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피라미드

$12.50
Description
기원전 이집트 건축 이야기에서 오늘의 전체주의 신화까지
카다레의 거대한 품안에서 탄생한 정치적 우화

파라오의 무덤이자 권력의 영생 피라미드
그 억압에 짓눌린 목숨들로 지어올린 역사의 아이러니
“독재 치하에서, 나에게 산다는 건 문학을 창작하는 것이었다.”
_이스마일 카다레

1992년작. 총 16장으로 구성된 이 장편소설은 기원전 26세기경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정치적 우화로, 쿠푸의 피라미드 건설 이야기에서 시작해 오늘날 전체주의 사회와 통치자와 지배계급의 권력 기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메멘토 모리로서의 파라오의 무덤인 이 신화적 건축물이 현존하는 땅에서, 카다레는 이 소설을 통해 잊힐 수 없는 또하나의 문학적 공간을 창조해냄으로써 오늘날 독자에게 역사의 시간을 건너온 보편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선정 및 수상내역
- 1993년 지중해문학상(해외문학 부문) 수상작
저자

이스마일카다레

저자:이스마일카다레(IsmailKadare,1936~)
1936년알바니아의남부지로카스트라에서태어났다.티라나대학교에서언어학과문학을공부했고,모스크바의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수학했다.1953년고등학생때이미시집『서정시』를출간해시인으로데뷔했다.1963년첫장편소설『죽은군대의장군』을발표해일약세계적작가로발돋움했고,후에이작품으로“그는그의조국알바니아보다유명하다”라는찬사를들었다.이후많은작품을통해신화와전설,구전민담등을자유롭게변주하며암울한조국의현실을우화적으로그려내는자신만의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했다.몇몇작품은출간금지라는수난을겪기도했지만,그럼에도전체주의를고발하는날카로운시선을잃지않았고,특유의풍자와유머로우스꽝스러운비극,기괴한웃음을만들어내며세계적인작가로입지를굳혔다.
독재정권이무너지기직전1990년프랑스로망명해지금까지왕성한작품활동을펼치고있으며,수차례노벨문학상후보에올랐다.1992년프랑스치노델두카국제상,2005년제1회영국맨부커인터내셔널상,2009년스페인아스투리아스왕세자상(문학부문)을수상했다.2016년프랑스레지옹도뇌르최고훈장을수훈했으며,2019년박경리문학상,2020년노이슈타트국제문학상을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죽은군대의장군』『돌의연대기』『부서진사월』『꿈의궁전』『H파일』『아가멤논의딸』『누가후계자를죽였는가』『광기의풍토』『사고』『잘못된만찬』『떠나지못하는여자』등이있다.

역자:이창실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응용언어학과정을이수한뒤,이화여자대학교통번역대학원한불과를졸업했다.이스마일카다레,실비제르맹,크리스티앙보뱅의책들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I발단:공들여채택된옛구상007
II작업개시:다른어떤건축물과도견줄수없는준비과정019
III음모037
IV일상의기록:우측면,서쪽모서리047
V피라미드가하늘을향해치솟다057
VI왕의먼지068
VII건축일지081
VIII정상가까이에서088
IX의혹으로뒤덮인겨울098
X건축완료:피라미드가자신의미라를요구하다111
XI슬픔119
XII침입128
XIII안티피라미드138
XIV노화:속임수149
XV해골더미155
XVI에필로그:유리의안쪽162

해설|피라미드,그유혹과기만,대가에대하여165
이스마일카다레연보171

출판사 서평

파라오의무덤이자권력의영생피라미드
그억압에짓눌린목숨들로지어올린역사의아이러니

고국알바니아의현실을세상에알린문학대사
기원전까지내려가쓴카다레문학의저력

남유럽발칸반도서부에위치한알바니아에서태어나종전후반수정주의적민족주의자엔베르호자의독재체제의탄압과검열을피해1990년프랑스로망명한이스마일카다레(IsmailKadare,1936~).그는조국의뼈아픈현실을신화와전설,구전민담과버무려정치적역사적알레고리가풍부한자신만의독특한문학세계를선보임으로써,수차례노벨문학상후보로이름이거론되어온세계적인작가다.다니엘켈만은카다레를두고“그어떤작가보다20세기와그어둠에대한이야기를많이한작가”라고했다.이번에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으로나온『피라미드』(1992)는20세기그전후는물론기원전으로내려가오늘의현실까지를돌아보게하는대작이다.<슈피겔>지는이소설을가리켜“불가사의한건축이야기를등골서늘한우화로풀어낸소설.문학의승리다”라고소개했다.
카다레는『피라미드』를1988~1990년에집필했으나,알바니아국영출판사에서발표를거부당했다.1991년1월<데모크라틱르네상스>에서연재되던이글은,마침내알바니아가다원민주주의체제로바뀌면서티라나와파리에서1992년출간되었다.총16장으로구성된이장편소설은기원전고대이집트를배경으로한정치적우화로,쿠푸의피라미드건설이야기에서시작해오늘날전체주의사회와통치자와지배계급의권력기제가어떻게돌아가는지에대한심오한통찰을제공한다.메멘토모리로서의파라오의무덤인이신화적건축물이현존하는땅에서,카다레는이소설을통해잊힐수없는또하나의문학적공간을창조해냄으로써오늘날독자에게역사의시간을건너온보편적메시지를던지고있다.1993년지중해문학상(해외문학부문)수상작.

