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사월 - 세계문학전집 215

부서진 사월 - 세계문학전집 215

$14.00
Description
신화와 전설이 탄생시킨 삶의 비극적 부조리성
이스마일 카다레가 그려낸 인간 실존의 서사시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작가이자 동유럽이 낳은 문호 이스마일 카다레의 장편소설 『부서진 사월』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선보인다. 『부서진 사월』은 알바니아 북부 고원지대를 배경으로 인간 실존의 비극을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형상화한 장편소설로, 전통 관습법 ‘카눈’이라는 충격적인 소재와 서늘한 눈빛 같은 냉정한 묘사로 강렬한 흡인력을 발휘하며 출간 이래 많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저자

이스마일카다레

저자:이스마일카다레
1936년알바니아의남부지로카스트라에서태어났다.티라나대학교에서언어학과문학을공부했고,모스크바의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수학했다.1963년첫장편소설『죽은군대의장군』을발표해일약세계적작가로발돋움했고,후에이작품으로“그는그의조국알바니아보다유명하다”라는찬사를들었다.이후많은작품을통해신화와전설,구전민담등을자유롭게변주하며암울한조국의현실을우화적으로그려내는자신만의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했다.몇몇작품은출간금지라는수난을겪기도했지만,그럼에도전체주의를고발하는날카로운시선을잃지않았고,특유의풍자와유머로우스꽝스러운비극과기괴한웃음을만들어내며세계적인작가로입지를굳혔다.
독재정권이무너지기직전1990년프랑스로망명해지금까지왕성한작품활동을펼치고있으며,노벨문학상후보로꾸준히거론되고있다.1992년프랑스치노델두카국제상,2005년제1회영국맨부커인터내셔널상,2009년스페인아스투리아스왕세자상(문학부문)을수상했다.2016년프랑스레지옹도뇌르최고훈장을수훈했으며,2019년박경리문학상,2020년노이슈타트국제문학상을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죽은군대의장군』『돌의연대기』『꿈의궁전』『H파일』『피라미드』등이있다.

역자:유정희
전문번역가.이화여자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했다.『죽은군대의장군』『거의모든것에관한거의아무것도아닌이야기』『마농의샘』『운현궁』『이집트판관』『블랙파라오』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부서진사월7

해설|비정상적나라에서쓴정상적작품253
작품론259
옮긴이의말263
이스마일카다레연보267

출판사 서평

비와안개에싸인알바니아고원지대에서벌어지는끝없는복수극

발표당시유럽에서극찬을받으며영화화되기도한『부서진사월』은전통적알바니아,고대의어렴풋한기억과섞여드는신화적알바니아의모습을보여준카다레의대표작이다.이소설의중심소재는알바니아의북부고원지대에남아있는옛관습법카눈의전통이다.카눈이란무엇인가?카눈은고대로부터전승되어온알바니아고유의관습법으로피는피로써갚는다는내용을담고있다.가령어떤이유로한가문의누군가가다른가문으로부터살해당하면그에따라복수가시작된다.상대가문의누군가를반드시죽여야만한다.그리하여피의복수는끊임없이반복된다.
『부서진사월』은그피의복수라는임무를운명적으로부여받은주인공그조르그에의해장엄하게진행된다.이십대청년그조르그는며칠밤을매복한끝에원수의가족중한명을총으로쏘아살해한다.그의임무는마침내완수되었지만,이제는그자신이복수의희생양이될차례다.작가는자신의숙명을받아들여야하는그조르그의한달이채못되는휴가를긴장과초조,전율,때로는이루어질수없는사랑으로변주하며긴박하게그의뒤를좇는다.그와함께관습법학자베시안과그의아내디안,카눈해석가,피(血)의세금을거둬들이고고원지대에관한문서를관리하는일을겸하는기묘한피관리인등이등장하며알바니아북부고원의황량하고음산한풍경과그속에서펼쳐지는삶과죽음의처절하고숨막히는순간들이이어진다.

고대로부터전승되어온알바니아고유의관습법‘카눈’
끊임없이반복되는피의복수는무엇을위함인가?

