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말 것을

지고 말 것을

$13.50
Description
가와바타는 자신의 작품과 꼭 닮은,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사람이었다.
따뜻하고 다정하며, 그러면서도 서늘한 면이 있는.
_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번역가, 문학연구가)
일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단편선 『지고 말 것을』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4번으로 출간된다. 그의 문학세계에 허무와 서정성이 자리잡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초기 대표 단편들을 모은 단편선으로, 「푸른 바다 검은 바다」 「봄날의 경치」 「수정환상」 「서정가」 「그것을 본 사람들」 「금수」 「지고 말 것을」 총 7편이 실려 있다. 이중 「푸른 바다 검은 바다」 「봄날의 경치」 「수정환상」 「그것을 본 사람들」 4편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저자

가와바타야스나리

저자:가와바타야스나리川端康成
1899년오사카에서태어났다.1920년도쿄제국대학영문과에입학해제6차『신사조』를창간했고이듬해인1921년「초혼제일경」으로큰호평을받으며등단했다.1923년『문예춘추』의일원이되었고,졸업후『문예시대』를창간해‘신감각파’를이루며쇼와초기양대문학조류중한축을차지했다.『이즈의무희』『설국』등대표작을발표하면서당대문단에큰영향을끼치는작가가되었다.문예간담회상,기쿠치간상,노마문예상등여러문학상을수상하고문화훈장,프랑스예술문화훈장등을받았으며,일본펜클럽회장,국제펜클럽부회장등을역임했다.1968년일본최초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1972년가스중독으로사망했다.

역자:박혜성
한국외국어대학교일본어과를졸업하고,일본문부과학성초청장학생으로와세다대학문학연구과에서일본문학석사및박사과정을마쳤다.현재한밭대학교일본어과교수로재직중이다.EBS라디오<초·중급일본어회화>의진행을맡았으며,옮긴책으로『우아하고감상적인일본야구』『습유와카집』(공역)등이있다.

목차

푸른바다검은바다
봄날의경치
수정환상
서정가
그것을본사람들
금수
지고말것을

해설|내면의토로,의식의흐름,죽음의냄새
가와바타야스나리연보

출판사 서평

일본최초노벨문학상수상작가가와바타야스나리
상실과고독이빚어낸허무의아름다움

가와바타야스나리의문학은상실을기반으로한다.그의작품에서상실은주로죽음으로표현되지만조금더넓게는영원할수없는존재로나타나며,그렇기에그의문학은필멸하는것에대한연민과애정을품고있다.이는늘이별과함께했던삶과깊은연관이있다.1899년오사카에서태어난가와바타야스나리는두살때아버지가결핵으로세상을떠나고이듬해어머니역시사망하면서누나요시코와함께조부모에게맡겨졌다.그러나소학교에입학한해에할머니,4학년이된해에는누나가죽고중학교3학년때할아버지마저세상을떠나고말았다.어린나이에혈육을모두잃고타인의호의에기대살아야했던기억은그의인생을지배하게되었다.대학에들어간후가와바타는카페종업원이토하쓰요(지요)를만난다.그녀는가와바타에게첫사랑이자뮤즈였고,그의첫소설인「지요」역시하쓰요에게영감을받아탄생한작품이었다.그러나하쓰요는가와바타의청혼을받아들였다가한달후일방적으로파혼을고했다.연이어겪은가족의죽음과갑작스러운실연,거기에뒤이어닥친중일전쟁과2차대전으로연달아맞은지인들의죽음까지.이와같은상실의경험은가와바타문학의축이되었다.
가와바타가작가로이름을알리던시기는문학을정치적인수단으로이용하는프롤레타리아문학의전성기였으나,그는늘상실과고독을묘사하고허무한감정을정제하는예술로서의문학을추구했다.이같은입장에대해그는종종자신은‘게으름뱅이’이며자기문학은‘게으른자의문학’이라고겸허히말하곤했다.그러나그‘게으름’이란실은적막하면서도처연한일본의정서가극에달한모습이다.고통스럽고힘겨운현실속에서잔잔한아름다움을놓지않는것은,현실을외면하는도피가아니라인간안의감정을포기하지않으려는또다른싸움이기때문이다.그의문학이지닌이같은아름다움은일본에한하지않고전세계를움직였으며,가와바타야스나리는1968년일본인최초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가와바타야스나리의진정한문학을보여주는
7편의특별한단편들

