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16.08
Description
우리가 열광하고 아꼈던 그때 그 여자아이와 다시 만나다
성장소설의 새로운 클래식 『새의 선물』 100쇄 기념 개정판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 누적 발행 100쇄 돌파
★ KBSㆍ한국문학평론가협회 ‘우리 시대의 소설’
언제나 새로운 질문과 도약으로 오늘날의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은희경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을 100쇄 출간을 기념해 장정을 새롭게 하고 문장과 표현을 다듬은 개정판으로 선보인다. 1995년에 출간된 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성장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매김한 『새의 선물』의 100쇄 기록은 세대를 거듭한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뜻깊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큼 좋아하는 책”(김초엽), “내 문학의 본류이자, 십대 시절 고독감을 극복하게 해준 책”(박상영), “『새의 선물』을 읽은 다른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은희경 작가의 팬이 되었다”(최은영) 등 많은 작가들에게 강렬한 영향을 끼치며 한국문학으로 향하는 가장 흥미진진하고 친밀한 문이 되어준 『새의 선물』은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60년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한국어의 묘미를 일깨우는 풍부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그 자체 장편소설의 교본으로 손색없을 뿐 아니라 한국소설을 그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결정적인 한 걸음이었다.
은희경 작가는 개정판 작업을 위해 초판을 출간한 후 처음으로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한다. 1995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한동안 청탁이 없자 멀리 지방에 있는 절에 들어가 몇 달간 작업한 끝에 완성한 자신의 첫 책을 말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작가가 작품에 쏟아부은 에너지와 열기는 27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에게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때의 뜨거움을 간직한 채 지금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단어를 매만지고 당시의 풍경을 정교하게 가다듬은 이번 개정판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충만하고 열띤 시간 속에 우리를 머무르게 할 것이다.

저자

은희경

1959년전북고창에서출생했고전주여고를거쳐숙명여대국문과와연세대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졸업후출판사와잡지사에서근무하였다.오늘을살아가는인간의고독과내면적상처에관심을쏟는작품들을잇달아발표하여젊은작가군의선두주자가되었다.등단3년만인1998년에『아내의상자』로제22회이상문학상수상하면서소설가로서확고하게자리를잡았다.한국문학번역원비상임이사(제4대,임기3년)...

목차

프롤로그열두살이후나는성장할필요가없었다_009
환부와동통을분리하는법_015
자기만예쁘게보이는거울이있었으니_024
네발밑의냄새나는허공_040
까탈스럽기로는풍운아의아내자격_057
일요일에는빨래가많다_077
데이트의어린배심원_085
그도둑질에는교태가쓰였을뿐_104
금지된것만하고싶고,강요된것만하기싫고_116
희망없이도떠나야한다_133
운명이라고불리는우연들_161
오이디푸스,혹은운명적수음_170
내넨나죽어땅에장사한것_187
슬픔속의단맛에길들여지기_207
누구도인생의동반자와는모험을하지않는다_227
모기는왜발바닥을무는가_235
태생도젖꼭지도없이_249
응달의미소년_275
가을한낮빈집에서일어나기좋은일_306
빛이밝을수록그림자도깊은것을_331
사과나무아래에서그녀를보았네_356
죽은뒤에야눈에띄는사람들_378
눈오는밤_400
에필로그상처를덮어가는일로삶이이어진다_424

초판작가의말_433
개정판작가의말_435

출판사 서평

“삶이내게할말이있었기때문에그일이내게일어났다.”

