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씨의 포옹 (양장)

은혜씨의 포옹 (양장)

$16.80
Description
〈우리들의 블루스〉 영희 역 정은혜의 뜨거운 위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한지민의 다운증후군 언니 ‘영희’ 역을 맡아 사람들을 울리고 놀라게 한 실제 발달장애인 배우이자 화가 정은혜의 그림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너, 너, 너 나 버렸지?” 하고 절규하던 극중의 영희, 오랫동안 자기만의 ‘동굴’에서 웅크리고 있어야 했던 다운증후군 장애인 은혜씨는 지금 세상 속으로 걸어나와 두 팔을 크게 벌려 사람들을 끌어안고, 견고한 세상의 경계들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배우에서 본업인 화가로 돌아와 정은혜 작가가 펴내는 첫번째 그림에세이 『은혜씨의 포옹』은 정은혜 작가가 직접 안아주고 안긴 사람들, 그리고 오래도록 꼭 끌어안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을 담았다. 은혜씨가 안아주고 안긴 사람들에는 드라마에서 쌍둥이 동생역을 맡은 한지민 배우, 김우빈 배우, 김미경 화가 등 유명인은 물론, 그에게 다가온 여러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정은혜 작가의 사진첩에는 누군가와 포옹하고 있는 장면이 유독 많다. 키 150㎝의 자그마한 그녀가 상대방의 가슴께에 찰싹 달라붙어 안겨 있는 모습은 여느 포옹보다도 정겹고 따스하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입었던 그가 스스로를 치유하고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품어 안는 따뜻한 포옹이었다. 사람과의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 예의가 된 지금, 정은혜 작가는 ‘포옹’을 통해 우리 모두가 친근한 상대를 온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었던 시간을 추억하고자 한다. 스스로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사람을 통해 치유받았던 순간을 글과 그림으로 정성껏 기록했다. 은혜씨의 눈에는 세상에 더 잘난 사람도, 더 예쁜 사람도 없다. 사람들의 얼굴은 저마다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저자

정은혜

뜨개질을좋아한다.음악듣는것을좋아한다.양희은과김광석노래부르는것도좋아한다.가끔립스틱을바르고나들이하는것도좋아한다.무엇보다그림그리기가좋다.2016년8월부터문호리리버마켓에서4,000명이넘는사람을만나서이야기를나누고캐리커처를그렸다.다큐멘터리영화<니얼굴>의주인공이자,드라마<우리들의블루스>에서한지민배우의쌍둥이언니‘영희’로출연했다.그림만큼이나사...

출판사 서평


장애인과아티스트,친구와적,슬픔과기쁨……
세상모든경계를무너뜨리는포옹

정은혜작가는생후3개월에다운증후군진단을받았다.장애인친구들과학교를다니고졸업했지만20대의은혜씨는더이상갈곳이없었다.방구석에서혼자뜨개질을하고이불을덮고웅크리고있던암울하고갑갑했던시절,작가는책에서이때를‘동굴’속에살던때로묘사한다.그러다화가인엄마장차현실의화실에청소와뒷정리를도우러나갔다가직접그림을그리기시작하면서부터은혜씨의삶에온갖색채와사람에대한사랑이햇살처럼쏟아져들어왔다.
동굴시절을지나은혜씨가처음끌어안은사람은바로‘문호리리버마켓’의감독님이다.은혜씨는이문호리리버마켓에서‘니얼굴은혜씨’라는간판을내걸고지금까지무려4천여명의캐리커처를그렸다.처음에는비율과표정이독특한은혜씨의그림을보고“못생겼어요!다시그려주세요!환불해주세요!”라고말하는사람도있었다고.그러나은혜씨는엉덩이에종기가나고아무리춥고더워도꿋꿋이자리를지키며계속해서사람들의얼굴을그렸다.은혜씨가그린여러개성넘치는얼굴들이책장가득흘러가는가운데,은혜씨가예술가로서의단단한정체성과자부심이담긴말들을무심히털어놓은대목들이감탄스럽다.

“여름에문호리에서그림그릴때는바가지에얼음물담아서발을담그고있었어요.
엉덩이에종기도나요.그래도아무리춥고더워도가기싫은날은없어요,전혀.
문호리에서그림을그려야하니까.그것이내게중요해요.”

“내그림엔실수없어요.틀린적없어요.
네,실수란없는거예요.”

“나의가장큰용기는그림을그리는것입니다.
힘들어하지않고,포기하지않고쉬어가면서할거예요.”

“같이웃어.울지말고,울보야.”
발달장애인투쟁을위해삭발한뒤의엄마를그리다

정은혜작가가오랫동안끌어안고사랑하고싶은사람들가운데가족을빼놓을수없을것이다.책에는정은혜작가가가족들의그림과함께기록한가족사가뭉클하게기록되어있다.정은혜작가가그린그림속에서엄마장차현실은남자처럼짧은더벅머리로,웃는듯우는듯입을조금벌리고비스듬히서있다.만화가,동양화가인동시에‘한국장애인부모연대양평지회장’을맡고있는엄마장차현실은발달장애인투쟁을위해삭발을했다.그런엄마의그림옆에정은혜작가는쓴다.

