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기행 2 (뉴욕, 한낮의 우울)

시화기행 2 (뉴욕, 한낮의 우울)

$15.00
Description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펼쳐지는
예술가들의 환상과 현실의 외줄 타기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화가’ 김병종의 뉴욕 예술 기행을 담은 『시화기행 2: 뉴욕, 한낮의 우울』이 출간됐다. 『시화기행 1』에서는 벨에포크 시대를 중심으로 파리 곳곳을 누볐다면 『시화기행 2: 뉴욕, 한낮의 우울』에서는 에드거 앨런 포, F. 스콧 피츠제럴드, 밥 딜런, 우디 앨런 등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미국 뉴욕에서 성장한 예술가들의 삶을 살핀다. 환한 인공조명만큼이나 그림자도 짙은 뉴욕. 저마다 야망을 품고 이 도시로 모여든 예술가들은 어둠 속에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간다. 걷는 곳마다 화랑이 있고 고개 돌리는 곳마다 영화 장면이 연상되는 뉴욕을 김병종 화백은 ‘아름다운 지옥이자 사막이고 그래서 매료되는 도시’라고 평한다. 캔버스와 스크린, 현실을 오가며 뉴욕 구석구석을 함께 거닐다보면 창작 본능에 불을 지피는 그곳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국내 예인들의 자취를 좇은 『화첩기행』 집필 이후에도 김병종 화백은 끊임없이 길 위에서 영감을 받고 국내외 예술가와 교류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국내에서 『화첩기행』으로 시작된 예술기행은 장소를 해외로 옮겨가 ‘시화기행’으로 이어진다. 『시화기행』에서 김병종 화백은 예술가들의 흔적만 살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재능을 키워간 도시에도 초점을 맞춘다. 그 도시에서 어떻게 예술가가 성장했는지를 고찰하고 그 도시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예술가들의 삶을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나간다. “김병종은 힘찬 붓질과 아름다운 색채로 생명의 시를 쓰는 화가다”라는 이어령의 말처럼 『시화기행』 연작을 통해 김병종 화백이 전하는 시서화의 조화로움뿐 아니라 유일무이한 예술기행을 함께하는 안복(眼福)을 누릴 수 있다.

유독 뉴욕에 가면 동행자가 있어도 홀로인 느낌이다. 창이 희부윰하게 되도록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햇살이 숨어버린 도시, 밤이 오기도 전에 철컥철컥 마음의 빗장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 더는 꿈꿀 일 없이 그냥 앞으로만 걸어야 되는 도시. 잠 못 드는 새벽 두시쯤 조금은 울어야만 되는 도시. 상처 입은 짐승 같은 이 거대 도시. 먼발치로나마 손 흔들어줄 사람 없는 곳. 밤이면 홀로 외로운 신호등과 그 신호등을 기다리며 서 있는 짧은 동안 엄습하는 우주에 홀로 내팽개쳐진 듯한 느낌. 그런데 나는 그 도시 뉴욕을 왜 찾아가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이면 질끈 구두끈을 매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매력. 살 비비고 손 흔들어줄 곳 없는 곳에서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그 도시는 가르쳐준다. 서성이는 법 없이 앞으로,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 그곳에 간다. 직진, 직진, 돌진하듯 직진하라. _21쪽
저자

김병종

그림은밥,글은반찬.서울대미대에서사십여년을가르쳤다.서울,파리,시카고,바젤등국내외에서수십차례개인전을가졌고국제아트페어와광주비엔날레,베이징비엔날레,인디아트리엔날레등에참여해왔다.『화첩기행』(전5권)외에삼십여권의책을썼다.
대영박물관과온타리오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등국내외저명미술관에작품이소장되어있으며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도초기작〈바보예수〉부터근작인〈풍죽〉〈송화분분〉까지다수의작품이상설전시되고있다.
현재서울대명예교수,가천대석좌교수로있다.

