감당하고또누구와무엇을나눌것인가,그리고우리는서로를어떻게환대해야할까.21세기한국사회는차이와다양성을자연스럽게받아들이는문화가성숙해가는장소이기도하지만,다른한편으로적대와혐오와갈라치기가극단적으로판을치는곳이기도하다.이책이여전히중요한의미를가지는이유다.‘타자화된’삶에눈부신조명을비추기때문이다.비장애인중심이아닌장애인중심의사회를,서로교차하는복잡한정체성을적극적으로상상하고끌어안는사회일때만이우리는각자,또함께행복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