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양장본 Hardcover)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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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철학, 인류학, 신화학, 종교사를 아우르며
신인류학의 기틀을 마련한 상상력 연구의 고전
“번뇌에 빠진 우리 시대가 수많은 결정론의 폐허 위에서 무정부주의적으로 찾아 헤매고 있는 ‘영혼의 보완물’은 바로 이러한 상상력의 기능 안에 존재한다.”
질베르 뒤랑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로 실컷 배를 채운 한 세대 전체를 위한 치유자. _프랑수아즈 보나르델(파리1대학 철학 교수)

철학, 인류학, 신화학, 종교사를 아우르며 신인류학의 기틀을 마련한 상상력 연구의 고전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22권으로 출간한다. 1960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래 12판에 이르도록 재발간되며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역작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2007년 한국어판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이후 새로운 장정으로, 초역본을 세심하게 다듬고 바로잡아 다시금 내어놓는다. “바슐라르를 갈릴레이에 비교할 수 있다면 뒤랑은 코페르니쿠스에 해당한다”는 철학자 뷔넨뷔르제의 말처럼 질베르 뒤랑은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종합적인 동시에 획기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토록 거대하고 유연하고 섬세한 인간 이해의 틀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옮긴이의 말」에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질베르 뒤랑의 관점에서 다시 쓴다면 저와 같은 문장이 탄생하지 않을까? 뒤랑에 의하면 합리주의의 이름으로 평가절하되어온 ‘상상력’은 인간 인식의 불변적 토대이다. 인간은 구체적 작품(표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의 구체적 작품은 모두 상상력의 소산이라는 것. 그는 인간이 이룩한 문화는 인간의 상상력의 결실이며, 나아가 상상계의 범주에 인간의 모든 문화적 산물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상상력이란 헛된 정념이 아니라 (…)‘욕망의 인간’을 따라 세상을 변모시키는”(553쪽) 위대하고도 거대한 힘인 것이다.
이 책은 고대의 신화로부터 현대의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이룩한 온갖 상상력의 산물들을 구체적으로 참조할 뿐만 아니라 광기-분열의 표현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뒤랑의 상상계의 구조에는 인간 내부의 동물적 충동부터 합리적인 표현의 영역까지 두루 포함된다. 그는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다’라는 신념을 통해, 인간 인식의 중심에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다양한 학문적 성찰과 상상력의 산물에 대한 구체적 탐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그 의미를 밝힌다. 질베르 뒤랑의 작업은 무수한 상상력이 흩어져 흐르는 은하수에서 별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성좌를 발견해 이름을 붙이고, 상상계라는 거대한 지도를 그려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론적이든 실천적이든 인간 정신의 창조는 애초에 모두 상상력의 기능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능은 인간이라는 종족 전체에 두루 펼쳐진다는 의미에서만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이해의 기본을 이룬다는 의미에서도 보편적인 것이다. 상상력은 인간 의식의 전 과정의 뿌리를 이루고 있으며 인간 정신이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표지이다.(507~508쪽)

상상력의 절대성과 자주성을 주장하는 측면에서 뒤랑은 바슐라르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는 바슐라르를 통해, ‘오류와 거짓의 원흉’이자 ‘꿈과 거짓의 박물관’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상력이 실은 합리주의에 물든 영혼의 소외를 막아주는 수호신이며, 상상력이 이루는 세계 또한 과학의 세계만큼 현실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뒤랑은 철저히 바슐라르의 계보를 잇고 있으나 바슐라르의 현상학이 시의 현상학에 국한된 점, 바슐라르가 과학의 축과 상상력의 축을 엄밀히 구분하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출발한다. 뒤랑에 의하면 상상력과 과학의 축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상상적 기능 속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즉 ‘과학적 진실’은 상상력이 보여주는 현실과 다른 계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상상적인 것의 총체적 구조 속 한 부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바로 이 상상력에 입각한, 총체적 인류학의 구조를 세워보는 야심차고도 실증적인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

