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된다는 것

남자가 된다는 것

$14.04
Description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의 첫번째 단편집
대표작인 『사랑의 역사』(2005),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위대한 집』(2010), 그리고 최근작 『어두운 숲』(2017)에 이르기까지 예리한 지성과 섬세한 감성을 모두 갖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미국의 소설가 니콜 크라우스의 첫번째 단편집 『남자가 된다는 것』(2020)이 출간되었다. 총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근 20년간 작가가 여러 지면에 발표했거나 새로 집필한 소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어린 소녀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여러 국면에 놓인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 폭력과 권력, 사랑과 정체성 등 인간의 가장 복잡하면서도 본질적인 속성들을 독창적인 화법과 시각으로 탐구한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뒤얽힌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술 방식을 추구했던 장편소설에 비해 이 책에 실린 단편의 서사 구조는 보다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암시와 함의가 밀도 있게 담긴 정갈하고 시적인 문장들은 반복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며 독자의 적극적인 읽기를 유도한다. 또한 기존 장편이 대체로 등장인물의 특수하고 사적인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이 소설집에는 좀더 역사적, 시대적 산물로서의 개인들, 현실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라틴아메리카의 군사독재 시절 저명한 조경사의 조수로 일했던 경험을 회고하는 「정원에서」나, 명시되지 않은 재난으로 인해 난민 수용소에서 배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음울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아무르」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위험을 경고하며 모든 시민에게 가스마스크를 배급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미래의 응급 사태」는 약 20년 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점 중 하나는 모든 단편이 저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깊이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 단편의 집필 시기에 시간차가 있음에도 마치 하나의 연작소설처럼 읽힐 만큼 긴밀한 구성력과 조직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가로서 거쳐온 사유의 흐름과 변화를 개괄하는 동시에 작품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은 니콜 크라우스의 작품을 사랑해온 기존 독자들뿐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처음으로 접하는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 <타임> <파이낸셜 타임스> <에스콰이어>
<라이브러리 저널>, 릿허브 선정 올해의 책(2020)
저자

니콜크라우스

NicoleKrauss
1974년뉴욕맨해튼에서태어났다.스탠퍼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전공했으며,마셜장학금을받아옥스퍼드서머빌칼리지와코톨드예술학교에서공부한후미술사석사학위를받았다.2002년첫장편소설『남자,방으로들어간다』를발표하며소설가로데뷔했다.이작품은평단의호평을받으며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다.2005년에발표한『사랑의역사』는오렌지상(2006)최종후보로선정되었고윌리엄사로얀국제집필상(2008)을수상했다.니콜크라우스는2007년문학잡지〈그란타〉가10년에한번씩발표하는‘미국최고의젊은소설가’중한명으로뽑혔고,2010년에는〈뉴요커〉선정주목할만한‘40세이하의작가20인’에이름을올렸다.〈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인『위대한집』(2010)은작가의세번째장편소설로,전미도서상최종후보와오렌지상최종후보에올랐으며,애니스필드-울프도서상을수상했다.2017년네번째장편소설『어두운숲』을,2020년여성성과남성성,폭력과권력,사랑과정체성등인간의가장복잡하면서도본질적인속성들을깊고대담하게탐구한첫번째소설집『남자가된다는것』을출간했다.

목차

스위스_009
옥상의주샤_033
나는잠들었지만내심장은깨어있다_055
최후의나날_079
에르샤디를보다_119
미래의응급사태_143
아무르_165
정원에서_181
남편_201
남자가된다는것_247
옮긴이의말|남자와여자와유대인과그밖의모든사람_279
수록작품발표지면_283

출판사 서평

『사랑의역사』니콜크라우스의첫번째단편집

소설가편혜영추천!
“니콜크라우스는어떤이야기에서건반드시사랑을시추해낸다.”

일상의작은균열속에서사랑과폭력,
자유와구속의뒤틀린결합을목도하는순간들,
삶을일으키고무너뜨리는근원적물음에대한
열개의아름답고명징한응답

“그녀가인생의그런내밀하고충격적인이야기들을해달라고요구한기억은없지만,또한편어떤식으로든요구했는지도모르는일이었다.광대하면서도순간적인것,전면적으로가아니라단편적인일화들을통해서만접근할수있는어떤것을이해하려애쓰는사람의표정을하고있었는지도.”_본문263∼264쪽

니콜크라우스의세계속에서삶은언제나채워지지않는공백,불가해,모종의미스터리를둘러싸고형성된다.『사랑의역사』에서는여러인물의비밀과사연을품고수십년을떠돌아다니는‘사랑의역사’라는책이,『위대한집』에서는이사람에게서저사람에게로전해지며삶에크고작은흔적을남기는기묘하고육중한책상이,『어두운숲』에서는카프카의유고에관한진실을알고있다고주장하는정체불명의교수가등장인물들의인생을뒤흔드는삶의미스터리를대변하거나상징했다.이번소설집의인물들역시제각기다른맥락에서자신의정체성과삶의방향을결정지을근본적이고거대한질문을마주한다.작가는찰나속에서영원을붙잡아내는사진가처럼,일상의편린을통해생의본질이드러나는장면들을적나라하게포착한다.「스위스」에서화자는삼십년전하숙집에서만났던열여덟살소녀를회상하며평생자신에게이해할수없는존재로남아있던그소녀가보여준강력하면서도위험한힘과매혹의의미를뒤늦게자각하고,「옥상의주샤」에서수술합병증으로죽을고비를넘긴노인은평생을유대인으로서의의무에종속되어살아온것에깊은회의를느끼지만갓태어난손자를자유로운삶으로인도하기위해어떻게해야하는지알지못한다.「정원에서」의화자는어느위대한조경사의충직한조수로오랜세월일했으나자신이한없이존경했던그가군사정권의범죄를묵인하는것을보며,미적인이상과현실의괴리속에서어떤태도를취해야할지혼란에빠진다.「미래의응급사태」에서일상을위협하는외부적재난의가능성을맞닥뜨린화자는문득자신의내면을들여다보며,그동안굳건하고안정적이라생각했던남자와의관계가실은자신의가능성을제한하고구속해왔던건아닌지의문을품는다.