열두살,이미삶을완성한아이의시선에서그려낸
삶과사랑의진실에대한빛나는통찰

1969년겨울,마을에서‘서흥동감나무집’으로통하는집의대문을열면우물가를중심으로두채의살림집과한채의가겟집이보인다.한쪽살림집은이집의주인집으로,해가밝았는데도늦장을부리며이불에서나오지않는‘영옥이모’와그런이모에게퉁을놓으며밭에일하러갈채비를마친‘할머니’,그리고실랑이하는두사람을예사스럽게쳐다보는열두살의여자아이‘진희’가있다.여섯살에엄마가돌아가시고그후아버지마저어디론가사라지자할머니집에맡겨진진희는“삶이시작부터그다지호의적이지않다는것”(15쪽)을깨달은사람의예리한직관과날카로운관찰력으로,자신앞에일어나는일과주위의사람을꿰뚫어본다.
그런진희의눈에비친사람들은어떤모습일까?한명한명이고유명사이자어떤유형을대표하는보통명사라할수있을만큼사람들의모습은다채로우면서개성적이다.우선또다른살림집에살고있는‘장군이엄마’와‘장군이’가우리의눈길을사로잡는다.남험담하기좋아하고무슨일이든참견을해야직성이풀리는장군이엄마는시시때때로사람들의속을뒤집어놓고,“유복자로태어날때부터이미효자의운명을피할수없게된”(320쪽)장군이는어리무던하고순해서매번진희의관찰대상이자실험대상으로선택된다.네칸으로이루어진가겟집에들어앉은‘광진테라’와‘뉴스타일양장점’의사람들은또어떠한가.입만열면‘이인간박광진,왕년에말야’로시작하는자신의연대기를늘어놓는허랑방탕하고허세가득한이시대의‘풍운아’인‘광진테라아저씨’와그런아저씨옆에서바지런하게생활을꾸려가는속깊은‘광진테라아줌마’,그리고양장점에서시다로일하며“신분상승의야심을위해서”(110쪽)자신의실력을연마하는‘미스리언니’는소설곳곳에서작품에유머러스한활력을불어넣거나때로는긴장을고조시키며독자를강하게몰입시킨다.
그리고소설의다른한축에는그시대에대한세밀하고풍부한묘사가자리해있다.펜팔을통해첫연애를시작한영옥이모의연애과정은그시절청춘들의사랑과헤어짐의풍경을우리앞에생생하게펼쳐보이고,침착하고이해심이많은광진테라아줌마가어느날“꾹꾹눌러저장하고있”(76쪽)던가슴속고통을‘엄청난폭발력’으로터뜨리며하는돌출적행동은당시여성들을누르고있던압력의세기를짐작하게한다.그리고“삶에대한나의통찰을완성시켰”(155쪽)다고여길만큼다양한진희의독서목록과,가파르게변화하며때로는누군가의운명을결정지었던당시의정치상황또한소설에풍성함을더한다.
하지만『새의선물』의결정적인장면은무엇보다그유명한“나자신을‘보여지는나’와‘바라보는나’로분리시키는”(12쪽)태도를우리에게각인시키는순간일것이다.

내가내삶과의거리를유지하는것은나자신을‘보여지는나’와‘바라보는나’로분리시키는데서부터시작된다.나는언제나나를본다.‘보여지는나’에게내삶을이끌어가게하면서‘바라보는나’가그것을보도록만든다.이렇게내내면속에있는또다른나로하여금나자신의일거일동을낱낱이지켜보게하는것은이십년도훨씬더된습관이다.
그러므로내삶은삶이내게가까이오지못하도록끊임없이거리를유지하는긴장으로써만지탱돼왔다.나는언제나내삶을거리밖에서지켜보기를원한다.(같은쪽)

삶이자신에게호의적이지않다는것을깨달은열두살의아이가터득한태도.자기자신을‘보여지는나’와‘바라보는나’로분리함으로써삶을냉철하게이끌어가려는이태도는,냉철함이냉정함이나차가움과같은말이아니라성실함의다른말임을우리에게알려주는듯하다.자신에게벌어지는일들을객관적으로바라보며그것을다시자신의관점에서해석하려는것은곧삶을성실히대하는사람만이가능한태도일테니말이다.은희경의시그니처인날카로움과예리함이탄생하는순간은이렇듯삶에대한뜨거운열정을품고있었다.



“개정판을내기위해처음으로전체를다시읽었다.이소설을쓰던시절의내모습이자꾸눈에들어온다.그때나는그동안믿어온것이다틀렸을지도모른다는불안때문에위축되어있었다.방치되었고무능하다고생각했지만수행해야만하는일상은매일어김없이닥쳐왔다.밤이면지치고찡그린얼굴로가계부를쓰며아침이오지않기를바랐다.내가싫어하는종류의사람이돼야만했으므로더이상사랑을원할수없다고생각했다.그래도농담을잘하던시절이었다.불행과고독에대한태연한농담들.그것은그때의나에게허용된일종의패기였다.간절할수록건조하거나삐딱하게말하곤했는데,내가나에게먼저신랄하면불운이나를좀봐줄까싶어서였다.(…)
나의이십칠년전출발점으로되돌아가본기분.그것은뭐랄까,내삶을개정판으로편집해보는상상을하는가운데,그것을수행하는건결국나라는걸깨치는순례같은것이었다.삶을다르게쓰고편집했어도나는결국이자리에도착해있을것이다.그시절사랑했던존재들과함께.”_‘개정판작가의말’에서

<책속에서>

나는지금도혐오감과증오,그리고심지어는사랑에이르기까지모든극복의대상을이겨내기위해서는언제나그대상을똑바로바라보곤한다.(10쪽)

