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14.50
Description
여기, 잇습니다--쇠도 글도 삶도!

할말을 잃어서 할말이 너무도 많은
지방×청년×용접 노동자 천현우의 뜨거운 출사표
지방, 청년, 그리고 용접 노동자. 여태껏 우리가 아는 척해왔거나 모르는 척해온 세계로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작가가 도착했다. 정상 사회의 바깥, 차라리 무법지대에 가까운 인간소외의 장,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 믿어지지 않는 노동의 현장에서 탄생한 작가 천현우. 그는 우리 사회의 사각에서, 사양하는 산업과 도시의 틈바구니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주간경향』에 ‘쇳밥일지’와 ‘쇳밥이웃’을 연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첫 책 『쇳밥일지』는 연재분에 전사를 더하고 이를 전면 개고하여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2022년 봄까지를 담아낸 『쇳밥일지』는 한 개인의 내밀한 역사가 시대와 세대의 상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아니 에르노를 떠오르게 하고, 노동자 계급에 관한 생생한 밀착 일지라는 점에서 조지 오웰의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그 궤를 같이한다. 양승훈 교수의 추천사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지방 제조업 도시의 ‘너무한’ 사연을 담은 문화 기술지이자, 부당함과 우여곡절 속에서 ‘쇳밥’을 먹으며 성장한 청년 용접 노동자의 ‘일지’”이다. 세대론을 논할 때조차 소외되는 ‘4년제 대학 출신-수도권 거주자’가 아닌 한 용접공의 “생각보다는 힘들되 꾸역꾸역 생존은 가능한 나날”을, “고와 낙이 있었고, 땀과 눈물이 있었으며, 희망과 좌절이 공존했고, 꿈이 짓이겨졌다가 다시금 피어”(「프롤로그」에서)나는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

천현우

1990년마산에서태어났다.삶의대부분을고향에서보냈다.전문대를졸업한후부터공장에서쉴틈없이일했다.2021년부터『주간경향』,미디어오늘,피렌체의식탁,조선일보에칼럼을기고했다.현재미디어스타트업alookso에서일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회색미래_007

1부
갑자기어른_013
첫직장과첫사랑_032
산재를당하다_050
산업기능요원_067
시련과마주할시간_084

2부
포터아저씨_107
용접을배우다_123
공장굴뚝에도사랑꽃은피는가_150
대통령도바뀌고,직장도바뀌고_170
수도사처럼지낸타지생활_186
일기를다시쓴계기_203

3부
변화의바람이불었다_219
지방청년들의이야기_233
다시만난사람들_247
청색에서백색으로_261
쇳물과먹물_274

에필로그|고향을떠나며_285

출판사 서평

불꽃튀는촉으로써내려간‘너무한’나날의기록
엄연하고도어엿하게존재하는청년노동자들의비망록

작가는가난이싫어얼른취업하려실업계고등학교에진학하지만,이후하청업체를전전하며최저시급언저리만맴도는악순환의굴레에갇혀버린다.주야교대근무에저당잡힌피폐한일상은쉬이변하지않고,각종편법으로점철된근로조건과언제든타인으로대체가능한업무는몸과마음을모두갉아먹는다.주위를둘러보면모두‘청춘’을즐기고있는듯하지만,청춘이란단어조차자격지심에가려자신에게해당하지않는듯느껴지고,공장바깥에서는‘못배운놈’으로괄시받고,공장안에서는산재를당해도찍소리할수없다.“노동강도생각하면코웃음나게적었지만내삶을뒤바꿔놓기엔충분”한첫월급을받으며삶이가까스로정상궤도에진입한것을기뻐하지만,그뒤바뀐삶의세목이“전화요금내고,밀린집세를내고,끊긴인터넷도복구”(45쪽)하는것일때,우리는아연할수밖에없다.

또기계처럼일했고공장에서열두시간을보냈다.힘들진않았다.다만허무했다.집에돌아와샤워하고영화한편이나애니메이션네편보면또회사.맘놓고쉴수있는날은고작하루.그나마도야간에서주간전환시엔반나절남짓.이굴레안에청춘을계속가두어놓는게과연옳은일일까?_47쪽

평생땜질해서는‘사람구실’못하리라는근심어린동료의조언,‘인서울’에성공한한친구의‘고작전문대나와서대기업을갈수있느냐’는비아냥을들은끝에작가는편입을도모하지만,그마저어머니가사기를당해빚더미를안으며좌절되고만다.도무지월급만으로빚을갚을수없어주말막노동을나가던어느날,인생의은인-멘토를만난다.조경일당직의사수‘포터아저씨’는용접의세계를소개해주는것은물론,편입실패와학벌콤플렉스에빠져자신의초라함만되새길뿐이던작가에게오히려“우리가훨씬대단한거야.기죽지마”(116쪽)라는말을건네며육체노동자의자부심을일깨워준다.