이런식으로일상에불쑥침입하는의문들은관념적인차원을넘어,때로는구체적인인물의형상으로나타난다.「나는잠들었지만내심장은깨어있다」에서얼마전세상을떠난아버지의집에홀로머물던화자는어느날아버지의친구라는낯선남자가불쑥현관문을열고들어와마치제집처럼그곳에머무는것을보며경악하고,「에르샤디를보다」에서무용수로서의삶에회의를느끼던화자는순회공연을위해방문한낯선나라에서자신이아주감명깊게본영화의주연배우가지나가는것을목격하고급히뒤쫓지만그는이내사라져버리고,자신이본것이환상인지실재인지확신하지못한다.「남편」의주인공은어머니의집에정체불명의노인이나타나자신이수십년전전쟁중에실종되었던남편이라주장하며사망한아버지의자리를차지하려는것을보고분노한다.

“아기는가족들에게처음왔을때와같은방식으로돌아오지만이번에는어떤깨달음을가져다준다.어딘가에서연기처럼우리에게나타나는사람들은오직선물이라는것.몰라서요구하지않았는데받은선물이자,삶이얼마나아낌없이주는지경이로움을느끼며받는선물.”_본문246쪽

갑작스럽게맞닥뜨린,혹은오래전부터존재했으나문득그존재를강렬히인식하게된미스터리앞에서인물들은인식이나이성의영역밖에있는,의미화할수도통제할수도없는생의광대함에서비롯한무력감에빠진다.그러나작가는미스터리의해소나어떤확정적인결말로이야기를끝맺는데는관심이없는듯보인다.우리의실제삶이그러하듯,이야기의끝에서도미스터리는여전히그자리에그대로존재하며인물들은영원히그실체를,불가해의장막너머를들여다볼수없을것임을예감한다.다만그들은그공백의존재를받아들임으로써,삶의일부로수용함으로써성장하거나나아간다.오히려인생은미지의영역,가능성의영역을통해확장되고인물들은그렇게확보된새로운시야로삶을바라보며깨달음을얻는다.우리가이해할수없는것들,예측할수없는것들이낳는불확실성이때로는유한한삶에주어지는자유이자선물이되기도한다는깨달음을.

이불가해한세상에서
남성으로,여성으로,인간으로살아간다는것

“그녀는그갈비뼈들이시원까지완전히거슬러올라가무언가에대해말해주려하는것같았다.세대마다혼란을일으키는그개념,남자가된다는것,여자가된다는것이무엇이고,그런것들이동등하다거나,다르지만동등하다거나,전혀동등하지않다고말할수있는지에대해서.”_본문259쪽

수록된열편의소설중에서「남자가된다는것(ToBeaMan)」이작품전체를대표하는표제작이라는사실에서알수있듯,소설집의중심에는이세상에서남성으로‘산다는’것,혹은남자가‘된다는’것이무엇인지에대한의문이자리하고있다.작중에서‘남자가된다는것’에관해사유하는주체는대체로남성의타자로서남성성이라는관념과다양한방식으로관계를맺으며살아가는여성들이지만,자신이소속된세계에내재한폭력성,비합리성을깨닫는남성들또한등장한다.작가는부모,자식,연인,친구등다양한관계속에서발현되는남성성,특히물리력과폭력을잠재적속성으로하는전통적이고관습적인남성성을다양한층위에서조명한다.그중에서도책의마지막에수록된표제작은이문제를대담하면서도우아하게풀어낸아름답고강렬한수작이다.이이야기에서주인공여성은자신이나치점령기에태어났다면“명예와찬사에약한”성향때문에나치의고위직이되었을거라고생각하는독일인남자친구와,장교시절한가족을몰살시킬뻔한경험을이야기하는이스라엘인남성친구의이야기를듣고,자신이욕망하는남성의육체적강인함과폭력성사이의가느다란경계에대해,자신이남성성에대해느끼는양가적감정에대해곱씹는다.그리고해변의잔교위에서있는두어린아들을,소년에서‘남자’가되어가는그들을바라보며변화는마치차오르는밀물처럼막을수없는것임을실감한다.

물론니콜크라우스는“시원까지완전히거슬러올라가”는이민감하고첨예한문제를쉽게판가름하거나명확한답을제시하려하지는않는다.대신그저냉철하고절제된태도로남성성과여성성이라는개념이낳는갈등과혼란과부조리를명료하게응시한다.하지만그응시를통해작가가진정으로알고싶은것,탐구하고싶은것은외부적인현상이나대상이아니라인간의내면,그리고여성이자한인간으로서작가자신의내면이라는인상을준다.그러니까니콜크라우스가도전적이고독창적인시선으로포착해독자에게건네는이열편의아름답고의미심장한이야기들은어떤물음에대한답이라기보다,이책을읽는우리가스스로에게던져야할반문,즉되물음인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