목차

서문시화기행을펴내며

1부삶이영화가되는도시

뉴욕필모그래피,새벽세시,울어도될까요
외로운숲혹은머나먼집한채
뉴욕적인,너무나뉴욕적인농담과진실사이
뉴욕,그곳은바벨론인가
초록의오아시스,센트럴파크
담벼락에서몬드리안까지
낮에도뜨는별들의집
갈까마귀떼속으로
허망의제단과피츠제럴드
시와음악사이
블루노트,슬픔입문
브로드웨이,뮤지컬제국의신화
제국의음식들,뉴욕스테이크에서스타벅스까지
백주대낮의검은비

2부별빛아래를느긋이거닐다
캘리포니아,에덴의서쪽
은은한그보랏빛추억
누구나가야한다,밤으로의긴여로를
작가를위한나라를찾아서
시간의연금술
신의골짜기

후문잠들지않는도시를그리며

출판사 서평

예술이권력이되는도시
소멸하는아름다움을예술로붙잡다
뉴욕은세계경제와문화예술의중심지로손꼽힌다.메트로폴리탄미술관,뉴욕현대미술관,구겐하임미술관같은소위뉴욕3대미술관뿐아니라크고작은화랑에서연중무휴다양한전시회가열려예술가들은안목을키울뿐아니라끊임없이자극을받으며성장한다.게다가키스해링,장미셸바스키아처럼이도시에서이름만제대로알리면그림값이천정부지로뛸수있기에신진작가들은꿈을품고뉴욕으로모여든다.미술과문학이동반성장했던벨에포크시대의파리와달리뉴욕은미술과패션,미술과건축이장르간경계를넘나들며어우러지고여기에자본이가세한다.아우성치는듯거친매력이담긴그라피티부터수백만달러를호가하는그림까지예술이금융의셈법으로평가받는이도시에서김병종화백은희망과좌절의회랑을도는예술가들의삶에주목한다.
닥치는대로글을써도끝내이름을알리지못한채알코올에빠져이방인처럼살다간에드거앨런포,사교계의총아로화려한삶을살다가빚더미속에서몰락한F.스콧피츠제럴드,일그러진미국의모습과아픈전쟁을노래한최초의대도시음유시인밥딜런,궁핍과고난의세월을겪은덕분에사회의식에눈을뜬존스타인벡등다양한예술가들의곡절많은삶을소개하고붓과펜으로세상을움직인선배들의상념을헤아린다.

비행때문에시차가바뀐탓이겠지만자유의도시라는뉴욕에도착하면왠지온갖게불편한다른세상에온것같다.대개그첫날밤부터뒤숭숭하고편치가않다.창밖으로불빛이빛날수록이상하게도지난날슬픔과아픔의기억만선명해진다.수면리듬은형편없이흐트러지고감정과생각은두서없이헝클어진다.밤이면고요히책이라도읽고싶건만,외로움마저잘안된다.창밖도시는소리와풍경이섞이며영상처럼흘러가는데나는그저그풍경을바라볼뿐인이방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왜이도시를찾는가.그리고찾아와서는왜매번섬처럼홀로인가._46쪽

삶이영화가된도시를찾은
어느할리우드키드의고백
어린시절뻔질나게영화관을드나든할리우드키드김병종화백에게뉴욕여행은성지순례와다름없다.무료한작은마을에서자랐지만영화덕분에상상력의지도를무한히확장할수있었고,화면속한바탕희노애락에빠지면더이상외롭지도,고달프지도않았노라고고백한다.〈어거스트러쉬〉의워싱턴스퀘어파크,〈러브어페어〉의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전망대,〈데블스에드버킷〉의월스트리트,〈뉴욕의가을〉의센트럴파크등을거닐며김병종화백은뉴욕을거대한영화세트장에빗댄다.허영과욕망,사랑과배신,아스라한추억까지여러가지색으로덧칠한뉴욕이라는거대한무대에서이도시의빛과어둠을읽는다.
뉴욕예술기행은뮤지컬과재즈카페의리듬에몸을맡기며마무리된다.노동요같은재즈음악을들으며삶의고단함을씻고,브로드웨이공연을보면서시공간을뒤흔드는마법에홀린다.과거와현재,환상과현실이뒤엉킨뉴욕예술기행을통해김병종화백은슬픔과아픔의기억을보듬고인생한철그런대로괜찮았다고스스로를다독이며다시한번현역화가로서힘찬걸음을내딛는다.

전쟁을겪지않은도시여서그럴까.뉴욕을배경으로한영화는극적인파국과황폐함을보여주는작품보다는로맨틱코미디계열이많다.게다가잘알려진장소에서우연과극적인만남같은것이자연스레이어진다.잘알려진장소들을등장시켜데자뷔효과를내면서마치한편의소설이나에세이처럼그렇게이야기가풀려나간다.(중략)영화가인생이고인생이곧영화라는말이맞는다면뉴욕은대체로사랑하지않을도리가없는도시다.영화같은인생,인생같은영화그자체이기때문에._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