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일

법관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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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무거운 직분과 평범한 일상 사이
법을 직업으로 삼은 이가 들려주는 진솔한 ‘사는 법’ 이야기
서울고등법원에서 근무하던 송민경 전 부장판사가 퇴임을 하며 펴낸 에세이 『법관의 일』은, 무거운 직분과 평범한 일상 사이를 오가는, ‘직업인으로서의 법관’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매일 아침 정각 6시에 일어나 잠든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부엌으로 나가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고 팔굽혀펴기를 서른 개쯤 한 뒤 키친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그의 모습은, 판사라기보다는 어쩐지 소설가와 비슷해 보인다. 달리기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에선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송민경은 늘 책을 가까이한다. 평소에 그를 알고 지내던 문학평론가 신형철에 의하면, ‘동시대 한국문학을 줄줄 꿰고’ 있을 정도다. 그의 문학편력은 한국문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에 등장하는 엘리너에게서 이상적인 법관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김금희의 소설 『복자에게』에 등장하는 이영초롱 판사의 모습을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플로베르의 소설을 읽으며 판사도 소설가처럼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사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판결을 책임을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라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기도 하고, 철학자 들뢰즈가 바라는 두번째 직업이 법률가였다는 사실을 통해 법적 사고 과정에 상존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송민경에 의하면 ‘법관의 일’이란,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을 법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마주하는 가운데, 무수한 주장과 증거의 이면에 놓인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법관은 “무언가를 알아내야 함과 동시에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 무언가는 도저히 알 수 없다고 고백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법을 이해하는 일이,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단순히 독자들에게 법관이 하는 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판사의 관점, 즉 법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에 잠시나마 동참해보도록 권한다.
저자

송민경

1976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정치학과(현정치외교학부)를졸업하고1999년41회사법시험에합격하여2003년사법연수원을수료했다.육군법무관으로제대한후2006년판사로임관되어일하기시작한이래16년간법관생활을했다.초임부장판사로발령받아주말부부생활을하며창원지방법원마산지원에서근무하던시절,언젠가아이들이자라‘법이란뭣에쓰는물건인지’물었을때읽어보라고말없이건네줄책을쓰고싶다는생각이들었고,그해겨울부터이책의원고들을틈틈이써나갔다.법은우리사회의지속가능한발전을위한공동의계획같은것이기에좋은법을만들고지켜가기위해서는시민들이법의언어를이해하고,이를매개로한사회적대화에참여하는일이중요하다고믿는다.이책은그간어떻게하면법을올바르게해석할것인지깊이공부하고연구해온법관으로서타인의삶에한걸음더다가서기위해노력한과정과결과를담은것이다.2022년서울고등법원에서의근무를끝으로법복을벗고법무법인(유한)율촌에서파트너변호사로일하고있다.최근에는사람들이살아가는공간을만드는일(건설,부동산등)에관심을두고있는데,4차산업혁명시대의공간인플랫폼이나모빌리티서비스를구축하는일에도관심이많다.

목차

프롤로그007

1부판사의하루
판사의하루019
법의관점029
프로페셔널의조건041
옆집남자사건1051
옆집남자사건2062
합리적의심074
옆집남자사건3085
흡혈귀의비상096

2부타인의삶
3인칭관찰자시점109
타인의삶118
성인지감수성이야기1127
성인지감수성이야기2138
해석의문제149
플랫폼노동자이야기161
타다이야기1173
타다이야기2184
법의미학195
3부더나은삶을위하여
나쁜사람들을위한변명209
책은당신을구원한다219
저녁있는삶을위한변론230
아주조금더나은삶을위한조언1241
아주조금더나은삶을위한조언2252
검사의미덕264
판사의미덕274

에필로그287
주290

출판사 서평

무거운직분과평범한일상사이
법을직업으로삼은이가들려주는진솔한‘사는법’이야기
대부분법관이라는직업에대해상상할때,엄격해보이는법복과법모,법봉으로대표되는무겁고권위적인이미지를떠올리곤한다.드라마에서흔히묘사되는것처럼,숨막히는법정에서법봉을세번내리쳐판결을내리는,때론솔로몬처럼지혜로운해결책을찾아내는판사의모습은평범한사람들사이에서스테레오타입으로자리잡았다.
하지만대한민국의법정에서법모와법봉은권위주의의청산을위해1966년이후쓰이지않고있다.법원에견학오는학생들에게‘더이상법봉에대해질문하지않도록해달라’부탁하는판사들의책상에는,법봉대신무지막지한서류더미와이를손쉽게넘기기위한사무용골무가놓여있을뿐이다.그들은일주일에두번열리는재판기일에는법정을들락거리느라한없이바쁘지만,재판없는날에는사무실에서하루종일재판기록을읽거나자료를점검하고판결문을쓰는데시간을할애한다.현실에서일하는판사의모습은,어찌보면직장을다니며고군분투하는평범한직장인의모습과크게다르지않아보이기도한다.
서울고등법원에서근무하던송민경전부장판사가퇴임을하며펴낸에세이『법관의일』은,무거운직분과평범한일상사이를오가는,‘직업인으로서의법관’이들려주는이야기다.매일아침정각6시에일어나잠든아내를깨우지않기위해조용히부엌으로나가커피한잔을내려마시고팔굽혀펴기를서른개쯤한뒤키친테이블에앉아조용히책을읽는그의모습은,판사라기보다는어쩐지소설가와비슷해보인다.달리기한뒤에마시는시원한맥주한잔을좋아한다는이야기에선무라카미하루키가떠오르지않을수없다.
그래서그런지송민경은늘책을가까이한다.평소에그를알고지내던문학평론가신형철에의하면,‘동시대한국문학을줄줄꿰고’있을정도다.그의문학편력은한국문학에만그치지않는다.제인오스틴의『이성과감성』에등장하는엘리너에게서이상적인법관의모습을발견하기도하고,김금희의소설『복자에게』에등장하는이영초롱판사의모습을안타까워하기도하며,플로베르의소설을읽으며판사도소설가처럼‘전지적작가시점’으로사건을볼수있으면좋겠다고생각하기도한다.그런가하면판결을책임을기꺼이감내해야하는사람에게필요한책이라며칸트의『순수이성비판』을읽기도하고,철학자들뢰즈가바라는두번째직업이법률가였다는사실을통해법적사고과정에상존할수밖에없는불확실성에대해진지하게이야기한다.
송민경에의하면‘법관의일’이란,세상에서벌어지는온갖사건들과그속에서살아가는숱한사람들을법정이라는한정된공간에서마주하는가운데,무수한주장과증거의이면에놓인사건의실체를파악하는일이다.다시말해,법관은“무언가를알아내야함과동시에(어느지점에이르러서)무언가는도저히알수없다고고백해야하는사람”이다.
그는법을이해하는일이,좋은시민이되기위해노력하는일과근본적으로다르지않다고이야기한다.또한단순히독자들에게법관이하는일에대해알기쉽게설명하는것에그치지않고,판사의관점,즉법의관점으로세상을바라보는일에잠시나마동참해보도록권한다.