파라오의분신이자무덤,찬미와증오,풍요와소진을위한위업의시간
그정치권력에유혹당한왕과백성의건축물이자역사의아이러니

“그는필름을현상액에서꺼냈다가다시담갔다.천년,이천년,사천년의깊이속으로……하지만필름을다시꺼내보아도긁힌자국은여전히남아있었다.처음에생각했던,필름자체의결함이아니었다.그것은핏자국이었다.어떤물,어떤용액으로도지울수없는.”_본문에서

소설의중심배경은기원전26세기경이집트왕쿠푸가막파라오로등극해(오늘날서남쪽카이로의기자지구에)자신의무덤이자분신이될피라미드건축을시작해서완공하기까지다.처음쿠푸는자신만은피라미드를만들지않겠노라선언하나,대신들과사제집단은민중을사로잡을통치수단이자후세의영광이되리라며그를설득한다.이에쿠푸는곧지상최대의건설작업에돌입하고,국가의위업에처음에는모두가의기양양앞다투어임한다.그러나피라미드가하늘을찌를듯정점에가닿을수록이집트의자원과에너지는고갈되고,채석장및건설현장의노동자들은온갖음모와속임수에휘말려능지처참을당하거나위압적인돌들에깔려죽음을면치못한다.피라미드없는이집트는상상도할수없으나,이제그무덤건축물은혹인지괴물인지유령인지모를무시무시한생명체나다름없다.쿠푸가죽고난후마침내미라가안치된후의대비는더욱극명하다.외국사절들의눈에보이는위풍당당하고장엄한피라미드,이집트인의눈에보이는위압적이고숨막히는피라미드.뜨거운열기와영겁의모래바람속에서어느덧시간은흘러,쿠푸를비롯한새파라오의무덤들이도굴꾼들에의해파헤쳐지고,목졸려살해당한파라오디두프리의진실이세상에알려지며다시한번피라미드는공포와신성모독의소용돌이에휘말린다.
막바지는시간을훌쩍뛰어넘어14세기중앙아시아의지배자가된티무르왕조와그도시오트라르의해골무덤이야기로이어지고,오늘그현장앞에서한관광객이찍은사진을현상하며발견한,시간도지우지못한오롯한증거인‘핏자국’을목격하는것으로끝난다.소설의액자를빠져나온관광객의눈은작가자신의것일수도있고이책의마지막장을덮는독자의눈일수도있을것이다.이렇게해서카다레가축조한소설세계의외연은막바지에서오늘날전제정치로시름하는카다레의모국알바니아를비롯해전세계의폭압이깃든땅까지를폭넓게확장하며비춘다.

픽션과실제가만나는형식미:돌들과주검의숫자,인간과모래의시간
카다레의이소설은역사적인실제무대와파라오의이름을가져와쓰고있으나,특수한인물이나시대적사건을고증하며파헤치는역사소설과는거리가있다.작가는파라오쿠푸를세력에흔들리고허무에시달리면서도자신의무덤을더높게지어올리라명하는아이러니한인물로입체적으로묘사함으로써,어떻게한인간이피라미드에유혹당하고기만당하고그악의소용돌이에점점휘말려들게되는지를치밀하게보여준다.그런의미에서“모래와풍문.이것이이집트다”라는쿠푸의아버지가들려주는정의처럼,이이야기자체는피라미드라는현실적인건축물을둘러싸고있으나책장을덮고나면보다광범위한시대와장소를염두에둔한편의절묘한정치우화임을알수있다.그러나그알레고리나상징이서사의핍진감을휘발시키지않도록,‘건축일지’라는장에서보듯작가는매일의시간기록과모래사막에서견디는영겁의시간,왕과피라미드의시간,돌들과주검의숫자등그극명한대비가빚어내는세계를꽤상세히목도하게한다.피라미드단들이층층이하늘로향해가고육중한돌들이쌓아올려지는숫자가늘어날수록,이집트소식을나르는서판들이늘어날수록,정권은그에방해가되는풍문을없애기위해혀를자르고눈을없애는등처형과고문을일삼아주검의수를늘린다.그리하여매챕터와글줄하나하나를통해재현된카다레의이피라미드는,현재우리의눈에하나의기념비적건축물을넘어스탈린및호자의독재정권속에있던작가의현실은물론,오늘의무수한유혈사태를불러온공포정치와경찰국가에대한역사적무덤의증거로도읽힌다.
<엘파이스>는카다레를“카프카와보르헤스의뒤를잇는작가”로소개하면서,강력한상부구조의작동체제에맞서한개인이느끼는무력감과고독에대한비유를끌어낸것에서,잊히지않을은유적공간을발명해낸것에서두작가에빗대었다.전체주의사회의잔혹한메커니즘을아주또렷이보여주는『피라미드』를통해,카다레는다시한번자신이정치적우화의대가임을입증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