질베르뒤랑

(GilbertDurand)
1921~2012.철학,인류학,사회학,종교학을비롯해문학과예술비평까지아우르며상상력의사회학,신(新)인류학을정립한프랑스의철학자이자사회학자.1921년프랑스의샹베리에서태어났고,2차대전때자유프랑스군에들어가레지스탕스로활동했다.1947년철학교수자격을취득하고,1959년문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이후그르노블대학에서문화인류학,사회학전공교수를지냈다.1966년레옹셀리에,폴데샹과함께상상계연구센터(CRI)를설립했다.이후CRI는프랑스전역의각대학과세계50여개국가에그지부를두는국제적인조직으로발전했다.신화적상징연구의권위자인뒤랑은가스통바슐라르의뒤를이어상상력이론을확립했으며,신화비평의이론적기틀을마련한것으로평가받는다.상상력을폄하해온서구합리주의역사는왜곡된인간이해의역사라고주장하면서상상력에입각한새롭고보편적인인류학을정립했는데,이책『상상계의인류학적구조들』(1960)은그결실이자결정적인출발점이었다.그밖에주요저서로는『상징적상상력』(1964),『인간의과학과전통:신인류학정신』(1975),『신화의형상들과작품의얼굴들』(1979),『알록달록한영혼』(1980),『미술과원형』(1989),『상상계:이미지의과학과철학에관한시론』(1994),『신화방법론서설』(1996)등이있다.

목차

서문(제10판)

서론
“서푼짜리”이미지
상징과동기부여
수렴적방법과방법적심리주의
인류학적요청,구도와용어

제1권|이미지의낮의체제

제1부시간의얼굴들
제1장동물의모습을한상징들
제2장밤의형태를한상징들
제3장추락의형태를한상징들

제2부홀笏과검
제1장상승의상징들
제2장빛나는상징들
제3장분리의상징들
제4장상상계의낮의체제와분열형태적인구조들

제2권|이미지의밤의체제

제1부하강과잔盞
제1장도치의상징들
제2장내면의상징들
제3장상상계의신비적구조들

제2부은화에서지팡이로
제1장순환의상징들
제2장리듬의구도에서진보의신화로
제3장상상계의종합적구조와역사의스타일
제4장신화와의미화

제3권|초월적환상을위한요소들

제1장원형의보편성
제2장공간,상상력의선험적형태
제3장완곡화의초월적구도론

결론

상상계의동위적분류도

참고문헌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죽은진리’보다‘살아있는거짓’을향한깨어있는꿈
그누구도소외하지않는따뜻한인류학에의도정

뒤랑은자유로움을특징으로하는‘상상력’과일정한틀을갖춘‘구조’라는개념을결합한데그탁월성과독보성이존재한다.이러한결합이가능한것은상상력이자유롭긴하지만그분류가불가능한것은아니라는뒤랑의시각때문이다.따라서뒤랑은몇개의커다란축을중심으로이를분류해총체적연구가가능한틀을세우고,이구조에역동성을부여해변화가능성을고려한다.뒤랑이제시하는틀-방법론은마치피아노의건반이나팔레트의물감을떠올려봄직하다.“음악작품이나미술작품은그음들과색들의결합으로이루어진다.원형은동일하지만그배합에따라개별적작품들은언제고새로운것”(「옮긴이의말」에서)이기때문.
이러한관점에서뒤랑은상상계를두체제로분류한다.그에의하면인간은죽음을의식하는유일한동물이다.그리고바로그죽음에대한인식이인간상상력의시발점이된다.상상력의‘낮의체제’는죽음의공포를극대화하고과장하여결국엔죽음을퇴치하는상상력의영역이다.이체제에서는근본적으로대립의상상력이작동하며영웅적모험,분리,정화의식,악과괴물을퇴치하는전투적무기가만들어진다.홀과검의원형으로상징되는‘낮의체제’는기본적으로죽음에대한공포의과장과그공포의퇴치를지향하는상상력으로이루어지기에분열적이고전투적이며영웅적이다.따라서객관적으로는이질화를지향하고주관적으로는동질화를지향하는모티프가주어진다.