우리나라독자들에게가와바타야스나리는주로『설국』으로알려져있지만,그의문학세계를더명확히알기위해서는그의단편을들여다봐야한다.평생동안약200편의단편을썼으며글을쓰기시작한후단편을발표하지않은해가거의없을정도로,오십여년에걸친작가생활에서단편소설은큰위치를차지하고있기때문이다.허무와고독으로이루어진세계와서정적이고고요한문체는다름아닌그의단편들과함께만들어진것이다.
『지고말것을』에는가와바타야스나리의초기주요단편들이실려있다.「푸른바다검은바다」「봄날의경치」「수정환상」「서정가」「그것을본사람들」「금수」「지고말것을」7편으로,이중「푸른바다검은바다」「봄날의풍경」「수정환상」「그것을본사람들」4편은국내에처음소개되는작품이다.
「서정가」는가와바타문장특유의가련한아름다움이잘담겨있는소설이다.화자인‘나’에게는너무나사랑했기에하나의영혼인듯모든것을공유하던남자가있었으나그는‘나’를버리고다른여자와결혼해버린다.그가갑작스러운사고로죽은후,그녀는변하지않은사랑의마음을담은편지를쓴다.미시마유키오를비롯한문학가들은물론가와바타본인도무척아낀단편으로,처연한사랑의이야기로국내에도여러번소개된바있다.마찬가지로사랑과죽음을서정적인문장으로그린「푸른바다검은바다」는한번동반자살에실패했다가다시죽음을택한화자가쓴유서다.사랑하는여자와함께죽음을택한과정과그녀의체온과목소리덕에다시살아돌아온일,그리고그녀를생각하며또한번죽음으로향하는이야기가고요하게이어진다.
그의아름다운문장은때로는연민을한겹거둬내고잔혹한세상을냉정하게비추기도한다.「그것을본사람들」은시체가발견되면서그와관련된사람들의일화를짚어나가는소설이다.시체를발견한통신병,조사를받은옷가게주인과의사,시체를버리는장면을목격한소녀,사건을조사하는경찰들,그리고마침내용의자에이르기까지,한사람이죽었음에도다른이들의삶은무심히계속된다.가와바타의대표단편중하나로꼽히는「금수」는그가상실에격렬하게맞선소설이다.화자인‘나’는사람을혐오해서늘동물들과지내면서도막상동물의죽음에는냉담하다.그런그에게유일하게특별한사람인지카코,그녀가변한모습에그는고통을느낀다.가와바타는자신을버린첫사랑하쓰요를오래도록영원한아름다움의상징처럼여기고있었다.그러나현실에서그녀와재회한일은그에게다시한번상처를주었고,어떤영원성을상실한슬픔을가와바타는소설에담았다.「금수」를본인이쓴소설중가장싫어하는소설이라평한것역시이러한사연탓이었으리라.
또한이책에는일본의모더니즘문학을이끈신감각파의대표작가로서가와바타야스나리의모습을볼수있는단편들도실려있다.「수정환상」은의식의흐름을따라끝없이이어지는독백이특징적인작품이다.연상에연상을거듭하는부인의독백은부부의불임,개의교배,수술도구와프레파라트,삼면경등조금은그로테스크한소재들을따라끝없이뻗어나간다.「봄날의경치」는연구자들사이에서‘회화제작소설’이라고도불린다.가와바타는여러작품에서자연을이야기에녹여넣어계절감을아름답게묘사하곤했는데,이단편역시화가인주인공이그리는그림을통해봄의정취가감각적인색감과터치로그려져있기때문이다.표제작인「지고말것을」은당시문단에서찾아보기어려운형식의소설이다.실제로일어난살인사건의소송기록과재판관련자료를활용해,‘사실’인살인사건의기록과그행간에서창조한‘허구’의이야기가맞물린다.감정을배제한법적기록물,그중에서도살인사건에대한기록을기반으로생명이지닌힘을섬세하게묘사했다는점에서,가와바타의힘이느껴지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