소설이진행되는사이사이카눈에따라벌어진여러유명한사건들이제시된다.사실이것들은관습법에따른사건들중에서도가장끔찍한예들이다.카눈을최대한확대해서보여주기위한예들을총동원하고있는것이다.따라서이소설을읽는독자가보게되는것은매우집약되고확대된모습의카눈이다.카다레는이를통하여우리삶에내재하는근본적부조리성과비극을매우강렬하게형상화한다.
소설에나오는대로관습법카눈은일상생활의아주세세한부분까지규정해놓고있다.카눈은“물질적인것이건정신적인것이건삶의단한분야도다루지않는것이없”다.복수의문제도예외가아니다.복수를하려는자는반드시상대방에게경고를한후총을쏘아야하고,총을쏘아상대를죽인후에도그냥자리를떠서는안된다.죽은자의몸을반듯하게돌려놓아야하고죽은자의머리에그의총을기대놓아야한다.살인자가충격으로제대로처신할수없는경우를대비해카눈은지나가는행인들에게그사실을고하고시신을돌려놓는일이나총을기대놓는일을부탁할수있도록배려하기까지한다.베사,그자크스,도레레스,무란등카눈관련용어를사용해가며작가는등장인물의입을통해또는서술을통해카눈에대해상세한설명을해주지만작가가카눈을바라보는입장이부정적인지긍정적인지는알수없다.해설가유형의등장인물인학자베시안의입을통해서는카눈에대해우호적인입장을피력하지만또다른등장인물,예를들면알리비낙의보좌관인의사의입을통해서는카눈에대해신랄한비판을가하는것이다.카다레는알랭보스케와의대담에서“복수는관습법의일부일뿐이며그런복수의기본개념도‘피의평등성’,즉‘인간의평등성’에기초하고있다”고말한다.“흘린피에대해서는신분의고하를막론하고반드시대가를치러야”하며,살인을저지른자가슬픔을당한집으로가서장례식에참석하는것은고통이기도하지만“잔인한감정과충동을억제하는것이낫다는것을배우는학습의장”이기도하다는것이다.

신화와전설에기초한작품세계의보편성

신화와전설에대한애호는그의유년시절로거슬러올라간다.카다레가태어난기이로카스터르는호메로스와아이스킬로스의나라인그리스로부터30여킬로미터밖에떨어지지않은위치이며,주민의대부분이이상한추억과이상한가족연대기,이상한풍습속에사는몽환적인도시였다.그는태어나면서부터전설과비극과신화의한복판에있었던것이다.여기에유년시절할머니들에게서들은많은이야기들이덧붙는다.카다레스스로도자신에게많은영향을미친것은알바니아의구전문학,특히이야기의형태로들은고대산문이었다고고백한바있다.이구전산문들의매혹이너무도커서그가처음책이라는것을접하기시작했을때에도그는고대산문과유사한책들만을골랐다.이때읽은책이『맥베스』였는데,그는『맥베스』에등장하는유령과그강렬한인상에전율했다.저승,꿈,죽음,신비등은어린시절부터그를사로잡아온요소들이었다.구전문학,민요시,셰익스피어등이그의작품세계의기초를형성한셈이다.그의작품속에서는세계의전설들이녹아나하나의잡종신화로재탄생한다.그의작품에자주등장하는해설가유형의등장인물도특기할만하다.이들은고대그리스의합창대를연상시키며,작품속에서는기자,텔레비전안테나,곡하는여인들,노인무리,관찰자,음유시인,스파이,라디오방송국등여러가지변형된모습으로나타난다.요컨대이들은정보나소문,험담등을수집하고퍼뜨리는자들이다.이역시카다레가구전의전통에깊이뿌리박고있음을말해준다.꼭역사적사건을다룬작품이아니더라도카다레는작품속에서한사회,한집단,한사건이나한개인의숨겨진메커니즘을드러내보여주는것을좋아한다.하지만이때그의시선은마치엑스레이처럼표면이나외관보다는그내면을집중탐사하고있기에,그의작품들은지역과시대를막론하고두루읽히고공감을얻을수있는보편성을획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