“법관은오로지법을북극성삼아숱한회의와의심을이겨내며
끝끝내목적지에도착해야만한다.”
‘법관’은헌법과법원조직법이정한바에따라임명되어사법부를구성하고대법원과각급법원에서재판사무를담당하는공무원을지칭한다.대개판사를법관이라칭하곤하지만,넓은범위에서대법원장과대법관도법관에포함된다.어찌보면법관이라는직업이딱딱하게느껴지는것은,일반적인시민들에게있어‘법원’이라는장소가‘평생가지않아야좋은곳’으로여겨지는것처럼당연한일이다.하지만세상에는법을통해서다뤄져야만하는무수한사건들이있으니,이무거운직분을누군가는떠안은채맡은책무를다할수밖에없다.때문에판사는우리삶에어느날생겨나는사고와불행,불화와갈등을법의그물망위로건져올려모두를위한방향으로올바르게처리해야만한다.
사람들은판사가소위‘원님재판’을하는사또나리처럼무소불위의권력을휘두른다고착각한다.하지만송민경에의하면판사는오히려법적사고하에“많이관찰하고적게판단하는사람”이다.그래서“아주많이똑똑하지않아도”할수있는직업이판사라고이야기한다.누군가법원에소송을제기하면,판사는성실한수험생처럼살짝주눅든긴장한태도로“당사자가출제한”복잡하게얽힌법적난제를가급적신속하고정확하게풀어내야한다.이작업은모든문제풀이가그러하듯이,해답이라불릴수있는객관적인무언가가존재함을전제한다.그래서판사는늘‘어쩌면내가틀릴지도모른다’는초조한긴장감을갖고일할수밖에없다.법관으로서밝혀내야할사건의진실과법의의미가존재한다는단순한믿음이없다면어쩌면이과정을시작할엄두조차내지못할테니말이다.
사실판사생활을하다보면정말‘나쁜사람’들을무수히만날수밖에없다.입에담을수없는현실을매번마주하다보면,인간에대한회의가생기기마련이다.그럼에도그는악을비판하기이전에이해하기위해노력해야한다고말한다.악을이해해야하는까닭은,악은비판만하는것만으로는충분치않고,결국극복해야하는문제이기때문이다.당연한말이지만,법은사람들에게해를가하는일이일어나지않은것처럼시간을되돌려놓을수는없다.하지만법은뒤늦게나마해야할일을한다.그래서법관은‘소잃고외양간고치기’라는비아냥거림에도,오로지법을북극성삼아끝끝내목적지에도착하기위해노력해야만한다.

우리모두의더나은삶을위하여
사람들이공동의삶을영위하는과정에서생겨나는문제는대체로갈등과분쟁의양상을띤다.수많은이가각자의필요와욕구,계획과전망에따라살아가기때문이다.흔한경제학상식이일러주는것처럼,인간의욕망은무한한반면이를충족하기위한자원과기회는희소하거나제한되어있으니이는불가피한일이다.이문제를풀어내기위해서는한정된자원과기회를어떻게키워나가고또나누는것이공정하고효율적일지함께머리를맞대고고민하지않을수없다.
송민경은우리사회에일어났고또일어나고있는현안문제들을통해이를설명하고함께해결해나가고자한다.몇년전우리사회를뒤흔들었던‘미투운동’과그에따라공론화된성인지감수성에관한이야기,무수한배달노동자들이참여하고있는플랫폼노동에관한이야기,그리고공유경제의일환으로야심차게생겨난‘타다’의소송에관련된이야기는그가법관으로서어떤태도와생각을가지고있는지잘보여준다.이토록넓은범위의주제에대해다양한방식으로이야기하지만,이모든것을아우르는것은사회에대한그의따뜻하고진실된마음이다.
현재그는법무법인(유한)‘율촌’에서파트너변호사로일하고있다.오랜법관생활을정리하고,좋아하는책들을마음껏읽으며살고싶어하던그의뜻대로새로운인생의길에접어든셈이다.한가족의가장으로서,책을읽고글을쓰는사람으로서,법률을연구하는법률가로서의인생이모두이책안에겹쳐있다.불완전한인간인우리가세상의진실과관계하는최선의형식이무엇인지고민하는,꾸준하고성실하게더나은삶을살기위해노력하는그를통해우리는‘사는법’을배울수도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