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 애거사 크리스티 장편소설 (양장, 개정판)

봄에 나는 없었다 : 애거사 크리스티 장편소설 (양장, 개정판)

$15.00
Description
인간의 자기기만을 거침없이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
애거사 크리스티의 진가를 증명하는 심리서스펜스 걸작
“내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소설이자,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수년 동안 구상했지만 삼일 만에 완성했고,
단어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출간했다.” _애거사 크리스티

『봄에 나는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Mary Westmacott)’이라는 필명으로 1944년에 발표한 심리서스펜스 장편이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출간 직후 애거사는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에 큰 충격을 받고 스스로 실종사건을 일으키는 등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이때의 사유를 바탕으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인간’, 특히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쓴다. 추리작가로서 이미 명망이 높았던 그녀는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필명으로 출판했고, 본인의 뜻에 따라 수십 년간 비밀에 부쳐졌다.
영국의 작은 타운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여인이 황량하고 낯선 여행지에서 지금까지의 삶이 자기기만으로 쌓은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그린 『봄에 나는 없었다』는 “고전으로 받아들여야 할 역작” “인간 내면의 초상을 그린 보석 같은 작품”이란 극찬을 받았고, 애거사 크리스티가 누구보다 인간의 관계와 심리를 꿰뚫어보는 작가임을 재삼 각인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봄에 나는 없었다』 개정판은 새로운 표지에 양장본으로 제작되었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소설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 심화 해설이 추가되었다.
저자

애거사크리스티

추리소설의여왕애거서크리스티는1890년9월15일영국의데번에서태어났다.그녀는뉴욕출신의아버지프레드릭앨버밀러와영국태생의어머니클라라버머사이의삼남매중막내로어린시절을애슈필드라불리는빅토리아양식의집에서보냈고이때의경험이그녀에게많은영향을주었다.열한살에아버지를여읜그녀는열여섯에파리로건너가성악과피아노를공부했다.1912년,영국으로다시돌아와2년...

목차

봄에나는없었다…009
에필로그…269

옮긴이의말…285
해설|자기기만과회한의여로…289

출판사 서평

외딴곳에서낮은목소리로이어지는불쾌한자기분석
―“넌네가뭐라고생각하니?”

자상하고유능한변호사남편,반듯하게자란아이들과행복하게살아왔다고자부하는활기넘치는중년의주부조앤스쿠다모어.그녀는딸의병간호를마치고바그다드에서런던으로돌아오던길에여고동창블란치를만난다.학창시절친구들의우상이었던블란치는창피한줄도모르고남자이야기나떠들어대는천박하고추레한중년이된듯했고,조앤은그녀와자신을비교하며내심우쭐한다.하지만이날블란치는조앤의가족에대해언뜻언뜻이해못할이야기를던져조앤의심기를거스른다.
그후폭우로교통이끊기면서조앤은사막의기차역숙소에서발이묶인다.어둡고서늘한무덤같은숙소에가만히앉아있거나태양이내리쬐는사막을걷는것말고는아무할일이없는허허벌판에서조앤은그며칠을그동안바라던온전한자기만의휴식시간으로삼기로한다.하지만블란치가던진말몇마디가불씨가되어과거의일들이머릿속에서하나씩점화되기시작한다.도마뱀처럼여기저기구멍에서튀어나오는날카로운기억의조각들이그녀를향해비아냥거리고있었다―“넌네가뭐라고생각하니?자신있어하더니왜그렇게지쳤지?”

우리삶에‘안전’은없다,
‘자기기만’이라는안전장치가있을뿐
―“신경꺼.난알고싶지않아.아무것도알고싶지않아!
진실?그게진실인지어떻게알지?”

조앤은자랑스럽고뿌듯했던자신의과거를송두리째의심하기시작한다.‘블란치는왜엄마인내가딸에대해아는것이하나도없다는듯이얘기했을까?’‘남편은왜내가탄기차가움직이자마자마치기쁜사람처럼뒤돌아걸어갔을까?’‘딸은왜자기병명조차숨겼을까?’‘애들은왜아빠에게만사랑한다며매달렸을까?’‘나는왜남편과셔스턴부인의밀회장면을목격하고도도망치듯물러났을까?’
변호사를그만두고농부가되고싶어하던남편은재고따지기만하는세상이역겹고신물난다고했고,아들토니는말끝마다“엄마는아빠에대해아무것도몰라요?”라고빈정거렸고,딸은“엄마는추악”하다고소리쳤었다!뒤돌아선그들의등에서흘러나온아내와엄마를향한혐오와불쾌와포기와낙담의언어들.덮어버리고지워버렸던비극적순간들이조앤의뇌리에하나둘뚜렷하게떠오르고,마침내그녀는정상과광기의경계에위태롭게선다.

난외톨이야.완전히외톨이야……
무시무시한고요……지독한외로움……
가여운조앤스쿠다모어……멍청이,헛똑똑이,가식덩어리조앤스쿠다모어……
사막에혼자있네.(224쪽)

흔들리는확신,흔들리는목소리
현실속에서진실을지나치고
회상속에서진실에다가서는아이러니

불안이가파르게증폭되는조앤의회상장면은자신에게만족하며살아가던인간이타인의눈빛이나말한마디에속절없이무너질수도있는나약한존재임을말해준다.타인의눈에비친내모습이내가생각했던것과다르다는사실을확인할때다가드는불안감은인간이라면누구나겪어본감정일것이다.작가는불완전한기억의퍼즐을맞춰가는조앤을삼인칭주인공의시점으로묘사한다.이는주인공에게적당한거리를유지하면서도냉정한시점을견지하여자신을반추하라는의도로이해된다.때문에독자는주인공에게아주밀착하지도,멀리떨어지지도않은거리에서그와자신을겹쳐바라보면서바라지않던자기분석의시간을갖게될지도모른다.
자신을똑바로마주할수밖에없는위기의순간이왔을때인간은과연어떻게행동할까?조앤의숨통을조이며뼈아픈자기고백과반성으로내몰았던사막에서의고립이후그녀는과연어떤모습으로변했을까?아니,그녀가의심했거나확신했던것들이모두사실이긴할까?기억은언제나온전하지않은거니까.기억은언제나진실로부터도망치려고하니까.그래서그녀역시다시진실을의심한다.“진실?그게진실인지어떻게알지?”“구체적인증거는하나도없었다……”그러나이질문에대한애거사크리스티의답변은조앤이집으로돌아간이후의이야기에서아주현실적으로드러난다.특히12장과남편의시점으로쓰인마지막에필로그에서드러나는진실은인간의본성에대한아주뼈아픈선고에다름아니다.추리소설이라는굴레를벗어던진이작품을통해애거사크리스티가가진스토리텔러로서의뛰어난능력을다시금확인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