‘용접’은힘든노동의상징처럼세상에알려져있다.나역시달리생각지않았다.눈앞에태양만큼눈따가운빛이아른대고사방으로벌건불똥이튀어대는위험한일로치부했다.처음으로용접면을쓴순간,내짧은인식이얼마나큰편견덩어리였는지깨달았다.온통어두운시야속,번뜩이는불꽃만남은망망대해위에서치열하며섬세한손놀림이8자를그리며흐느적댄다.천천히진군하는용융풀은나긋하게산책나온주홍반딧불이같다.목적지에도달한불길이사그라지고,지나왔던길엔위아래간격이똑바른용접비드만남아철판과철판사이를메우고있었다._115쪽

“누가중소기업의이런현실을알아줄까?
기자?정치가?금속노조?진보지식인?
아니다.당사자의목소리가없는공론은허상일뿐.”

‘배워두면어디서든도움이된다’는,‘돈은안돼도손맛은죽인’다는소리에피가끓어본격적으로용접을배우기시작하지만,근사한‘장이’의삶이펼쳐질것이란기대와달리현실엔하청직원의서러움과재해의위협이도사리고있었다.아주사소한지점에서부터치고들어오는정직원-노조원과의차별,산재를입어영구장애를얻은동료,외국인노동자혐오는할말을잃게만든다.경력이쌓여도어김없이최저시급으로시작하는용접판과채1할도갚지못한빚앞에서,우연히다가든사랑조차‘주제파악’이란체념속에좌절될뿐이다.

이회사는잔업근무자를위한통근버스따윈없다.휴게실도샤워실도열어주지않는다.땀에찌든옷을입은채걸레짝이된몸으로버스에오른다.(…)열심히일했다는자부심따윈느낄새도없다.버스안모든승객이기름내와용접‘흄fume’냄새풍기는나를불쾌하게여길것같아불안하다.이인좌석구석에쪼그려앉아머리를기대는동안,만원버스임에도누구도옆에앉지않는현실에예감은확신으로변했다.내가왜이렇게살아야할까.(…)세상은그저냉소로회답한다.넌흙수저주제에노력도하지않았잖아?맞는말이다.맞는말이긴한데,나도나름열심히살았다고생각한다._148쪽

그러나소설가를꿈꾸던‘초원씨’와만나고헤어지고,단련의계기가된타지생활을보내며작가는내면을망치질하기위해독서를하고글을쓰기시작한다.정치팟캐스트와행동경제학은시야를넓히는기반이되어준다.이후순탄한회사생활을유지하며운동,독서,글쓰기가일상에편입된어느날,또한번의끔찍한산재를목격한다.다만,예전처럼쉽게무너지거나게임으로시름을잊거나자신을방치하며분노하고냉소하고마는것으로그치지않는다.이런현실을알리기위해,다시금현장으로향하는이들의모습을잊지않기위해,작가는가슴속에그리고노트속에촘촘히이모두를새겨넣는다.겹겹이글을쓰게하는현실속에서쓸수밖에없는간절함속에서.

“그래,이제과거같은번영기는돌아오지않는다.
하지만아직이곳에살아가는이들이있다.”

꿈의천장을내려앉히는현실에굴하지않고,자존감을찌그러뜨리는압력에부단히저항하며글을써온작가는SNS를뜨겁게달군용접공비하발언에대한답글과,양승훈교수와의지방공장노동에관한대담을통해차츰공론의장에발을들여놓는다.“2030공장노동자가어떻게살아가는지,어떤식으로세상을바라보는지,왜절망과냉소에빠질수밖에없는지”“지방에서수십년커오며답안지처럼생각해왔던평범한삶이(…)이젠전혀평범하지않으며심지어시대착오적인생각이란걸깨달았을때,오랫동안알고있던세계가붕괴하고갈피를잃은그낭패감을전달”(225쪽)하는그의글은이후지역과매체의경계를넘나들며급속도로퍼져나간다.“공장안에서지겹고식상해질때까지나눴던말이,밖에선부끄러워서감히꺼내지도못했던이야기”(228쪽)에드디어사람들이관심을가지고반응하기시작한것이다.

그저‘먹고살기’위한삶에서죽살이치다,인간답게‘잘살기’위한삶을꿈꾸게되고,나아가평등을갈망하며타인을‘살게하는’사람이되고자희망하는그의결기와고투의흔적이『쇳밥일지』에녹아있다.“내육신의죽음만으로나에게닥친불행들까지죽일수없다.불행은내소중한사람들에게옮겨가겠지.그럴바에살아남아불행과싸워이기는게낫지않을까”(100~101쪽)라고말하는작가천현우.그는비단자신뿐아니라절대통칭될수없는지방청년들과현장노동자의고유한목소리를,엄연하고도어엿하게존재하는그들의삶을증언하기위해이책을썼다.쇠와쇠를잇고,나와타인을담은글을잇고,삶과사람을잇는진짜이야기.비루하고비속한삶의비극속에서도결코자긍심과자부심을잃지않은사람만이보여줄수있는언어예술의한경지가이책에담겨있다.“내일도사부지기함때아보자이!”라고외치는,“이래때아놓으면멋지다아이가!”라고말하는이들의생생하게빛나는목소리를함께듣고또읽어볼시간이다.