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16.00
Description
인간의 정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하이젠베르크, 슈바르츠실트, 슈뢰딩거, 그로텐디크, 모치즈키 신이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칠레의 젊은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의 세번째 작품으로, 2021 부커상 최종심에 오르며 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논픽션소설nonfiction-novel이다. 논픽션소설이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처럼 객관적 사실에 소설적 허구를 장치로써 도입하는 작품을 가리킨다. 책에 실린 다섯 개의 글은 개별적이면서도 나선처럼 이어지며 하나의 산문적 명상으로 완성되어가는데, 그 안에 담긴 프리츠 하버,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슈바르츠실트, 그로텐디크 같은 과학 세계에 지각 변동을 몰고 온 화학자, 물리학자와 수학자 들의 정신적 경험과 들끓는 지적 욕망, 치열한 이론 논쟁은 강렬하기 그지없다.

또한 이 책은 흔히 떠올리게 되는 현대 과학의 엄청난 진보와 그것이 몰고 올 파국을 경고하는 일반적인 과학 논픽션과도 다르고, 위대한 인물의 업적을 기리는 전기적 소설과도 완전히 다르다. 그보다는 깜짝 놀랄 만큼 독창적인 서사 구조와 지적인 견고함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유려하게 어우러지며 인간의 정신이 가닿는 끝에서 경험하는 현저한 깨달음의 순간(에피파니)과 신경 쇠약을 숨막히도록 아름답게 그려낸 독보적인 작품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서구의 작가와 문학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가 이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작품의 맨 마지막에 실린 「감사의 글」에 이르러서조차 전율할 수밖에 없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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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벵하민라바투트

1980년네덜란드로테르담에서태어나헤이그,부에노스아이레스,리마에서자랐다.두권의소설을발표하여여러문학상을받았으며『우리가세상을이해하길멈출때』는그의세번째작품으로2021부커상최종심에올랐다.지금은칠레산티아고에서가족과강아지와살고있다.

목차

프러시안블루
슈바르츠실트특이점
심장의심장
우리가세상을이해하길멈출때
밤의정원사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이책은흔히떠올리게되는현대과학의엄청난진보와그것이몰고올파국을경고하는일반적인과학논픽션과도다르고,위대한인물의업적을기리는전기적소설과도완전히다르다.그보다는깜짝놀랄만큼독창적인서사구조와지적인견고함이문장사이사이에서유려하게어우러지며인간의정신이가닿는끝에서경험하는현저한깨달음의순간(에피파니)과신경쇠약을숨막히도록아름답게그려낸독보적인작품이다.이책을먼저읽은서구의작가와문학평론가,독자들의열렬한찬사가이어지는이유일것이다.작품의맨마지막에실린「감사의글」에이르러서조차전율할수밖에없다.

장면1.프러시안블루,빛과그늘

라바투트는첫번째글에서등장하자마자유럽미술계에파란을일으킨안료프러시안블루를최초로합성해낸연원과그치명적부산물인시안화물사이의연관성을보여준다.시안화물은나치강제수용소에서사용된독가스치클론B의시원이기도하며2차대전이끝나갈무렵패망을예감한독일장성들이자살할때사용한약물이기도했다.컴퓨터의아버지앨런튜링역시동성애라는죄목으로영국정부에의해강제로화학적거세를당해가슴이커지는부작용을겪은뒤시안화물을주입한사과를깨물어스스로목숨을끊었다.아우슈비츠강제수용소의일부벽은지금도치클론B로인해푸른색으로물들어있다.

디펠의영약에들어있던성분에서탄생한파란색은결국반고흐의〈별이빛나는밤〉,호쿠사이의〈가나가와의파도아래〉에서뿐아니라마치이색깔의화학구조에들어있는무언가가폭력을유발하기라도하는듯프로이센군의제복에서도빛난다.그무언가는저연금술사의실험에서이어져내려온과오,그늘,실존적얼룩이었다._본문22~23쪽

프러시안블루의기초가된화학합성물을만든이는극단적으로잔인한동물실험으로악명높았던연금술사요한콘라드디펠로,메리셸리의걸작『프랑켄슈타인』에영감을선사한인물이다.한편1차대전당시독일의무지막지한독가스공격을주도한화학자프리츠하버는공기중에서질소를추출해노벨화학상을받았고,“공기에서빵을끄집어낸사람”으로칭송을받기도했다.그의발견덕에질소비료를무한히만들수있게되어전세계인류가기아에서해방되는데커다란공을세웠기때문이다.그는죽어가면서자신의발견으로인류대신식물이미래의지구를지배할까봐두려워했다.

장면2.최초의특이점

전쟁이한창이던1915년12월,알베르트아인슈타인은러시아전선참호에서발송된편지를받는다.편지를쓴사람은천문학자이자물리학자이자수학자이자독일군중위카를슈바르츠실트였다.그편지에는일반상대성방정식에대한최초의정확한해가쓰여있었다.아인슈타인이일반상대성방정식에관한이론을발표한지한달도채안된때였다.슈바르츠실트의해는정확했으며항성의질량이주변의시공간을구부리는방식을완벽하게기술했다.그러나슈바르츠실트의해는무언가기묘한것을드러냈다.슈바르츠실트의해를붕괴하기시작한별에적용하면,그밀도와중력은무한히증가해시공간을찢는특이점을형성하게되기때문이었다.아인슈타인은슈바르츠실트의해에열광하면서도그것이물리학을토대에서부터파괴할까두려워했다.하지만아인슈타인은틀렸고블랙홀은존재한다.슈바르츠실트는자신의발견에끝없이매혹되면서도불안해하며블랙홀의존재를엿본최초의인류였다.

