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 압둘라자크 구르나 장편소설 (세계문학전집 211)

낙원 : 압둘라자크 구르나 장편소설 (세계문학전집 211)

$15.00
Description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대표작

“낙원이 이럴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좋지 않아?”
202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잔지바르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낙원』(원제: Paradise)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가상의 마을 카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12세 소년 유수프의 성장기이자 비극적 사랑 이야기인 『낙원』은 1994년 발표한 그의 네번째 장편소설로, 부커상과 휫브레드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압둘라자크 구르나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대표작이다.

1948년 영국 보호령 잔지바르섬에서 태어난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1964년 1월 발발한 잔지바르 혁명으로 이슬람 왕조가 전복되고 아랍계 엘리트 계층 및 이슬람에 대한 박해가 거세지자 1968년 잔지바르를 떠나 영국으로 이주해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에 입학한다. 그 이듬해부터 영어로 소설 습작을 시작해 1983년 켄트대학교 영문학 및 탈식민주의문학 교수로 부임한 이후로도 줄곧 창작을 병행하며 현재까지 10편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제국의 중심이자 기독교와 백인이 주류를 이루는 영국 사회에서 아랍계 이슬람 동아프리카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제국의 언어인 영어로 창작에 전념해온 과정 자체가 “나는 그곳에서 떠나왔지만, 마음속에서는 그곳에 산다”라는 그 자신의 말을 삶과 문학으로 구체화한 과정이었다.

열두 살 소년 유수프가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낙원』 역시 구르나의 많은 소설들이 형상화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디아스포라의 삶을 환기하지만, 독일에 의해 식민화된 동아프리카를 공간으로 영국군과 독일군의 임박한 전쟁을 곳곳에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아스포라의 동시대적 삶을 다루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시간적으로 선행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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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압둘라자크구르나

2021년노벨문학상수상자.1948년12월20일영국보호령잔지바르섬에서케냐와예멘출신부모사이에서태어났다.포르투갈식민지에서오만제국의속국을거쳐영국식민주의보호령이되었던잔지바르는1963년12월술탄을지도자로하는독립군주국이되었으나불과한달만인1964년1월잔지바르혁명이발발하며이슬람왕조가전복되었고,혁명을주도한흑인정권이탕가니카와의합병을주도해,...

목차

담장이있는정원9
산동네67
내륙여행127
화염문173
욕망의숲233
핏덩어리287

해설|이슬람아프리카작가의유목민적인소설323
압둘라자크구르나연보335

출판사 서평

소년유수프의성장을통해그려낸,부재하는낙원의초상

독일인들이아프리카내륙의고지대로가는철도건설을위한기지로삼으며신흥도시로부상한카와.하지만벼락경기는빠르게지나갔고,기차는이제목재와물을싣기위해서만그곳에멈춰선다.유수프의아버지는그곳에서침대네개를갖춘허름한호텔을운영해생계를유지하며,도시전체가못쓰게되어가고있다고한탄한다.
집마당에서혼자노는것에익숙해있던열두살소년유수프는이따금아버지의손님으로집에찾아오는아지즈‘아저씨’를흠모한다.아지즈아저씨가며칠씩집에머물다떠날때면그의손에동전을넉넉히쥐여주기때문이다.그렇게또다시아지즈아저씨가유수프의집에찾아와며칠머물다떠나려던어느날,유수프의기대와달리용돈은주어지지않고,눈물을보이는부모로부터아지즈아저씨의카라반을따라여행을가게될거라는이야기를듣는다.그렇게마음의준비도없이,아버지의빚을대신할볼모로유수프는부모와이별해집을떠나오게된다.

유수프는세세한것들을모두이해하지는못했지만,아버지의빚을갚기위해아지즈아저씨밑에서일하는것이잘못된일이라는생각은들지않았다.모든것을갚고나면집으로갈수있을것이다.그러나그가떠나기전에그들이알려줬더라면더좋았을것같았다.(본문39쪽)

유수프의눈에눈물이고였다.고향이그립고버림받은기분이었다.그러나울지않으려고안간힘을썼다.(본문58쪽)

그가그들을애타게그리워한다는말이아니었다.사실시간이쌓여갈수록그들을점점덜그리워했다.그것은차라리그들과헤어진것이그의삶에서가장기억할만한사건이라는의미였다.그는그것에대해곰곰이생각해보았고,자신이잃어버린것들을슬퍼했다.그는그들에대해알아야했거나그들에게물어볼수도있었던것들을생각해보았다.그를겁에질리게했던격렬한싸움들.바가모요를떠난후물에빠져죽었을두소년의이름.나무들의이름.그런것들에대해그들에게물어볼생각만이라도했더라면,스스로너무무지하다고느끼거나그토록위험하게모든것으로부터표류하고있다는느낌을받지는않을지도몰랐다.그는주어진일을했고,칼릴이시키는것은무엇이든완수했으며,그‘형’에게의존하게되었다.그리고허락을받을때면,정원에서일했다.(본문71쪽)

