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다크 버네사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 장편소설)

마이 다크 버네사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 장편소설)

$17.78
Description
이제는 세상이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한 다발의 다이너마이트 같다.”
스티븐 킹(소설가)

〈뉴욕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어린 여자애를 해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할까요? 어린 여자애가 그 일을 극복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할까요? 둘 중 누가 더 강한 사람일까요?” 십대 시절 데뷔해 스타가 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피오나 애플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이 말은 『마이 다크 버네사』를 관통하는 중대하고 핵심적인 질문이다. 소설가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의 장편소설 『마이 다크 버네사』는 열다섯 살에 사립 기숙학교의 남자 교사와 성적인 관계를 맺게 된 주인공 버네사가 이후 십여 년의 세월에 걸쳐 그와의 관계가 사랑과 애정이 아닌 교묘한 강압과 폭력에 의해 작동해왔음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을 고통스러울 만큼 생생하고 대담하게 그려낸다. 2018년 하퍼콜린스 출판사의 임프린트인 윌리엄모로가 거액의 선인세를 지불하며 판권을 산 이 화제의 데뷔작은 2020년 출간되어 소설가 스티븐 킹으로부터 “한 다발의 다이너마이트 같다”는 평을 들으며 단숨에 〈뉴욕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남성 권력자들이 자행한 성범죄와 성적 학대에 대한 고발과 폭로가 이어지는 현실의 맥락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았으나, 소재의 시의성과 별개로 한 소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번민과 모순을 한 치의 타협 없이 과감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내는 필력, 이야기의 진성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서사적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작가의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저자

케이트엘리자베스러셀

KateElizabethRussell
1984년메인주동부의작은마을클리프턴에서태어났다.열네살에처음으로블라디미르나보코프의『롤리타』를읽고강렬한인상을받았다.특히돌로레스헤이즈,일명롤리타라는소녀가겪는슬픔과절망에공감했고,소설의화자인험버트가롤리타에게가하는성적대상화가대중문화나현실속에서도비슷하게일어나고있음을깨달았다.그리고열여섯살에본격적으로한여학생과남자교사의이야기를쓰기시작했다.이것이훗날러셀의데뷔작이될소설『마이다크버네사』의시작이었다.러셀은메인대학교파밍턴캠퍼스와인디애나대학교,이어캔자스대학교에서문예창작을공부하는동안수많은참고자료를찾아보고,다양한시점과형식을시도하며버네사의이야기를계속해서다듬어나갔다.박사과정중에마침내완성된이작품은2018년하퍼콜린스출판사의임프린트인윌리엄모로가거액의선인세를지불하며판권을샀고,2020년출간즉시〈뉴욕타임스〉와〈선데이타임스〉베스트셀러에올랐다.『마이다크버네사』는열다섯살에사립학교의문학교사와성적인관계를맺게된주인공버네사가이후17년의세월에걸쳐그와의관계가사랑과애정이아닌교묘한강압과폭력에의해작동해왔음을자각하게되는과정을고통스러울만큼생생하고대담하게,눈을떼기어려울만큼강렬하고감동적으로그려낸다.러셀은이작품으로40세이하의젊은작가들에게주어지는딜런토머스상최종후보(2021)에올랐다.

목차

마이다크버네사_009

감사의말_537
옮긴이의말_541

출판사 서평

“아무도그들의이야기를들어주고믿어주고이해해주지않았던
현실의돌로레스헤이즈들과버네사와이들을위하여”

케이트엘리자베스러셀은이소설을20년에가까운세월동안집필했다.어린소녀와성인남성의성적인관계가작동하는방식에대해처음관심을갖게된것은,문학사에서걸작으로손꼽히는한권의책때문이었다.러셀은열네살에처음으로블라디미르나보코프의『롤리타』를읽고강렬한인상을받았다.특히돌로레스헤이즈,일명롤리타라는소녀가겪는슬픔과절망에공감했고,소설의화자인험버트가롤리타에게가하는성적대상화가대중문화나현실속에서도비슷하게일어나고있음을깨달았다.그리고열여섯살에본격적으로한여학생과남자교사의이야기를쓰기시작했다.이것이작가로서러셀이내디딘첫발이자『마이다크버네사』의시작이었다.

