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과 랜딩 - 문학동네시인선 173

엔딩과 랜딩 - 문학동네시인선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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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 시인선 173권. 이원석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패기와 스케일”이 돋보이는 장시를 선보여 “현실과 꿈과 무의식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어떤 새로운 모험의 결과물들을 우리 앞에 부려 놓을지 기대를 갖게”(202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평) 한다는 평을 받으며 데뷔한 시인은 첫 시집에서 그에게 주어진 기대에 적극 부응하여 목소리를 잃은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펼쳐 보인다. 긴 여정 가운데서 홀로된 이들의 구원 없는 고통과 부지런히 제 할일을 하는 희망을 직시하며 결국 시를 읽는 우리 모두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의 성장사를 써내려간다.
저자

이원석

저자:이원석
2020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동생은보았지내가잘못돼가는것을
서로의것이아닌/로이의미로/물색륙색/RuntoYou/OA/스타워즈/바닥의맹점/시소/검은비닐봉지/로이가로이에게/밝혀진바에따르면

2부왜너는썩지도않을물건에마음을주었을까
우주밤/당신만의것/경로를잃어버린통로와불가피한레시피/리부트/자기장위의발굽소리/그릇이떠오르는순간/당신의주방/잊지않는방안/그림자숲과검은호수/마야꼬프스끼/스퀴즈오렌지

3부사랑할수록가슴을찢는이상한방식
서로의것/기계세상의아코나리움/정밀하게고안된하루/당신의것이아닌/너는화분마다로켓을키웠다/보이트캠프검사법/친절한얼굴/한번은그게나라고/로제타(Rosetta)/고통의반대편으로뛰는것/오백개의볼트와오백개의너트를조여야해/FantasicShow

4부LongWalk
LongWalk

5부엔딩과랜딩
SPY/고쳐쓰는SPY의밤/토요일오후그랜드호텔바SPY/농장에서나무선언덕으로가는길,
아치교밑을지나는SPY/기우는쪽으로,SPY/심문B/뒤링켄골목의접선/파면/채신머리없는말로의말로

해설|속하지않는것들의열정
양경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빨리여름이왔으면좋겠어
겨울은무장한채로슬프거나힘들었으니까
숨은듯이창을닫고
찬물에발을담그는기분으로책상에앉아있을필요는없을테니까
_「시소」부분


네가물었지
뭐가중요하냐고

내가채말하기도전에너는더중요한곳으로가고
나는진창에서엉망과함께너를기다린다
희망이엉망이되기까지는오랜시간이걸리지않았다
웃지말렴내가자란시대에는앉는법이없었단다
널위해내내서있기라도하듯
다시널위해내내앉아서울듯

우린다른모든걸제쳐두고슬픈걸쓰기로했지
_「밝혀진바에따르면」부분


주제도모르고기판에이것저것꽂았어계통없이
그건열렬함아니절박과두려움
모든걸감당하리라고떨리는손을펼쳐보이며
한쪽얼굴만으로웃었지뒤돌아선손톱을물어뜯으며
친절함과규칙,냉정과광란을한곳에모아놓은
용기그리고어리석음이지입안가득쓸어넣은클립과압정
침이고여알고도발을내딛는건또얼마나
부풀어오른자만인지호환이된다면기적이야맞아
그것자체가오류투성이기회야
_「리부트」부분


검붉은이파리들이엉겨붙은방음벽을끼고돌며
멋쩍은산책을할까
가진거라곤모두망가진것뿐인그런날
사람들이고양이들과함께헤매며
음식을구하러하루를소진하는날
꿈이남긴부산물들을하나하나손으로헤집어가며
흔적을줍는일로한해를보내는
그런날
_「마야꼬프스키」부분


꿈에
네가다줄수없다면
나도몇가지는숨길거야
마치주지않은것처럼
분명주게될걸알았지만일년동안
입안에넣어두었던실뱀처럼
스밀거야네가모르게
그래서네가달라고조르면
주지않았다는듯이이미줄거야
네가줄수없다면
마치그걸바라지도않듯이
혹은받지않은사실을모르는듯이
기뻐할거야치마끝단의이니셜처럼얌전할거야
_「정밀하게고안된하루」부분


우리가그곳에도착했을때
내마음이네언저리에닿았을때
불이켜지는것이나라는것을알았을때
발을멈추고손바닥을펴자,출발할때손에쥐었던타일
조각이그대로남아뾰족한끝으로그곳을가리킬때
우리는가시철조망에볼이뜯기는줄도모르는채
둥지안으로발을들인다
멀리서한발씩다가오는정전처럼
가시끝에서중력을향해기우는핏방울처럼
_「LongWalk」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