아지즈아저씨를따라도착한그의본거지에는유수프처럼집안의빚을대신해먼저팔려와있는칼릴이라는청년이있다.때로는형처럼,때로는엄격한사수처럼유수프를가르치고보살피는칼릴은아지즈를‘아저씨’라부르지말것을유수프에게경고하며,유수프가짐작하지못하는아지즈의정체에대해알듯말듯한말들을흘린다.아지즈가장기간의카라반여행을떠날동안유수프를맡겨둔상인하미드와그의아내마이무나,이들의이웃칼라싱가와후세인등과생활하며유수프는처음으로글을읽는법을배우고,아지즈의저택에자리한신비스러운나무와관목들이가득한정원을가꾸며성장해간다.그러던어느날술탄국으로떠나는아지즈의카라반여행에유수프도동행하게되고,술탄의횡포로위기에처한원정대는유수프덕분에위기를모면한다.긴여행끝에돌아온유수프는집안에서결코밖으로나오는일이없는아지즈의아내에대한비밀과칼릴및아지즈의비밀을알게되며커다란혼란에휩싸이는데……

‘말하지않음’을통해‘말하기’
―정교하게쌓아올린은유와묘사,폭발하는결말

소설『낙원』은오렌지나무와석류나무,온갖향기로운꽃나무와관목들이신비롭게자리한작품속‘정원’을닮았다.제1차세계대전직전을배경으로인도양에위치한스와힐리해안에서탕가니카호수와콩고를거쳐그너머의깊숙한내륙까지들어갔다나오는카라반여행의모험을줄기로삼고있는길고긴이야기에‘식민주의’혹은‘식민지’혹은‘제국주의’같은직접적인표현은겉으로드러나지않지만,그럼에도영국군과독일군의임박한전쟁의기미가소년유수프의눈을통해곳곳에암시된다.

유수프는성난표정의검은새가그려진노란깃발외에,은빛테두리의검은십자가가그려진또다른깃발을보았다.그들은고위층독일군장교들이기차로이동할때에만그깃발을달았다.(본문30쪽)

열두살소년유수프가열일곱살로성장하기까지를그린소설전체를지배하는정서는시종일관신비로운것을향한소년의호기심가득한눈빛과같이촉촉하다.소년은버려짐을겪었으나그로인한슬픔과그리움을자신의삶을밀고나가는힘으로삼을줄아는청년으로자라고,중요한순간마다스스로를혼란에빠뜨리는자신의비겁을한걸음떨어져관찰자처럼바라볼줄아는시선을터득한다.그리고그렇게성장하는소년의현실공간주위를맴돌고급기야의식공간에까지출몰하는‘개들’이있다.

때로는밤이되면어두운거리를배회하는개들이그들을괴롭혔다.개들은떼를지어몰려다니며그림자와수풀속에서뒤엉켜싸우면서도펄쩍펄쩍뛰고경계를늦추지않았다.(본문41쪽)

“이리와.너,사이드께서아침에준비하고있으라고하신다.너는우리와같이가서장사를하며문명과야만의차이에대해배우게될거다.지저분한가게에서노는대신에……이제좀컸으니세상이어떤지돌아볼때가되었지.”그렇게말하는그의얼굴에미소가번졌다.유수프의악몽속에서어슬렁거리던개들이떠오르는약탈자의얼굴이었다.(본문76쪽)

“한번더여행하고나면너는쇠처럼단단해질것이다.그러나이제는유럽의개들이모든곳에있으니더이상여행은없을것이다.우리와갈라설때쯤그들은우리의몸에난모든구멍에그짓을했을것이다.완전히알아볼수없을정도로우리에게그짓을했을것이다.우리는그들이우리에게먹이는똥보다도못하게될것이다.모든악은우리의것,우리와같은피를가진사람들의것이될테다.그래서벌거벗은야만인조차우리를경멸하게될것이다.두고봐라.”(본문243쪽)

“다층적이고격렬하며,아름다우면서도낯설다”“여러의미로정교하게쓰인소설”이라는평에걸맞게,소년주위를맴도는개들의은유가차곡차곡쌓아올려져가리키는지점은너무나분명하며,이러한단호함을통해“아프리카는구르나의소설에이르러서야제대로묘사”되기에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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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러나사람들에대해서는결코확신할수없는노릇이었다.(15쪽)

기차역에서유수프는성난표정의검은새가그려진노란깃발외에,은빛테두리의검은십자가가그려진또다른깃발을보았다.그들은고위층독일군장교들이기차로이동할때에만그깃발을달았다.(30쪽)

얼마후유수프는눈물이더이상나오지않는다는걸알았다.하지만슬픔의감정을잃어버리기는망설여졌다.(30~31쪽)

나중에는꿈에서자신의비겁이산후産後의점액으로뒤덮여달빛에반짝이는모습을보았다.그것이자신의비겁이라는것을알게된것은그늘속에서있는누군가가그에게말해주었기때문이었다.그자신도그것이숨쉬는것을보았다.(33쪽)

그들이너를이렇게만드는동안너는눈과귀를어디다두고있었어?(39쪽)

늑대인간보다빠른유일한것이기도야.(45쪽)