사랑에대해아무것도기대하지않는사람만이쉽게사랑에빠지는것이다.그리고사랑을위해언제라도모든것을버리겠다는나의열정은삶에대한냉소에서온다.나는언제나내삶을대수롭지않게여겨왔으며당장잃어버려도상관없는것들만지니고살아가는삶이라고생각해왔다.삶에대해아무것도기대하지않는사람만이그삶에성실하다는것은그다지대단한아이러니도아니다.(11~12쪽)

내가내삶과의거리를유지하는것은나자신을‘보여지는나’와‘바라보는나’로분리시키는데서부터시작된다.나는언제나나를본다.‘보여지는나’에게내삶을이끌어가게하면서‘바라보는나’가그것을보도록만든다.이렇게내내면속에있는또다른나로하여금나자신의일거일동을낱낱이지켜보게하는것은이십년도훨씬더된습관이다.
그러므로내삶은삶이내게가까이오지못하도록끊임없이거리를유지하는긴장으로써만지탱돼왔다.나는언제나내삶을거리밖에서지켜보기를원한다.(12쪽)

내가어른들의비밀에쉽게접근할수있었던이유는바로어린애이기때문이다.정확히말해서‘어린애로보이기’때문이다.어른들은자기들이다루기쉽도록어린애를그저어린애로만보려는준비가되어있으므로어린애로보이기위해서는귀엽다거나영리하다거나하는단순한특기만으로충분하다.(20쪽)

그때부터였을것이다,내가남의시선을싫어하게된것은.(…)그러나바로그렇게남에게관찰당하는것을싫어했기때문에나는누구보다일찍나를숨기는방법을터득했다.(22쪽)

늘나는세상일은우연한행운이쥐고흔드는거라고생각해왔다.그생각은행운을가질기회를얻기까지는스스로가노력을해야한다는꽤건전한정강으로보완돼왔다.(51쪽)

사람을좋아하는감정에는이쁘고좋기만한고운정과귀찮지만허물없는미운정이있다.좋아한다는감정은언제나고운정으로출발하지만미운정까지들지않으면그관계는오래지속될수가없다.왜냐하면고운정보다는미운정이훨씬너그러운감정이기때문이다.또한확실한사랑의이유가있는고운정은그이유가사라질때함께사라지지만서로부대끼는사이에조건없이생기는미운정은그보다는훨씬질긴감정이다.미운정이더해져고운정과함께감정의양면을모두갖춰야만완전해지는게사랑이다.(136~137쪽)

사랑은자의적인것이다.작은친절일뿐인데도자기의환심을사려는조바심으로보이고,스쳐가는눈빛일뿐인데도자기의가슴에운명적각인을남기려는의사표시로믿게만드는어리석은맹목성이사랑에는있다.(198~199쪽)

냉소적인사람은삶에성실하다.삶에집착하는사람일수록언제나자기삶에불평을품으며불성실하다.(248쪽)

자기가악역을하고있는동안누군가가선량한피해자의역할을너무나잘해내고있으면그것처럼화나는일도없으며또그것처럼자기의악역을독려하는것도없다.(292쪽)

완전히헤어진다는것은함께했던지난시간을정지시킨다.추억을그상태로온전히보전하는것이다.이후로는다시만날일이없기때문에새로운시간에의해지나간시간의기억이변형될염려도없다.그러므로완전한헤어짐이야말로추억을완성시켜준다.(305쪽)

모든중요한일의결정적인해결은꼭우연이해준다.복잡한계산과치밀한논리를다동원하고도아직결론에이르지못하고있을때우연은그어렵고도중요한일을어이없을만큼가볍게해결해버린다.(327쪽)

사람의마음에선과악이함께있다는것은굳이할머니말씀을듣지않아도나스스로체득한지오래이다.나는선이나악모두가내마음깊이에똑같이자리를잡고있다는것을알고있으며그중어느한쪽만을나의진실한모습이라고주장할마음은전혀없다.(344쪽)

대체우리들이나라고생각하는나는나라는존재의진실에얼마나가까운것일까.(357쪽)

삶이내게할말이있었기때문에그일이내게일어났다.(369쪽)

시간이지나면서사람들은어떻게든고통을이겨내게되어있는모양이었다.또한고통을이겨내기위해망각이있었다.(386쪽)

삶도그런것이다.어이없고하찮은우연이삶을이끌어간다.그러니뜻을캐내려고애쓰지마라.삶은농담인것이다.(403쪽)

결국우리는스스로의도하진않았다할지라도누군가를배신하지않고살기란불가능하다는결론에이를지도모른다.마치서로에게별다른의미가없는것처럼심상하게얽혀짜여져있지만이삶속에서누군가의적이되지않고살기란불가능한것처럼,삶속에는타의가있는법이니까.(4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