작품을집필하는과정은결코녹록지않았다.러셀은메인대학교파밍턴캠퍼스와인디애나대학교,이어캔자스대학교에서문예창작을공부하는동안수많은참고자료를찾아보고,다양한시점과형식을시도하며버네사의이야기를계속해서다듬어나갔다.원고를읽은주변사람들의반응은큰힘이되기도했지만때로는좌절을안기기도했다.남교사로인해끊임없이상처받으면서도그와의관계를놓지못하고,때로는쏟아지는비난에맞서그를옹호하는버네사를몇몇지인들은답답하고불쾌한주인공이라평하며캐릭터를수정하라고조언했다.하지만러셀은서사적통쾌함을위해진실로가는버네사의느리고힘겨운과정을잘라내거나매끈하게다듬고싶지않았다.결국열다섯소녀가서른두살의성인이되는동안이어졌던억압과학대의역사,그리고마침내남교사의그림자에서벗어나온전히자신의미래를상상할수있게되는오백여페이지의기나긴과정은오로지버네사의시선으로만,버네사의일인칭시점으로만서술된다.그리하여이이야기에얼마나많은비극과좌절과실패가있든,버네사가누군가에의해얼마나대상화되고타자화되든,작가와독자에게는처음부터끝까지그녀가이이야기의유일한‘주인공’으로남을수있도록.

이것은사랑이야기가아니다
이것은나의,버네사와이의이야기다

서른두살버네사와이의삶은엉망이다.호텔안내데스크에서하루종일고객들을상대하는일은진이빠지고,퇴근하고나면술과마리화나에잔뜩취해잠드는게일상이다.어디서부터잘못된걸까.사실버네사는그질문에대한답을아주잘알고있다.그녀가스트레인의교실로걸어들어가던그순간부터라는것을.십여년이지난지금까지도그녀가움켜쥐고있는,그녀를움켜쥐고있는그비틀린관계때문이라는것을.하지만아니다,버네사는자신을피해자라고생각하지않는다.연일뉴스에보도되는성범죄사건들은그녀의이야기가아니다.스트레인은사회적권력을이용해여성들을성적으로학대한그수많은남자들과는다르다.그들과달리스트레인은버네사를진심으로사랑했다.그랬을것이다.아마도.

“그에게그렇게말한적은없지만가끔은스트레인이내게하는일이바로그것인것같다-나를해체하고새로운사람으로조립하는것.”_본문131쪽

그일이시작된건17년전,버네사가고등학교2학년이었던2000년으로거슬러올라간다.개학을맞아브로윅사립학교기숙사로돌아가는열다섯살버네사의마음은무겁다.1학년때가장친한친구이자유일한친구였던제니와는인사도하지않는사이가되었고,이제학교에서그녀는외톨이신세다.버네사의유일한취미이자위안은글쓰기이지만,과연자신이정말소질이있기는한지의문이다.그런와중에버네사는조금특이한선생님을만난다.수업첫시간에불쑥비속어를내뱉으며학생들에게당혹감을안기는덩치큰문학교사제이컵스트레인.매끄러운언변으로시와소설에대한해석과평가를늘어놓는,좀거만하지만똑똑한선생님.그리고대학입시를위해올해는클럽활동을해야한다는지도교사의조언으로떠밀리듯찾아간문예창착클럽에서,바로그스트레인선생님이버네사를반긴다.그는버네사의옷차림에대한칭찬으로,그녀가쓴글에대한찬사로,점점버네사의마음을사로잡는다.그리고그들이점점가까워지던어느날,스트레인은수업시간에버네사를교실뒤쪽자신의책상으로불러서옆에앉히고그녀의글을첨삭하며말한다.“네가쓴글을보니너도나처럼어두운로맨티스트란걸알겠어.너도어두운걸좋아하는구나.”그리고조심스럽게그녀의무릎을만진다.버네사는순간그자리에얼어붙고,정신이몸밖으로이탈하는감각을느낀다.수업이끝나고아이들이썰물처럼교실을빠져나갈때,버네사는이제자신이다른아이들과영원히달라졌다고,결코이전으로돌아갈수없다고느낀다.하지만스트레인은그러한고립감을자극하며,버네사가외로운건그녀가특별하기때문이라고,평범한아이들과는다르기때문이라고말한다.그특별함을이해해줄사람은자신밖에없다는암시와함께.지금까지다른학생들에게는이런감정을느껴본적이없다는선생님의고백을,그러면서도떨리는목소리로자신이그녀를망치고말거라이야기하는그의망설임을,버네사는순수한애정이라고믿어버린다.버네사는그에게점점더많은것을허락하고내어준다.결국스트레인이그녀의삶전체를장악해버릴때까지.