“엄마는저를오랫동안키우느라지쳤죠.
엄마가많이웃으면좋겠어요.왜냐하면엄마는너무걱정이많고우울해.
하지마.같이웃어.울지말고,울보야.”

책장을넘기면,울보엄마옆에한남자가나타난다.은혜씨가열다섯살소녀였던무렵엄마에게남자친구가생겼다.장차현실작가보다일곱살연하의서동일감독이었다.그리고두사람사이에은혜씨의동생은백이태어나고마침내두사람은결혼한다.이독특한가족은‘결혼식’이아닌‘가족식’을올리고한가족이되었다.은혜씨는원래서동일감독을‘오빠’라고불렀는데,가족식에서이렇게‘축사’를했다고한다.
“오빠는이제다컸으니까아빠해도돼.”
그리고이가족을신기하게보거나,편견을갖고바라볼그누군가에게보란듯이,책에이렇게썼다.
“서동일감독님은멋있는사람,
나의새아버지나양아버지가아니라그냥친아빠예요.”

<우리들의블루스>그후…
자신에게,그리고장애가있는친구들에게건네는편지

책에는정은혜작가를세상에널리알린드라마<우리들의블루스>에은혜씨를섭외한노희경작가,그리고함께연기한한지민배우와김우빈배우의그림도있다.노희경작가가은혜씨의모습과습관을오랫동안관찰한뒤‘영희’라는캐릭터에녹인드라마<우리들의블루스>는은혜씨를세상사람들에게로훌쩍다가서게해주었다.그러나정은혜작가는‘영희’와자신에겐확실히다른점이하나있다고말한다.
드라마에서영희는동생‘영옥’에게돈많이벌어서성형수술을시켜달라고하지만,정은혜작가는지금이순간의자신을예뻐하고사랑한다.앞으로이루고싶은꿈이뭐냐는사람들의질문에언제나“저는이미모든꿈을다이뤘어요.항상행복해요”라고고백하는은혜씨.그는혼자지하철을타면성희롱을당하고시선강박에시달리던아픈과거로부터도,알수없는미래의불안으로부터도이제는모두자유롭다.
노희경작가는이책의추천사에서“은혜씨를만날때면수시로머릿속이환해지고피곤과잡념이사라지는”경험을한다고썼다.우리는과거의상처와미래의걱정거리로부터도통놓여나질못하기에,오로지‘오늘지금이순간’에집중하는은혜씨의다른선과빛깔,생각과말에새삼놀라고감동받는게아닐까.
드라마,영화,전시,출판등을오가며배우,화가,작가로서종횡무진활약하고있는은혜씨는지금이순간행복하다.그러나한편으로자신과닮은많은장애인친구들이아직‘동굴’과시설속에있음을잊지않는다.
“다른발달장애인들도사람들의시선에위축되거나주눅들지않고행복하게세상에나왔으면좋겠어요.자기가찾고싶은일도하면서돈도벌고,또사람들과같이소통하고만나고행복해지기를바라요.
시설에있지말고사회로나왔으면좋겠어요.나와서는,

음……나랑함께놀자.”

추천사

처음은혜씨를만났던그날기억이너무나뚜렷하다.2년전초겨울저녁무렵,종로한귀퉁이작은전시회장.그날따라나는두통이너무심했고,낮에작업을했던터라지쳐있었다.그리고전시회장에들어서자마자그녀은혜씨를봤다.은혜씨는손님이오든말든그림사이에나무의자를두고앉아뜨개질을하고있었다.이내눈만들어인사도없이시크하게나를봤다.지금도믿기지않지만나는은혜씨를보자마자거짓말처럼단박에사랑해버렸다.이후눈에들어온그녀의그림들……하루를질기게따라다니던내두통이햇살에물안개가말라버리듯서서히그러나빠르게사라지는신비한경험.나는그날덥석그녀의애완견지로의그림을샀다.그리고일정에도없는시간을내,서너시간을마냥그녀만보았다.지금도은혜씨를만날때면나는수시로머릿속이환해지고피곤과잡념이사라지는그때의경험을다시한다.

과거의슬픔,미래의불안따위다버리고,지금여기집중해.
니앞의나를봐봐.행복하지않니?

아마도그녀는투명한심성으로그렇게내게,세상에주문거는게분명하다.
_노희경(드라마작가)

은혜씨의포옹??을읽으며나는내가잃어버린마음을봤다.두려움을물리치며사랑하는마음,곁에있어주는마음,내어주는마음을.다른사람들에게작은사랑하나나눠주지못하는내마음의가난을봤다.사랑은늘손에닿지않는먼곳에있다여겼다.하지만정은혜작가님의그림속에서사랑은끌어안을수있는것,스스럼없이좋아한다말할수있는내품안의용기였다.
작가님의그림속,서로를꼭끌어안은사람들의모습을보며나는내가포옹하고싶은이들을생각했다.괜찮아,좋아해,사랑해,말하고싶은이들의얼굴을떠올렸다.더사랑하고싶은마음이고개를들었다.어떤말로도상대에대한마음을표현하기부족할때,누군가의상처받은마음을안아주고싶을때,??은혜씨의포옹??은그마음을대신전할수있는소중한선물이될것이다.우리품안에서곤히잠든사랑을두드려깨우는마음의힘이이책에있다.
_최은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