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 이주란 소설

수면 아래 : 이주란 소설

$13.50
Description
한국문학의 독보적 감수성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작가 이주란 첫 장편소설
극적인 장면 없이 고루 팽팽하고, 대단한 플롯 없이 완벽하며, 시 없이 시로 가득하고, 청승 없이 슬픔의 끝점을 보여준다.
_박연준(시인)

일상적 풍경에서 강렬한 감정의 파동을 만들어내는 독보적인 감수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주란 소설가가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한 첫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부터 젊은작가상 수상작(「넌 쉽게 말했지만」), 김유정문학상 후보작(「한 사람을 위한 마음」) 등이 수록된 두번째 소설집 『한 사람을 위한 마음』까지, 조용한 위트와 무심한 온기, 말과 말 사이의 여백으로 정서를 전달하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이주란 작가가 쓴 첫 장편소설이다.
2021년 〈주간 문학동네〉 연재를 통해 독자들에 먼저 선보인 뒤 세심한 퇴고 과정을 거쳐 출간된 『수면 아래』는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함께해오다 결혼한 두 사람이 아이를 잃는 커다란 상실을 겪은 뒤 다시 삶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두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아픔에 이혼을 택했지만, 완전히 이별하지는 못한 채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나누며 살아간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을 공유한 두 사람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며 일상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잔잔하지만 널리 퍼지는 수중의 파동처럼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저자

이주란

2012년<세계의문학>신인상에단편소설<선물>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모두다른아버지』『한사람을위한마음』,장편소설『수면아래』,중편소설『어느날의나』가있다.김준성문학상,젊은작가상,가톨릭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수면아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깊은상실을공유하고헤어짐을택한두사람
삶의파동에흔들리며조금씩나아가는그들의이야기

나는이곳에서초등학교와중학교와고등학교까지다녔다.우경과는고등학교동창으로우리는열일곱살에처음만났다.삶의반이상을함께해왔고중간에한번결혼을했다가헤어진적이있다.결혼식을하던날에는평소말수적은나의어머니와우경의동생우재까지,넷이서차례로울었던것같다.
_12~13쪽

해인은매일아침마을버스를타고‘해동중고’라는이름의한중고물품점으로출근한다.그녀의일상은새로들어온중고물품을닦아서진열하고,종종물건을팔러가게에들르는장미씨와이야기를나누고,가게근처공원에서뛰노는아이들을구경하는등의작은일들로채워져있다.그리고그녀는가끔우경을만난다.우경은해인과같이동네를걷기도하고,어머니와함께살고있는해인의집에와서함께카레를먹고어린시절의추억을나누기도한다.“한번결혼을했다가헤어진적이있”는그들은일상에서때때로즐거운순간을만나기도하지만,그즐거움은두사람이공유하고있는어떤기억에의해번번이가로막힌다.

우경이더없이좋다고느낄때마다왜인지그날의우경이천천히떠오르곤한다.우리는누구도그날일에대한이야기를다시꺼낸적이없다.
_51쪽

두사람이이야기하지않는‘그날일’.해인의서술로이어지는이이야기에서는(아마차마말할수없기에)분명히언급되지않지만,우리는그일이두사람이베트남에서아이를잃고돌아온일이라는것을짐작할수있다.해인과우경이말없이공유하고있던커다란상실의아픔은잔잔하게이어지는듯보였던풍경에전혀다른색채를덧입힌다.
그리고어느날우경은해인에게상사로부터베트남에서같이일하자는제안을받았다고이야기한다.아픔을딛고나아가고자하는우경,괜찮느냐는물음에여전히괜찮다고대답할수없는해인.우경은해인에게그곳에함께가자고말하고,그로인해그동안깊은수면아래아픔을묻어둔채지내온두사람의관계에고요한파문이일기시작한다.

“그냥,난우리가괜찮았으면좋겠어.
각자의자리에서,많은순간에,정말로괜찮다고말할수있는사람이되었으면.”

『수면아래』는해인의일상을따라가며진행된다.베트남에함께가자는우경의이야기를들은뒤에그녀는뜻하지않게다양한사람을만나기도하고,먼곳으로여행을다녀오기도한다.다행히그녀의주변에는온기어린인물들이있다.이주란의소설에는늘우리주변에있을법한,어딘지허술해보이면서도마음이가는인물들이등장한다.해인과함께분식을사먹고,달리기를싫어하던그녀에게함께달려보자고제안하는장미씨,진해에서함께해인의어린시절이야기를들어주는유진씨,실없는듯하지만뜻하지않은순간에위로를주는성규,천진하게‘슬퍼도괜찮으니까슬퍼도괜찮다고’말하는어린아이환희.이주란의소설에는커다란슬픔의크기와비례하는커다란온기가존재한다고말해볼수있을까?이이야기가극적인사건없이도이토록마음을뒤흔들수있는것은아마도이러한온기어린인물들이만들어내는커다란감정의진폭때문일것이다.
이렇게생각하면『수면아래』를읽는내내마음이저릿한이유를알듯도하다.그것은비단슬픔에서비롯된것이아니라어떤안도에서비롯된동요가아닐까.마음을어루만져주는위로가아니라,심장이저릿할정도의강력한위로.혼자가아니었다는생각,누군가가함께여서다행이라는안도감에큰소리로울어본적이있는사람이라면아마도이러한감정을이해할것이다.
“시없이시로가득하고,청승없이슬픔의끝점을보여준다”는박연준시인의서평처럼,이주란의소설은음악이없는음악이기도하다.가사없이도곧바로마음을파고드는애잔한선율처럼,단몇문장으로도이소설속의공기와정서가읽는이의마음에고스란히전달되기때문이다.200쪽으로그리길지않은이소설이이만큼의울림을줄수있는것은바로그런이주란의문장이가진불가사의한힘덕분일것이고,그건우리가이주란을읽는이유이기도할것이다.

추천사

나는이주란의소설을사랑한다.그의소설은극적인장면없이고루팽팽하고,대단한플롯없이완벽하며,시없이시로가득하고,청승없이슬픔의끝점을보여준다.‘도―’라는음계만으로이루어진음악같고,연노랑으로그린핏물같고,발없이멀리가는구두한켤레같다.내가잘아는세계,잘아는사람이오래지켜온비밀을모아둔화단같다.
이번소설의인물들은새처럼조금,지저귀듯말하고초식동물처럼천천히오래먹는다.날씨와식사,수면으로이루어진일상을돌보는일이그들이할수있는최선의돌봄이다.이주란이만든작고가벼운종이배위에서내리고싶지않다.슬픈데한톨의격정도없이,기어이순해진인물들의이야기를읽고나니깨끗해진기분이다.누군가가나를씻기고,먹이고,재운것같다.
_박연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