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 하우스

더치 하우스

$16.18
Description
상실의 기억을 공유한 두 남매의 특별한 유대
비애가 마지막 숨을 내뱉고 소멸할 때,
비로소 또렷이 과거를 비추는 현재의 빛

“과거를 실제로 있었던 그대로 보는 게 가능할 것 같아?”
우리는 초여름의 환한 대낮에,
더치 하우스 앞에 세워놓은 누나의 차 안에 앉아 있었다.
명료하고 섬세한 언어로 삶을 관통하는 스토리텔러, 앤 패칫의 신작 장편소설 『더치 하우스』가 출간되었다. 2001년 발표한 소설 『벨칸토』가 1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펜/포크너 상과 오렌지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앤 패칫은 이후 발표한 『경이의 땅』『커먼웰스』로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고루 받으며 그 입지를 단단히 세웠다. 2019년 발표한 『더치 하우스』는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워싱턴 포스트〉 〈오프라 매거진〉 〈보그〉 〈타임〉, NPR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소설 『더치 하우스』는 필라델피아 엘킨스파크의 화려한 저택 더치 하우스를 배경으로 오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삼대에 걸쳐 일어난 일을 다루는 특별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릴러다”라는 평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주인공인 대니와 메이브의 삶이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며 서스펜스 넘치게 펼쳐진다. 특유의 미니멀하고 익살맞은 문장은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삶의 면면들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이내 “삶 그 자체처럼 느껴지는 진실”로 우리를 이끈다. 부모를 잃고 살던 집에서 쫓겨난 뒤 과거의 기억에서 해방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이들은 흐르는 세월 속에 회복과 용서, 그리고 또다른 상실의 순간들을 맞이하고, 이내 과거를 비추는 현재의 빛은 더욱 또렷해진다. 『더치 하우스』는 기억과 해석의 주관성, 가족이란 관계의 불가해함, 강박과 치유와 같은 묵직한 주제들을 능숙하게 풀어내며 읽는 이의 마음속에 묵묵하지만 굳건한 울림을 남긴다.
저자

앤패칫

AnnPatchett
1963년미국로스앤젤레스에서태어나내슈빌에서자랐다.첫소설『거짓말쟁이들의수호성인』(1992)이〈뉴욕타임스〉에서‘올해의주목할만한책’으로선정되며이름을알리기시작했다.두번째소설『태프트』(1994)로재닛하이딩거카프카상과구겐하임기금을받았다.미국에서만100만부이상판매된『벨칸토』(2011)가펜/포크너상과오렌지상을동시에거머쥐고전세계30개언어로번역되면서앤패칫은세계적인베스트셀러작가반열에올랐다.이후『경이의땅』(2011),『커먼웰스』(2016)를발표하며평단과독자들에게지속적인사랑을받았다.
『더치하우스』(2019)는과거의기억에사로잡혀살아가지만결국엔과거와화해하고꿈을이루는남매의이야기를섬세한문체로풀어낸작품이다.이작품은〈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오르고2020년퓰리처상최종후보에선정되었다.
앤패칫은현재내슈빌에파르나서스서점을열고지역서점활성화에공을들이고있다.

목차

1부_9
2부_163
3부_333

옮긴이의말_435

출판사 서평

비애가마지막숨을내뱉고소멸할때,
비로소또렷이과거를비추는현재의빛

두남매인대니와메이브는엘킨스파크에서가장눈에띄는집,더치하우스에살았다.더치하우스는“적정한거리를두고떨어져서보면,언덕위로몇인치허공에떠있는것처럼보이는”아름답고도괴상한외관을가진집이다.담배도매상으로떼돈을번반후베이크부부에의해1922년완공되었고,경제대공황과2차대전을거친뒤남매의아버지인시릴에게팔렸다.가난한이들을도우며살고싶어했던남매의어머니엘나는더치하우스의호화로움에숨이막혀남매가어릴때가족을떠난다.메이브는충격에앓다가당뇨병에걸려평생고생하게된다.이후무뚝뚝한방식으로나마남매를위하던시릴이갑작스럽게생을다하자,새어머니인앤드리아는남매를더치하우스에서내보내고유산의대부분을가로챈다.메이브는아버지가그들을위해남겨둔교육신탁금을활용해앤드리아와그녀의두딸노마와브라이트를향한작은복수를계획한다.

