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씨찾기 (이경림 시집)

토씨찾기 (이경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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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경림 시인의 첫 시집 『토씨찾기』를 문학동네포에지 47번으로 다시 펴낸다. “다양한 상황과 이질적인 화법”(김수이)으로 “실존적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시적 형식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온”(김춘식) 시인은 그 출발부터 완전히 새로웠으며, 시작부터 부단히 스스로를 탈피해왔음을 일러주는 시편들이다. 1992년 처음 출간되었으니 30년 만에 다시 독자의 품으로 돌아왔다.
저자

이경림

1989년『문학과비평』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토씨찾기』『그곳에도사거리는있다』『시절하나온다,잡아먹자』『상자들』『내몸속에푸른호랑이가있다』『급!고독』이있다.지리산문학상,윤동주서시문학상,애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시(詩)/사랑한다/대하드라마역사는흐른다/토씨찾기/어디?/더럽혀진하늘이깨끗해지지는않았다/길,어둠에잠긴/그동안얼마나많은/ㄱ혹은ㅁ/병상일기/그리마/그한주일동안나는/왜/울음연습/노예가/이별법/입원인가퇴원인가/나는왜정면으로태양을마주보지못하는가/가지치기/그래저물자저물어가자/유배일지/무덤에서/정신병동/둥둥눈부셔라/텅빈것들이모반처럼/그것은느리고지루한그자의/그곳너무먼

2부
유서1/유서3/유배일지1/유배일지2/유배일지3/유배일지4/굴욕의땅에서1/굴욕의땅에서2/굴욕의땅에서3/굴욕의땅에서4/굴욕의땅에서5/안암동1/안암동2/안암동3/안암동4/안암동5/안암동6/안암동7/안암동8/안암동9/안개의몸

3부
아~하고하품을하다가/비명을지르며추위가몰려왔다/꿈에/태풍/추위속에서/육교아래사는비둘기를위하여/물을끓이며/한국여자/총알택시를타고/팔리기를기다리는온갖것들이/공동묘지/묘사를위한단상/잠자리에서/비오는날의연상/슬픈시/장미1/장미2/봄날/안개를따라숲으로간다/가을/누구나/가상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이경림시인의첫시집『토씨찾기』를문학동네포에지47번으로다시펴낸다.“다양한상황과이질적인화법”(김수이)으로“실존적문제를집요하게파고들면서시적형식을지속적으로갱신해온”(김춘식)시인은그출발부터완전히새로웠으며,시작부터부단히스스로를탈피해왔음을일러주는시편들이다.1992년처음출간되었으니30년만에다시독자의품으로돌아왔다.

의사는내병이완치되었으니퇴원해도좋다고말했다축하를받으며퇴원수속을밟고나는병원문을나섰다거리에는황사바람이불고그바람에실려어디선가신음소리가들렸다집집마다아픈사람들이누워있거나앉아있었고제상처를들여다보며우는것이보였다시간은사이사이에거대한감옥을만들어놓고한사람씩가두곤척척척소리를내며잠그고있었다나무들은눕지도못하고서서앓았다집도,거리도,시장도,국회의사당도,허위도,진실도,희망도모두아팠다상처에서곰팡이같기도하고부스럼같기도한꽃들이살기를뿜으며피었다지고피었다지고무언지더러운뒤꿈치만보이는것이어디론가내달았다죽을힘을다해그것들을쫓아가다스러지는사람들이병원에쌓였다의사는어디있을까그가안보였다완치된사람들은눈에띄지않았고멀리또는가까이펄럭이는검은장막이보였다지친사람들이하나씩다리를절며그속으로사라져갔다수속도없이축하를받으며나는
훨씬크고더러운병원에
입원을했다

다시병에걸렸고
이번에도
가망은남아있는것일까_「입원인가퇴원인가」전문

시집속현실은유배지이자무덤이자병동,‘굴욕의땅’이다.삶속에병과죽음이상재하지만이때의삶과죽음은형이상학적개념에그치는것이아니라지극한현실에바싹붙어있다.가령병이완치되었다는의사의말을듣고정신병동을나와마주하는현실이야말로“훨씬크고더러운병원”이라말할때,퇴원하여‘다시걸린병’이란비유나수사가아닌실재하는고통이자폭력이어서,시인은앓음으로울음으로이삶에부딪치려한다.“이를뽑고몸살을앓고진통제를먹고싸움을하고은행에가고증권회사의전광판이한없이허방으로곤두박질치는것을보고시장좌판위의나물단이자꾸움츠러드는것을보고지하상가가게들이파리날리는것을보”는일주일(「그한주일동안나는」),혹은그모든일상이삶이라는병동,유배지의피할수없는고통이다.이끝모를재앙과도같은현실에맞서는시인의방식은투항이아닌스스로더큰재앙이되는일이다.질주하는차속겁없는총알이되어(「총알택시를타고」),미시시피상류로향하는‘태풍순이’가되어(「태풍」).

나는지금총알이다
질주하는차속에서나는겁없는총알이되었다

(……)

누군가가쏜총의총알이되어날아가고있는시대,사람들너무빨라오히려고요한그것들의보이지않는속도감차창으로처녀막을찢기는시간들의아득한비명소리

미사일이되고싶다나는
머리만맞고혼비백산해달아나는그아랫도리를쏘고싶다
왼눈을감고숨을죽이고
비닐하우스의막처럼투명하게끝이없이쳐진
저음흉한시간의끝을향해멋지게명중하고싶다

타……………………ㅇ_「총알택시를타고」부분

‘토씨’가말과말사이에분명히,그러나숨은듯놓여말과말을잇고말에서말을이끄는조각들이라면,시인에게이토씨는곧시의씨앗이기도할것이다.시인은현실에떨어진이토씨들을좇아,잃어버린가장사랑하는토씨를찾아헤맨다.다양한화술로,늘새로운목소리로외치지만결코에두르는법없는울음이다.그어느쪽에속할생각없이,그어떤분류에편승할마음없이,가장가깝고가장절실한언어로현실을그려내는일.요설과욕설을피하지않고,필요하다면도리어기꺼이뛰어드는일.말을잇고시를빚는시인의간곡한‘토씨찾기’는여전히진행중이다.

그날도사람들은무슨무슨이름의깃발들을손에손에들고왁자하니떠들며어디론가가고있었는데그들이한걸음씩옮겨놓을때마다온갖모양의앙증맞은토씨들이데구르르바닥에떨어져서는다리를절름거리며어디론가떠나가고있었습니다나는그들이버리고간토씨들을따라다니며욕심껏주머니에주워담았습니다하늘이노래질때까지그짓을하다보니“아”욕심때문에왼쪽손을잡고따라오던내가가장사랑하는토씨하나를잃어버렸습니다

나는

울며떠났을

내토씨를찾아

노란하늘속으로

떠났습니다_「토씨찾기」전문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