그들은가난과물가에대해불평하고,다른모든사람들이그러듯자신들의거짓말이나잔인함에대해서는침묵으로일관했다.(46쪽)

그는시간을계산하지않는법을터득했고,그런엉뚱한성공은욕심만내지않는다면며칠이몇주처럼길수도있다는것을이해하게해주었다.(50쪽)

그러한이야기들속의광기란잘못된사랑이나유산을훔치기위한주문,완수되지못한복수때문에존재할것이다.그는그것을칼릴에게말해주고싶었다.그런것은너무걱정하지마세요,이야기가끝나기전에모든것이바로잡힐테니까요.(57쪽)

“낙원이이럴거라고생각하면기분좋지않아?”하미드가물소리로가득한밤공기속에서부드럽게물었다.“우리가상상할수있는것보다더아름다운폭포들이있다고생각해봐.유수프,이보다훨씬더아름다운걸상상해봐라.그곳에서세상의모든물이흘러나온다는것을너는아니?낙원에는네개의강이있단다.강들은동서남북여러방향으로흘러서신의정원을사등분하고.그래서어디에나물이있는거야.누각밑,과수원옆,테라스옆,숲옆의길에도물이있는거지.”(111쪽)

모하메드압달라는그에게그들이하고있는사업에대해서도가르쳐줬다.“이런일을하려고우리가이땅에있는거야.”모하메드압달라가말했다.“장사말이다.우리는가장메마른사막과가장어두운숲으로가서왕이든야만인이든,우리가살든죽든상관하지않고장사를하지.모든게우리한테는똑같거든.너는우리가지나치는곳들을보게될텐데그런곳에사는사람들은장사라는것을모르고살아온사람들이야.그들은마비된벌레처럼살지.장사꾼들보다더영리한사람들도없고더고귀한직업도없지.그것이우리의삶이란다.”(159쪽)

그들은말없이몇분동안앉아있었다.유수프는삶의얼레가자신의손에서돌아가고있는것을느꼈다.그는얼레가저항을받지않고돌아가게놔뒀다.그리고일어나서그곳을떠났다.그는부모에대한기억을생생하게간직하지못했다는죄의식에가슴이멍해져오랫동안혼자조용히앉아있었다.부모가자신을아직도생각하고있는지,아직도살아계신지궁금했다.그는자신이그답을알아내고싶은마음이없다는것도알았다.그는이상태에서떠오르는다른기억들에저항할수없었다.버림받았을때의모습들이홍수처럼밀려왔다.그들모두가그가스스로를방치하도록만들었다.그의삶은사건들로이뤄져있었다.그는파편들위로고개를들고있으려했고더가까운지평선에눈길을주며앞에놓여있는것에대해부질없이알려고하기보다무지를택했다.자신이살았던삶에대한속박에서그를풀려나게할아무것도생각할수없었다.(229쪽)

여기가지옥이라면떠나요.내가같이갈게요.그들은우리가두려워하고순종적이고,우리를학대할때조차그들을존경하도록키웠어요.떠나요.내가같이갈게요.우리둘다,이름도없는곳한가운데에있어요.어느곳이이보다더나쁠수있겠어요?어디를가든탄탄한삼나무들과끊임없는수풀들,과일나무들과예기치않게화사한꽃들이있는,담으로둘러싸인정원은없을거예요.우리가낮에맡을수있는오렌지나무수액의쌉싸름한향과밤에우리를깊이포옹해주는재스민향도없을거예요.석류씨나가장자리에난향긋한풀들의향내도없을거예요.웅덩이와수로에서나는물소리도없을거고요.지독히더운한낮에대추나무숲에서느끼는만족감도없을거예요.우리의감각을마비시키는음악도없을거예요.추방이나마찬가지겠죠.그러나어떻게이보다더나쁠수있겠어요?(305쪽)

그는부모에대한가책을느끼지않겠다고생각했다.그러지않을것이었다.자신들의자유를위해수년전에그를버린사람들이었다.이제는그가그들을버릴차례였다.그가붙잡혀있는것으로부터그들이느꼈던안도감은이제끝났다.그는스스로를위한삶을살고자했다.자유롭게평원을돌아다니면서언젠가그들한테들러그런삶을시작하도록어려운교훈을가르쳐준것에고맙다고할지도몰랐다.(305쪽)

그는떠나려고했다.그보다단순한것은없었다.모든것이그에게요구하는억압적인것들을피할수있는어딘가로가야했다.그러나그는외로움의단단한덩어리가그의추방당한가슴에오래전부터만들어졌다는것을,그리고어디를가든그것이함께있으면서그가작은성취를위해계획하는걸축소시키거나흩어놓으리라는것을알았다.(308쪽)

그는수피나무그늘너머에서똥무더기여러개를발견했다.개들이벌써그것을조금씩먹고있었다.개들은그를의심스러운눈초리로흘깃보았다가곁눈질로경계했다.그들은몸을살짝틀어자신들이먹는것을그의탐욕스러운눈길로부터지켰다.그는너무놀라그모습을잠시바라보았다.그렇게더러운것을먹는다는사실이너무놀라웠다.개들은똥을먹고사는자를보았을때즉각알아보았던것이다.(3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