대니와메이브는집에서쫓겨난뒤에도종종더치하우스앞길에차를대고대화를나눈다.일견이상해보이는이행동은놀랍게도몇십년동안이나계속된다.똑똑하고능력있는두남매가집에대해보이는강박은,이들의관계가그렇듯세상의눈으로볼때쉽게이해하기는어렵다.하지만소설은바로이러한시점과해석의문제를날카롭게파고들며문제를제기한다.“우리는현재를과거에투사하지.우리는과거를지금알고있는것의렌즈를통해돌아봐.그러니우리는과거를과거의우리로서보지못하고현재의우리로서볼뿐이야.그건과거가급격히다른모습이된다는걸의미하고.”참혹했던상실의기억도,현재의‘렌즈’,즉‘세상을보는방식’의변화에따라그모습을달리하게된다면이세상의어떤기억이나해석도완벽하게객관적이거나절대적일수는없을것이다.우리는현재의우리가아는것만큼만볼수있다.거기에우리를쉽게잠식하는비애와분노마저걷어내지못한다면과거를투영하는렌즈는영영흐리고부정확할것이다.그렇다면남매의행위는과거를또렷이직시하고앞으로나아가기위한,느린의식이었을지도모른다.온전한극복을위한필연적인시간이었을지도.

세상을보는방식의유동성에주목하는이와같은태도는남매의어머니엘나와새어머니앤드리아를이해하는데도도움을준다.엘나는가난하고소외된자들을돕겠다는선한일념때문에어린자녀들을떠났다.그녀의선택은세상을조금나은방향으로바꿨을지는모르지만딸인메이브를병들게하고아들인대니에게도씻을수없는상처를입혔다.앤드리아는자신의남편이죽었을때그과정에서배제되고소외되지만결국아이들을집에서내쫓으며남편의유산을손에넣었다.두여성의선택은어떤면에서도완벽히선하거나악하지않고한편으론너무나어리석게보인다.하지만인간적인선택이란결국모두그런모습일수밖에없지않은가?『더치하우스』는가족과삶의잔혹하고도다정한속성을담담하게풀어나간다.

상실의기억을공유한두남매의특별한유대
투명하고강력한더치하우스의힘

메이브는아버지가앤드리아의두딸을포함한자녀모두를위해남긴교육신탁금을최대한많이써없애려계획하고,그복수프로젝트의일환으로대니는교육비가가장비싼기숙학교와메디컬스쿨에서공부하게된다.그는무엇이자신을행복하게하고또불행하게하는지알게될때쯤서서히과거에서멀어져꿈을좇으려하지만누나메이브또한과거의일부이기에쉽게벗어나지못한다.기차에서만난설레스트와사랑에빠지지만,아버지와같은실수를할까봐섣불리관계를진전시키지못한다.그러다화학을가르치는에이블박사로부터좋은정보를입수하고,아버지가하던사업이자대니의오랜꿈이기도했던부동산일에처음으로뛰어들게된다.대니는“제비처럼,연어처럼,철새가이동하듯경로를따르는무력한포로”로서보냈던무수한세월을뒤로한채,비로소미래를향해나아가는듯보인다.그렇게삶이안정기에접어드는것같던때,위기는갑자기찾아오고원하지않았던재회가이어진다.

남매의삶은처음더치하우스를지었던반후베이크부부와가족들을위해더치하우스를통째로구매했던시릴콘로이의삶처럼,예측할수없는방향으로계속해서흘러간다.더치하우스의곁에서이들은사랑을하고사랑에실패하고,꿈을꾸고또좌절하며,다시는보고싶지않았던사람과너무나허무하게다시마주치기도한다.극복한줄알았던상처에아파하고새로운위기가순식간에찾아오기도한다.그럼에도『더치하우스』가일깨워주는것은“와르르무너질거라고생각”했던순간에우리를지탱하는존재가있으리란사실이다.그존재로인해우리가계속살아갈힘을얻을거란사실.과거의기억이든,지붕이든,사랑과애증이든그존재와우리를하나로이어주는무언가로무장한채삶은계속될거라는것.어쩌면이것이야말로투명하고강력한더치하우스가우리에게보여준가장중요한발견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