처음에는슈바르츠실트본인조차이결과를수학적기현상으로치부했다.하긴물리학은종이위의숫자에지나지않는것,현실의사물을표상하지않는추상,단순한계산착오로가득하지않던가.그의결과에들어있던특이점은실수,기현상,비현실적환각중하나가분명했다._본문48쪽

그의상상력은자신이발견한결과에매혹되었다.만에하나특이점이존재한다면그것은우주의종말까지지속될것임을두려운마음으로깨달았다.(…)그것은여느천체와달리어떤변화에도영향을받지않았으며이중으로탈출이불가능했다.특이점은기묘한기하학적공간을만들어내시간의양끝에자리잡았다.특이점으로부터가장먼과거로달아나거나가장먼미래로탈출하더라도다시한번특이점을마주칠뿐이었다._본문50쪽

장면3.국적없는수학자와수학의심장

2012년8월31일오전일본의수학자모치즈키신이치는자신의블로그에논문네편을발표했다.600쪽에이르는이논문들에는정수론에서가장중요한추론중하나인‘a+b=c’의증명이실려있었다.이날까지도,그의증명을이해한사람은아무도없다._본문77쪽

소위ABC추론으로알려진정수론난제에대한증명을자신의블로그에올린일본의수학자모치즈키신이치는어렸을적부터뛰어난집중력의소유자였다.열여섯살에프린스턴대에입학해스물세살에박사학위를받았고그후교토대수리해석연구소에서강의는하지않으면서연구에만전념하는교수로부임했다.2000년대초부터는국제학회에도참석하지않았는데,2014년프랑스몽펠리에대학교에서자신의ABC추론증명에대한강연을하기로했으나돌연강연을취소하고일본으로돌아와블로그에올린증명을모두삭제해버렸다.그를잘아는사람들은그가그로텐디크의저주에걸렸다고했다.
알렉산더그로텐디크는20세기의가장중요한수학자로알려져있다.그의우크라이나출신유대인부모는혁명적무정부주의자들로스페인내전당시국제여단에참여하기도했다.이후그로텐디크는어머니와프랑스난민수용소를전전하며프랑스에서학교공부를시작했다.수학천재로서명성을떨치기시작했으나프랑스68혁명시기를전후로사회운동에전념하며일체의학문적활동을접고점차은둔하기시작했다.청년시절의모치즈키신이치는그로텐디크가‘수학의심장부’에서발견한실체에완전히매료되었다.

장면4.불안한확률로서존재할뿐이다:더볼수록덜보인다

하이젠베르크가보기에슈뢰딩거의제안은용납할수없는뒷걸음질이었다.고전물리학의방법을써서양자세계를설명할수는없었다.원자는한낱구슬이아니다!전자는물방울이아니다!슈뢰딩거의방정식이정확하고심지어유용할지도모르지만물질이가장작은규모에서극단적으로기이하게행동하는현상을무시하는건가장근본적인잘못이다.하이젠베르크를격분시킨것은파동함수가아니라―어차피그게뭔지아는사람이어디있겠는가?―원리의문제였다.그는슈뢰딩거의재주가아무리모든사람을매혹시켰더라도이것이막힌길임을,참된이해로부터멀어지는막다른골목임을알고있었다._본문200~201쪽

이책에서가장많은분량을차지하는네번째글은,하이젠베르크의불확정성이론이정립되어가는과정을매혹적으로그려낸다.20세기의천재물리학자들인슈뢰딩거,드브로이,하이젠베르크가심리적이고신체적인쇠약을견디며양자이론을수립하고서로의주장을치열하게반박하며역설적인우주를발견해가는이야기는최초의증명을위해그들이거칠수밖에없었던어두운심연을깊숙이들여다보게해준다.견딜수없는오류,증명을향한끝없는터널,자신도모르게찾아낸해결공식이기이한환희와절망속에서명멸하는장면들이쉽사리형언하기어려운장관으로펼쳐진다.

입자와파동,사실과허구사이

라바투트가이책에서다루는이야기속인물과이론,역사적사건들은모두치밀한자료조사에기반하고있으며그빈틈을매끄럽고스릴넘치는소설적허구로메우고있다.어디까지가사실이고어디까지가허구인지밝히지는않지만,「감사의글」에서책의구조와방법론에대한단서를남겨놓았다.우리는가짜뉴스에몸살을앓는시대에살고있지만,사실과허구는과연별개의범주로엄격히다뤄질수있는것일까.이책은인간이지식의한계를어떻게메워왔는가,불가지한자연을어떻게견뎌왔는가에대한하나의아름다운대답이다.

이책은실제사건을바탕으로한허구다.뒤로갈수록허구의비중이커진다.「프러시안블루」에는허구의문장이하나밖에없는반면에뒤에서는더자유분방하게쓰되각작품에서다루는과학개념에충실하려고노력했다._「감사의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