그리고세월이흘러성인이된버네사는더이상그때의어린아이가아니지만,여전히스트레인앞에서는무력한열다섯살소녀가된다.스트레인으로인해너무나많은것을잃었지만,오히려그렇기때문에,자신의희생이무의미해지는것을견딜수없기에버네사는더욱더그와의관계에매달린다.그러던어느날SNS에스트레인을성적학대혐의로고발하는브로윅졸업생의글이올라와폭발적인관심을받는다.물론스트레인은혐의를부인하고버네사는그의말을믿는다.믿어야만하기에믿는다.믿지않는다면,오로지스트레인의이야기에의해지탱되어온자신을삶을전부부정해야하니까.그럼에도버네사는알고있다.그위태로운믿음이무너지고,잔인하고도명백한진실을마주해야할날이머지않았다는것을.

자기혐오와절망의굴레너머,
거짓아래여전히빛나는삶을향해서

“그는내머리색을단풍잎빛깔에비유했고내게시집을주었다-에밀리,에드나,실비아.그는자신의시선으로나를보게했다.나는붉은머리카락을휘날리며솟아올라그를공기처럼들이마시는힘을지닌소녀였다.”_본문16쪽

소설속에서말과글은스트레인이버네사에게휘두르는가장파괴적인무기이자,끊임없이버네사를옭아매는족쇄이기도하다.하버드출신의문학선생님인스트레인은버네사가쓴글을칭찬하며접근하고,유명한문학작품을인용하며자신의욕망을,그들의관계를정당화한다.그리고성인남성이소녀에대한욕망을정당화하기위해사용하는소설은,당연하게도,블라디미르나보코프의『롤리타』이다.스트레인은자신은절대그책의주인공같은소아성애자가아니라고주장하지만,버네사에게『롤리타』를비밀스럽게건네는그의의도는너무나명백하고,버네사는작품속에서험버트가롤리타를바라보는눈으로자신을바라보려노력한다.소설의제목인‘MyDarkVanessa(나의검은버네사)’또한나보코프의『창백한불꽃』에나오는표현으로,스트레인은그것을애칭처럼사용하며자신과그녀가‘어두운(dark)’욕망을공유하고있다고주장한다.그렇게스스로를타자화하고스트레인의시선을내면화함으로써버네사는그가만들어놓은허구속에꼼짝없이갇혀버린다.한때글쓰기는버네사가자신의내면을들여다보고표현하는통로였으나,주체적시선을강탈당한그녀가읽고쓰는글은스트레인의눈으로자신을대상화하는덫이된다.

결국이소설은버네사가어느순간자신이빼앗긴것이무엇인지깨닫고그것을되찾기위해분투하는과정,자신의삶을스트레인이아닌그녀자신의시점으로다시읽는험난하고고통스러운과정에대한이야기다.소설의끝에서버네사가자신과비슷한경험을가진여성과화해하며내뱉는독백-“언젠가는그가우리에게한짓이외의다른무언가로우리가정의되는날이반드시올것이다”-은마침내그녀가이이야기의진정한주인공으로서적어내려간예언이자선언처럼읽힌다.그리고작가는지금이순간어딘가에서흔들리고있을소녀들을향해,‘롤리타’가아닌‘돌로레스헤이즈’를향해,이용감한이야기를온전히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