하나의절대가치를추구하는태도는인간을지치게하거나혹은미쳐버리게할수도있다.인간이과도하게이미지의낮의체제에속하는상징재현에만갇혀있게된다면,절대적인공허나열반상태인완전정화상태에이르게될것이고,대립적긴장이나지속적자기감시태도의결과로결국고단하고쇠약한상태에이르게될수도있다.(241쪽)

반면‘밤의체제’는죽음에대한공포의완화를통해죽음을극복하는상상력으로이루어진다.구별에입각한낮과태양의세계보다덜논쟁적이고덜공격적이며그마음은행복과화해를향해있다.신비적구조와종합적구조로나뉘는밤의체제는가치전도,순환등의상상력을통해낮의체제에서는부정적인가치가부여되었던것에긍정적인가치를부여하며그렇기에모순이공존하기도한다.이런지향은낮의이미지와밤의형상들이혼합된종합적이고극적인우주론까지나아가게된다.

밤의이미지의완곡화가가장깊이있게이루어지는것은노발리스에게서이다.밤은우선낮과대립하면서낮을밤의전조정도로극소화한다.이어서밤을“이루말할수없는신비스러운것”으로평가하는데밤은레미니선스(reminiscence)의내밀한근원이기때문이다.노발리스는현대의정신분석학자들과마찬가지로밤이무의식의상징이며잃어버린기억들이마치아침안개처럼우리의마음까지피어오르게해준다는것을잘이해하고있었다.(279쪽)

뒤랑은단수의‘구조’가아니라복수의‘구조들’의관계를살핌으로써자신이제시한상상계의틀에역동성을부여한다.그는인간이이룩한문명의이름으로포유동물로서인간이지닌생물학적특징을지워버리는인류학이아니라,인간이지닌모든특질을유기적으로연결하고아우르는인류학을설립하였다.인간에관한한그어느것도낯설지않다는관점에서설립한인류학만이보편성을가질수있다고주장한그는서구적인관점에서설립된기존인류학의편협성을비판하면서객관과주관,역동성과정태성,불변적인것과가변적인것을두루포함하고종합하는인류학을개척했다.따라서그의인류학적구조들은우리의일상,하찮아보이는우리의행동과사고,더나아가우리의광기까지도그안에포함하는,인간존재의방대함과섬세함을있는그대로반영한다.다시말해인간에관한모든학문을종합하는구조들인것이다.

이성을전제로한인류학은배제와차별을전제로한인류학이될가능성이높다.그런인류학은진보를이룩했느냐아니냐,합리적인사유에근거해있느냐아니냐에따라인간의문화들을야만과문명으로차별화하는일이가능해진다.하지만뒤랑은인류학이참다운인류학이되기위해서는인간에관한것이면그어느것도낯설지않다는관점을택해야만보편적이될수있다고말한다.그가관심을갖는것은문화들에서드러내는차이만이아니라그차이를낳게한공통토대이다.그는서구식의합리주의와과학문명이존재하지않는사회는있을수있지만시와제의와종교가존재하지않는사회는없다고말한다.인간에대한종합적인관점은특정한문화를모델로하여성립될수는없다.인간누구에게나공통으로들어있는인간으로서의특질을중심으로세운인류학이라야보편성을획득할수있는것이다.그특질은고대인들에게도,현대인들에게도,서구인들에게도,동양인들에게도,신대륙의원주민들에게도공통적으로들어있다.뒤랑은그공통토대에상상력이라는이름을붙이는것이다._진형준,「옮긴이의말」에서(664~665쪽)

이미지상상력의시대를일반인들은시대적현상의하나로이해하는경향이있다.하지만상상력을중시하는사회가되었다는것은인간과사회와자연에대한근본적인인식의변화를의미한다.상상하는주체로서의인간에대한새로운이해는변화하는사회의새롭고도다양한경향의의미를심층적으로성찰하게한다.이러한뒤랑의상상계의인류학은인간과인간사회를유기적으로연결시켜주는모두를위한‘인간학’이라고도말할수있지않을까?질베르뒤랑이창안한이‘구조들’은앞서말한건반과물감과도같아서,시간과공간이제아무리바뀌어도언제나무수한‘현재들’을담보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